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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정치의 주류였던 중도 우파의 몰락: 그 원인과 경향 그리고 의미

Zigzag 2024. 8. 9.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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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정치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중도 우파와 중도 좌파의 경합이었다. 하지만 중도 우파는 중도 좌파보다 훨씬 오랜 집권해왔으며, 1980년대 신자유주의의 득세와 함께 중도 좌파가 쇠퇴하면서 중도 우파는 실질적으로 서구 정치의 주류 세력으로 자리잡았었다. 하지만 최근 중도 우파의 몰락은 너무나도 또렷하다. 프랑스, 영국, 독일,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중도 우파 혹은 전통적 보수당은 몰락하거나 기존의 중도 성향에서 벗어나 급격히 우향우하고 있다. 이 글은 제레미 클리프(Jeremy Cliffe)의 영국의 유명 시사문예지 New Statesman의 2023년 2월 17일 자 기사 The strange death of the centre right의 번역으로 서구 정치의 주류였던 중도 우파가 왜 몰락하고 있으며, 그것이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1년 전에 나온 글이지만 여전히 유효하며, 서구 정치의 미래를 가늠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유용한 글이다.

중도우파의 이상한 죽음

10년 전만 해도 중도우파는 우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오늘날 서구 전역에서 전통적 보수주의에 대한 지지가 줄어들고 있다. 이렇게 지배적인 정치세력이 어떻게 그렇게 몰락했을까?

1935년에 출판된 영국 자유당의 이상한 죽음(The Strange Death of Liberal England)은 19세기와 20세기 초반의 전성기부터 전간기(interwar)의 무의미함에 이르기까지 자유당의 쇠퇴를 서술했다. 이 책의 영국계 미국인 저자인 조지 데인저필드(George Dangerfield)는 주로 선거 통계를 통해서가 아니라 한때 영국인들의 삶의 지배적 영역을 차지했던 세력이 깊고 지속적인 사회적 변화에 굴복하는 것을 차트 화함으로써 그 쇠퇴를 서술했다. 그는 참정권 운동, 노동조합, 계급 정치의 부상과 같은 요인들이 특정 사회적 집단(milieu)의 쇠퇴와 동시에 일어났다고 주장했는데, 그 집단은 바로 "영국의 전형이라 일컬어지는 존경스럽고 열정적인 특이한 분위기와 함께 자유주의를 담지한 부르주아 빅토리아시대의 영국인"으로 그들은 "자유와 자유무역, 그리고 진보를 믿었다."

데인저필드의 접근 방식은 우리 시대의 정치적 쇠퇴에 대한 위대한 이야기에 잘 어울린다. 중도좌파 정당의 '파속화(Pasokification, 2010년대 그리스 위기로 그리스 파속당[Pasok party]의 붕괴에서 파생된 용어)의 비애에 대해 많은 글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조 바이든(Joe Biden), 올라프 숄츠(Olaf Scholz),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Pedro Sánchez,) 호주의 앤서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및 기타의 인물들이 모두 증언할 수 있듯이 이러한 부고는 이제 시기상조로 보인다. 이대로 간다면 내년에 키어 스타머(Keir Starmer)가 그들의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며 전통적으로 주류를 이루는 우파 정당이 이끄는 서구의 주요 국가는 남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심지어 파속 자체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오늘날 가장 문제가 많은 것으로 보이는 것은 중도우파로 이들은 그러한 문제는 중도좌파가 직면한 것보다 훨씬 더 피해를 주고 지속적인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은 마땅한 관심을 받지 못했다. 정치학자 팀 베일(Tim Bale)과 크리스토발 로비라 칼트바서(Cristóbal Rovira Kaltwasser)는 '포퓰리즘의 물결을 타다'(Riding the Populist Wave, 2021)에서 "최근 몇 년 동안 학자들은 사회 민주주의의 쇠퇴와 포퓰리즘 급진 우파의 부상에 너무 많은 관심을 기울여서 주류 우파에 덜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2010년대 초반의 정치 지형을 조사해 보라.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 영국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 Sarkozy)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독일 총리, 도날드 투스크(Donald Tusk) 폴란드 총리는 모두 본질적으로 토리주의(Toryism, Gaullism), 드골주의(Gaullism), 기독교 민주주의 등 자국의 전통적인 보수적 전통의 화신이었다. 비슷한 인물들이 스칸디나비아(스웨덴의 프레드릭 라인펠트[Fredrik Reinfeldt], 덴마크의 라스 뢰케 라스무센[Lars Løkke Rasmussen])와 이베리아(스페인의 마리아노 라호이[Mariano Rajoy])를 지배했다. 겉으로는 정통 보수주의자인 빅토르 오르반(Viktor Orbán)이 막 헝가리 총리직을 되찾았다. 대서양 건너편에서는 민주당이 백악관을 차지했다. 그러나 2012년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의 도전자는 흠잡을 데 없는 주류 공화당원이자 전 자유주의 매사추세츠 주지사였던 미트 롬니(Mitt Romney)였다. 북쪽에서는 자칭 버크 보수주의자(Burkean conservative)인 스티븐 하퍼(Stephen Harper)가 캐나다 정치를 장악했다.

일러스트: JONATHAN MCHUGH

오늘날의 그림은 확연히 다르다. 이들 국가 모두에서 이들 지도자들이 대표하는 온건 보수 성향은 배제되었다. 이들은 같은 당 내의 강경파 세력에 의해 대체되었거나 더 우익에 있는 다른 정당에 의해 대체되었거나 강경파와 협력하기 시작했거나 아니면 정치 체제 내에서 부분적으로 또는 전체적으로 소외되었다. 한 가지 주목할만한 사례(오르반의 경우)에서는 이 중도우파는 자체 급진화되었다. 몇몇 국가에서는 이러한 일이 동시에 발생했다. 그리고 데인저필드가 기록한 영국 자유주의의 종말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사례는 선거 추의 변동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오히려 그들은 깊은 사회학적, 사회 경제적 변화, 한때 온건한 보수주의를 기반으로 삼았던 서구 대부분의 특정 삶의 영역의 쇠퇴, 그리고 아마도 이들의 이상한 죽음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서부 중도우파의 쇠퇴에는 인수(takeover), 파편화(fragmentation), 축소(shrinkage) 및 우경화(rightwards drift)라는 네 가지 주요 힘들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때 미미한 요인이었던 인수인수(takeover)는 단순다수대표선거제(first-past-the-post electoral system)를 가진 국가에서 가장 두드러지는데, 이들 나라에서 정당은 분열되기보다는 내부 변화를 겪는 경향이 있다. 영국에서 한때 토리당의 변방에 있었던 브렉시트 파는 원 네이션(One Nation) 진영에 크게 승리했다(이 과정은 비록 카메론 총리 치하에서 이미 시작된 과정이기는 했지만, 특히 그의 독단적인 경제 정책의 경우는 더 그랬다). 미국에서는 트럼프와 트럼프식 요소가 공화당을 지배하고 있으며 등록 유권자의 3분의 2는 바이든이 2020년에 합법적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 1월 11일 뉴욕 타임스는 브렛 스티븐스(Bret Stephens)와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 간의 대화를 게재했다. 아마도 2023년 데인저필드의 자유주의 영국 신사에 해당하는 두 명의 중도 공화당 칼럼니스트는 그들의 새로운 정치적 고향의 상실(political homelessness)에 대해 한탄했다. 브룩스는 "트럼프는 부도덕, 부정직, 편협함 등 종말론의 세 기수를 데려왔습니다."라고 애통해했다. "그 모든 것에 공모한 이 당은 저에게는 죽은 것입니다."

소규모 정당이 더 쉽게 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비례 투표 시스템에서는 파편화(fragmentation)가 더 흔했다. 예를 들어, 덴마크에서는 2021년 전 총리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Lars Løkke Rasmussen)이 우경화로 인해 벤스트라(Venstre, 번역하자면 좌파당이지만 이념적으로 보수 중도 우파 정당이다 - 역자 주) 정당과 결별하고 새로운 중도 정당인 온건당(Moderates)을 창당했는데, 이후 벤스트라의 득표율이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스웨덴에서는 중도우파 온건당(Moderate party)은 너무 많은 지지기반이 극우 스웨덴 민주당(Sweden Democrats)으로 빠져나가 작년 선거에서 그들에게 압도당했고 집권하기 위해 그들과 거래를 해야 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한쪽에서는 극우파, 다른 쪽에서는 중도좌파의 압력으로 중도우파가 지속적으로 축소(shrinkage)되었다. 브라질에서는 중도우파가 항상 대선 결선투표에 나섰지만 우파인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가 부상하면서 중도우파가 주변화됐다. (지난해 선거에서 중도우파 후보였던 시몬 테베트[Simone Tebet]는 4%의 득표율에 그쳐서 첫 번째 라운드 이후 중도 좌파인 룰라를 지원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Silvio Berlusconi)의 포퓰리스트 우파인 전진이탈리아(Forza Italia)조차 "중도우파"였을 정도로 조르지아 멜로니(Giorgia Meloni)의 포스트파시스트 이탈리아의 형제들(Brothers of Italy)에 의해 잠식당하고 있으며(이 당은 이제 처음으로 국가 정부를 이끌고 있다) 그보다 오래 버틸 수 없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가장 널리 퍼진 추세는 우경화(rightwards drift) 일 것이다. 이는 보수 정당 전체가 점차 강경화 되고 과거의 온건한 정치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는 미국, 호주, 캐나다, 스웨덴, 덴마크, 오스트리아, 영국 등 여러 곳에서 나타나는 이야기의 일부이다. 망명 신청자의 르완다 돌려보내기, 항의권의 권위주의적 억압 등 보수당의 정책에서 이러한 표현을 찾을 수 있다. 가장 극단적인 사례는 헝가리의 오르반으로, 그는 한때 주류 보수주의자였지만 권위주의적 퇴보의 대명사가 됐다.

덜 극단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우경화의 눈에 띄는 사례는 스페인과 독일이다. 두 정당 모두 이전에 꾸준하게 온건한 합의 중개인(마리아노 라호이[Mariano Rajoy],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이 이끌었던 중도우파 정당은 권력을 잃었고 더 전투적인 후임자(파블로 카사도[Pablo Casado],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를 임명했고 그들 아래서 우익으로 기울었다. 스페인의 민중당(Partido Popular)은 이제 "자유냐 공산주의냐" 같은 슬로건을 내걸고 산체스의 중도좌파 정부를 "반역"이라고 일상적으로 비난하고 있으며 극우 정당인 복스(Vox) 당과 거래를 하고 있다. 한편, 메르츠는 독일의 기민당에 메르켈 치하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도발적인 새로운 자극을 제공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난민의 유입을 "복지 관광"으로 언급하고, 새해 전날 베를린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 이후 이민자 가족이 그들의 아들을 망치고 있다고 비난했다(그는 그들을 "작은 파샤스"[pashas]*라는 인종적으로 가득 찬 용어로 설명했다).

* 역자 주: 파샤(pasha)는 튀르키예예의 고위 군 간부 혹은 사령관을 칭하는 용어이다. 근대 터키 건국자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Mustafa Kemal Atatürk)가 보통 케말 파샤로 불리고, 독일 우파들의 그와 튀르키예 이민자에 대한 혐오를 고려하면 "작은 파샤스"라는 언어는 상당히 인종적인 용어이다.

적어도 한 경우에는 네 가지 힘이 모두 동시에 존재한다. 즉, 한때 강력했던 프랑스의 드골주의 전통을 이어받은 프랑스 공화당의 세력이다. 그들은 브브뤼노 르메르(Bruno Le Maire, 현 경제부 장관)와 같은 자유주의 드골주의자들이 탈당하여 에마뉘엘 마크롱과 합류하면서 분열을 경험했다. 이로 인해 그들은 인수와 급진화(radicalisation, 이 경우 더 급진적 우경화를 의미 - 역자 주)에 노출되게 되었다. 12월에 그들은 강경 노선인 우향우(A Droite!)의 대표인 에릭 치오티(Éric Ciotti)를 새로운 리더로 선출했다. 이는 당의 남은 온건파 중 한 명인 발레리 페크레스(Valérie Pécresse)가 지난 4월 대선에서 후보로 출마했을 때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 데 따른 것이다. 바로 왼쪽의 마크롱과 오른쪽의 마린 르펜, 에리크 제무르(Éric Zemmour)에 의해 압박을 받은 그녀는 1차 라운드에서 단 5%를 얻었다. '파속화'가 2010년대 중도 좌파의 고민을 요약한다면, "페크레스화"(Pécressification)는 2020년대에 고전하는 전통적인 보수주의자들에게도 똑같이 작용할 수 있다.

모든 중도우파가 페크레스화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규칙에는 예외가 있으며, 이 경우 아마도 가장 좋은 예는 2010년 이후 네덜란드 총리로 살아남은 중도우파 자유주의자인 마크 루테(Mark Rutte) 일 것이다. 폴란드에서는 비록 자유주의와 녹색당을 포함한 야당 블록의 일원이기는 하지만 중도우파 시민 강령(Civic Platform)이 올 가을 선거에서 승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교적 전통적인 보수주의자들은 핀란드, 라트비아, 그리스 및 뉴질랜드에서 상당히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더 광범위한 추세를 거스르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역사적 의미를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 온건한 중도 우파는 지난 70년 동안 서구의 가장 강력하고 성공적인 이념적 경향이었다. 영국의 일국 토리주의(One Nation Toryism)는 처칠(Churchill), 에덴(Eden), 맥밀런(Macmillan), 히스(Heath), 메이저(Major) 총리직을 특징으로 하며, 그리고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대처 총리도 부분적으로 포함된다. 1950년대 미국의 아이젠하워 공화주의는 20세기 후반 미국의 패권을 위한 정치적, 사회 경제적 기반을 마련했으며 2010년대 중반까지 강력한 정치 세력으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역사가 얀-베르너 뮐러(Jan-Werner Müller)가 말했듯이, "독일, 이탈리아, 베네룩스 국가들 그리고 프랑스와 같은 서유럽 대륙의 핵심 국가들에서 실제로 전후 국내 질서, 특히 복지와 현대 행정 국가를 건설하는데 중심임이 입증된 것은 기독교 민주주의였다." 프랑스의 로베르 쉬망(Robert Schuman), 독일의 초대 연방 총리 콘라트 아데나워(Konrad Adenauer), 이탈리아의 알치데 데 가스페리(Alcide De Gasperi) 같은 기독교 민주주의자들이 전후 유럽 프로젝트를 창설했다.

중심의 외곽: 헝가리 총리 빅토르 오르반의 피데스 당 집회 참석 사진.

그 밖의 다른 경우에는 상황이 다소 복잡하다. 독재 정권 종식 이후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사회민주주의 쪽으로 기울었다(둘 다 오늘날 중도좌파의 거점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당연히 공산주의 중앙 유럽과 동유럽은 전후 수십 년 동안 온건한 보수주의의 전성기를 놓쳤다. 그러나 여전히 중도우파 인사들은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 이베리아(스페인의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José María Aznar] 포르투갈의 조제 마누엘 바호주[José Manuel Barroso])와 포스트 공산주의 유럽(폴란드의 예지 부제크[Jerzy Buzek], 에스토니아의 마트 라르[Mart Laar], 실제로 구동독 출신인 메르켈)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전통들 사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특정 공통의 선호는 오랫동안 서구 중도 우파를 정의해 왔다. 즉 그 공통의 선호는 순수 자본주의나 사회주의보다 사회적 시장 경제, 급진주의보다 손실을 회피하는 점진주의, 개인주의보다 온정주의, 갈등보다 사회적 조화, 그리고 열광적이든 아니든 냉전 기간 동안 소련보다 미국이었다. 그러한 정당의 대부분은 주로 전후 산업 경제의 사무직과 관리직에 뿌리를 두고 있었지만 일부는 숙련된 노동계층에도 뿌리를 두고 있었다. 그들의 기반은 데인저필드의 리버럴 잉글랜드만큼 독특한 사회적 기반이었다. 즉 그것은 번영하는 교외와 시골, 군대와 교회, 핀스트라이프 정장(pinstripe suits, 가는 세로줄무늬 정장으로 영국에서는 주로 금융가 종사자들에 의해 착용되었다 - 역자 주)과 가죽반바지(lederhosen, 보수적인 독일남부와 오스트리아 농촌의 남성들이 착용하던 복장), 골프 클럽과 리틀 리그(Little League, 지역의 야구 클럽으로 전통적으로 백인들이 주류를 구성 - 역자 주)에 기반하고 있었으며,  시인 존 베처먼(John Betjeman)이 1937년 영국 토리당 중심부의 메이든헤드(Maidenhead)에서 거만하게 썼던 "스포츠와 자동차 제조에 대해 말하는" 곳이었다. 그들은 안정성, 존중, 제도 및 질서의 세계, 즉 아데나워의 상징적인 슬로건을 인용하자면 "실험 반대!"(Keine Experimente!)를 원하는 세계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그렇다면 인수, 파편화, 축소, 우경화는 어떻게 이러한 신중하고 축소, 우경화는 어떻게 이러한 신중하고 소심한 보수주의적(small-c conservative) 본능을 압축시키고 소외시켰을까? 최근 몇 년 동안 영국 토리당 총리가 "빌어먹을 비즈니스"(fuck business, 비즈니스가 브렉시트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기자들의 질타에 대해 보리스 존슨이 내놓은 발언 - 역자 주)라고 선언하고, 미국 공화당 대통령이 워싱턴 국회의사당 습격을 선동하고, 피에르 푸자드(Pierre Poujade, 우익 포퓰리스트 성향의 프랑스 정치인)와 베니토 무솔리니의 후계자들이 드골과 데 가스페리의 후계자들을 밀어내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인가?

여성 참정권과 노동계급 정치의 부상과 같은 데인저필드 요인들이 변화를 주도했던 반면, 오늘날에는 다양한 동등한 힘이 작용하고 있다. 첫 번째는 고등교육을 받은 인구의 비율이 급격히 증가한 것인데, 이는 보다 자유롭고 개인주의적인 사회적 태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둘째, 이와 관련된 것은 세속화와 전통적인 조직 종교의 쇠퇴이다(이 주제에 대한 매덕 케언스[Madoc Cairns]의 에세이 30페이지 참조). 세 번째는 여러 세대에 걸친 대규모 이민 이후 대부분의 서구 사회에서 다양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그 다양성이 점진적이지만 불균등하게 정상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넷째는 이른바 침묵의 혁명과 인종, 성적, 젠더 정체성과 같은 비물질적이고 문화적인 정치적 이슈의 대두이다.

이 네 가지 변화는 모두 수십 년에 걸쳐 진행되었다. 맨체스터 대학의 정치학자이자 브렉시트랜드(Brexitland)의 공저자인 로버트 포드(Robert Ford)는 "인구학적 변화는 매우 느리지만 일단 변화가 오면 정말 가혹합니다"라고 말한다. “최근까지 중도우파에 거대한 고백적(신앙적) 차원이 있었지만 예전과 같이 중력의 중심이 아닐 뿐입니다. 그것은 30~40년간 점진적인 쇠퇴의 산물이지만, 그것이 온건한 보수주의에 대한 유효한 투표가 되기를 중지한 것은 지난 10년에서 20년 동안입니다." 그는 정당들은 적응이 느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늘날 영국이 최초의 아시아 보수당 총리를 갖게 된 것은 수십 년간의 사회 변화의 산물이다. 서구의 다른 곳에 있는 보수당들 대부분은 (아마도 수십 년 동안) 한참 뒤처져 있다. 오늘날의 미국 공화당이나 그 이름을 딴 프랑스의 무리와 같은 당들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즉, 사회 분열의 빅텐트 치유자가 아니라 사회의 증가하는 다양성에 대한 백인 분노의 정치적 날개로서 새로운 역할을 수용하는 것이다.

가장 비례적인 선거 시스템에서도 사회의 특정 특정 계층의 지지를 활용하여 권력을 획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정당들은 여러 정당들 또는 다수 정당들 사이에 공통의 기반을 구축하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전후 수십 년 동안 전통적인 중도우파는 온건한 사회보수주의 (적어도 당대 기준으로는 온건)와 고소득자들이 선호하는 친기업적인 경제보수주의를 "묶음"(bundling)으로써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이 두 요소는 분리되고 있다. 즉, 부유한 사람들은 대학에 진학해서 사회적으로 리버럴 할 가능성이 더 높은 반면, 사회보수주의는 가난한 집단과 더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도 우파 정치를 ​​궁지에 몰아넣는다. 어쩔 수 없이 움직여야 하지만 좋은 선택지는 없다. 중도우파 정치는 사회 보수주의를 강조할 수 있지만 그럴 경우 친기업 졸업생을 중앙파에게 잃거나, 반대로 이를 약화하여 유권자들 사이에서 지지를 강화할 수 있지만 사회 보수주의자를 급진우파에게 빼앗길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긴장의 측면은 중도 좌파를 괴롭히기도 한다. 그러나 포드는 전반적인 변화로 인해 사회민주당의 "묶음" 작업이 약간 더 쉬워졌다고 주장한다. 대불황 이후 몇 년은 젊은이들에게 경제적으로 우호적이지 않았으며(긴축이 급격하게 끝나고 부머 세대에 의해 주택 가격이 하락한 시기), 젊은이들은 또한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세속적이며 자유주의적인 경향이 있다. 따라서 중도 좌파가 부분적으로 기존 기반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경제적 진보주의와 사회적 진보주의를 하나로 묶으면 여전히 젊은 유권자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 그리고 나이 많은 유권자들이 죽는 반면, 이전 세대들의 우파적 경향과는 달리, 밀레니얼 세대들은 보수주의를 물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데이터 저널리스트 존 번 머독(John Burn-Murdoch)이 보여주었듯이, 적어도 영어권 세계에서는 나이가 들어도 진보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썼다. "만약 밀레니얼 세대의 자유주의적 성향이 단순히 이러한 연령 효과의 결과라면, 그들 역시 35세에 전국 평균보다 약 5포인트 정도 덜 보수적이어야 합니다. 실제로 그들은 15포인트 정도 덜 보수적입니다. 영국과 미국 모두 기록된 역사상 가장 보수적이지 않은 35세 연령층입니다."

물론 정당이나 경향이 완전히 사라지는 경우는 드물다. 구 자유당조차도 "이상한 죽음"을 넘어 살아남았고, 1970년대에 완만한 부활을 누리다 1988년 자유민주당의 일부가 되었다. 로마 유적의 돌로 지어진 중세 성당처럼, 종종 그들의 잔당들은 그들의 뒤를 잇는 것의 구성 요소가 되기도 한다. 영국에서는 노동당이 복지국가의 자유주의적 기획을 흡수했다(윌리엄 베버리지[William Beveridge]는 결국 자유주의자였다).

페크레스화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곳에서는 중도 우파가 축소된 형태로 살아남을 것이다. 보다 일반적으로 이는 중도우파 정치의 새로운 변종으로 흘러갈 것이다. 더 가혹하고 더 분열적인 스타일을 채택하거나 적어도 그러한 스타일로 정의되는 정당과 협력하는 이전의 온화한 보수 정당의 과잉은 우파의 중기적 미래가 중도우파와 강경 우파 정치의 혼종에 달려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한 예 중 하나는 캐나다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1년 전 에린 오툴(Erin O'Toole)은 보수당 대표직을 사임했다. 그는 기존 중도에 당을 뿌리내리려 했으나 코로나19 제재에 분노한 트럭 운전사들의 시위 물결과 이에 따른 극우 인민당의 부상으로 인해 발을 잘못 디뎠다. 그의 후임자인 피에르 폴리에브(Pierre Poilievre)는 트럭 운전사들을 포용했으며, 괴팍한 법률과 환경 관련 법률을 비난함으로써 당을 우파로 급격히 이동시켰다. 그러나 그는 또한 "우리 당은 다음 선거에서 친이민 플랫폼을 내세울 것이며 우리는 이민자들을 위해 싸울 것입니다."라고 약속했다. 이것은 급속하게 증가하는 인구의 일부가 이주자에 뿌리를 두고 있는 나라에서 약삭빠른 정치이다. 폴리에브 하에서 보수당은 여론조사에서 쥐스탱 트뤼도(Justin Trudeau)의 자유당을 앞질렀다. 이는 그를 빠르게 다양화하는 다른 사회의 우파들을 위한 드물지만 아마도 설득력 있는 사례로 만들었다.

멜로니는 또 다른 혼종 사례이다. 이탈리아의 새 총리는 네오파시스트의 후손인 정당에서 기대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갖고 있다. 즉, "친가족" 출생주의 정책, 이민에 대한 적대감, 법과 질서에 대한 반자유주의적 접근 방식, 재정 정통성과 결합된 포퓰리즘 복지 정책 등이다. 하지만 그녀는 극우정당 동맹(League)의 마테오 살비니(Matteo Salvini)로부터도 배웠는데, 그는 유권자들이 그가 진지하지 않고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 전인 2019년에 여론조사에서 급상승했다. 그래서 멜로니는 유럽 외교 협의회(European 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테레사 코라텔라(Teresa Coratella)가 "새로운 종류의 유럽 보수주의"라고 부르는 것, 즉 본질적으로는 정치적으로 경직되어 있지만 스타일과 방법에서는 절제되고 교조적인 것을 개척하려고 노력했다. 이것이 멜로니를 더 온화하거나 덜 위험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에게 더 큰 정치적 내구성과 영향력을 제공한다. 최근 몇 주 동안, 유럽 중도 우파의 우산 그룹인 유럽 국민당(European People's Party)의 다양한 거물들이 그녀를 만나 유럽 보수와 개혁(European Conservatives and Reformists)과 그녀가 의장으로 있는 유럽의 강경파 그룹의 연대를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이는 장기적으로 통합될 수 있는 동맹이다.

다른 그러한 혼종 단위들이 의심할 여지없이 뒤따를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치오티의 공화당과 르펜의 국민연합(National Rally) 사이에 일종의 극우 재편성이 이제 시간문제일 수 있다. 스페인에서는 자신을 대처와 멜로니의 융합으로 표현하는 마드리드 지역 주지사 이사벨 디아스 아유소(Isabel Díaz Ayuso)의 선동적인 성격이 국민(Partido Popular) 당을 점점 더 지배하고 있다. 당은 올해 말 선거 이후 복스(Vox)와 연합할 수도 있다. 플로리다 주지사이자 잠재적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미국의 론 드샌티스(Ron DeSantis)도 트럼프의 정책과 좀 더 냉정하고 덜 무정부적인 태도를 결합하여 멜로니 풍의 전술을 보여준다.

이 접근 방식의 성공 여부는 아직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획일적이고 온건한 우파는 과거의 일인 것처럼 보인다. 그중 일부는 더 우익적인 정당의 분파로 남아 있거나, 자유주의 중도파로 다시 등장하거나, 비중과 영향력이 덜한 중도 우파에 머물고 있으며 기껏해야 킹메이커정도 일 것이다.

자유주의 중도나 좌파는 이 글을 읽고 "속이 시원하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 캐머런, 메르켈, 사르코지 등의 정치 경력을 애도하지 않을 만한 괜찮은 이유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베일과 로비라 칼트바서가 쓴 것처럼, 의도적으로 분열과 불화를 일으키지 않고 중도우파 유권자를 대표할 수 있는 정당은 "공공 정책과 민주주의 유지(혹은 심지어는 생존까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작동하는 민주주의에서는 좌파와 자유주의자가 언젠가는 권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진자는 결국 항상 다시 돌아올 것이다. 현재의 속도로 보면 서구 대부분에서 그렇게 되면 한때 온건파 우파가 서 있던 공백기를 통과하며 계속 오른쪽으로 나가 덜 구미에 맞는 대안들로 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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