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초의 연방 차원의 적-녹-황 신호등 연정(Ampel Koalition)의 성립
사회민주당(SPD, 사민당), 녹색당(Grüne) 및 자유민주당(FDP, 자민당) 3당의 정상은 수요일 오후 베를린의 베스트하펜(Westhafen)에서 연정 합의안을 발표했다.
사민당 총리 후보 올라프 숄츠(Olaf Scholz)는 3당이 메르켈 시대를 종식시킬 새 정부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습니다. 숄츠는 "우호적이지만 긴장된 분위기, 신뢰가 가득한 환경에서 협상이 진행됐다"라고 말했다. 숄츠는 기자 회견에서 "우리는 이 나라를 더 좋게 만들겠다는 의지로 단결되어 있다"라고 말하면서 연정은 "영향력이 큰 정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녹색당의 로베르트 하벡(Robert Habeck) 공동 대표는 "복지와 기후 보호의 조화"가 새 정부 정책의 근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당의 공동 대표인 아날레나 베어보크(Annalena Baerbock)는 "우리는 더 많은 발전을 위해 새로운 출발을 할 것"이며 "우리 사회의 결속을 위해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어보크는 독일이 "기후 중립"이 되도록 경제를 변혁시킬 수 있다고 덧붙이며 기후 변화 타결을 위한 "유럽의 공통 대응"을 옹호했다.
자민당 대표인 크리스티안 린트너(Christian Lindner)는 의원은 당사자들이 "서로 격렬하게 대화를 나눴다"며 일부 협상은 "매우 논쟁적"이었다고 말했다. 린트너는 “우리는 심각한 상황에 처한 국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며 “독일에는 변화에 대한 의지와 열망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나라를 함께 현대화하는 것은 우리의 임무"라고 덧붙였다. 린트너는 "사민당과 녹색당은 이 협상에서 그들이 달성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올라프 숄츠는 독일연방공화국의 강력한 수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정 협정(Koalitionsvertrag)에 따라 독일 연방 차원에서 최초로 사민당의 적색, 녹색당의 녹색, 자민당의 황색의 신호등 연정(Ampel Koalition)이 집권한다. 기존에는 기민련/기사연-자민당, 기민련/기사연-사민당의 대연정, 사민당-녹색당, 사민당-자민당의 2당 연대의 연정만 존재했었다. 2017년 기민련/기사연-녹색당-자민당의 흑-녹-황 3자 연정이 성립될 수 있었으나, 자민당을 자신의 편으로 간주하고 녹색당과의 협상에 주력했던 기민련/기사연에 대해 자민당이 불만을 표시하며 연정 협상에서 탈퇴함으로써 실패로 돌아갔다.
연정 협상에서 녹색당이 독일의 자동차 도로에 속도 제한을 도입하려는 계획을 포기한 반면, FDP는 석탄 화력 에너지의 초기 단계 폐지를 수용하면서, 두 정당 간의 많은 의견 차이를 해소되고 연정 협상이 빨라졌다.
내각 부처의 당별 분배
숄츠는 사민당 내부에서 온건파에 속한다. 사민당 당내 주류는 현재 좌파가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은 복지 지출의 확대와 이를 위한 세수 증대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는 연정에 참여하는 자민당의 자유시장 중심 경제와 충돌한다. 특히 자민당 대표인 린트너는 자민당 내 우파로 오랫동안 세금 인상에 반대해왔으며, 새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맡을 예정이다. 따라서 숄츠는 경제정책을 둘러싼 사민당 좌파와 자민당 우파 사이에서 균형과 조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환경문제와 관련해서도 긴장이 존재하는데 환경부 장관을 맡게 될 하벡과 녹색당은 기후 변화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처,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구조 변혁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사민당 그리고 재무정책을 담당할 자민당과 기후 문제와 관련해 끊임없는 긴장을 조성할 것이다.
녹색당은 환경부 장관과 함께 공동 대표인 베어보크가 외무부 장관을 맡게 될 예정이다. 녹색당과 사민당, 자민당은 외교문제와 관련해 큰 입장 차이가 존재하지는 않는다. 이들은 유럽 통합을 강화하고, 미국과의 협력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방향을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나토에 대한 입장 그리고 미국과의 협력에 대해서는 이들 세 정당 사이에 뉘앙스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으며, 미국과의 긴장도 배제할 수 없다.
연립정부 협정안의 주요 내용과 의미
연정의 기반이 될 문서의 제목은 "더 많은 진보의 추구. 자유, 정의 및 지속 가능성을 위한 동맹”(Mehr Fortschritt wagen. Bündnis für Freiheit, Gerechtigkeit und Nachhaltigkeit)이다. 이 연정 협정의 서문은 "파리 기후 보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는 문구로 시작한다. 이 협정에 따르면 국가의 현대화를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이는 현행 헌법의 부채 규정의 틀 내에서 보장되어야 한다. 성취는 인정받아야 하고 노동은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 "만약 우리가 함께 일을 앞으로 나가게 할 수 있다면, 이는 사회에 고무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결속과 진보는 다른 관점 속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연정 협정에는 2030년까지 석탄의 단계적 폐지, 철도 화물 운송량 25% 증가와 전기자동차 1,500만 대 확대, 유럽 항공여행 할증료 추진, 시민권 신청 기간 5년으로 단축과 이중 국적 허용, 최저임금 12유로 인상, 대마초 합법화, 신규 주택 40만 채 건설, 투표연령 16세로 하향 등과 같은 정책이 포함되었다. 투표연령 하향과 같은 합의는 헌법 개정을 필요로 한다. 다음은 연정 협정의 주요 내용이다.
● 신호등 연정은 부채 억제를 위해 노력하지만, 이는 2023년부터만 가능하다. 동시에 사민당, 녹색당, 자민당은 "전례 없는 규모의 추가 자금"이 1.5도 기후 목표와 기후 변화의 경제 변혁을 달성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여기서, 독일 재건은행(KfW Bank)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 탈석탄은 2038년에서 2030년으로 앞당겨진다. 연정 협정은 "이 일은 2030년까지 이상적으로 이뤄질 것이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 지만당, 녹색당, 사민당은 수소 기술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녹색 수소를 위한 유럽 연합의 설립"을 원한다.
● 전기차 보급 확대를 추진한다. 신호등 연정은 2030년까지 독일 도로에 1,500만 대의 전기차를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반면에 환경 단체에서 요구하는 것과 달리 천연가스의 단계적 폐지는 정해진 날짜가 없다. "천연가스는 전환 기간에 필수 불가결하다"라고 연정 협정은 말한. 그러나 미래에는 북해와 발트해에서 석유 및 가스 시추에 대한 허가가 더 이상 없을 것이며, 더불어 나중에 전환할 수 있도록 새로운 천연가스 발전소가 건설될 것이다.
또한 지붕용 태양광 발전도 새로이 개발될 것이다. 상업용 신축 건물의 경우 이는 "의무"가 되어야 하며, 민간 신축 건물의 경우 "규칙"이 되어야 한다.
● 독일은 2030년까지 전체 전력의 80%를 재생 에너지로 확보해야 한다.
● 연정은 모든 젊은이들이 특히 직장에서 직업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훈련 보증을 원한다.
● 최저임금은 12유로로 인상된다. 신호등 연정은 여성과 남성이 동일한 임금을 받고 일하기를 원한다.
● 연금을 삭감하거나 법정 정년을 연장해서는 안된다.
● 연금을 보호하기 위해, 신호등 연정은 법정 연금 보험에 대한 부분적 자본준비금(Kapitaldeckung)에 개입할 것이다. 이러한 부분적 자본준비금은 "독립 공공 기관에 의해 전문적으로 관리되고 세계적으로 투자되는 영구 펀드"를 목표로 한다. 첫 번째 단계는 연금보험에 10억 유로의 자본금을 투입하는 것이다.
● 하르츠 IV(Hartz IV)는 시민소득(Bürgergeld)으로 대체된다. 이 보조금의 첫 2년 동안은 자산에 대한 고려 없이 급부가 보장되어야 하며, 주택의 적정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보호재산(Schonvermögen, 급부 산정이 영향을 주지 않는 노후대비 자금이나 기초공제 같은 재산 - 역자 주)은 높여져야 한다.
● 예비 보고서에서 발표한 바와 같이 연정은 기본 아동 수당에 동의했다. 목표는 아이들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기본 보장은 아동·청소년 모두에게 동일하게 보장되는 소득과 무관한 보장액과 부모의 소득에 따라 차등화된 추가액 두 가지 축을 기반으로 한다.
● 연정은 독일 간호 인력의 헌신을 인정할 것이다. 연방 정부는 이를 위해 10억 유로를 제공할 예정이다. 간호 보너스(Pflegebonus)의 면세는 3,000유로로 인상된다. 간호 상황은 추가적인 단기 조치로 개선되어야 한다.
● 사민당, 녹색당, 자민당은 허가된 상점에서 성인에게 기호용 목적 대마초의 통제된 판매를 도입한다.
● 연정은 연간 400,000개의 새 주택을 건설할 것이며 그중 100,000개는 공적 자금 지원 주택이다.
전국 차원의 임대료 상한선은 없다. 100,000명 이상의 주민이 있는 지방 자치 단체의 경우 적격 평균 월세 수준이 의무화되어야 한다. 임대료 브레이크는 2029년까지 연장된다.
● 신호등 연정은 새로운 국적법을 만들 것이다. 귀화는 원칙적으로 5년 후에 가능하며, 특별한 통합 업적의 경우 3년 후에 귀화가 가능하다.
● 헌법(Grundgesetz)에서 "인종"(Rasse)이라는 용어를 삭제한다.
● 의사는 기소를 두려워하지 않고 낙태에 대한 공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신호등이 형법 219a항(낙태광고를 금지한 조항)을 삭제할 것이다.
● 남성과 성관계를 맺는 남성과 트랜스젠더의 헌혈 금지는 폐지되어야 하며, 필요하다면 법률로도 폐지되어야 한다.
● 신호등 연정이 16세부터 유럽 및 연방 선거에 대한 투표권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물론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 시민당, 녹색당, 자민당은 무장 드론을 국제 통제 제도에 더 많이 포함시키기를 원한다. 이 문제는 녹색당과 사민당 좌파를 괴롭혔다. 이에 대해 "인간의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율 무기체계를 거부한다"라는 말이 덧붙여졌다.
연립정부 성립 절차와 포스트-메르켈 시대의 개막?
각 당의 협상팀에 의해 합의된 연정 협정은 각 당의 승인을 받아야 효력을 발휘한다. 사민당과 자민당은 당대회에서 녹색당은 당원 투표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녹색당은 125,000명의 당원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며, 약 10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승인을 위해서는 단순 과반수가 필요하다. 사민당과 자민당은 각각 12월 4일과 12월 5일 당대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연방의회의 총리 선출과 장관 취임 선서는 12월 9일이 될 예정이다. 2017년 연정 협상이 선거 후 약 171일이 소요된 데 비해 이번 협상은 약 70여 일 정도로 단축되었다. 현재 일정대로라면 메르켈 총리는 헬무트 콜 전 총리와 똑같은 16년 집권하는 것이지만, 약 한 달 차이로 콜의 재임 기록을 깨지는 못할 것이다.
녹색당 전 대표이자 새 연립 조약의 협상가 300명 중 한 명인 셈 외즈데미르(Cem Özdemir)는 이번 연정 협상의 특징을 "변화와 연속성은 하나"라고 요약했다. 메르켈은 신자유주의, 이민자 위기, 트럼프 등 국내외적 격변과 도전 속에서 독일과 유럽에 안정을 제공했지만 동시에 독일을 정체시켰다. 특히 기후 위기에 대한 그의 소극적 대응에 대해 이번 연정 협정은 변화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경제와 외교 등의 문제에 대해서 이번 협정은 연속에 강조점을 두었다. 베렌버그 은행(Berenberg Bank)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홀거 슈미딩(Holger Schmieding)은 "새 정부는 본질적으로 변화가 아닌 연속성 정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숄츠가 주도하는 신호등 연정은 현재로서는 변화의 숄츠 1.0보다는 연속의 메르켈 2.0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무엇보다는 그 자신이 현재 사민당 주류인 좌파적인 변화보다 보수적인 안정을 중시해왔기 때문이다. 2022년의 독일 정부의 새해 메시지는 더 이상 메르켈이 아닌 숄츠에게서 나오겠지만 그 본질적인 내용은 지난 16년과 크게 차이가 없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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