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시절 마르크스주의 활동에 몸을 담았던 사카모토 류이치였지만, 그는 자신의 음악에 정치적 메시지를 담는 것에 엄격하게 선을 그어왔다. 물론 그것이 그가 신시사이저와 클래식 악기, 민속 악기, 자연의 소리 그리고 세계 곳곳의 음악의 결합을 통해 시대를 해체하고, 냉소하고, 비판했다는 것마저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이 '기적의 경제'로 무한한 소비주의의 세계를 열어젖히던 1980년대에 사카모토 류이치는 동서양의 다양한 음악, 전통과 첨단, 냉정과 열정, 노골적인 글로벌화와 은둔적인 일본 지역주의하는 미학적 모순을 결합하여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전후 일본에 대한 번뜩이는 냉소적인 패러디를 음악적으로 재현했다. 1990년대 다소 장황하고 과장됐던 그의 작업은 2000년대 들어 창조적인 디지털 미니멀리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