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아트 슈피겔만] 미국 코믹북 슈퍼히어로: 나치에 대한 저항 속에서 현세의 구원주로 탄생한 초인들

Zigzag 2023. 6. 17.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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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마블 코믹스는 단지 미국 만화시장뿐만 아니라 할리우드를 장악해 전 세계 영화시장을 장악하고 심지어 더 작은 화면의 TV 시리즈물을 통해 각국의 안방시장까지 파고들고 있다. 나치 독일이 2차 대전의 포문을 열던 1930년대 후반, 이 마블 코믹스 그리고 DC의 슈퍼히어로물은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유대인들과 그 가족 그리고 이민자들의 손에 의해 탄생되었다. 슈퍼히어로는 내세 대신 나치에 맞서 인류를 구원하는 현세의 구원자들이었다. 특히 이상화된 전형적 DC의 슈퍼히어로와 달리 인간적 고뇌와 어두운 단면을 안고 있던 마블의 슈퍼히어로들은 수많은 청소년과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이전까지 미국은 2차 대전 참전을 주저해 왔지만 이미 그 1년 전인 1940년에 탄생한 캡틴 아메리카의 첫 호는 주인공 캡틴 아메리카가 히틀러의 턱에 강펀치를 날리는 장면을 표지로 찍어 내면서 사람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글은 우리에게는 아우슈비츠의 참상을 생생하게 담아낸 그래픽 노블 '쥐: 한 생존자의 이야기'(Maus: A Survivor's Tale)로 잘 알려진 아트 슈피겔만(Art Spiegelman)의 Guardian 2019년 9월 17일 자 기고 Art Spiegelman: golden age superheroes were shaped by the rise of fascism의 번역으로 원래 마블이 일러스트 전문 출판사인 폴리오 소사이어티(Folio Society)와 야심 차게 준비했던 '마블: 황금기 1939-1949"(Marvel: The Golden Age 1939–1949, 2019년 9월에 출판됨)으로 출판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슈피겔만이 트럼프를 마블의 악당 '레드 스컬'에 빗대 '오렌지 스컬'이라고 비판하는 구절이 자신들의 '비정치적' 방침과 다르다는 이유로 출판사는 이 부분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거부한 슈피겔만은 자신의 서문을 철회하고 대신 이를 가디언에 기고했다. 이 글에서 그는 미국 코믹북에서 슈퍼히어로의 탄생 배경, 슈퍼히어로와 유대인 및 이민자들과의 관계, 슈퍼히어로들이 상징하는 것과 그것이 오늘날의 정치에 던지는 함의에 대해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슈피겔만은 이 글에서 슈퍼히어로의 등장 자체가 정치적이며 전혀 '비정치적'일 수 없음을 그 탄생과 발전의 역사를 통해 드러냈다. 그리고 그는 이 슈퍼히어로들의 탄생과 발전사가 오늘날의 정치에도 유의미하다고 말하고 있다.

아트 슈피겔만: 황금기의 슈퍼히어로들은 파시즘의 부상에 의해 형성되었다

Art Spiegelman

캡틴 아메리카 실사... '어벤저스'(The Avengers, 2012). 사진: : REX/c.W.Disney/Everett

유대인 이민자들에 의해 뉴욕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코믹북(comic book) 슈퍼히어로들은 나치의 위협과 싸울 수 있는 신화적 구원자들이었다. 그들은 우리 시대의 어두운 정치에 대해 말한다

어두웠던 20세기에 코믹북들은 어린이들과 지적 장애가 있는 성인들을 위한 저질의 쓰레기로 여겨졌다. 서투르게 쓰여지고, 급하게 그려지고, 형편없이 인쇄되었다. 현재 마블 코믹스(Marvel Comics)로 알려진 것의 설립자이자 출판인인 마틴 굿맨(Martin Goodman)은 스탠 리(Stan Lee)에게 이야기를 박식하게 쓰거나 캐릭터 개발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냥 그들에 많은 액션을 주고 너무 많은 단어를 사용하지 마세요." 이 공식이 그렇게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생명력 있는 작품으로 이어진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 코믹북 형식은 1933년에 반 타블로이드 형식으로 인기 있는 신문 연재만화 모음집을 재인쇄하여 신문 부록 인쇄를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던 인쇄 판매원  맥스웰 게인스(Maxwell Gaines)의 공으로 돌릴 수 있다. 실험을 위해 그는 무료 팸플릿 몇 개에 10센트짜리 스티커를 붙였고 지역 신문 가판대에서 그것이 순식간에 매진되는 것을 보았다. 곧 소수의 출판사에서 유명한 재미있는 만화를 모아서 코믹북으로 만들게 되었고 저렴한 재인쇄 비용으로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하게 되었다. 이 새로운 소재는 대부분 기존 신문 만화의 3류 모방물이나 모험, 탐정, 서부 또는 정글 저질물을 모방한 장르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이 지적한 바와 같이, 모든 매체는 자신의 목소리를 찾기 전에 선행하는 매체의 내용을 수용한다.

10대 작가 지망생인 제리 시겔(Jerry Siegel)과 젊은 예술가 지망생인 조 슈스터(Joe Shuster)를 들어보자. 꽤 멋진 것으로 받아들이기 수십 년 전에 이 둘은 모두 괴짜의 소외된 유대의 부적응자들이었다. 그들은 신디케이트 만화들(여러 신문에 동시에 연재되는 만화 - 역자 주)이 가져올 수 있는 명성, 부, 그리고 소녀들의 감탄하는 눈빛을 꿈꾸면서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의 가치와 진실과 정의를 위해 싸우는 죽어가는 행성에서 온 초인적인 외계인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발전시켰다. 게인스가 액션 코믹스의 13페이지 분량의 슈퍼맨 샘플을 한 페이지에 10달러(캐릭터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함하는 수수료)에 구입하기 전까지 이 소년들의 아이디어는 순진하고, 유치하며, 미숙하다는 이유로 신문 신디케이트에 의해 거부되었다. 시겔과 슈스터의 창작물은 매체를 정의하게 된 완전히 새로운 장르의 모델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은 그들의 창작물이 출판사에 가져다준 큰 보상이 사취당하는 창작자들에게 비극적인 패러다임이었다.

슈퍼맨의 창작자 제리 시겔(Jerry Siegel)과 조 슈스터( Joe Shuster)는 그들의 창작물이 출판사에 가져다 준 큰 보상을 사취당했다. 사진: Bettmann/Bettmann Archive

1938년 6월 현재 DC 코믹스로 알려진 액션 코믹스 #1(Action Comics #1)에서 슈퍼맨이 데뷔하면서 만화의 황금기(golden age)*를 시작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시겔과 슈스터는 새로운 원형, 혹은 더 정확히는 새로운 고정관념을 만들어냈으며, 1940년까지 그것이 아이들로 하여금 매달 수백만 개의 10센트를 쓰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을 때, 모방자들의 무리가 이 황금시대에 황금을 쫓으며 하늘로 4색 영웅들(four-colour heroes, 당시 영웅들과 코믹북에는 4개의 색이 주로 사용됨 -역자 주)의 무리를 쏘아 올렸다. 슈퍼맨의 유치한 천진난만함은 사실 매력의 일부로 여겨져 그들의 판타지의 대부분이 논리적으로 지루한 삼류 소설보다 훨씬 자유로웠던 새로운, 특히 어린이 친화적인 종류의 이야기로 젊은이들을 초대했다. 원색과 2차 색의 도해적 시각으로 표현된 이 모든 것들은 각 페이지를 극장의 커튼으로 만들어 막이 오르면 새로운 안구 박동과 … 동작을 유도할 수 있다.

* 역자 주: 여기서 '황금기' 혹은 골든 에이지란 단지 전성기를 의미하기보다는 특정한 시기를 지칭한다. 황금기란 1930년대 후반부터 대략 2차 대전 후 1940년대 후반 혹은 1950년대 중반까지의 시기를 가리킨다. 이 시기는 신문연재물을 넘어 코믹북들이 등장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시기이다. DC와 마블의 슈퍼히어로들이 등장하여 후속하는 슈퍼히어로물들의 기반을 닦은 시기이다. 이어지는 실버 에이지는 1950년대 중반 이후부터 1970년대까지로 슈퍼히어로들이 황금기 때보다 좀 더 현실적인 특징을 띠게 된다. 따라서 DC보다 슈퍼히어로들의 성격이 좀 더 복잡한 마블의 약진이 눈에 띈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는 보통 브론즈 에이지로 불리며 1960년대 세계를 휩쓴 저항운동의 영향과 함께 사회적 문제가 반영된 슈퍼히어로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1980년대 중반 이후는 소위 모던 에이지로 확실히 선악과 흑백의 이분법에 기초한 슈퍼히어로물 대신, 보다 복잡한 성격의 슈퍼히어로물 그리고 안티 히어로들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며, 슈퍼히어로들의 고뇌와 위기가 강조된다. 동서냉전의 붕괴는 슈퍼히어로물에서 기존의 이분법적 구도를 파괴하는 역사적 배경이 된다.

슈퍼맨은 1938년에 처음 등장했다. 사진: Hulton Archive/Getty Images

몇몇 선정적 저질물의 유행을 선도하는 출판자인 굿맨은 슈퍼히어로 파도를 처음 타본 사람들 중 한 명으로 1939년 10월 마블 코믹스의 첫 번째 발행물로 즉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첫 번째 인쇄는 80,000부의 추가 재인쇄가 뒤따랐다.) 이 콘텐츠는 콘셉트부터 완성된 예술 작품까지 완성된 만화를 제작할 수 있는 만화 패키지 회사인 퍼니즈 사(Funnies, Inc.)가 비용을 낮게 유지하고자 하는 신생 출판사들을 위해 제공했다. 이 "가게"(shops)들은 의류제조지역의 노동착취 공장과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거기서는 많은 예술가들의 가족들이 일했다. 출근부에 도장을 찍으며 많은 손(스크립트 작가, 펜슬러, 잉커, 레터러)**이 거의 동시에 원본 페이지를 작업을 하면서 보통 청부의 형태로 행해지는 이것은 예술 형태라기보다는 작은 산업이었다.

** 역자 주: 스크립트 작가(script-writers)는 만화의 기본 스토리를, 펜슬러(pencillers)는 기본 스케치를, 잉커(inkers)는 펜슬러가 넘긴 스케치에 명도를, 레터러(letterers)는 스크립트를 만화에 맞게 배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것은 풋풋한 청년들을 모집하면서 오랜 일꾼들 그리고 심지어 (2차 세계대전이  만화에 대한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시켰던 많은 젊은이들을 징집했을 때) 여성, 유색인 및 다른 외부자(그런데, 그 외부자들은, 여전히 오랫동안 전체 매체의 시금석이었던 인종차별주의적이고 성차별적인 고정관념을 제공해야 했다.)를 쓸어 왔다.

이 시점에서, 뉴욕에 기반을 둔 이 초기 매체의 배후에 있는 개척자들이 주로 유대인이었고 소수 민족 출신이었다는 것을 지적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인종적 자부심에서가 아니라, 초기 만화의 구체적인 주제에 대해 조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지 시겔과 슈스터뿐이 아니라, 최근 이민자들과 그들의 아이들(대공황의 파괴에 가장 취약한)을 망라하는 전 세대였는데 그들은 독일에서 증오에 찬 반유대주의의 부상에 특히 적응했다. 그들은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피곤한 당신, 가난한 당신, 자유롭게 숨쉬기를 갈망하는 움츠린 대중 당신"을 환영하는 국가를 위해 싸운 미국의 초인들(Übermenschen, 니체 철학에 등장하는 초인[Übermensch]의 복수형 - 역자 주)을 만들었다.

캡틴 아메리카의 공동 창작자인 잭 커비와 조 사이먼. 사진: Anonymous/AP

클라크 켄트(Clark Kent, 슈퍼맨의 평상시 이름 - 역자 주)와 같은 비밀스러운 정체성을 채택한 세속적인 유대인들 중 몇 명의 이름을 확인해 보자. 게인스는 막스 긴즈버그(Max Ginzberg)로 태어났고, 굿맨의 부모는 리투아니아 빌뉴스(Vilnius)에서 이민을 왔다. 잭 커비(Jack Kirby, 원래 이름은 제이콥 커츠버그[Jacob Kurtzberg])는 그와 동향인 조 사이먼(Joe Simon)과 함께 캡틴 아메리카를 공동 창작한 인물로 뉴욕 로어 이스트 사이드의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마블 코믹스의 얼굴이 된 스탠 리는 굿맨의 아내의 사촌으로, 스탠리 리버(Stanley Lieber)라는 17세 사무실 소년으로 친족 관계로 고용되었다. 비록 광고와 출판의 상위 영역에서 환영받지는 못하지만, 그들은 모두 밑바닥에서 그들의 틈새시장을 찾을 수 있었다.

이 만화 공장들의 미숙한 예술가들은 마감 시한 압박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들은 서로를 모방하고 알렉스 레이먼드(Alex Raymond, 플래시 고든, 비밀 요원 X-9), 할 포스터(Hal Foster, 타잔, 발리안트 왕자), 밀턴 카니프(Milton Caniff, 테리와 해적)와 같은 신문 어드벤처 만화의 대가들로부터 직접 훔침으로써 그들의 기술을 습득했다. 한편, 마블 코믹스 #1에서 주역인 '휴먼 토치'(Human Torch)를 만들어낸 칼 부르고스 (Carl Burgos, 원래 이름은 맥스 핀켈슈타인[Max Finkelstein])는 "만약 그들이 레이먼드나 카니프를 원한다면 그들은 레이먼드나 카니프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비참한 그림은 모두 내 것이었습니다." 작가이자 예술가인 그의 초기 그림 기술은 직관적인 시각적 스토리텔링 능력에 의해 뒷받침되었고 영감을 받은 캐릭터 휴먼 토치에 적용되었다. 의인화된 빨간색과 노란색 불꽃 줄기인 이 캐릭터는 독자의 눈 속으로 타들어가는 그래픽적인 강렬함을 가지고 초기 코믹북이 길들여지기 전의 날것의 거친 에너지를 인격화했다.

퍼니즈 사 부르고스의 동료인 윌리엄 블레이크 "빌" 에버렛(William Blake “Bill” Everett)은 만화에서 이상한 인물이었다. 우선, 그는 유대인이 아니었다. 에버렛은 300년 된 매사추세츠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고 실제로 그의 이름을 딴 사람의 직계 후손이었다. 그는 아웃사이더의 지위에 있었는데 이는 12살 때부터 술을 많이 마셨고 하루에 세 갑씩 담배를 피우는 습관을 가지고 있던 그의 중독적인 성격을 통해 만화에 끌어들였다. 혹은 그를 음주로 끌어들인 것이 아마 아웃사이더적인 민감성일 수 있다. 그는 코믹북스에서 일한 가장 재능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유연하게 그림을 그렸고, 여러 장르에 익숙했으며, 독자들의 눈이 이야기 속을 유유히 헤엄치면서 묻혀 있는 시각적 보물들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드는 페이지 디자인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캡틴 아메리카가 처음 출판된 후, 독일 미국인연맹(German American Bund)과 미국제일주의자(America Firsters)는 출판사 사무실에 증오를 담은 우편물과 외설적인 전화를 퍼부었다.

그의 소외된 안티 히어로인 네이머 서브 마리너(Namor, the Sub-Mariner)는 20년 후 마블 유니버스를 가득 채울 골칫덩어리 등장인물들의 선조였다. 1940년대에 서브 마리너는 독특했다. 그것은 덜 초라한 DC 코믹스 동네에 살았던 네모나고 각진 턱의 자경단 감상적 박애주의자와 뚜렷한 대조를 이루었다. 바다나 공중에서 결코 완전히 안주하지는 않았지만, 네이머는 그의 보완적인 반대자인 휴먼 토치보다 도도하고, 오만하고, 더 변덕스러웠다. 그러나 물과 불이 합쳐지면서 마블 코믹스는 완전히 끓어올랐다.

1940년 말, 진주만 공습이 있기 1년여 전, 나치가 런던에 전격전을 하는 동안, 굿맨에 의해 퍼니즈사의 기업가적 프리랜서인 사이먼은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편집하는 데 고용되었다. 사이먼은 그와 커비가 꿈꾸었던 새로운 슈퍼히어로의 표지 콘셉트를 그에게 보여주었다. 여기서 거대한 이두박근과 강철 복근을 가진 미국 국기 같은 옷을 입은 영웅이 방금 나치 본부에 쳐들어가 강펀치로 히틀러의 턱을 강타해 넘어뜨렸다. 굿맨은 이 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고 벌벌 떨기 시작했고 1941년 3월 자 캡틴 아메리카 1호가 독자들에게 도달할 때까지 노심초사했다. 굿맨은 코믹북이 나오기 전에 누군가 히틀러를 암살할까 봐 두려워했었다!

캡틴 아메리카는 모집 전단이었고, 슈퍼맨이 여전히 싸구려 배신자, 파업 파괴자, 탐욕스러운 지주, 렉스 루터(Lex Luthor)와 싸우고 있을 때 실제 나치 슈퍼 악당들과 싸웠다. 그리고 미국은 여전히 분쟁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사이먼과 커비의 코믹북이 전쟁 내내 한 달에 거의 백만 부가 팔리며 엄청난 히트를 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1941년에 모든 사람이 팬이었던 것은 아니다. 사이먼에 따르면, 독일 미국인연맹(German American Bund)과 미국제일주의자(America Firsters)는 출판사 사무실에 증오를 담은 우편물과 "유대인들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는 외설적인 전화를 퍼부었다. 실제 슈퍼히어로인 피오렐로 라 과르디아(Fiorello La Guardia) 시장은 전화를 걸어 "뉴욕시는 당신에게 어떤 해가 오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라며 그를 안심시켰다.

"나는 만화 형식을 좋아한다." 마블 이슈 모음. 사진: Alamy

커비의 비대한 근육직의 초역동적 인물들은 인간 신체를 압도했다. 톱날 같은 칸(panel)들과 펼쳐진 양면(spread)에서 튀어나올 때 그의 등장인물들은 호전적이고 유머감각이 없으며, 외골수이며, 화가 났다. 그의 예술은 전쟁 기간뿐만 아니라 그 이후로 슈퍼히어로 액션의 풍조를 확립했다.

커비가 진정한 전쟁영웅일 뿐만 아니라 만화책 창작자로서도 다방면에서 진짜배기였던 것은 알지만, 그가 정한 틀에서 성장한 슈퍼히어로 장르에 관해서는 내가 맹점을 갖고 있음을 고백한다. 내가 12살이었을 때도, 슈퍼히어로들은 나의 메타돈(methadone, 마약중독 치료제 - 역자 주)이었다. 나는 매드(Mad)와 같은 풍자 잡지와 내가 공공 도서관의 장정된 책에서 발견한 오래된 신문 만화에 깊이 중독되었다. 나는 도널드 덕(Donald Duck)과 리틀 룰루(Little Lulu)처럼 좀 더 성숙한 것을 선호했다. 알다시피, 나는 만화의 형태를 좋아한다. 서로 섞인 단어들과 그림들로 가득 찬 페이지들, 내러티브의 정수를 캐내기 위해 비교하고 대조해야 하는 모든 작은 칸들, 그리고 나는 만화 언어의 모든 악센트에서 이상한 특이점들을 숭배한다.

오늘날 너무나 현실적인 세상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가장 사악한 악당인 레드 스컬(Red Skull)이 스크린에 살아있고 오렌지 스컬(Orange Skull)이 미국을 괴롭힌다.

슈퍼히어로를 만화의 알파요 오메가로 보는 사람들은 황금기의 끝을 장르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 전후 1940년대 어느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더 이상 열망하고 사로잡힌 청중이 아닌 미몽에서 깨어난 미군병사들은 전쟁에서 승리한 것이 캡틴 아메리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수도 있다. 그것은 아마 러시아인들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제대군인들은 만화책의 습관에서 벗어나거나 다른 장르로 관심을 옮겼다. 범죄, 카우보이, 로맨스, 공포, 전쟁을 주제로 한 만화들은 나이 든 독자들을 위해 디자인된 좀 더 성숙한, 심지어는 선정적인 내용으로 번창했다.

나는 황금기의 끝을 1954년으로 추정한다. 이 매체가 순전히 어린이들을 위한 것이고 그들을 청소년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는 잘못된 가정에 기반한 도덕적 공황은 만화책을 불태우고 미국 상원 청문회를 개최하게 했고 결국 많은 출판사들을 파산시키고 나머지에게 타격을 입혔다. 1956년에 소위 건전화된 슈퍼히어로들은 이 매체에서 생명 유지 장치를 제거했지만(현재는 실버 시대의 시작으로 환영받는다) 매체는 전성기에 코믹북으로서 가지고 있던 유비쿼터스함을 결코 되찾지 못했다. 영화로서, 그들은 세계를 정복했다!

황금기에 망토를 입은 사람이 고층 빌딩을 날아다니거나 뉴욕을 잔해로 만들고 싶다면 코믹북 칸들이 가장 만족스러운 배달 시스템이었다. 21세기에는, CGI의 기적 덕분에, 만화를 읽어본 적이 없거나 그래픽 노블을 들어본 적이 없는 전 세계의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만화의 DNA를 구현한 새로운 신들을 숭배하기 위해 멀티플렉스에 간다.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Captain America: The First Avenger, 2011)의 레드 스컬. 사진: Allstar/Marvel Studios

최초의 슈퍼히어로를 창조한 젊은 유대인들은 대공황 속에서 그들을 둘러싼 위협적인 경제적 혼란에 대처하기 위해 신화적인 거의 신과 같은 세속적인 구세주를 주술로 불러냈고 임박한 세계 전쟁에 대한 그들의 예감을 구체화했다. 만화는 독자들이 무적의 영웅들에게 자신을 투사함으로써 환상 속으로 도피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아우슈비츠와 히로시마는 현실 세계의 사건보다 어두운 만화책 대격변으로 더 의미가 있다. 오늘날 너무나 현실적인 세상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가장 사악한 악당인 레드 스컬(Red Skull)이 스크린에 살아있고 오렌지 스컬(Orange Skull)***이 미국을 괴롭힌다. 국제 파시즘은 다시 크게 부각되고(우리 인간은 얼마나 빨리 잊는가, 이 황금기 만화들을 열심히 공부하세요, 소년소녀 여러분!), 2008년 세계 경제 붕괴 이후 일어난 혼란은 우리를 지구 자체가 녹아내릴 것 같은 지점에 이르게 했다. 아마겟돈은 왠지 그럴듯해 보이고 우리는 모두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힘을 두려워하는 무기력한 아이들이 되어 꿈의 예배당에서 스크린을 가로질러 날아다니는 슈퍼히어로들에게서 휴식과 해답을 찾고 있다.

*** 역자 주: 슈피겔만이 지칭하는 오렌지 스컬은 트럼프를 지칭한다. 아래의 슈피겔 글에서도 언급되지만, 마블 코믹스의 호화 편집본 '마블: 황금기 1939-1949'(Marvel: The Golden Age 1939–1949, 2019년 9월에 출판됨)의 서문을 써달라는 출판사의 요청을 받고 쓴 슈피겔만의 글은 트럼프를 빗댄 이 "오렌지 스컬"이란 표현 때문에 원문 그대로 게재가 불가하며 부분 삭제 요청을 받았다. 2019년 당시 슈피겔만의 서문 일부가 출판사로부터 거부되었다는 사실은 가디언을 포함해 세계 주요 매체들에 의해 크게 보도된 바 있다. 슈피겔만은 그 제안을 거부하고 자신의 서문을 철회했다. 슈피겔만이 쓴 원본은 위의 단락에서 끝나며 아래의 "만화책의 내용이 우리의 영화를 납치하는 동안...."이하의 세 단락은 가디언 기고 버전에서 추가되었다. 슈피겔만은 코믹북 슈퍼히어로들의 탄생사 자체가 정치적이며 결코 '비정치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이 글을 통해 말하고 있다. 아래의 추가된 단락은 '마블: 황금기 1939-1949'에 대한 자신의 서문에 관여했던 마블이 이 서문을 왜 불편해 했는가를 밝히고 있다. 슈퍼히어로들의 탄생과 발전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정치적일 수밖에 없음을 그는 자신의 원래 서문 출판을 둘러싼 권력의 개입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만화책의 내용이 우리의 영화를 납치하는 동안, 만화의 형태는 교묘하게 그래픽 노블로 위장되어 우리 문학 문화의 남은 부분에 침투해 왔다. 1947년부터 호화로운 삽화책을 출판해 온 폴리오 소사이어티(Folio Society)가 황금기 마블 코믹스를 호화롭게 편집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들은 그래픽 노블 작가이자 코믹북 학자인 나를 이 책에 대한 서문을 써달라고 초대했다. 아마도 그들은 내가 그 노력을 존경심으로 가려 줄 수 있다고 잘못 판단했을 것이다.

나는 6월 말에 에세이를 제출했는데, 여기에 보이는 것*과 실질적으로 같다. 후회하는 폴리오 소사이어티 편집자는 마블 코믹스(분명히 이 책의 공동 출판자인)가  이제 "비정치적"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출판물이 정치적 입장을 취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나에게 말했다. 나는 레드 스컬을 언급하는 문장을 수정하거나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거나 도입부를 출판할 수 없었다. 나는 내 동료 여행자들과 비교했을 때 나 자신을 특별히 정치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오렌지 스컬에 대한 비교적 무해한 언급을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나는 아마도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끔찍한 실존적 위협에 대해 장난치는 것이 무책임할 수 있음을 깨닫고 내 도입부를 철회했다.

이번 주 내 뉴스피드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우연히 나타났다. 억만장자 회장이자 마블 엔터테인먼트의 전 CEO인 아이작 "아이크" 펄머터(Isaac “Ike” Perlmutter)가 비공식적이고 영향력 있는 고문이자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대통령의 엘리트 마라라(Mar-a-Lago)고 클럽의 일원인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의 오랜 친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펄머터와 그의 아내는 최근 오렌지 스컬의 2020년 '트럼프 승리 공동 모금 위원회'(Trump Victory Joint Fundraising Committee)에 각각 36만 달러(최대 허용치)를 기부했다. 모든 것이 정치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배워야 했다... 캡틴 아메리카가 히틀러의 턱을 강타하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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