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제공하는 압사 사고에서 생존하는 10가지 팁

지난 10월 29일 이태원에서 15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군중 재앙은 군중 충돌에 의해 발생했다. 대규모 압사를 발생시키는 군중 재앙은 보통 종교, 축제, 운동경기라는 3대 조건에 의해 발생한다. 언론들의 보도와 달리 대규모 군중 재앙의 경우 사망의 원인은 트램플링(trampling), 즉 일군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짓밟혀 죽는 경우가 아니라 압축성 질식(compressive asphyxia)에 의한 것이다. 이러한 대규모 군중 사고에도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글은 막스플랑크 인간개발연구소 군중행동 전문 학제 간 연구원 Mehdi Moussaid의 The Conversation 2019년 2월 27일 자 기고의 2022년 10월 31일 자 업데이트 버전 Ten tips for surviving a crowd crush의 번역으로 압사 사고의 원인과 생존 팁을 제공하고 있다.

군중 충돌(crowd crush)에서 살아남기 위한 10가지 팁

Mehdi Moussaid

2010년 독일에서 열린 "러브 퍼레이드"(Love Parade) 축제. 사진: Arne Müseler , CC BY

2010년 7월 24일, 100만 명 이상의 춤추는 파티 관객들이 동독 뒤스부르크의 한 산업지대에 모였다.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악 축제 중 하나인 러브 퍼레이드에 참석하고 있었다. 선글라스와 형광 가발로 차려입은 행복한 술꾼들은 축제의 일부가 열리고 있는 옛 화물역 쪽으로 향하면서 200미터 길이의 터널로 나아갔다.

오후 중반, 터널 끝에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는데, 지하 통로가 너무 작아서 그렇게 많은 인파가 지나갈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간의 밀도는 위험하게 높아졌다. 축제 관람객들은 서로 밀리면서 곧 팔이나 손을 거의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군중의 중심에는 더 이상 숨을 쉴 공간이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후 5시경, 세계 최고의 DJ들이 들려주는 테크노 비트의 소리에 첫 희생자들은 질식하기 시작했다. 결국 21명이 숨지고 651명이 다쳤다. 한 생존자는 빌드(Bild)지에 "터널을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했어요. 내 앞에는 사람들의 벽이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2010년 러브퍼레이드 사고 전 모습(아마추어 영상).

그 한 달 전, 나는 프랑스 툴루즈에 있는 뽈 싸바띠에 대학 (Paul Sabatier University)의 원형극장에서 박사 논문을 변호하고 있었다. 내 연구의 주제는 군중의 이동이었다. 3년 동안, 나는 쇼핑가, 시장, 심지어 실험실 실험까지 모든 종류의 장소에서 대중들의 움직임을 조사했다. 러브 퍼레이드 사건이 뉴스에 나왔을 때, 내 친구들과 가족들은 모두 나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만약 그들이 그런 상황에 처해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 그들이 러브 퍼레이드의 희생자들처럼 군중 속에 갇힌다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 문제에 대해 알아보자.

군중은 왜 죽이는가?

1990년대 이후 그러한 충돌*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평균적으로, 그들은 매년 380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가장 최근의 사건은 2022년 10월 29일 서울에서 핼러윈 축제 중 최소 154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지난해 4월 29일 이스라엘 메론에서 열린 라그보메르 종교 축제에서 45명이 압사하고 150여 명이 다쳤다. 그것은 그 나라 역사상 가장 큰 평화시 비극으로 여겨진다. 2015년 9월 메카에서는 2,300명이 사망했다.

* 역자 주: 한 무리의 사람들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 어떤 사람들은 서로 충돌하거나 서로 위에 포개질 수 있으며 순식간에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여 대규모 압사 사건으로 이어지는 군중 재앙(crowd disaster) 혹은 군중 참사는 보통 스탬피드(stampede), 군중 급증(crowd surge), 군중 충돌(crowd crush)로 구분된다. 흔히 압사로 번역되는 스탬피드는 원래 목동과 카우보이들이 동물들에게 공포를 주어 한 곳으로 모는 행위에서 나온 용어로 군중의 공포와 관련이 있으며,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군중을 우르르 몰리기 때문에 사전에 일정한 공간적 여유를 전제로 한다. 스탬피드는 보통 군중의 공포가 압사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군중을 재앙의 원인으로 보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하지만 이 스탬피드의 경우도 군중의 공포는 대부분 다른 원인에 의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재앙의 원인으로 볼 수 없다. 군중 급증은 말 그대로 군중이 일시에 몰리는 현상이며, 군중 충돌은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밀집해 밀치락 하는 과정에서 충돌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압사 사건은 이 구분에 따르면 군중 급증과 군중 충돌로 분류될 수 있다. 군중 재앙에 의한 압사는 대부분의 언론이 보도하는 트램플링(trampling), 즉 일군의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짓밟혀 죽는 경우가 아니라 압축성 질식(compressiveasphyxia)에 의한 것이다.

메카에 도착하는 순례자들의 군중을 보여주는 타임랩스 영상.

종교, 스포츠, 축제 등 세 가지가 가장 많은 관중을 끌어모으는데, 이는 인간의 관심사를 잘 요약한 것이다. 예를 들어, 메카 순례는 매년 2백만에서 3백만 명의 신자들을 끌어들인다. 축구 경기장의 수용 인원은 물론 수 만명으로 훨씬 낮지만, 주요 승리에 따른 대중 축하 행사는 수십만 명을 도시 거리로 끌어들일 수 있다. 2018년 7월 15일, 월드컵에서 프랑스 팀이 승리한 후, 사람들로 붐비는 샹젤리제를 생각해 보라. 마지막으로, 음악 축제는 엄청난 관중을 끌어들인다. 1997년 9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장미셸 자르(Jean-Michel Jarre)의 사운드와 라이트 쇼에 350만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가장 작은 조직적 실수는 빠르게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군중 충돌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날까? 놀랍게도, 이 현상의 역학관계는 새로운 비극이 일어난 후에야 이해되었다.

군중 지진(Crowd-quake)

2006년, 군중들의 격동은 메카에서 362명의 순례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번에 사고가 CCTV 카메라에 찍혔고 그 영상은 5,000km 떨어진 독일 물리학자 디르크 헬빙(Dirk Helbing)의 실험실로 보내졌다. 군중 행동에 특화된 연구자인 헬빙은 수수께끼의 열쇠를 발견할 수 있었다. "군중 지진"은 인간의 밀도가 평방미터당 약 6명의 임계치에 도달할 때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 정도의 혼잡 상태에서는 신체간의 물리적 접촉이 너무 격렬해져서 조금만 움직여도 군중들을 통해 격동(turbulence)이 급증한다. 지진 중에 발생하는 것과 비슷하게, 이 충격파는 사람들을 넘어지게 하고 그들 모두를 엄청난 육체적 압력에 놓이게 한다.

2005년 오아시스 콘서트의 이 영상에서는 군중 지진과 급증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이 중요한 발견 이후, 군중들의 지진은 2010년 러브 퍼레이드와 같은 치명적인 충돌 동안 관찰되었다. 비록 그것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 이 현상이 한번 발생하면 멈출 방법이 없다.

생존 가이드

만약 여러분이 군중 속에 갇혀서 벽이 좁혀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은 우리의 "풀로스코피"(Fouloscopie, 군중 연구) 연구소에서 얻은 몇 가지 생존 팁이다.

1. 눈을 뜨고 있어라

여러분의 1번 목표는 최대한 빠르고 침착하게 사람들의 바다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뒤돌아가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앞으로 가는 것이 좋을지 주위를 둘러보자. 충돌의 진원지가 어디인지, 가장 붐비는 곳인지 추측해 본 다음, 군중이 옅은 곳으로 이동해 보자. 올려다보는 것을 잊지 말자. 당신은 울타리를 오르거나 난간에 올라서면 빠른 탈출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 할 수 있을 때 떠나라

주변에 군중이 두터워지면 사용 가능한 공간이 줄어들고 이동의 자유도 점차 줄어든다. 오래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탈출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하는 즉시, 그리고 아직 움직일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있는 동안, 혼잡도가 심한 지역을 주저하지 말고 떠나자. 군중 속에서 빠져나옴으로써, 당신은 또한 다른 사람들을 위한 위험을 줄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 지역은 머무르는 사람들에게 덜 붐빌 것이기 때문이다.

3. 똑바로 서라

도망치기엔 너무 늦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중심을 잡고 똑바로 서는 것이다. 군중 충돌에서는 사람들이 너무 팽팽하게 밀착되어 누군가가 넘어지면 도미노 효과를 일으켜 주변 사람들을 즉시 쓰러진다. 만약 여러분이 넘어지면, 여러분이 자신을 바로잡을 기회를 갖기 전에 다른 몸의 무게가 여러분을 바닥에 고정시킬 것이다. 그러니 서있으세요.

4. 숨을 아껴라

산소는 여러분의 가장 소중한 자원이다. 스탬피드(stampede, 군중들의 몰림 현상 - 역자 주)로 인한 사망의 대부분은 질식으로 인한 것이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비명을 지르지 말고 호흡을 조절하세요.

5. 팔을 가슴 높이로

압박감이 심해지면 권투선수처럼 팔을 앞으로 접으세요. 그 자세로 여러분은 갈비뼈를 보호할 수 있고 숨을 쉴 수 있도록 갈비뼈와 폐 주변에 몇 센티미터의 공간을 유지할 수 있다.

6. 흐름에 따르라

밀릴 때, 우리의 자연스러운 반사는 압력에 저항하고 뒤로 밀어내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군중 속에서 저항하는 것은 소중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다. 대신, 항상 균형을 유지하면서 여러분 자신을 흐름에 맡기자.

7. 장애물을 멀리하라

앞의 팁들이  적용되지 않는 유일한 경우는 올라갈 수 없는 벽, 울타리 또는 기타 단단한 물체 옆에 있는 경우이다. 2017년 토리노와 1980년대 헤이젤과 힐스버러 재난에서 그랬던 것처럼 충돌의 첫 번째 희생자들은 종종 장벽에 고정되어 있다. 가능하면 벽, 기둥 및 울타리에서 멀리 떨어지세요.

8. 밀도의 징후를 이해하라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상황의 심각성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은 군집 밀도를 추정하기 위한 몇 가지 경험 법칙이다.

  ●  만약 여러분이 주변 사람들과 신체적으로 접촉하지 않는다면, 밀도는 아마도 평방미터당 3명 이하일 것입니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모든 것이 좋다.
●   만약 여러분이 의도하지 않고 여러분 주변의 한 두 사람과 부딪힌다면, 군중 밀도는 평방미터당 4-5명 정도여야 한다. 당장의 위험은 없지만, 혼잡의 중심에서 벗어나는 것이 좋을 것이다.
●    얼굴을 만지기 어려울 정도로 손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다면 사람이 너무 많아져 위험이 극심해진 것이다.

9. 패닉의 경우

패닉(panic)은 군중이 실제 또는 의심되는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같은 방향으로 돌진하는 특정한 상황이다. 인도의 마디아 프라데시(Madhya Pradesh) 스탬피드(2013), 파리의 레퓌블리크 광장(Place de la République, 2015), 호주 폴스 페스티벌(Falls Festival, 2016), 토리노의 산카를로 광장(Piazza San Carlo, 2017), 뉴욕시의 글로벌 시티즌 페스티벌(Global Citizen Festival, 2018)이 그 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중의 움직임은 실제 또는 상상된 어떤 위협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잠시 시간을 내어 상황을 평가하고 군중으로부터 가능한 멀리 떨어져 있는 동안 침착하게 안전으로 이동하세요.

10. 서로 도와라

당신에게 위험한 상황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위험하다. 서식스 대학의 심리학자 존 드루리( John Drury)의 연구는 이타주의와 상호 원조가 비극을 피하는 열쇠라는 것을 보여준다. 단결된 군중은 개인주의자들의 군중보다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러므로 인간성을 유지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고, 가능한 한 도움을 제공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하고, 그룹의 가장 약한 구성원을 돌보세요. 이것은 여러분 자신을 포함한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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