해외 시사

미숙아를 품는 캥거루 돌봄, 매년 45만명 미숙아를 살리다

Zigzag 2021. 2. 1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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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산, 인식되지 않은 살인자

임신한 날부터 37주 이전의 분만을 조산(pre-term)이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1,480만 명의 아기가 조산으로 태어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는 전체 출생의 약 11%를 차지한다. 조산으로 인한 사망은 매년 1백만 명에 달하며, 조산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은 5세 미만 사망자의 18%, 28일 미만 출생아 사망자의 최대 35%를 차지하는 등 조산은 아동 사망의 주요 원인이다. 그 때문에 WHO의 <너무 일찍 태어남: 조산에 대한 전 지구적 행동 리포트>의 편집자 조이 론(Joy Lawn) 박사는 "조산은 인식되지 않은 살인자"라고 했다.

 

조산의 사회학: 저소득국가와 고소득국가 조산률과 조산아 사망률 격차

조산은 2000년 9.8%에서 2014년 10.6%로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도 조산아 출산율이 2000년 3.79%에서 2012년 6.28%로 65.6% 증가했다. 미숙아 출생의 90%는 세계 저소득국과 중소득국에서 발생한다. 특히 미숙아의 60%가량이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와 남아시아에서 태어난다. 저소득국의 조산율은 12%로 중간소득과 고소득 국가의 9.4%와 9.3%보다 높다.

세계 조산율, 출처: Chawanpaiboon, Saifon, et al. "Global, regional, and national estimates of levels of preterm birth in 2014: a systematic review and modelling analysis." The Lancet Global Health 7.1 (2019): e37-e46.

 

제왕절개와 같은 의도적인 조기 출산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조산은 비의도적이다. 조산의 원인은 다발성 임신, 감염, 당뇨, 고혈압과 같은 만성적인 상태와 관련되어 있지만, 종종 정확한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 조산에도 글로벌 사회학이 작용한다. 소위 선진국의 경우는 저출산과 출산 시기가 늦어지면서 고령 산모의 증가가 조산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지만, 저개발국들의 경우는 감염병에 의한 미숙아 출산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WHO의 <너무 일찍 태어남: 조산에 대한 전 지구적 행동 리포트>에 따르면 저소득국가의 극단적 조기 출산(임신 28주 이전 출산)아 사망률은 90% 이상이지만 고소득 국가에서는 이들의 사망률은 10%에 못 미친다. 미국의 경우 2009년 흑인의 조산율은 17.5%로 백인의 10.9%를 훨씬 상회했다.

조산과 미숙아 사망 예방법들

WHO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큐베이터와 같은 고가의 장비가 아니라도 조산과 미숙아 사망의 3/4을 예방하는 경제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첫째로, 1회 주사에 1달러 비용이 드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조산 위험의 산모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 주사는 미성숙한 태아 폐를 발달시키고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저소득 국가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10%에만 공급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일 년에 거의 40만 명의 아기들을 살릴 수 있다. 둘째로 탯줄 감염을 방지하는 살균 크림의 보급이다. 셋째는 신생아 사망의 주요한 원인인 감염을 막는 항생제의 보급이다.

이 방법들은 산모 혹은 태아 혹은 미숙아 어느 일방에 대한 처방이다. 이에 비해 캥거루 돌봄(Kangaroo Care)은 산모 혹은 부모와 미숙아 쌍방의 접촉과 소통을 통한 상호 치유 방법이다. 캥거루 돌봄은 아이를 포대기로 둘러 산모/부모의 맨가슴에 밀착 시켜 아이와 엄마/부모의 맨살을 접촉시키는 방법이다. 캥거루 돌봄은 미숙아의 생존에 매우 중요한 온기를 아이를 엄마 혹은 부모의 가슴과 밀착 시켜 유지한다. 캥거루 돌봄은 모유 수유를 용이하게 하며 지속적인 산모의 미숙아에 대한 관심을 유지시킨다. 전문가들은 이 돌봄으로 매해 45만 명의 미숙아를 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캥거루 돌봄, 출처: http://kangaroocareusa.org/

캥거루 돌봄(Kangaroo Care): 부모와 미숙아의 상호 소통

캥캥거루 돌봄은 1978년 콜롬비아 보고타에 있는 산 후안 데 디오스 병원의 산부인과 에드가 레이 사나브리아(Edgar Rey Sanabria) 박사가 처음 도입했다. 매년 11,000명의 신생아를 감당해야 했던 이 병원은 수많은 조산아와 제한된 인큐베이터의 과부하를 해결하기 위해 방법으로 산모가 저체중 아이들과 피부를 맞대는 피부 대 피부 돌봄(skin-to-skin care, SSC)을 지속할 것을 제안했다. 이 캥거루 산모 돌봄으로 신생아 사망률이 획기적으로 낮아졌다. 이 경험은 1981년 책으로 출판되자마자 국제적 관심을 끌었으며 유니세프가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캥거루 돌봄의 효과는 수많은 후속 연구들로 입증되었다. 조이 론(Joy E Lawn) 등 일련의 학자들의 2010년 캥거루 돌봄 효과에 대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캥거루 돌봄은 첫 주에 시작할 경우 인큐베이터 관리와 비교하여 체중이 2,000g 미만인 신생아 사망률을 51%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 주요 리뷰인 코크란 리뷰에 따르면 캥거루 돌봄으로 신생아 퇴원 후 사망률이 40%, 신생아 감염이 약 60%, 저체온증이 거의 80%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콘데-아우델로(Conde-agudelo)의 2011년 연구는 캥거루 돌봄의 다른 이점으로 모유 수유 증가, 체중 증가, 산모-아기 결합 및 발달을 꼽았다.

캥거루 돌봄, 인큐베이터 보다 아이의 생존과 발달에 긍정적 효과

인큐베이터는 최소 2만 달러라는 기계 가격으로 저소득국 병원에 널리 보급되기엔 어려움이 있다. 더구나 기계 가격보다 그 치료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한국의 경우도 보험이 적용되지 않을 경우 인큐베이터의 일일 비용은 2백만 원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캥거루 돌봄은 그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료시스템의 과부하를 막는다. 중요하게는 캥거루 돌봄은 인큐베이터가 제공할 수 없는 여러 장점을 제공한다. 캥거루 돌봄이 가진 장점으로 인해 이 방법은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졌다. 미국 전국 단위 의료시설조사에서 응답자의 82%가 캥거루 돌봄을 시행 중이라고 응답했다. 독일의 경우 미숙아를 위한 323개 기관 중 캥거루 돌봄 설문에 참여한 162개 기관 중 160개 기관이 이 방법을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2012년 유럽 8개국 신생아중환자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모든 곳에서 정기적으로 캥거루 돌봄을 시행하고 있었다. 이에 비해 한국은 2011년 신생아중환자실이 있는 6개 대학 병원 중 캥거루 돌봄 시도를 한 병원은 31%에 불과했다. 2017년 신생아중환자실이 있는 병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그 비율은 61.2%로 늘었으나 시도한 경험이 있을 뿐, 체계적인 실행이 되고 있지는 않았다.

2017년 국제 저널 소아과 에 게재된 나탈리 차르팍(Nathalie Charpak) 박사 연구진은 출생 당시 몸무게가 1.8kg 미만인 캥거루 돌봄 참가자 중 조사 당시 18세~20세 사이의 264명을 조사했고, 이 방법이 조기 사망에 대한 상당한 보호를 제공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인큐베이터 치료를 받은 아기의 사망률은 7.7%로 캥거루 돌봄 그룹(3.5%)의 두 배가 넘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캥거루 돌봄의 영향은 20년 후에도 지속돼 캥거루 돌봄을 받은 그룹의 평균 시간당 임금은 전통적 돌봄을 받은 그룹보다 거의 53% 더 높았고, 뇌 발달은 상당히 높았으며, 가정생활은 더 많은 양육과 보호를 받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아이들은 학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덜 공격적이고, 덜 과격하고, 덜 스트레스를 받았다. 캥거루 돌봄은 아래 도표에서 보듯 아기뿐만 아니라 산모 혹은 부모와 가족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이러한 포괄적인 이로움 때문에 요새는 캥거루 돌봄의 적용은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 그리고 미숙아뿐만 아니라 일반 아기들에게도 확대되는 추세다.

캥거루 돌봄이 아기와 산모, 가족에게 미치는 긍정적 영향

캥거루 돌봄의 구성과 방법

캥거루 돌봄은 우선 아기와 산모/부모 간 지속적인 피부 대 피부 접촉이 필요하며, 모유 수유 지원과 제공, 그리고 입원 중 아기와 부모의 격리 없는 돌봄과 퇴원 후 적절한 후속 진료란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캥거루 돌봄으로 아이는 체온을 유지하고 정상적인 영양을 보급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피부 대 피부 접촉으로 출생 후 빠르게 성장하는 미숙아 뇌의 발달에 도움이 되며, 소음과 빛 그리고 통증의 영향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한다. 이러한 캥거루 돌봄은 퇴원 후에도 아기의 뇌 발달에 지속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캥거루 돌봄은 자는 동안 뇌를 만드는 미숙아에게 수면 주기를 촉진해 신체 시스템 조절, 오감의 발달에 도움이 된다.

캥거루 돌봄 방법을 자세히 소개하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보건당국 안내서를 통해 캥거루 돌봄 방법을 알아보자. 우선 시작하기 전에 중요한 것은 이 방법을 잘 아는 의료진의 도움의 받는 것이다. 캥거루 돌봄을 하기 위해서는 아이와의 지속적 피부 접촉을 방해할 수 있는 요소들을 미리 해결해야 한다. 가령 화장실을 미리 갔다 오거나, 식사를 미리 하고, 가벼운 간식과 물을 주변에 둔다. 그리고 아이에게 안도감을 줄 수 있도록 화장품이나 흡연은 피한다. 조명을 약하게 하고, 소리를 낮추며, 아기가 산모의 가슴에 기댈 수 있도록 뒤로 젖혀지는 의자를 준비한다. 그러고 나서 아기의 기저귀를 갈고 체온을 잰다. 산모/부모는 맨가슴이 된 상태에서 포대기를 두른 채 아기를 가능한 한 오래 안는다. 모유는 캥거루 돌봄 전이나 도중, 또는 후에 짠다. 캥거루 돌봄으로 아이를 안은 상황에서 모유 수유 습관을 들이면 아기가 모유를 더 오래 먹을 가능성이 크다. 아기를 전체 수면 주기인 약 60분 이상 안으면 캥거루 돌봄의 이점을 체험할 수 있다.

아기를 안을 때는 최대한 부모의 몸이 아기에 밀착되도록 하며, 부모의 가슴을 낮추어 아기를 한 번에 부모의 가슴까지 올린다. 아기에게 각종 선과 관이 있는 경우 의료진이나 주변의 도움을 받아 조정한다. 포대기를 아기 몸에 두르고 포대기 끝이 아기의 어깨나 귓불 밑에 오게 한다. 가급적 더 오래 안고 있을수록 좋으며, 하루 24시간 아기를 안고 있을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다. 최근 핀란드 헬싱키 대학팀의 연구에 따르면 캥거루 돌봄 중 아기가 부모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노래를 불러주면 돌봄의 효과가 높아진다. 노래가 아니라도 아기에게 말을 하거나, 책을 읽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캥거루 돌봄으로 아기 안는 방법, 출처: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보건당국의 캥거루 돌봄 안내서

캥거루 돌봄 시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눕지 않고 반쯤 뒤로 젖힌 자세로 앉고, 아기를 가슴을 맞댄 채 똑바로 세워 안고, 아기의 얼굴이 포대기에 덮이지 않게 하며, 아기의 목은 똑바로 펴고, 아기의 두 다리와 두 팔은 굽힌 상태로 개구리 자세가 되게 한다.

인큐베이터 비용 때문에 저소득국가에서 시작됐던 캥거루 돌봄은 전 세계적으로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아기의 발달, 부모와의 연대와 애정, 조산 스트레스의 감소, 그리고 가족 간 유대는 인큐베이터가 주지 못하는 캥거루 돌봄만의 특성이다. 부모와 아이가 피부 대 피부를 맞대는 과정은 돈이 들지 않지만 풍부한 물질적, 비물질적 자원을 생산하며, 그 자원의 효과는 수십 년 후에도 지속 가능하다. 한국에서도 캥거루 돌봄이 모든 신생아중환자실에 정착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캥거루 돌봄이 의료인력에 추가업무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의료환경을 개선하고, 캥거루 돌봄에 대한 인식 전환, 체계적인 캥거루 돌봄 프로그램 훈련이 도입 이전에 혹은 도입과 함께 해결되어야 캥거루 돌봄이 다른 나라에서 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에도 정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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