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자 주: 2017년 프랑스 대선에서 마크롱의 승리는 기존 공화당과 사회당의 좌우 양당 간의 정권 교체를 특징으로 해온 프랑스 제5 공화국 체제의 균열이라는 점에서 의외였다. 프랑스인들은 그의 새로운 정치에 기대를 걸었지만 마크롱은 낡은 프랑스 정치를 혁신하는 대신 자신의 불안정한 정치 기반만을 다졌을 뿐이다. 더구나 지난 2020년 6월 지방선거에서 유권자의 기권율은 무려 68%로 정치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혐오감이 그 한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었다. 2017년 대선 이후 좌파와 우파의 다수를 중심으로 정치가 재편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했지만 오늘날 프랑스 정치는 무수한 정당들로 쪼개졌다. 따라서 1차 투표를 4개월 앞둔 프랑스 대선의 결과를 예측하기는 더 힘들어졌다. 좌파 후보는 통일되지 않았고, 극우 후보들도 갈라져 있고, 마크롱의 중간지대 지지율은 우파와 중도 사이에서 동요하고 있다. 따라서 2차 결선 투표에서 좌파와 우파 후보가 맞붙지 않은 이례적인 사태가 2017년 대선 이후 또 재현될 수 있다. 이 글은 클레르몽 오베르뉴 대학(Université Clermont Auvergne)의 역사학자 Mathias Bernard의 The Conversation 1월 11일 자 기사 Macron’s 2017 victory was supposed to usher in a new politics – instead, France remains gripped by political crisis의 번역으로 마크롱 정치의 문제, 2022년 대선을 둘러싼 정치세력들의 난립, 프랑스 현재 정치의 문제와 대중 간의 긴장, 대역병의 영향 등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마크롱의 2017년 승리로 새로운 정치를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대신 프랑스는 여전히 정치적 위기에 사로잡혀 있다.
2022년 프랑스 대선 1차 투표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금, 주요 정당의 후보들은 이미 선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아직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하지 않은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은 그의 업적을 보여주고 그의 의제를 계속 이어가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자주 대중 연설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상황은 캠페인의 비교적 초기 단계에서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더 불안정하다. 다가오는 선거는 후보자들의 분열된 범위, 지속적인 구조적 정치적 위기, 대역병에 대한 지속적인 불확실성으로 특징지어지는 전례 없는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다.
2017년의 유산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잇따르는 특이한 캠페인이다. 2017년 프랑스 선거는 1960년대 이후 교대로 집권한 두 주요 정당 중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은 후보의 승리를 이끌었기 때문에 그 자체로 규범에서 벗어났다. 그것은 지금까지 좌/우 분할로 정의되었던 제5공화국으로부터의 이탈을 예고했다.
10번의 선거 중 세 번째로 2017년 2차 선거에서 전통적 우파 후보와 사회주의 좌파 대표가 대결하지 않았다.
대신 '우파도 좌파도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신인 에마뉘엘 마크롱이 극우 마린 르펜(Marine Le Pen)과 맞붙었다. 이전의 두 사례는 1969년(2차 투표에서 중도주의자 알랭 포에르[Alain Poher]가 드골주의자 조르주 퐁피두[Georges Pompidou]를 만났을 때)과 2002년(퇴임하는 우파 대통령 자크 시라크[Jacques Chirac]가 극우 후보인 장-마리 르펜[Jean-Marie Le Pen]에 대항하여 프랑스 공화국의 수호자 역할을 했을 때)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통적으로 집권에 적합하다고 여겨졌던 두 개의 주요 정당인 사회당 (Parti socialiste)과 공화당 (Les Républicains)이 더 매력적으로 증명된 신선한 얼굴(마크롱)과 항의 인물(르펜과 좌익 선동가 장뤼크 멜랑숑[Jean-Luc Mélenchon])들의 원자화된 스펙트럼의 새로운 참가자들에 의해 근소하게 밀려났다.
이 분열은 2002년 이후 처음으로 2차 후보 중 누구도 1차 투표에서 25% 이상의 득표율을 얻지 못한 이유를 설명해준다. 주요 정당들의 약화는 또한 이어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로운 대통령을 중심으로 형성된 새로운 다수당에게 승리를 가져다주었다.
당시 일부 전문가들은 프랑스의 정치적 스펙트럼이 이 "좌파와 우파"의 다수를 중심으로 재구성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5년이 지난 지금, 이것은 분명히 일어나지 않았다. 프랑스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의 스펙트럼은 훨씬 더 쪼개졌다. 마크롱은 재임 기간 동안 여전히 유권자의 20~25%인 선거 기반을 확대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2019년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마크롱을 지지하는 연합은 22.4%의 득표율을 기록했으며, 2021년 12월 여론조사기관들은 마크롱을 2022년 선거에서 평균 24%의 득표율로 예측했다.
정치를 바꾸는 대신, 마크롱은 단지 그의 유권자 기반을 강화했고, 그것을 중도 우파로 이동시켰다. 이것은 이론적으로 왼쪽의 특정 공간을 자유롭게 남겨두지만, 이는 오늘날 어떤 후보도 차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후보자의 난립
프랑스 좌파는 그 집단을 갈라놓는 균열을 극복하는 데 실패했다. 2012년과 2017년 장뤼크 멜랑숑을 중심으로 뭉쳤던 반체제 좌파조차도 현재 두 후보를 내세우고 있다. 멜랑숑은 극좌 정당인 불복하는 프랑스(La France insoumise), 파비앙 루셀은 공산당(Parti Communiste)을 대표한다.
기성 우파가 발레리 페크레스 (Valérie Pécresse)라는 단일 후보를 내세웠지만 극우에는 2002년 이후 처음으로 마린 르펜과 에릭 제무르(Éric Zemmour)라는 두 명의 후보가 있다.
2002년과 2017년과 마찬가지로 이렇게 많은 후보자가 난립하면 2차 예선 진출을 위한 문턱을 낮추기 때문에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현직 대통령은 그가 주장하는 정치적 공간, 즉 중간지대(centre ground)를 단독으로 차지하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포지션은 재선을 노렸던 전임자들(2012년 니콜라 사르코지[Nicolas Sarkozy], 2002년 자크 시라크, 1988년 프랑수아 미테랑[François Mitterrand], 1981년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테잉[Valéry Giscard d’Estaing])보다 덜 안전하다. 왜냐하면 그는 좌우파 모두로부터의 질책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의 현재 선두 주자 상태가 여전히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속적인 위기
정당의 분열은 1980년대 이후 프랑스 민주주의를 갉아먹은 더 깊은 문제, 즉 정치적 대표성(political representation) 위기의 징후이다.
프랑스인들은 대중정당과 보통선거를 기반으로 하는 19세기 이후 정치로부터 점차 소외되어 왔다. 선거 운동가도 적고 투표하는 사람도 적어지고 있다.
이것은 1981년 이후 교대로 집권한 정부의 실패에 따른 유권자들의 환멸, 아무리 좋게 보아도 약속의 파괴자이고 더 나쁘게 보면 부패한 정치인들의 이미지를 손상시킨 스캔들, 정치 결집보다 개인적, 일상적인 공약을 선호하는 개인주의 사회의 부상 등 여러 요인 때문이다.
민중 대 엘리트
2017년 마크롱 대통령의 선거 승리는 이러한 전통적 정치적 대표성 위기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시스템”의 외부, 특히 정당 시스템의 외부에서 등장한 새로운 종류의 후보자처럼 보였고 파괴적 혁신을 옹호했기 때문에 당시 “구세계”라고 불렸던 것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축출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정치적 제공물들을 지속적으로 재구성하거나 장기적으로 정치적 내러티브와 관행을 변경하지 못하는 그의 무능력은 이러한 위기감을 고조시켰을 뿐이다.
평범한 사람들과 그들이 오만하고 프랑스인들이 직면한 현실과 단절되어 있다고 여기는 엘리트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마크롱은 이 엘리트의 전형이다.
전임자들과 마찬가지로 프랑스 대통령과 그의 정부는 고질적인 인기 부족 상황에 직면해왔다. 집권 첫 몇 주 후에는 그들의 지지율은 거의 40%를 넘지 않았다.
프랑스 사회 전반의 이런 불만이 일련의 시위에도 반영됐다. 최근 몇 년 동안 시위자들은 전통적인 정치적 중재를 거부하고, 일반 프랑스인들의 요구와 단절된 것으로 생각되는 정치적 결정에 분노를 표현했으며, 때로는 폭력을 사용하려는 유혹까지 드러냈다.
2016년 당시 대통령이었던 프랑수아 올랑드(François Hollande)는 뉘 드부(Nuit Debout, '밤샘'시위란 의미로 친기업적 노동법 개악 반대 시위 - 역자 주) 시위와 더 광범위하게는 그의 새로운 노동법에 반대하는 거리 시위에 맞서 싸워야 했다. 2018년 11월과 12월, 그의 후임자는 완전히 다른 규모의 사회적 불안에 직면했다. 즉, 그것은 반 농촌 지역과 도시 주변에 거주하며 점증하는 빈곤을 두려워하는 일반 프랑스인과 정치권력 사이의 균열을 드러낸 질레 자운(gilets jaunes) 혹은 "노란 조끼" 운동이다.
이러한 시위로 인해 마크롱은 2019년 상반기에 일반 프랑스 국민과 직접 접촉하고 국가 토론 이니셔티브를 통해 공공 의사 결정에 새로운 형태의 시민 참여를 제안했다. 그러나 이러한 아이디어는 실질적인 정치적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으며 궁극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
대역병의 역할
전례 없는 보건 위기의 갑작스러운 시작은 비록 그것이 행정권의 정당성을 강화했을지라도 프랑스의 정치적 위기를 끝내지 못했다. 2021년 가을, 프랑스의 건강 패스포트에 반대하는 운동은 질레 자운 시위대의 동원 전략의 측면을 차용했다.
한편 이 특이한 시기에 치러진 선거는 2020년 3월과 6월 지방선거에서 55%, 2021년 6월 지역 선거와 도 선거에서 66%로 전례 없는 수준의 기권으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대통령 선거는 같은 보건 위기 속에서 치러질 것이기 때문에 선거 운동원들을 직접 행동으로 불러서 유권자들이 투표함에 가도록 하는 것이 어렵다.
프랑스 사회 전반에 걸쳐 고조되는 긴장이 올해 대선의 근본적인 특징이 될 것이다. 선거운동의 첫 달 동안, 이 위기는 공공 토론에서 국가 정체성과 관련된 주제들이 널리 등장한 것처럼 "시스템"을 거부하는 후보들(좌파의 아르노 몬테부르[Arnaud Montebourg], 극우의 에리크 젬무어 등)의 난립에서 분명해졌다.
여전히 빠져 있는 것은 사상과 관행의 갱신인데, 이것이 궁극적으로 대부분의 프랑스 국민들이 정치로 돌려세울지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다)
'해외 시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계 최대 군사 동맹 나토, 그 기원과 역사, 군사작전과 군사비 지출 (0) | 2022.01.16 |
---|---|
영국 존슨 총리의 '파티 게이트', 각료 코드와 봉쇄 규칙 위반으로 당 안팍에서 최대 위기 직면 (0) | 2022.01.15 |
카자흐스탄 시위, 지도와 차트로 쉽게 이해하기 (0) | 2022.01.12 |
관타나모 수용소 20년 타임라인: 악명 높은 21세기 미국의 인권 탄압과 사법 사각지대 상징의 역사 (0) | 2022.01.12 |
카자흐스탄 시위: 경고 없는 발포 명령 속에서 잦아드는 소요 (0) | 2022.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