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코로나 19 백신 빨리 맞기: 미국의 "백신 사냥꾼"(Vaccine Hunter) 운동

Zigzag 2021. 3. 2.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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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하이에나

요즈음 미국에서는 "백신 청소부"(vaccine scavengers) 혹은 "백신 사냥꾼"(vaccine hunters)들이 심심치 않게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이들은 백신 접종소에서 그날 사용하고 남아 폐기 처분될 백신을 맞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이다. 얼마 전 CBS의 The Talk의 공동 진행자 어맨다 클루츠(Amanda Kloots)가 인스타그램에 백신 접종소에서 예약한 백신 접종자들의 접종을 마치고 남은 백신을 기다리고 있다가 맞은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최근에는 이렇게 폐기 위기의 백신을 맞기 위해 하이에나처럼 찾아다니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미국에서 일종의 운동처럼 조직화되고 있다.

사용되지 않아서 폐기될 위기의 코로나 19 백신을 맞기 위해 기 줄서서 기다리는 백신 사냥꾼들, 출처: NBC 뉴스

백신 사냥의 원리와 목표

백신 사냥은 권력과 재력을 이용해 남의 접종 기회를 박탈하는 백신 새치기와는 다르다. 생명 윤리적으로도 사용되지 않으면 버려질 수 있는 백신을 아껴 접종의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기도 하다. 백신 사냥의 원리는 간단하다. 우선 첫째, 백신 사냥은 화이자-바이오앤테크나 모더나 백신과 같은 일부 백신의 특성과 관련되어 있다. 이들 코로나 19 백신이 요구하는 극도의 저온 저장을 둘러싼 복잡성으로 인해 "여유 용량"이 사용되지 않을 수 있다. 가령 백신 접종소에서 1백 병의 백신을 해동했을 때, 이 백신들은 제조업체에 따라 5시간에서 6시간 사이에 모든 도스를 다 사용해야 한다. 이 잔여 백신들은 재냉동되어 사용될 수 없으며, 시간이 지나면 정해진 프로토콜에 따라 폐기되어야 한다. 예약자들을 '노 쇼'했을 때 일부 백신 접종 제공자들은 마감 시간 즈음에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남은 백신의 첫 번째 주사를 허용한다. 둘째, 백신 사냥은 백신 우선 접종 정책과 그에 따른 분배의 비효율성과 연관되어 있다. 현재 백신은 의료종사자, 노약자 등을 중심으로 우선 접종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들 집단 내의 불안감, 신체 상태, 이동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분배상황이 원활하지 않다. 1월 미국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1월 중순 현재 약 3천만 회의 백신이 분배됐지만 1천만 회만 사용됐고, 나머지 2천만 회는 폐기 혹은 보관상태로 사용되지 못했다. 백신 사냥은 이러한 백신 분배의 문제점을 파고든 것이며, 그 사용의 측면에서 보면 분배의 효율성을 개선하고, 낭비를 줄이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백신 사냥을 운동 차원에서 전개하는 백신헌터 사이트 vaccinehunter.org


백신 사냥꾼들

백신 청소 혹은 백신 사냥을 지원하는 사이트들은 여러 곳이 있다. 가령 vaxstandby.comvaxpaxx.com 은 사이트 등록자와 백신 접종 공급자를 연결해 백신 여분이 생겼을 경우 이 사이트에 등록한 자와 연결하여 백신 접종을 제공한다. vaccinehunter.org는 백신 사냥을 보다 조직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백신 사냥 운동 사이트다.

백신 헌터들은 폐기 위기의 백신이 있는 접종소들을 파악해 서로 정보를 연결하고 크라우드소싱하여 누구든 신속히 이동할 수 있는 사람이 백신의 첫 번째 주사를 맞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백신 사냥 운동은 서로가 가진 정보를 연결하고 크라우드소싱하여 폐기 위기의 백신을 접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운동이다. 이 운동을 전개하는 Vaccinehunter.org 사이트에 접속하면 아래와 같이 주별로 백신 접종소 정보와 백신 사냥 운동을 전개하는 주별 혹은 도시별 페이스북 그룹이나, 레딧 그룹들 사이트를 볼 수 있다. 어떤 주의 페이스북 그룹은 4~5만 명 이고, 그룹 회원 수가 적은 지역은 1천여 명 정도로 매우 활발하다.

Vaccinehunter.org에서 가령 알래스카주를 검색하면 아래와 같이 접종 장소, 예약 상황, 백신 종류를 알 수 있다.

백신 사냥 팁

백신 사냥 팁은 간단하다. 이 팁은 백신 여분을 확인하는 방법과 그 정보를 공유하는 것으로 나누어져 있다. Vaccinehunter.org는 다음의 3가지 팁을 제공한다.

  1. 지역 백신 접종 대기 목록 확인: 지역 예방 접종 클리닉 웹 사이트에서 "대기 목록", "신속 긴급 대기 목록" 또는 "취소 목록"을 제공하는지 확인하시오. 이것들은 종종 남은 백신을 접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2. 지역 백신 접종 제공업체 문의: 만약 당신이 백신 접종 제공업체 웹사이트에서 남은 백신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다면, 전화해서 그들이 보통 이용할 수 있는 백신이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배포되는지 물어보시오. (제공업체 전화선이 몰려드는 전화로 폭주하지 않도록 당신의 결과를 지역 그룹과 공유하시오)
  3. 접종 종료 시점에 지역 백신 공급업체 방문(2 PM-5 PM): 일부 공급자들은 초과 백신을 하루가 끝날 무렵에 배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 앞에서 기다리기 전에 그들이 대기를 허용하는지 확인하고 결과를 로컬 그룹과 공유하시오.

vaccinehunter.org에서 제공하는 백신 사냥 팁

한국도 백신 사냥 운동?

한국도 화이자-바이오앤테크 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모더나 백신도 곧 도입 예정이기 때문에 보관과 배분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영하 70도 이하의 냉동이 필요하고, 모더나의 경우는 영하 20도에서 몇 달간 보관이 가능하지만, 두 백신 모두 개봉 이후에는 5~6시간 이내에 사용해야 하므로 여분을 전부 소화하기 힘들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약 2,300회의 백신이 운반 문제로 폐기됐고, 매사추세츠주의 경우는 예약자가 정해진 시간에 나타나지 않아 약 1,204회를 폐기 처분했다. 한국 의료진의 숙련도는 미국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약자들의 '노 쇼'나 사용 후 여분 문제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크라우드소싱을 통한 정보 공유로 사용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백신 낭비를 막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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