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과 음식

끼니를 집어 삼킨 간식: 왜, 어떻게 간식은 끼니를 망치고 있나?

Zigzag 2024. 9. 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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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부의 증가, 결혼 인구의 감소, 배달앱 주문 증가와 같은 트렌드는 사람들이 식사를 직접 만들어 먹지 않는 경향을 대변하지만 제대로 된 끼니의 감소 자체를 설명하지는 않는다. 이미 1980년대부터 시작된 간식 섭취의 증가는 지금 미국의 식생활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요리가 필요 없는 식품들을 한 접시에 올려놓고 먹는 걸 디너(girl dinner)의 유행은 오히려 사소한 변화에 불과하다. 일을 하거나, 책을 보면서 무언가를 먹는 것은 198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사람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행위였지만 지금은 완전히 일상이 되어 버렸다. 요리를 하고, 가족이나 친구들이 모여 앉아 식사를 하는 대신 이제 사람들은 점점 더 혼자서 손바닥에 간식거리를 올려놓고 끼니를 해결한다. 군것질이 식사를 대신하고 사람들은 이제 살아가기 위해 끼니를 먹는 대신 재미로 틈틈이 먹어댄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와 노동의 변화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 상품화되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일반화되고 있다. 이 글은 The Atlantic의 기고 작가 Ellen Cushing의 9월 6일 자 기사 How Snacks Took Over American Life의 번역으로 왜 그리고 어떻게 간식이 끼니를 대체하고, 군것질이 식사를 갈아치우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이 글에서 snack는 간식, meal은 끼니, snacking은 군것질로 번역되었다. meal을 식사로 번역할 수도 있지만, 하루 3끼라는 규칙성을 잘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끼니로 번역하였다.

간식은 미국인의 생활을 어떻게 장악했나

우리 일상의 리듬은 결코 이전과 같아질 수 없다

Ellen Cushing

일러스트: Rose Wong

믿을는지 모르겠지만, 점잖은 사람이 원할 때마다 작은 간식을 먹을 수 없었던 때가 있었다. 이 시기는 대략 공화국의 새벽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였다. 미국의 근무일, 메뉴, 사교계 시계는 끼니(meal)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끼니 사이에 먹는 것은 권장되지 않았다. 어린아이였을 때 군것질을 하면(snacking) 충치가 생기고 식욕이 떨어졌지만, 어른이었을 때는 다소 볼썽사나웠다. 축구 연습 후의 공들인 간식(snack)도, 유모차에 놓인 간식 접시도, 요구르트 튜브도 없었다. 에너지 바는 운동선수를 위한 것이지 회계사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국립공원에는 자판기가 없었다. 식료품점에는 음료들로 가득 찬 진열대들이 없었다. 걸 디너(girl dinner, 조리가 필요 없는 간편식들을 접시 하나에 담아 먹는 식사 - 역자 주)와 새로운 플레이버 드롭(flavor drop)*이라는 문구는 약간만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도서관, 교실, 사무실 작업공간, 극장은 일반적으로 책을 읽고, 배우고, 일하고, 라 보엠을 보는 곳이었지만, 확실히 먹는 곳이 아니었다.

* 역자 주: 플레이버 드롭은 음료나 식사에 특정 맛을 더하기 위해 고안된 감미료가 첨가된 수용성 향료이다. 대부분의 플레이버 드롭에는 설탕, 지방 또는 칼로리가 거의 없거나 전혀 없어서 체중 감량, 피트니스 또는 근육 강화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약 40년 후, 우리는 단순히 끼니 사이에 먹는 것이 아니라, 끼니를 완전히 포기하고 있다. 종합적인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까지의 30년 동안 평균 미국인의 일일 간식 섭취량은 두 배로 늘었고, 군것질을 하는 성인의 비율은 59%에서 90%로 증가했다. 팬데믹 전인 2020년에 끝난 동일한 연구의 가장 최근 버전에서 그 숫자는 다시 증가하여 95%가 되었고,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하루에 최소 세 번의 간식을 먹었다고 답했다. 국제 제과 식품 대기업인 몬덜리즈 인터내셔널(Mondelēz International, 포스트, 오레오, 리츠 등의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 - 역자 주)이 해리스 폴(Harris Poll, 여론 조사 기관 - 역자 주)과 함께 올해 초에 발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6명의 소비자가 전통적인 끼니보다 간식을 선호한다. 이러한 추세는 아마도 지속될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나이 든 사람들보다 식사를 거르는 경향이 훨씬 더 높고, 대신 식탁에서 물러나 하루 분의 식량을 조금씩 나눠 먹는 것을 선택한다.

이 주제에 대한 서브스택 뉴스레터(Substack) 뉴스레터를 주제로 운영하는 트렌드 예측가 안드레아 에르난데스(Andrea Hernández)는 "간식이 이겼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리 부모님은 '간식을 먹지 마, 그러면 식사를 망칠 거야'라고 말하곤 했다. 그리고 지금은 간식이 끼니의 전부가 되었습니다." 한때 우리의 국가적 메트로놈이었던 아침, 점심, 저녁은 이제 요구에서 선택 사항으로 바뀌었다. 미국의 식생활은 우리 코앞에서 재조정되어 예전과는 매우 다른 세상에 맞게 재편되었다.

군것질과 간식 식품은 3끼 식사가 지배적이 되기 훨씬 전부터 존재해 왔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순간은 문화적, 경제적 추세가 충돌하여 결코 가라앉지 않는 간식 붐을 일으킨 19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레이건 행정부는 텔레비전 광고에 대한 제한을 완화했기 때문에 만화 캐릭터들이 일요일 아침에 훨씬 더 쉽게 설탕이 들어간 시리얼을 팔 수 있었다. 새로운 영양 연구와 최근 피트니스에 열광하는 문화는 간식을 건강에 좋다고 결정하고 이를 "그레이징"(grazing, 하루에 여러 번에 걸쳐 가벼운 식사를 하거나 메인요리보다 몇 가지 전채 요리를 주식 삼아 먹는 행위 - 역자 주)이라고 새롭게 명명했다. 위니펙 대학교의 역사학 교수인 재니스 티센(Janis Thiessen)은 식료품 산업이 합병되었으며, 이것은 한때 소규모 지역 제조업체가 공급하던 매장은 이제 더 큰 광고 예산과 일반적으로 더 낮은 가격을 가진 국내 및 국제 간식 식품 회사와 협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사람들은 주방에서 보낼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기혼 여성들이 무리 지어 직장에 들어갔다. 아이들은 학교가 끝난 후 혼자 집에 있거나, 부유하다면 그들을 바쁘게 하기 위해 생겨난(그리고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과외 활동을 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부모들은 모든 사람이 갑자기 더 바빠진 하루 동안 아이들이 충분히 먹도록 하기 위해 간식을 장려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컵 홀더는 1983년 미니밴과 함께 도입되었다. 드라이브스루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아비게일 캐롤(Abigail Carroll)은 자신의 식사 역사인 쓰리 스퀘어(Three Squares, 하루 세끼를 풍족하게 먹을 수 있는 수입을 의미함 - 역자 주) 미국 가정이 돈과 시간을 교환하면서 간식 식품 업계는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았고, "그 어느 때보다 더 새롭고 더 유혹적인 제품을 내놓았다."라고 썼다. 1960년대와 70년대에 매년 약 250개의 새로운 고칼로리 간식 식품이 선반에 추가되었다. 80년대 말에는 그 수치가 2,000개에 가까워졌다. 90년대 중반에는 미국 어린이가 학교를 마치고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간식으로 만들어졌다. 피자 베이글은 베이글 바이트(Bagel Bites)가 되었고, 땅콩버터 샌드위치는 언크러스터블즈(Uncrustables, 땅콩버터가 들어가 포켓형 샌드위치 - 역자 주)이 되었으며, 포장된 간식은 어린 시절의 지울 수 없는 상징이 되었다. 에르난데스는 "다른 나라에 가면 '아, 내 추억의 음식은 엄마가 만든 수프야'라고 생각하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밀레니얼 세대에게 그것은 ‘세상에, 그 던카루스(Dunkaroos, 프로스팅 쿠키형태의 제품명 - 역자 주), 그 펀페티(funfetti, 무지개색 스프링클을 넣은 콘페티 케이크의 한 제품, 콘페티Confetti에서 con을 재미있다는 의미의 fun으로 대체한 제품명 - 역자 주)?’와 같을 겁니다.”

간식을 먹으며 자란 아이들이 자라면서 간식은 청년기의 일부가 되었다. 처음에는 젊은이를 겨냥한 기술 산업에서, 그다음에는 사무직에서 더 광범위하게, 회사들은 직원들에게 간식을 특전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내 어머니가 70년대에 첫 직장을 시작했을 때, 일하면서 먹는 것은 부적절했다. 50년 후, 어머니의 딸은 고용주가 제공한 미니 리스 피스(Reese’s Pieces, M&M처럼 코팅이 된 땅콩버터 볼 - 역자 주)가 든 작은 그릇을 들고 이 기사의 대부분을 썼는데, 비둘기처럼 손바닥에서 그것을 먹었다.

모든 세대는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적어도 시장 세분화 관점에서 볼 때 실제로 그렇다. 에르난데스는 그녀의 연령대(그리고 내 연령대)를 대표하여 "우리는 지금 최상위 포식자(apex consumer)와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가처분 소득과 먹여야 할 입이 있다. 우리는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먹을 만큼 나이가 많다. 우리는 간식을 갈구한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거대한 산업 메커니즘에 의해 끊임없이 우리를 먹이려는 실존적 관심을 가지고 간식을 향해 떠밀려나고 있다. 간식은 일반적으로 저렴한 재료(옥수수, 콩, 감자)로 만들어지고 높은 마진으로 판매된다. 간식은 식품 산업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저렴한 해결책이다. 기업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인체는 감당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간식은 뛰어난 자들이 첨단 기술을 사용하여 포만감을 극복하고 더 많이 먹게 하려는 의도로 고안한 것이다. 간식은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도록 고안되었으며,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신경 기능이 질리지 않도록 소금, 지방, 단맛, 바삭함, 씹기, 크림과 같은 맛과 질감의 조합을 사용하여 만들어졌다. 영양학에서는 이를 '감칠맛'(palatability)이라는 용어로 표현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이 분야는 '초 감칠맛'(hyper-palatability)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고안해야 했다.

사람들이 더 많은 음식을 사게 하는 한 가지 방법은 맛을 더 좋게 만드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처음부터 먹는 이유를 확장하는 것이다. 즉, 단순히 생명유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재미를 위해 하는 일로 바꾸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이런 지경에 이르렀다. 제조 및 포장 기술의 발전 덕분에 새로운 맛의 간식을 만드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저렴해졌고, 소셜 미디어 덕분에 그 어느 때보다 수익성이 높아졌다. 오레오는 1912년에 발명되었고 수십 년 동안 거의 본연의 맛을 유지해 왔다. 90년대에 이 회사는 야단법석을 떨지 않고 한정판이나 크리스마스 맛을 출시했을 거라고 간식 역사가 제이슨 리비히(Jason Liebig)가 나에게 말했다. 올해 지금까지 몬덜리즈는 12가지 새로운 맛을 출시했다. 각각은 틱톡의 맛 테스트, 인스타그램 게시물, 엔터테인먼트 언론의 보도로 의 물결로 넘쳐났다. 이러한 보도는 이전까지만 하더라고 영화 개봉과 새 앨범에 대한 기사를 위한 공간이었다. (몬덜리즈의 매출은 2018년에서 2023년 사이에 거의 40% 증가했다.) 우리는 팬덤으로서 간식을 먹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내 동료인 메건 가버(Megan Garber)가 말했듯이 "화학자의 능력과 인플루언서 문화의 요구가 부딪히고 있다."

간식은 우리가 먹고 싶은 모든 것이므로 모든 것이 간식이 되고 있다. 존 하비 켈로그(John Harvey Kellogg)는 제 칠일 안식일 예수 재림교인이자 요양소 의사였으며, 싱거운 무설탕 아침 시리얼이 미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1906년에 그가 공동 설립한 이 회사는 현재 매출의 대부분을 고도로 가공되고 풍미가 뛰어나며 설탕 함량이 높은 스낵으로 만들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마스 (Mars)가 켈로그의 제과 식품 사업부를 360억 달러에 인수했는데, 이는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의 인수였다. 나는 최근에 "파스타 칩"이라는 광고가 붙은 페스토 풍미 감자 퍼프 봉지를 발견했다. 말 그대로 저녁 식사를 간식으로 바꾼 것이다. (봉지 뒤에는 "파스타는 언제 어디서나 손끝에 있어야 합니다."가는 문구가 적혀있다.) 올리브, 피클, 사과, 샐러드, 잼, 땅콩버터는 모두 플라스틱에 포장되어 간식으로 판매되어 왔다. "테이블도 필요 없고, 식기도 필요 없습니다. 그냥 손에 들고 있으면 됩니다."라고 에르난데스가 나에게 말했다. "모든 것이... 이제 간편한 형태로 제공됩니다." 심지어 처음에는 그렇게 불편하지 않았던 것들도 말이다.

군것 질으로의 변화는 미국 생활에 큰 혼란을 반영하며, 또한 혼란을 만들어왔다. 간식이 인기를 얻은 이후로 요리는 더욱 쇠퇴했다. 음식에 대한 규칙은 훨씬 더 캐주얼해졌다. 심지어 식사할 식탁이 있어도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사할 가능성이 훨씬 낮아졌으며 차 안에서 식사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다. 먹는 것은 예절에 대한 존중을 줄이고 개인적인 즐거움에 더 맞춰졌다. 끼니는 식탁을 차리고, 동반자가 원하는 것에 양보하고, 적어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제스처를 취해야 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간식은 그렇지 않다.

그리고 40년 전 간식의 증가를 촉진했던 모든 요인이 더욱 두드러지게 되다. 미국인들은 다른 선진국 사람들보다 더 오래 일하고 있다. 아이들은 여러 활동으로 옮겨 다니고 있다. 식품 서비스 연구 및 컨설팅 회사인 테크노믹(Technomic)의 시장 조사원인 로버트 비른(Robert Byrne)은 사람들이 시간에 쫓기는 느낌에 따라 음식에 대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 위니펙 대학교 교수인 티센은 "사람들의 삶은 너무 복잡합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들은 집어넣을 수 있는 곳에 음식을 꾸겨 넣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훨씬 더 다양한 선택을 갖게 된다.

그것이 바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편리함을 잊어 먹을 수는 없습니다."라고 에르난데스가 말했다. 쓰리 스퀘어의 저자인 캐롤이 "본질적으로 미국적이고... 마음대로 간식을 먹을 수 있는 자유"라고 부르는 것을 포기하거나 인터넷에서 "작은 간식 문화"(little-treat culture)라고 부르는 것을 대중화하지 않을 수 없다. 간식은 우리의 뇌, 찬장, 메뉴, 일상의 리듬 등 미국인의 삶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아무도 우리의 짭짤하고 끈적끈적한 손에서 간식을 빼앗아 갈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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