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 주: 제20대 대통령 선거(3월 9일)가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를 일각에서는 선호하는 후보보다 덜 싫어하는 후보를 골라야 하는 "비호감들의 선거", 차악을 고르는 선거로 부르고 있다. 해방 이후 76년의 한국 정당사에서 10년 이상 당명을 유지한 정당이 다섯 손가락으로도 꼼을 수 있을 만큼 한국의 정당체제는 불안정했다. 대통령제라는 특징은 이러한 불안정한 정치체제 속에서 선거를 더욱 정책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만들었다. 더욱이 거대 정당이 자신의 후보가 아닌 원외자를 불러들일 경우 그것은 기존의 비호감을 극복하고 좀 더 참신한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전략이었지만 이들이 불러들인 원외자 출신의 두 후보 모두가 비호감이 높다는 사실은 이번 선거의 부정적인 측면을 더욱 부각하고 있다. 따라서 두 후보의 호감도가 남은 기간 동안 특별히 나아지지 않는 한 이번 선거는 비호감들의 선거로 끝날 것이며 어느 쪽 유권자들도 결국은 만족할 수 없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낮은 기대감 속에서 출발하는 정부는 더 바닥을 칠 것이 없는 상황에서 출발하는 것이기에 아주 나쁜 상황이라고만을 볼 수 없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는 취약한 정치 제도의 문제점을 치명적으로 드러낸 선거가 되었다. 더욱이 코로나 19 대처, 북핵문제, 산업재편, 불안정 노동과 양극화, 젠더 갈등과 같이 핵심 사안을 앞두고 선거가 정책보다 인물이 중심이 되어 버리면 유권자 입장에서는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방해를 받거나 왜곡될 수 있다. 이 글은 워싱턴포스트의 도쿄 지부장인 Michelle Lee와 서울 주재 기자인 Min Joo Kim의 워싱턴포스트 2월 8일 자 기사 South Korea’s pivotal presidential election marred by scandals, bickering and insults의 번역으로 "비호감들의 선거"로 불리는 한국 대선이 정책 대신 스캔들과 네거티브로 얼룩진 상황, 정당 취약성이라는 제도적 배경, 인물 중심 선거의 문제 등을 분석하고 있다.
스캔들, 말싸움, 모욕으로 훼손된 한국의 중요한 대통령 선거
한 후보자는 토지 개발 부패 스캔들에 빠져 있다. 다른 한 명은 신경 손상을 치료한다고 주장하는 자칭 항문 침술사와 관련이 있다. 그리고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될 이 두 주요 경쟁자들은 무당, 혹은 점쟁이를 선거운동 고문으로 두어서 비난을 받고 있다.
그 드라마는 그들의 가족까지 이어진다. 한 후보의 아내는 비판적인 언론인들을 '감옥'에 넣겠다고 협박하며 성희롱 피해자들을 비하했고, 그녀의 어머니는 재정 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아들이 불법 도박으로 수사를 받는 동안 다른 후보의 아내는 남편의 측근을 동원해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켰다.
한국은 정치 스캔들에 낯설지 않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2017년 권력 남용으로 극적으로 탄핵되었고 정치에 무당도 연루되었다는 혐의에 직면했다. 하지만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는 "비호감들의 선거"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새로운 저점에 도달했다.
3월 9일 선거는 한국의 문화적, 경제적 영향력이 커지고 소득과 성 불평등을 둘러싼 국내 분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평양, 베이징, 워싱턴, 일본과의 관계의 미래를 형성할 세계적으로 그리고 국내적으로 중요한 선거이다.
그러나 이 선거운동은 치열한 여론조사를 벌이고 있는 두 선두주자들 사이에 엄청난 규모의 말다툼으로 가득 차 있다. 실질적인 정책 토론 대신, 납세자가 지원하는 남성 탈모 치료의 약속과 "흡연자 권리"의 확대를 포함한 독설과 정치적 영합이 있다.
서울 소재 정치 컨설팅업체 민기획의 대표 박성민은 “한국의 복잡한 사회문제에 대한 유능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각 후보는 다른 후보가 당신의 삶을 힘들게 할 것이라고 대중에게 말하며 경쟁자에게 책임을 돌리기 바쁩니다”라고 말했다.
박 씨는 핵심 정책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현금 지원금과 같은 포퓰리즘적 "빠른 히트" 제안으로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논쟁은 끝이 없었고 여론 조사는 유권자가 지쳐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장 최근의 것은 서울의 소리 기자와 윤석열 보수 후보의 부인 김건희의 7시간 동안의 통화 내용이 유출된 것이다. 젠더 이슈가 화두가 된 선거에서 #미투 피해자들의 동기를 묻는 김 씨의 발언은 화제가 되었다.
보수적 국민의 힘 당은 현재의 리버럴 한 대통령의 성평등 추진이 경제적 기회를 해쳤다고 믿는 젊은 남성들을 끌어들였고, 그래서 그들은 “반페미니스트” 운동의 일환으로 보수적 성향을 띠고 있다. 성희롱 피해자는 기회주의자일 뿐이라는 김 씨의 발언이 화제를 모은 후 그녀의 온라인 팬클럽은 성장했고 그의 남편은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탔다.
한편, 리버럴한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그의 감독 하에 소수의 개인 투자자들이 공적 자금 프로젝트에서 이익을 얻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토지 개발 거래와 관련이 있다. 스캔들과 관련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던 2명의 공무원이 최근 자살로 사망했다.
이 씨는 전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경기도지사 출신으로 문제 해결사이자 최초의 코로나19 현금 지원 도지사로서의 면모를 구축했다. 한때 자신이 '성공적인 버니 샌더스'를 열망했다고 말한 이 씨는 보편적 기본소득 제안을 비롯한 좌파 경제 정책으로 유명하다.
전직 검찰총장 출신인 윤 씨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유죄를 선고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공격적인 반부패 검사로 자신의 브랜드를 쌓아왔다. 정치 초년생인 윤 씨는 주요 정책 이슈와 심지어 자신의 선거 공약에 대해 유창함을 보여주지 못하는 등 여러 번의 선거 실수를 저질렀다. 윤 씨의 강령에는 규제 완화와 북한에 대한 보다 강경한 접근이 포함되어 있다.
윤 씨는 그동안 무속인과 침술사와의 연관성을 부인해왔고,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아내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이 씨는 개발 계약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두 후보는 조사에서 한 자릿수에 있다. 소프트웨어 재벌이자 전직 의사인 안철수는 분열적인 정치에 좌절한 유권자들을 위해 국민당의 중도 후보로 자처하고 있다. 그리고 리버럴 소수당인 정의당의 노동운동가였던 심상정은 유일한 여성후보이다.
지난주 4명의 후보는 토론 규칙과 형식에 대한 의견 불일치로 인해 몇 주 동안 일정을 조정한 후 첫 번째 정책 토론을 개최했다. 그러나 몇 가지 정책 문제로 충돌했던 토론회 동안에도 이 씨와 윤 씨는 계속해서 스캔들로 되돌아왔다. 윤 씨는 토지개발비리 의혹에 대해 이 씨를 압박하며 “대중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는데 헛소리만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윤 씨가 검사처럼 행동한다고 비난하며 윤 씨 그 자신의 스캔들에 대해 공격했다.
논란과 독설이 거세지면서 선두주자들의 비호감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신문 한겨레의 새로운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8%와 54.7%가 각각 이 씨와 윤 씨를 "싫어한다"라고 말했다.
조지워싱턴대학교 한국학연구소의 한국 정치 전문가인 다르시 드라우트(Darcie Draudt)는 역사적으로 약한 정당 체제를 갖고 있는 한국에서 정강보다는 퍼스낼리티가 오랫동안 대선을 이끌어왔다고 말했다. 그녀는 두 명의 선두주자가 정당 외부자이고 부패 혐의에 연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등장했다고 말했다.
드라우트는 유권자의 연령, 성별, 계층 문제에서 격차가 커지는 가운데 투표자들이 정치기관에 대한 불신을 느끼는 등 이번 선거운동이 퍼스낼러티 주도 선거의 단점과 국민 신뢰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이번 선거는 '두 가지 악 중 차악'으로 프레임 되었기 때문에 선택한 후보의 승리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유권자는 결과에 불만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 1월 말 대선이 '비호감들의 선거'로 알려지게 됐다며 유권자들에게 90도 고개를 숙여 사과하며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시간 뒤 그는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측근을 감싸는 지도자"를 익명으로 언급했는데, 윤 후보 측근들은 이를 두고 후보자에 대한 명백한 공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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