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주: 지난 글 <세계의 코로나 19 백신 접종 현황과 백신의 놀라운 효과>에 이어 이번 글에서는 코로나 19 변이종들의 증상과 감염속도 등의 특징, 현재 접종 중인 코로나 19 백신들의 영국과 남아프리카 변이종에 대한 효능, 그리고 예방과 접종을 개선하기 위한 백신 개선, 칵테일, 그리고 만능 백신까지 다양한 노력을 살펴본다.
전 세계 코로나 19 백신 개발과 사용 현황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월 12일 현재 약 242종의 코로나 19 백신이 개발되고 있으며, 그중 임상 이전 단계는 176종, 임상 단계에 있는 백신도 66종에 달한다.
이미 일부 국가들에서 승인되어 사용 중인 주요 코로나 19 백신별 전 세계 보급 상황을 보면 화이자-바이오앤태크 백신이 57개국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34개국, 모더나 백신은 약 27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코로나 19 백신 접종중인 이스라엘에서는 화이자-바이오앤태크 백신이, 그다음 순위인 아랍 에미리트에서는 중국의 시노팜 백신이 사용되고 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V는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EU 회원국인 헝가리에서 사용 승인을 받았다.
코로나 19 변이 바이러스들의 계속된 출현: 높은 감염력과 치명률 그리고 다른 증상
지난해 9월 이후 코로나 19의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들이 영국, 남아프리카, 브라질에서 출현했다. 바이러스는 복제 동안 변이라 불리는 유전적 돌연변이를 만들어내곤 한다. 어떤 돌연변이들은 바이러스를 약화시키지만 다른 경우는 이 변이를 증식시킨다. 물질적 혹은 형질적으로 뚜렷이 다른 변이종은 원래의 조상과 다른 새로운 혈통으로 분류된다.
코로나 19 변이 바이러스들은 '오리지널' 코로나 19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강하고 치명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B.1.1.7 혈통으로 불리는 영국 변이종의 확산은 올해 1월 영국, 그리고 최근 호주의 빅토리아주를 5일간 봉쇄로 몰아넣었다. 501Y.V2(혹은 B.1.351) 혈통으로 구분되는 남아프리카 변이, P.1이라 불리는 브라질 변이는 남아프리카와 브라질에서 코로나 19 환자 급증을 초래하고 있다. 잉글랜드 보건청은 영국 변이 바이러스가 백신이나 '원래' 코로나 19 바이러스 감염으로 획득한 면역 보호 기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영국 변이가 '원래' 코로나 19 바이러스보다 15세 미만 청소년들 가운데 감염을 증가시킨다. 다시 말해 영국식 변이는 초중고등학교 개학과 함께 감염을 급증시킬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영국 변이종은 '오리지널' 코로나 19 바이러스보다 기침, 인후통, 피로 또는 근육통을 겪을 가능성이 더 높고, 후각과 미각 손실 경험은 더 적다.
WHO에 따르면 코로나 19 영국 변이 바이러스는 2월 초 현재 80개국에서 발견되었다. 의학 전문 저널 Lancet에 따르면 영국 변이바이러스가 '오리지널' 코로나 19보다 약 35%~45% 정도 높은 감염력을 가지고 있다. 이 변이는 미국에서 10일마다 감염자 수를 2배로 증가시키고 있다. 지난해 10월에 처음 보고된 남아프리카 변이 바이러스는 '오리지널' 코로나 19 바이러스보다 약 59%의 높은 감염력을 가지고 있으며, 2월 초 현재 약 41개국에서 사례가 보고되었다. 브라질의 변이 바이러스는 현재 10개국에서 사례가 보고되었다. 영국 코로나 19 자문그룹에 따르면 환자 1명이 몇 명에게 바이러스를 감염시켰는지를 나타내는 재생산지수(R0)에서 영국 변이종은 R0를 0.39~0.93명으로 매우 증가시켰다.
중국에서 처음 보고된 오리지널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2020년 초에 출현한 D614G종에 의해 2020년 6월경 대체되었다. 영국 변이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17회가량의 돌연변이가 보고됐고,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변이종들이 계속 출현하고 있다.
코로나 19 백신은 변이 바이러스들에 효과가 있을까?
최근 잉글랜드 보건청 보고에 따르면 '오리지널'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감염 후 회복된 환자가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에 재감염된 사례가 보고됐다. 미국 의학협회 저널 1월 28일 에디토리얼에 따르면 남아프리카 변이는 "더 골치 아픈" 존재인데, 왜냐하면 이 변이종의 특별한 스파이크 단백질 변형으로 백신의 효능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 2월 초 남아프리카 당국은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중지했다.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회 주사가 경미한 증상에서 중간 정도 증상의 코로나 19 환자를 보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자들은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중증 질환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한다고 추정한다.
아직 여러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들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비교한 임상 연구는 없다. 그러나 일부 실험실의 연구들은 mRNA 계열의 백신, 즉 모더나와 화이자-바이오앤태크의 백신이 다른 계열의 백신보다 더 효과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10명의 환자를 상대로 한 소규모 시험이지만 시애틀의 허친슨 암연구센터에 따르면 모더나 혹은 화이자-바이오앤테크 1회 주사로 환자들이 코로나 19 감염으로부터 회복됐고, 혈액 내 중화 항체 농도는 약 천 배 증가했으며 남아프리카 변이에 대해서도 강력한 것으로 보였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5종의 백신이 '오리지널' 코로나 19 바이러스와 영국, 남아프리카 변이 바이러스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믿을만한 데이터는 없다. 다만 잠정적인 임상시험 데이터들에 따르면 모더나 백신은 오리지널과 영국 변이에 대해서는 94%의 효능이 있지만, 남아프리카 변이에 대해서는 약 50% 정도의 효능이 있다. 화이자-바이오앤테크 백신은 '오리지널'엔 90%, 영국과 남아프리카 변이에 대해서는 약 50%의 효능이 있다.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오리지널'엔 약 62%~90%, 영국 변이에는 75%, 남아프리카 변이에는 약 10%(최근 연구 결과는 22%)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존슨앤존슨 혹은 얀센 백신은 '오리지널'에 66%~72%, 남아프리카 변이에는 57%, 영국 변이에 대해서는 66%~72% 효능을 보였다. 하지만 1월 29일 존슨앤존슨 자체 임상3상 사전보고에 따르면 얀센 백신이 남아프리카에서 코로나 19 중증환자 보호에 약 85%의 효과를 보였다. 노백스 백신은 '오리지널'에 89%, 남아프리카 변이에 60%, 영국 변이에는 86%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 및 미생물학 센터가 개발한 스푸트니크 V 백신은 '오리지널'에 92% 효능이 있으며, 영국과 남아프리카 변이에 대한 시험이 현재 진행 중이다.
독감 백신 예방률이 40%~60% 사이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 사용 중인 백신들의 코로나 19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효능은 나쁘지 않다. 심지어 남아프리카 변이에 약 20%의 효능을 보인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코로나 19 중증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기에, 코로나 19로 인한 입원과 중환자실 사용을 줄여 의료시스템 과부하를 완화한다.
백신제조사들의 코로나 19 변이 대처법: 효능 개선과 칵테일 부터 만능 백신까지
코로나 19 변이의 출현과 기존 백신의 효능 저하에 직면해 백신 제조사들은 새로운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거의 모든 코로나 19 백신 임상시험 데이터를 검증하는 논문이 게재되는 의학전문 저널 Lancet에 따르면 코로나 19 백신은 mRNA 형이건, 바이럴 벡터 형이건 변이에 대응하기 쉬운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는 변이에 효과적인 새로운 세대의 백신을 추가 주사 형태로 개발 중이며, 가을쯤 사용 가능할 것임을 밝혔다. 모더나도 변이에 대비한 3번째 주사를 개발 중이다.
코로나 19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추가적인 백신 효능 개선과 함께 또 다른 시도로 백신 칵테일도 시험 중이다. 미국의 역병준비개혁연합은 약 1억4천만 달러를 투여해 현재 존재하는 백신의 최적화와 확대 사용 시험할 것임을 발표했다. 이 시험은 "짜 맞추기(mix-and-match)"를 포함하며, 현재 사용 중인 여러 백신을 결합하는 방식의 접종이 면역반응을 개선하고 강화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같은 아데노바이러스벡터계열 백신을 생산 중인 영국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와 러시아 가말레야 센터는 최근 두 백신의 칵테일 접종 시험에 합의했다.
효능개선, 칵테일과 함께 코로나 19 변이에 대비할 수 있는 만능 바이러스 개발도 추진 중이다. 스푸트니크 V를 개발한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 및 미생물학 센터 소장 알렉산더 긴츠버그는 최근 러시아 24채널과의 인터뷰에서 "하나의 항원이 아닌 둘, 셋, 넷, 다섯 가지의 다른 코로나바이러스를 포함하는 백신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 다변이-백신은 아직 연구단계며 임상시험은 연말로 예정되어 있고, 상용화는 2022년에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독일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독일 큐어백 사는 약 1억5천만 유로 규모의 다변이-백신 생산에 합의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세계 최대 백신 제조사이며, 큐어백은 이미 3상 단계의 자체 백신을 준비 중인 독일 제약사다. 이 두 기업은 mRNA 타입의 다변이-백신을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영국 노팅엄 대학 연구진은 연내에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다양한 변이종에 대항할 수 있는 범용 혹은 만능 백신(universal vaccine)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바이러스가 세포 내로 진입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만을 목표로 하고 있어 변이 시 효력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 입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뉴클레오캡시드(N) 단백질은 "고보존"되어 있어 변이될 가능성이 훨씬 작다. 이 만능 백신은 바이러스의 표면 스파이크 단백질뿐 아니라 이 바이러스의 핵심을 겨냥한다.
백신은 코로나 19와의 싸움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만능의 무기가 아니다. 백신이 예방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적절한 방역 대책과 격리 혹은 봉쇄조치가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전 세계 차원에서 백신의 독점은 백신을 공급받지 못한 나라들에서 코로나 19 변이종 출현을 촉진할 수 있고, 이는 다시 현재 접종 국가들에 새로운 도전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백신의 평등하고 아울러 적절한 분배가 글로벌한 차원에서 이루어질 때 코로나 19에 대한 인류의 싸움은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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