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자 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푸틴에 의해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를 위한 특별한 작전으로 명명되었다. 푸틴은 오늘날의 우크라이나가 레닌에 의해 발명되었고, 그 발명을 히틀러가 실천에 옮겼다고 믿고 있다. 이 글은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Slavoj Žižek)의 Project Syndicate 4월 18일 자 기고 War in a World that Stands for Nothing의 번역이다. 지젝은 러시아의 대 우크라이나 전쟁을 움직이는 엔진이 한편으로는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석유와 가스의존의 시장원리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물질적 부에만 관심이 있는 러시아의 과두적 룸펜-부르주아 혹은 올리가르히라고 주장한다. 전쟁발발 이후 서구는 석유와 가스를 위해 400억 달러를 러시아에 지불함으로써 러시아의 전쟁을 간접적으로 지원했으며, 민영화로 돈을 번 올리가르히는 정의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결국 전쟁의 종식은 자본과 시장의 논리와 광적인 러시아 올리가르히를 넘어서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무 것도 지지하지 않는 세계에서의 전쟁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의 전쟁 엔진은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에 대한 유럽의 지불뿐만 아니라 오로지 물질적 부의 과시(trappings)에만 동기부여를 받은 "룸펜-부르주아"(lumpen-bourgeoisie) 계급에 의해서도 지탱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인들과 다른 모든 사람들은 세계 자본주의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어떻게 이기는지를 힘들게 배우고 있다.
러시아와 다른 옛 공산주의 국가의 소위 올리가르히(oligarch, 구 소련 국영기업의 민영화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신흥 지배집단 - 역자 주)은 마르크스가 소위 '룸펜 프롤레타리아'라고 불렀던 부르주아 계급의 대응물인데, 그것은 그 구성원들이 계급 의식이나 혁명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 조작에 영향을 받기 쉬운 생각 없는 집단이다. 그러나 프롤레타리아 계급과는 달리, 1980년대 후반부터 이들 국가에 등장한 룸펜-부르주아는 국유 자산의 거친 "민영화" 덕분에 자본(자본의 많은 부분)을 통제한다.
슬로베니아의 우익 총리인 야네즈 얀차(Janez Janša)의 협력자이자 친구인 로크 스네치치(Rok Snežič)가 대표적인 예이다. "독립적 세금 고문"인 스네치치는 슬로베니아 기업들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세르비아계 지역인 스릅스카(Srpska) 공화국의 낮은 세율 관할구역에서 다시 정주하는 것을 돕는다. 그는 개인 소유자산이 없고, 파산 선언을 통해 자신의 과거 세금 고지서를 지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스네지치는 또한 새로운 고급차를 타고 돌아다녔고, 대형 광고판 광고에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다. 그는 공식적으로 아내가 소유한 회사에 고용되어 있으며, 그는 매달 37,362 유로($40,346)의 급여를 현금으로 받는다.
그러나 "정상적인" 자본주의 또한 룸펜-부르주아 계급을 형성한다. 스네지치는 돈과 물질적 부의 과시에 의해서만 동기부여를 받으며 정확히 그가 아무것도 지지하지 않기 때문에 비슷하게 번창하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장 가치는 또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전쟁의 윤곽을 결정했는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 대통령은 세계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실제로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벼락치기 학습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쟁이 시작된 이후, 유럽은 거의 400억 달러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 대금을 러시아에 보내, 서구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인들의 삶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을 더 우려하고 있다는 그의 관찰을 촉발시켰다. 러시아 전쟁 엔진을 부채질해 온 자본주의 시장은 우크라이나를 버렸다.
이 피비린내 나는 무역을 끝내려면 각국의 정부들은 시장 메커니즘에 대한 의존을 버리고 러시아 전쟁이 일으키고 있는 세계 식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 공급을 직접 조직하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밀 수출국 중 두 곳일 뿐만 아니라 유럽의 주요 화학 비료 공급원이기도 하다.) 역설적으로, 신생 소련의 "전시 공산주의"(war communism)를 상기시키는 조치만이 우크라이나를 구하고 서구 권력을 보존할 수 있다. 결국, 러시아는 지정학적으로 서방에 도전할 뿐만 아니라 세계 통화로서 미국 달러와 유로를 폐위하기 위해 중국과 협력하고 있다.
서구의 연대가 경제적 이익에 의해 제한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유럽을 방어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또한 러시아 국민들을 그들의 대통령인 블라디미르 푸틴과 그의 룸펜-부르주아 계급의 자멸로부터 보호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통신사 RIA News가 최근 발표한 논평에서 티모페이 세르게이체프(Timofey Sergeytsev)는 우크라이나에서 크렘린의 대량학살 프로젝트의 전체 범위를 제시한다.* 기본적인 전제는 우크라이나가 "탈나치화"(denazified)될 필요가 있고, 따라서 탈유럽화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왜냐하면 "국민들 중 상당수, 아마도 대다수가 우크라이나 정치에서 나치 정권에 굴복하고 끌려들어갔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은 선하고 정부는 악하다'는 가설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역자 주: 세르게이체프가 발표한 이 논평은 'Что Россия должна сделать с Украиной'(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의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이 글은 그는 우크라이나 문화에 대한 "잔인한 검열", 우크라이나인들의 대규모 "재교육"과 "탈우크라이나화"를 옹호하며, 우크라이나라는 단어 자체를 부정하고 국가로서 우크라이나의 해체를 주장했다. 이 글의 저자 티모페이 세르게이체프(Timofey Sergeytsev)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우크라이나 백만장자 빅토르 핀추크(Victor Pinchuk)의 총선 캠페인을 포함한 프로젝트들을 조언했으며, 1999년에는 당시 현직 우크라이나 대통령 레오니드 쿠치마()의 대통령 선거 운동을 위해 일했고, 2010년에는 후에 총리가 된 아르세니 야체뉴크(Arseniy Yatsenyuk)와 함께 일했다.
세르게이체프는 우크라이나 정치를 나치즘과 동일시할 뿐만 아니라 그는 또한 "우크로나치즘"(ukronazism)이 히틀러 나치즘보다 세계와 러시아에 훨씬 더 큰 위협이 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우크라이나"라는 이름조차 없어져야 한다.
그래서, 러시아는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가 1953년 그의 시 "해결책"(The Solution)**에서 묘사하는 대로 우크라이나를 처리 할 계획이다. 즉 국민(people)들을 해산하고 또 다른 국민을 선출하는 것이다. 레닌이 우크라이나를 발명했다는 푸틴의 주장과 함께 세르게이체프의 광적인 외침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현재 러시아의 입장을 분별할 수 있다. 그것은 우크라이나는 그것을 발명한 레닌과 레닌의 발명을 실현하기 위해 오늘날의 "우크로나치스"를 고무한 히틀러를 두 명의 아버지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 역자 주: 브레히트의 시 Die Lösung을 영어에서는 해결책(The Solution)으로 번역했지만 독일어 명사 Lösung의 동사형 lösen은 '해결하다'와 '해산하다
의 두가지 의미가 다 있으며, 시의 본문에서 lösen은 해결보다는 해산 또는 제거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Solution보다는 Dissolution이 더 적절한 번역이다. 시 Die Lösung의 본문의 아래와 같다.
6월17일 봉기 후 / 작가연맹 서기장은 / 스탈린가(街)에서 유인물을 배포하게 했다 / 그 유인물에는 인민들이 / 경솔하게 정부의 신뢰를 상실했으며 / 오로지 두 배의 노동을 통해서만 / 이를 회복할 수 있으니 그렇다면 / 차라리 더 간단한 것은 정부가 / 인민을 해산하고 그리고 / 새로운 인민을 선출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이것은 러시아의 지정학적 상황에 무엇을 의미하는가?
세르게이체프에 따르면, "러시아는 수세기 동안 서방세계의 억압을 받았고, 다시 그 멍에를 쓰지 않으려는 국가들과의 협력과 동맹에 대한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의 희생과 투쟁이 없었다면, 이 나라들은 해방되지 않았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는 동시에 탈식민지화이며,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소위 유럽의 선택(European choice)에 대한 도취와 유혹, 의존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이를 이해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러시아는 서구 식민지 강대국들에 의해 잔인하게 착취된 모든 나라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해 서방과의 관계를 끊으면서 근본적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탈식민지화의 세계적인 과정을 이끌 나라는 러시아이다.
서구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글로벌 남부에 대한 잔인한 착취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진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행동의 오랜 역사를 가진 러시아로부터 그러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이상하다. 18세기에, 캐서린 대제(Catherine the Great)는 우크라이나 남동부와 시베리아에서 알래스카, 북부 캘리포니아까지 영토를 정복했다. 이제, 우리는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식민지화를 통해 "탈식민지화"될 것이라고 듣고 있다. 영토는 (재교육을 받아야 하거나 아니면 해산되어야 할) 국민(people)의 의지에 반해 해방될 것이다.
만약 새로운 세계 전쟁을 피하려면, 취약한 새로운 세력 균형을 유지하는 대규모 군사투자에 의한 "뜨거운 평화"를 통해서일 것이다. 상황의 취약성은 단순히 경제적 이해관계의 상충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사실을 정리하는 차원이 아닌 현실에 대한 상반된 해석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단순히 러시아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을 증명하려고 하는 것은 푸틴의 궁정 철학자인 알렉산드르 두긴(Aleksandr Dugin)***이 지적한 요점을 놓치고 있다. "포스트 모더니티는 모든 소위 진실이 믿는 것의 문제(matter of believing)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하는 것을 믿고, 우리가 말하는 것을 믿는다. 그리고 그것이 진실을 정의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래서 우리는 당신이 받아들여야 할 우리의 특별한 러시아 진실을 가지고 있다."
*** 역자 주: '푸틴의 철학자'라 불리는 알렉산드르 G. 두긴(Aleksandr G. Dugin)은 서양이나 유럽, 또는 서양 일반은 인류의 일부일 뿐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기준을 규정하는 패권국이 되어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하며 자유주의적이고 퇴폐적인 서구와 러시아를 영혼으로 하는 보수적인 유라시아 대륙 사이의 갈등과 대립을 강조한다.
믿음(Faith)은 지식보다 우선하는 것 같다. "특별한 러시아 진실"에 따르면, 러시아 군인들은 부차(Bucha)와 다른 우크라이나 도시와 마을에 잔혹하게 살해된 민간인들의 시체를 남기지 않았으며 오히려 서방의 선전가들이 아마도 그러한 잔학 행위를 저질렀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서구인들은 젤렌스키가 푸틴과 만나 평화 정착을 협상할 것을 제안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그것은 헛수고에 불과할 뿐이다. 궁극적인 협상은 하급 관료들에 의해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푸틴과 그의 핵심측근들은 가능한 한 무시되어야 하는 범죄자들이다. 궁극적으로, 러시아 인구의 상당수는 이것을 보아야 한다.
구 유고슬라비아에서는 부패한 경찰들이 많은 농담의 놀림감이었다. 그 중 하나에서, 한 경찰관이 갑자기 집으로 돌아오는데, 반나체로 흥분한 채 혼자 침대에 누워 있는 아내를 발견한다. 애인이 침대 밑에 숨어 있는 것을 의심한 그는 허리를 굽혀 쳐다본다. 몇 초 후, 그는 다시 일어나며 "괜찮아, 아무도 없어."라고 중얼거리더니 재빨리 지폐 뭉치를 주머니에 밀어넣는다.
어떤 면에서 우리 모두는 일종의 잉여 향유의 대가로 불행과 굴욕을 받아들이는 경찰관이다. 러시아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은 지폐가 아니라 값싼 애국심으로 보상받는다. 그리고 서구에서는, 우리는 시장이 우크라이나와 다른 지역의 인권에 대한 우리의 헌신의 강도(strength)를 지시하도록 허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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