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백신 빨리 맞기 천태만상: 백신 새치기(queue jumping)부터 백신 청소부까지
코로나 19 백신 접종이 작년 12월 13일 영국에서 시작된 이래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2월 27일 현재 전 세계에서 최소한 1회 이상의 코로나 19 백신주사를 맞은 인구는 약 2억4천만 명이다. 이스라엘은 전체 인구의 약 54%가 1회 이상 코로나 19 백신 주사를 맞았으며, 2회 주사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숫자도 전체 인구의 약 38%다. 그러나 대부분의 나라에서 백신 접종은 노약자, 의료진, 필수업종 종사자 등 우선 집단에 제한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이 우선 집단에 포함되지 못한 이들이 백신을 빨리 맞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백신 새치기'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백신 새치기는 권력과 인맥 동원, 재력 사용, 백신 접종 경계가 느슨한 지역으로의 백신 투어리즘, 그리고 새치기는 아니지만, 백신 접종 잔여분을 활용하는 백신 청소 등이다.
정치권력을 이용해 백신 접종의 앞 줄에 뛰어 든 정치인들
세계은행으로부터 약 3천 4백만 불의 대출 지원을 받아 2월 14일부터 백신 접종을 하던 레바논은 국회의원들의 새치기로 한때 백신 접종이 중단됐다. 의료종사자와 76세 이상 노인들에게 접종하기로 되어 있던 레바논 보건당국의 방침은 접종 첫날 40%밖에 이행되지 않았다. 레바논 의원들 가운데 16명과 5명의 의회 스태프들이 백신 접종을 받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76세 미만임이 밝혀졌다.
페루 외무장관 엘리자베스 아스테테(Elizabeth Astete)는 백신 접종이 시작되기 되기도 전에 중국 시노팜 백신을 맞은 사실이 밝혀져 2월 14일 사임했다. 그 전날 페루 전직 대통령의 비공식적 백신 접종 사실이 밝혀져 사임했다. 또한 수백 명의 공무원이 부정한 방법으로 백신 접종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거대한 백신 스캔들이 되었다.
스페인에서는 전직 국방부 장관이자 현직 공군장성인 미겔 앙헬 빌라로이야(Miguel Angel Villaroya)가 부당하게 백신 접종 주사를 맞은 것으로 밝혀져 사임했다. 그는 코로나 19 기간 동안 군의 방역에 관한 브리핑을 도맡아 왔기에 스페인 시민들은 그의 백신 새치기에 더 충격을 받았다. 오스트리아 펠트키르히와 포랄베르그 시장들이 당국의 백신 접종 정책을 어기고 접종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일으켰다.
필리핀에서는 대통령 자문위원들이 중국 시노팜 백신을 몰래 들여와 접종을 받은 것이 밝혀져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재력을 이용한 백만장자들의 백신 새치기
캐나다에서는 지난 1월, 캐나다 최대 카지노 CEO 로드니 베이커(Rodney Baker)와 배우 출신인 그의 부인 에카테리나 베이커(Ekaterina Baker)의 백신 새치기가 큰 논란이 됐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밴쿠버에 거주하는 이들 부부는 원주민 우선 코로나 19 백신 접종정책을 악용해 백신을 맞기 위해 주를 넘어 원주민이 주로 거주하는 유콘 지역으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갔다. 그곳에서는 화이트 리버 원주민 고령자를 포함해 필수노동자들에게 모더나 백신을 접종하기 위한 이동병원팀이 활동하고 있었다. 이들 부부는 모더나 백신을 맞기 위해 이동병원 앞에서 그 지역 모텔 종업원으로 행세했다. 이들을 수상히 여긴 경찰의 신고로 공항에서 억류됐다. 유콘지역 원주민의회 의장 클루아네 아다멕(Kluane Adamek)은 성명을 통해 "이기적인 백만장자 부부가 취약계층의 백신을 훔쳤고 전체 지역사회와 국가, 지역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이들 부부의 행동을 비판했다. 여론의 비난에 직면해 베이커는 CEO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약 1,800불의 벌금을 받았다.
영국의 호화여행사 Knightsbridge Circle은 65세 이상 회원들에게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와 인도로 백신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영국의 백신 접종은 오직 공공보건청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기에, 그들의 손이 미치지 않게 국경을 넘어 외국에서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의 새치기는 초 국경의 백신 새치기인 셈이다.
백신 투어리즘
백신 새치기는 일회성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미국 플로리다주는 접종을 위해 주거증명이 필수적이지 않기에 미국 다른 주들은 물론 세계 각국의 백신 투어리즘의 목적지가 되고 있다. 얼마 전 미국 플로리다 오렌지 카운티에서는 30대와 40대 여성 두 명이 60대 노인으로 가장하고 코로나 19 백신 주사를 맞으려다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이미 첫 번째 주사를 맞았다는 백신 카드를 소지하고 있었고, 두 번째 주사를 맞으려 시도하다 적발됐다. 현장에서 이들의 변장을 눈치챈 보건 요원은 "당신들보다 백신이 더 필요한 사람들로부터 당신들은 백신을 훔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들은 다른 나라와 국경을 넘어 플로리다로 백신 여행을 오는 조직적인 움직임의 극히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아르헨티나 유명한 TV 스타인 이야니나 라토레(Yanina Latorre)는 그의 어머니가 마이애미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백신을 맞는 동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전 타임 워너의 CEO인 리처드 파슨스(Richard Parsons)는 뉴욕에서 플로리다로 날아가 백신 접종을 받았다. 인도와 캐나다에서는 플로리다 백신 접종 여행 패키지를 팔기도 했다.
백신 청소부(vaccine scavenger)
앞서 언급한 방법들은 불법적이거나 법망을 교묘하게 피하는 부정적인 방법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 외에도 합법적으로 백신을 일찍 접종할 방법도 있다. 최근 미국 CBS 방송 The Talk의 공동 진행자인 어맨다 클루츠(Amanda Kloots)는 백신 접종소에서 접종받는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는 백신 접종소에서 차를 대고 기다리다 당일 예약된 접종이 모두 완료된 후, 폐기처분 될 운명의 여분의 백신을 맞았다. 클루츠와 같이 접종소 앞에서 여분의 백신 접종 기회를 노리는 사람들은 하이에나처럼 백신 여분을 처리하는 "백신 청소부"(vaccine scavenger)라고 불린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영하 70도 이하의 냉동이 필요하고, 모더나의 경우는 영하 20도에서 몇 달간 보관이 가능하지만, 두 백신 모두 개봉 이후에는 5~6시간 이내에 사용해야 하므로 여분을 전부 소화하기 힘들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는 약 2,300회의 백신이 운반 문제로 폐기됐고, 매사추세츠 주의 경우는 예약자가 정해진 시간에 나타나지 않아 약 1,204회를 폐기 처분했다. 따라서 이들 백신 청소부는 어떤 의미에서는 백신의 낭비를 막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이런 움직임들을 더 적극적인 백신 헌터 운동이라고 하며, 백신이 남는 접종소를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뉴욕타임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텍사스의 한 의사가 폐기 처분될 10회분의 백신을 접종했다 "절도"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그는 곧 법원의 기각으로 풀려났다. 이러한 백신 청소와 백신 헌팅에 대한 시각은 점차 긍정적으로 변화 중이다.
백신 새치기의 비윤리
백신 새치기는 코로나 19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의료노동자와 필수노동자, 그리고 코로나 19에 가장 취약한 고령 인구의 접종 기회를 가로채는 것으로 자칫 간접 살인이 될 수도 있다. 또한 권력과 재력을 이용한 백신 새치기는 사회적 박탈감과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 백신 새치기에 대한 각국 반응은 도덕적 비판과 벌금, 해임 등 다양하다.
'코로나19'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계 코로나 19, 1년: 대역병의 기원과 그 발전의 8개 국면 (0) | 2021.03.03 |
---|---|
코로나 19 백신 빨리 맞기: 미국의 "백신 사냥꾼"(Vaccine Hunter) 운동 (0) | 2021.03.02 |
코로나 19 백신은 안전한가? 백신으로 인한 사망자 0명 (0) | 2021.02.28 |
마스크 종류와 전 세계 189개국 마스크 착용 의무화 현황 (0) | 2021.02.27 |
코로나19 백신 특징과 세계 각국별 사용중인 백신 (0) | 2021.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