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아프가니스탄이 "진군은 쉽지만 퇴군은 어려운 곳"이라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은 종종 "제국의 무덤"이라 불릴 정도로 험준한 산악, 사막, 그리고 혹한의 날씨라는 지리학이 전쟁에서 군사력과 군사전략보다 우위에 놓이는 지역이다. 탈레반을 창건한 모하메드 오마르(Mohammed Omar)는 2001년 미국의 아프간 침공이 대영제국과 소련 제국의 운명을 되풀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20년 전쟁을 치렀지만 빈손 아니 굴욕적인 패배만을 손에 쥔 채 퇴각 중이다. 바이든은 미국 본토를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한다는 유일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목적을 이루었기 때문에 철군한다고 발표했지만 그 목표가 이루어졌다고 믿는 전문가는 아무도 없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처럼 전선이 불분명한 대 반군 전쟁에서 미국이 가다듬은 '소탕, 건설, 확보(clear, build, hold, CBH)' 전략, 즉 신속하게 반군을 제거하여 지역을 확보 장악하며 동시에 안정적 재건으로 테러의 온상을 제거한다는 전략은 기본적으로 실패했다. 미국은 아프간인들의 민심을 얻지 못했으며, 엄청난 지원을 받은 아프간 정부는 무력했다. 명예로운 퇴각 대신 미국은 굴욕적인 퇴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 글은 Al Jazeera의 선임 정치분석가 Marwan Bishara의 8월 16일 사설 The US, the Taliban and the stunning defeat in Afghanistan을 번역한 것으로, 미국의 충격적인 패배는 애초에 예정된 것이었으며, 그 패배는 굴욕적이지만 그 굴욕이 오히려 미국의 향후 대 중동 지역 정책의 밝은 희망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 역자 주
미국, 탈레반,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충격적인 패배
탈레반의 승리는 미국에 큰 굴욕이지만, 아마도 그것이 아프간 비극의 희망일 것이다.
지난주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은 완전히 충격적이었지만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탈레반이 국가의 주요 도시를 맹렬히 장악한 것은 그 속도와 용이성 면에서 숨이 멎을 정도로 빠르며,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나라를 떠나면서 거의 저항 없이 수도를 진군하는 것으로 절정에 달했다. 예상은 했지만 너무 이렇게 빨리, 이렇게 성공적으로, 이렇게 굴욕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거의 20년 전 전쟁이 시작된 이래로 미국의 역대 행정부는 재앙의 조짐을 무시하고 피할 수 없는 상황을 연장하면서도 대비하지 못했다.
미국과 동맹국이 2001년 탈레반의 손아귀에서 카불을 "해방"하는 데 단 2개월이 걸렸고, 도날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2003년 5월 1일 카불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주요 전투 활동"이 종결되었다고 선언하는 데 2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으며, 어떤 기준으로 보아도 결코 종결되지 않았다.
미국의 점령이 실패하자 축출된 탈레반은 재편성되어 이후 20년 동안 미국과 아프간 정부군에 대해 무자비한 비대칭 전쟁(asymmetrical war)을 시작했다.
그러나 연속적인 미국 행정부들은 그들이 베트남 전쟁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프가니스탄 전쟁 전선에서 모든 것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도록 의도적으로 미국 국민들을 속였지만 사실은 달랐다. 1975년 사이공에서 그랬던 것처럼 지난주 카불을 탈출한 미군 요원의 장면은 완전히 으스스했다.
미국은 수천 명의 사상자를 냈지만, 수만 명의 아프간 보안군이 사망했고, 수많은 민간인들이 전쟁의 진짜 희생자가 되었으며, 이 전쟁은 수많은 가족과 공동체의 삶과 생계를 파괴했다.
지난 10년 동안 탈레반은 미국의 "소탕, 건설, 확보"(clear, build, hold, 미군이 대적 전선이 불분명한 대반군전쟁에서 신속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개발한 전략 - 역자 주) 전략을 무너뜨려 미군과 협력한 전체 지역사회를 공포에 떨게 했다.
나머지 미군 병력의 철수에 따른 아프간 정부군의 총체적 붕괴는 워싱턴과 다른 서방 국가들의 많은 사람들이 답을 찾기 위해 머리를 긁적거리게 만들었다.
이에 대한 답의 일부는 "우리가-너에게-그렇게-말했었지"(we-told-you-so)류의 전쟁 회의론자들에게서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들은 아프가니스탄은 19세기 대영제국이든 20세기 소련 제국이든 입증된 제국의 무덤이라고 오랫동안 경고해왔다. 고대 그리스 마케도니아 황제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말을 빌리면, 아프가니스탄은 "진군은 쉽지만 퇴군은 어렵다."
그러나 냉전 이후 자신감이 넘치는 미국은 9/11 테러가 뉴욕과 워싱턴에서 경제와 군사 상징의 핵심을 강타하고 거의 3,000명의 미국인을 죽인 이후 그러한 역사적 언급을 내켜하지 않았다. '글로벌 테러리즘'과 맞서고 대중동(大中東, greater Middle East) 지역에 '팍스 아메리카'를 구축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복전쟁과 먼 땅을 점령하지 말라고 경고했던 우리들은 무시당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병력 증강 전략의 실패는 종전의 시작을 알렸다. 그때부터 자만심만이 뻔한 사실을 인지하고 행동하는 것을 막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탈레반을 외교적으로 끌어들이기로 한 결정은 미국이 부분적 또는 전체적으론 그 나라를 강경파에 나라를 내준 시초인 것으로 보인다. 외교적, 군사적, 전략적 결과와 상관없이 미군 철수를 가속화하기로 한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은 아프간 정부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버티게 내버려 두었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로 불가피한 일이었을까?
미국이 계속해서 아프가니스탄에 집중하고 알카에다를 근절하고 주변국들의 도움을 받아 보다 안정적인 체제로 가는 길을 닦았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란조차도 그 초기 몇 년 동안 도움을 제공했다.
그러나 이라크에 대한 참혹한 전쟁을 포함하여 "세계적인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하기로 한 부시 행정부의 결정은 결국 아프간 임무를 경시하고 엉망으로 만들었다. 또한 중동 및 국제 문제에 대해 '미국이냐 반미냐'는 배타적 접근으로 주요 지역 동맹국과 국제 동맹국들을 소외시켰다. 미국의 관심이 이라크에 집중되면서 아프가니스탄은 뒷전으로 밀렸고 "잊혀진 전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 후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미국은 더욱 내부로 눈을 돌렸고, 대외 임무에 대한 헌신은 약화되었다.
그러나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완전히 집중했다고 해도, 아프가니스탄이 국가를 안정시키는 보다 겸손한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는 보장은 없었다. 실제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한국, 베트남, 이라크 등 주요 전쟁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게다가,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비대칭적인 갈등(asymmetrical conflict)에서 오랫동안 전략보다 우위에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지역 세력과 지역 역학이 바다 건너에서 배치된 보다 정교한 제국 세력을 능가하고 압도한다.
군사 역사가라면 누구나 말하겠지만, 이것이 20세기 식민지 강대국들이 어렵게 배운 교훈이다.
아프간인들은 미국이 배치 타이밍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탈레반은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의지가 있었다.
미국은 특히 카불에서 엄청난 돈을 써서 어떤 사람들의 감정과 마음을 얻었을 수도 있지만 아프간 사람들은 미국이 조만간 떠날 것이며 탈레반과 싸워야 한다는 것을 마음속 깊이 알고 있었다.
그들의 연속된 정부가 다소 무능하고 부패하여 신뢰를 거의 얻지 못한 것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미군과 재정 지원에 대한 완전한 의존으로 인해 그들은 결코 자립을 시도할 수 없었다. 이와 동일한 것이 군대에도 적용된다. 숫자적으로 탈레반을 4:1로 압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부패, 족벌주의, 방임이 특히 최고위층 사이에서 만연했다.
요컨대, 미국의 실책과 파트너들의 실패를 고려할 때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완전히 굴욕적일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다시 한번, 굴욕은 20년의 비극 이후의 유일한 밝은 희망일 수 있으며, 워싱턴은 미래에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전쟁, 특히 대 중동에서의 끔찍한 선택 전쟁들을 피하도록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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