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사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완전 철수, 서방 국가의 탈레반에 대한 3가지 요구, 그리고 탈레반의 미래

Zigzag 2021. 8. 31. 13:42
반응형

20년 점령을 끝내고 철수하는 미군

20년간의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이 끝났다. 미 중부 사령부 사령관 케네스 맥켄지(Kenneth McKenzie) 장군은 군용 수송기 "C-17이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Hamid Karzai) 공항에서 미국 동부시간으로 8월 30일 오후 3시 29분에 이륙했습니다, " 카불에서 마지막 비행 편이 “이제 아프가니스탄 상공을 떠나고 있습니다.”라고 발표했다.

카불 공항을 떠나는 마지막 미군. 출처: 미 국방부 공식 트위터

그는 "오늘 밤의 철수는 대피의 군사적 성격의 마무리이자 2001년 9월 11일 직후 아프가니스탄에서 시작된 거의 20년 간의 임무의 끝을 의미합니다"라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이 임무는 오사마 빈 라덴을 그의 알카에다 공모자들과 함께 정의의 심판을 받게 한 임무입니다."라며 철수가 미국의 패배가 아닌 목적을 달성한 성공적 미션이었음을 애써 부각했다.

미 중부 사령부 사령관 케네스 맥켄지가 미군으 철수가 종료되었음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 CNN

탈레반, "완전한 독립"의 "역사적 순간"

자비훌라 무자히드(Zabihullah Mujahid) 탈레반 대변인은 미군의 철수를 환영하며 "미군은 카불 공항을 떠났고, 우리나라는 완전한 독립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탈레반은 미군의 20년 점령의 종식을 "역사적 순간"이라고 묘사하며 밤하늘에 축포를 쏘아 올렸다.

화요일(31일, 현지 시간) 밤, 하미드 카르자이 공항에서 마지막 미군 항공기가 이륙한 후 기념 총성과 불꽃놀이가 카불의 밤하늘 일부를 밝히고 있다. 사진 출처: AFP

유명한 잘랄루딘 하카니(Jalaluddin Haqqani) 무자헤딘 사령관의 아들이자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국경을 가로지르는 탈레반의 금융 및 군사 자산을 감독하는 느슨한 조직인 하카니(Haqqani) 네트워크를 이끌고 있는 시라주딘 하카니(Sirajuddin Haqqani)의 동생인 아나스 하카니(Anas Haqqani)는 "우리는 다시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미국과 나토의 20년 동안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이 오늘 밤에 끝났습니다. 20년 동안 지하드, 희생, 고난을 겪은 후 이 역사적인 순간을 볼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지하드의 모든 순교자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합니다."라는 트윗과 함께 탈레반 전사들이 20년 점령의 종식을 축하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아나스 하카니의 미군 완전 철수 축하 트윗. 사진 출처: 아나스 하카니 트위터

탈레반과 미국의 도하 협상에 탈레반 측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여했던 그는 알 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정부는 탈레반이 "지금까지 우리들이 충실했던 것, 즉 아프간 민중들과 이슬람에 종사하는 것이 현재 우리의 전반적인 목적", 다시 말해 아프가니스탄의 안정을 기본적으로 추구한다고 밝혔다.

알 자리라와 인터뷰를 하는 아나스 하카니. 사진 출처: 알 자지라

미군이 떠난 카불 공항과 대피

지난 2주 동안 미군은 약 6,000명의 병력으로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을 확보하여 운영해왔다.

탈레반은 많은 사람들이 아프가니스탄을 떠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민간 비행 활동을 계속하기 위한 지원을 찾기 위해 카타르와 터키와 같은 정부와 협의 중이다. 메블루트 카부소글루(Mevlut Cavusoglu) 터키 외무장관은 23일 카불 공항이 민간 항공기에 재개하기 전에 수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임무의 일부로서 터키는 지난 6년간 공항의 보안을 책임져 왔다. 외국 군대가 통제권을 넘긴 후에도 공항을 개방하는 것은 아프가니스탄이 세계와 계속 연결되어 있는 것뿐만 아니라 구호물자와 운영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유엔은 안보리를 소집하여 카불 공항과 대피 문제에 대해 논의하면서 결의안을 채택했다. 서방 강대국들은 탈레반이 아프간 인들의 아프가니스탄 출국을 허용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길 "기대"하고, 카불 공항을 안전하게 다시 개방할 것을 "요청"하는 유엔 결의안을 지지하면서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지만, 이 결의안은 유엔이 후원하는 아프가니스탄의 안전지대를 요구하는 데는 미치지 못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은 아프가니스탄이 최종 미국 철수 시한인 8월 31일 이후에 봉쇄될 경우 구체적인 보복은 없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가 공동 작성한 15개국의 안보리 초안은 단지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이 해외여행을 할 수 있다고 약속한 2021년 8월 27일 자 성명서"만 언급하고 있으며 "탈레반이 이러한 약속들과 다른 모든 약속을 지킬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탈레반과 서방: 탈레반에 대한 3가지 요구 (여성인권, 해외여행 자유, 테러 방지)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외교관을 남겨두지 않을 계획이며 탈레반의 행동에 따라 앞으로 할 일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적 위기와 경제 위기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이슬람 국가 호라산(ISKP/ISIS–K)과 같은 극단적 테러그룹의 발흥을 억제하기 위해 탈레반과의 대화 창구를 열어놓을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가 미국에 연방준비제도(FRB)가 보유한 아프가니스탄 자산을 풀어달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해도 주요 강대국들 중 누구도 탈레반을 서둘러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어떤 국가도 탈레반을 아프가니스탄 정부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엔은 아프가니스탄 인구의 절반인 1,800만 명 이상이 도움이 필요하며 5세 미만 아프간 어린이의 절반이 4년 만에 두 번째 가뭄으로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 세계보건기구(WHO)는 20만 명을 위한 의료물품이 담긴 구호 비행기 1대를 북부의 마자르이샤리프(Mazar-i-Sharif)에 띄웠지만 가뭄과 백신 접종 중단, 55만 명에 이르는 아프간 국경 난민 확산 등으로 인도주의적 위기가 임박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앞서 카타르에서 주최한 주요 7개국(G7) 정상들의 가상회의에서 주요 7개국(G7)·터키·카타르·나토 외교장관들은 자국 내 안보와 해외여행 허가를 받은 아프간인들의 출국권 문제를 논의했다. 서방 국가들은 탈레반에 3가지 주요 요구에 합의하고 있다. 즉, 여성에 대한 인권 확대, 해외 여행권, 아프가니스탄이 테러리스트들의 안전한 피난처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에 대해 국제적인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재건을 향한 험난한 미래

아프가니스탄의 새로운 탈레반 행정부는 40년 간의 전쟁, 정부 관리들과 전문가들의 새로운 이탈, 그리고 최근 세계 금융 시스템과의 단절 등으로 단절된 상태에서 자신들의 통치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경제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탈레반이 인수한 이후 처음으로 일요일 카불의 은행들이 문을 열었을 때 고객들은 현금을 인출하기 위해 새벽이 되기 전에 줄을 섰지만 한 고객당 주당 200달러만 인출할 수 있었다. 중앙은행은 또한 아프가니스탄 은행들에게 국외의 자동 입출금기 인출을 하루 150달러로 제한하도록 명령했다고 수도에 있는 민간 은행의 지점장이 말했다.

탈레반은 지난주 공식 금융 훈련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탈레반 운동에서 고위 재정직을 역임한 것으로 알려진 하지 모하마드 이드리스(Haji Mohammad Idris)를 중앙은행의 새 총재로 임명했다.

전 중앙은행 총재인 아즈말 아마디(Ajmal Ahmady)는 탈레반이 8월 15일 카불에 진입했을 때 도주했다. Ahmady 씨는 탈레반이 중앙은행 자산의 대부분인 90억 달러의 준비금을 미국이 쥐고 동결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그중 0.1~0.2%만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전 정부 비용의 약 75%는 주로 미국 등 국제 파트너들이 부담했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8월 15일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붕괴시킨 이후 아프간 내 활동을 중단했다. 현재 아프간의 기본 식료품과 연료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집권 이후 탈레반은 기술 관료들과 관리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유지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카불 시장을 포함한 일부는 직장에 남아 있었다. 그러나 많은 공무원들이 복직을 꺼리고 있다. 공무원들은 지난 2주 동안 아프가니스탄에서 날아온 12만 명의 사람들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탈레반은 정국의 안정을 위해서는 서방 세계는 물론 기존 관료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필요성이 반드시 탈레반을 보다 온건한 세력으로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정국 안정을 바라는 탈레반과 테러리스 조직의 재 발흥에 직면한 서구 국가들 간의 논의와 협의의 접점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 접점이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미국과 서방 국가들, 그리고 기존 아프간 정부가 물러난 자리에 생긴 권력의 공백을 탈레반이 확실히 장악했다고 볼 수는 없다. 권력 장악과 함께 안정을 갈구하는 탈레반에게 이슬람 국가 호라산(ISKP/ISIS–K)는 또 다른 시험이자 시련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