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정치에서 공화당 내 강력한 남성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대선 후보로 선출된 발레리 페크레세가 프랑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지만, 적어도 2022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가 에마뉘엘 마크롱과 마리 르펜의 결선투표로 귀결될 가능성 또한 점차 옅어지고 있다. 전형적인 프랑스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페크레세는 중도 우파로 르펜만큼 극우적이지 않기에 2017년 마크롱을 지지했던 중도 우파 유권자들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대권 가도에서 기존의 중도적인 입장에서 우파 유권자들을 흡수하기 위해 이민과 프랑스 정체성에 대해 더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당선 가능성과 무관하게 페크레세가 이번 대선에서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이 글은 New Statesman의 기사 Could Valérie Pécresse be France’s first female president? 의 번역으로 발레리 페크레세의 경력과 정치 성향 그리고 선거 전망에 대한 분석을 제공하고 있다. - 역자 주
발레리 페크레세는 프랑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스스로를 “메르켈의 3분의 2, 대처의 3분의 1”이라고 자처하는 여성은 마크롱의 재선 가능성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발레리 페크레세(Valérie Pécresse)는 승리 연설에서야 비로소 그의 가장 명백한 자산 중 하나를 과시하였다. 그는 이전에 자신의 성별을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았으며, 중도 우파 공화당의 첫 여성 프랑스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 4명의 남성과 맞붙었다. 그러나 12월 4일 연단에서 그는 "드골 장군, 조르주 퐁피두, 자크 시라크, 니콜라 사르코지의 당이... 나를 대통령 선거 후보로 지명"했다는 상징주의에 약간의 자부심을 보였다.
페크레세(54)는 내년 4월 대선 1차 투표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마린 르펜(Marine Le Pen) 국민연합(National Rally 당수, 극우 무소속 에릭 제무르(Éric Zemmour), 좌파 불복하는 프랑스(France Unbowed, La France Insoumise) 장뤼크 멜랑숑(Jean-Luc Mélenchon) 등 다양한 경쟁자들과 맞붙는다. 최근 몇 달 동안 여론조사가 접전이 되면서 오랫동안 예상되었던 마크롱이 르펜과 맞붙는 결선 투표는 이제 가능성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일드프랑스 지역(Ile-de-France, 파리를 둘러싸고 있는 프랑스 최대 중심지역 - 역자 주)의 페크레세(Pécresse) 지방 의회장이 공화당 후보로 지명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페크레세는 지방 의회장이기도 한 자비에르 베르트랑(Xavier Bertrand, 그는 오드 프랑스의 지방 의회장이다 - 역자 주) 또는 전 Brexit 협상 수석대표인 미셸 바니에(Michel Barnier)에 비해 경량급으로 무시되었다. 그러나 1차 투표에서 11만 명의 당원들에 의해 둘 다 탈락했다. 두 번째 라운드에서 그는 제무르와의 근접성을 숨기지 않는 극우 의원인 에릭 시오티 (Éric Ciotti)를 물리쳤다.
페크레세의 선택은 중도 우파에서 가장 유능한 운영자 중 한 명으로 여겨지는 여성의 오랜 경력의 정점이었다. 마크롱의 측근들은 그것을 예상하지 못했고 그를 그의 재선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 자신을 "3분의 2 메르켈, 3분의 1 대처"라고 부르는 이 여성이 프랑스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페크레세는 1967년 프랑스 파리 근교의 부유한 뇌이쉬르센 (Neuilly-sur-Seine)에서 태어났다. 영재 학생이었던 그녀는 16세에 바칼로레아(Baccalaureate, 보통 18세에 응시, 중등과정 졸업시험 - 역자 주)에 합격했다. 그녀는 소련에서 두 번의 여름을 보내면서 공산주의 청소년 캠프에서 러시아어를 배웠다. “나는 비순응주의(nonconformism)가 좌파보다 우파의 가치라는 생각을 유지했습니다.”라고 그는 나중에 소련에서 보낸 시간에 대해 말했다.
그의 아카데미 경력은 프랑스의 엘리트 기관의 점호와 같다. 그는 처음에 프랑스 최고 명문 경영대학원인 École des Hautes Études Commerciales에서 공부했고, 나중에는 공무원을 위한 전통적인 마무리 학교인 국립행정학교(École Nationale d'Administration)에 다녔다. 그는 2등으로 졸업했다.
그는 공무원으로 일하다 1997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판단 실수로 국회의 조기총선 소집 결정을 내렸는데 이는 좌파의 승리로 이어졌다. 페크레세는 "일부 동료들은 그것을 직업적인 자살이라고 말했으며 좌파가 20년 이상 권력을 잡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녀는 중도 우파에서 지위가 빠르게 상승하여 2002년에 하원의원이 되었다.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페크레세는 고등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되었다. 그는 논란이 된 대학 제도 개혁에 대한 학생들의 시위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2014년 사회주의자인 프랑수아 올랑드(François Hollande)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그녀는 부유한 교외 지역과 가난한 방리외(Banlieues)뿐만 아니라 파리를 포함하는 지역인 일드프랑스(Ile-de-France)의 첫 여성 지도자가 되었다. 페크레세는 현저하게 온건한 어조를 취하여 그의 페미니즘을 강조하고 그가 사회 정의에 중점을 둔 2차 세계 대전 지도자 샤를 드골의 이름을 딴 프랑스 정치의 애국적이고 보수적인 변종인 드골주의에 끌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심지어 2017년에는 공화당을 탈당하며 당의 우경화에 항의하기 위해 그 자신의 정치 운동을 결성하기도 했다.
그가 엘리제(대통령 궁, 즉 대통령 자리 - 역자 주)를 눈여겨보기 시작하면서 그는 공화당 당원, 특히 이민과 정체성 문제에 대해 절제할 의향이 없는 우파로 전향했다. 그의 웹사이트의 정책 목록은 단순히 "이민 중단"이라는 제목이 달려 있다. 비록 그의 제안은 그런 것이 아니지만 말이다.
당내에는 이미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에릭 시오티는 "우파에게"(To the Right)를 발족했는데, 그는 이를 페크레세가 경선 기간 동안 자신이 지지했던 강경책을 채택하도록 압력을 가하기 위한 "운동"이라고 불렀다. 시오티는 경선 다음날 "[페크레세]의 메시지는 우파적이지 않다"(not the right one은 '옳지 않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 역자 주)라고 말했다.
페크레세의 오른쪽에 있는 그의 반대자들은 그의 당 내 분열을 즐기고 있다. 제무르는 시오티 지지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시오티는 "의심할 여지없이 애국자이며 우리가 공유하는 신념에 충실합니다"라고 썼다. 12월 5일 반인종주의 시위자들에 대한 폭력으로 점철된 그의 첫 번째 공식 선거 유세에서 제무르는 시오티 지지자들에게 자신에게 합류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페크레세는 지난 선거에서 많은 전통적인 우파 유권자들을 설득한 자유주의 경제학을 내세운 마크롱과 자신을 구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사회 문제에 대한 페크레세의 보다 보수적인 입장은 그들 중 일부를 되찾을 수도 있지만, 그는 여전히 친 유럽적인 경제 자유주의자로 남아 있으며, 대통령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이민과 정체성에 대한 그의 입장은 중도파 마크롱 유권자들에게는 너무 강하고 제무르나 르펜의 유혹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날 수 있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오늘날 프랑스 유권자는 전후 역사의 어느 시점보다 더 우파적이지만, 마크롱과 극우 사이에 끼어 있는 페크레세의 중도 우파가 내년 4월에 반드시 수혜를 누릴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발레리 페크레세에는 몇 가지 장점이 있다. 그는 2007년 세골렌 루아얄 (Ségolène Royal, 사회당 출신으로 전 푸아투 샤랑트 지방의회 의장 - 역자 주) 이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여성 대통령 후보로서 2017년에 마크롱의 젊음이 그에게 도움이 되었던 것처럼 이는 그녀를 현대화 세력으로 묘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민에 대한 그의 수사학은 가혹할 수 있지만 그는 르펜과 제무르에 비해 온건해 보일 것이다. 그는 경선 승리 연설에서 “나는 프랑스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라고 예측했다. 이것은 승산이 별로 없지만, 최근 프랑스 정치에서는 예상대로 된 것이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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