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123

[유발 노아 하라리] 인류 문명의 운영체제를 해킹하는 인공지능(AI)과 이를 막기 위한 인류의 대응

대규모 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에 기반한 ChatGPT, 그리고 DAL-E 및 기타 인공지능(AI) 도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일부에서는 ChatGPT가 과학과 의학 등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열광하고 있으며, 다른 일부는 ChatGPT가 학문에서 표절, 취업 시장에서 창의적 일자리 박탈, 허위정보 유포를 통한 민주주의 파괴와 같은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노암 촘스키는 인간 지능이 가진 인과추론과 도덕성을 결여한 인공지능 기반의 ChatGPT가 악의 평범성을 광범위하게 퍼뜨리는 주범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슬라보예 지젝은 인공지능 챗봇은 인간의 언어가 가진 뉘앙스, 아이러니, 빈정거림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

문화 2023.05.04

익명성이 주는 아우라: 익명성의 저자 엘레나 페란테 그리고 익명의 개방성과 반영성

나폴리 4부작과 '어른들의 거짓된 삶'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 엘레나 페란테(Elena Ferrante)는 익명의 작가 아니 익명성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는 작가이다. 기자들이 그의 정체성을 찾고 폭로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그는 여전히 익명을 자신의 정체정으로 주장한다. 페란테의 익명성(anonymity)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아니 무수한 창조물이 될 수 있다. 독자들은 저자를 육신을 가진 실존적 인물에 고착하지 않음으로써 텍스트 독해의 자유를 획득하며, 그 자신이 텍스트의 또 다른 독해와 저자가 될 수 있다. 이 저자의 익명성이 특정한 육신을 가진 실존적 존재로 정체성을 갖는 순간 익명이 가졌던 아우라는 소실될 수 있으며, 저자와 독자가 가진 개방적 관계는 폐쇄적으로 변할 수 있다. 이 글은 ..

문화 2023.05.01

TV 문화 지형을 바꾸는 스트리밍 전쟁: TV 문화를 미국식으로 획일화하는 스트리밍 기업들

팬데믹 기간 동안의 엄청난 대출과 값싼 이자로 자신의 몸집을 부풀려왔던 미국 스트리밍 기업들은 이제 고이자 시대, 투자자들이 몸을 사리는 이 시기에 급격한 가입자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해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기업들은 충실한 콘텐츠에 기반했던 기존의 제작 방향을 리얼리티 TV와 같은 값싸고 저렴한 프로그램의 다량 제작으로 전환하고 있다. 스트리밍 기업, 특히 미국 스트리밍 기업들이 비디오 대여 시장을 잡아먹고, 영화 산업을 잠식을 넘어 이제 본격적으로 안방 TV 시장에 물량 전쟁을 벌이며 빠져나가는 가입자들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러한 그들의 시도는 저질 프로그램의 양산은 물론 각국 TV프로그램을 미국식 콘텐츠로 획일화할 위험을 안고 있다. 이 글은 영국의 전통 깊은..

문화 2023.04.25

사카모토 류이치에게 '천의 칼' 대신 천송이의 꽃을: 일본 소비주의의 열광적 사운드트랙에서 실험과 행동주의로

청년시절 마르크스주의 활동에 몸을 담았던 사카모토 류이치였지만, 그는 자신의 음악에 정치적 메시지를 담는 것에 엄격하게 선을 그어왔다. 물론 그것이 그가 신시사이저와 클래식 악기, 민속 악기, 자연의 소리 그리고 세계 곳곳의 음악의 결합을 통해 시대를 해체하고, 냉소하고, 비판했다는 것마저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이 '기적의 경제'로 무한한 소비주의의 세계를 열어젖히던 1980년대에 사카모토 류이치는 동서양의 다양한 음악, 전통과 첨단, 냉정과 열정, 노골적인 글로벌화와 은둔적인 일본 지역주의하는 미학적 모순을 결합하여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전후 일본에 대한 번뜩이는 냉소적인 패러디를 음악적으로 재현했다. 1990년대 다소 장황하고 과장됐던 그의 작업은 2000년대 들어 창조적인 디지털 미니멀리즘에..

문화/음악 2023.04.06

위기의 인플루언서 산업: '주의력 경제' 속에서 인플루언서 노동조합과 파업?

우버 기사와 인플루언서 사이에 공통점이 있을까? 겉보기에는 완전히 달라 보이는 이 두 집단은 플랫폼 기반 긱 경제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주의를 끌며 존재를 드러내야 하는 주의력 경제(attention economy)의 인플루언서들은 변덕스러운 알고리즘, 플랫폼의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콘텐츠 조정으로 실존적 불안을 겪고 있다. 플랫폼 제공자들의 이러한 일방적 횡포에 대해 최근 인플루언서 혹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노동조합의 조직과 파업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물론 이들이 파업을 하더라도 이들의 콘텐츠를 제작할 플랫폼 사용자들은 얼마든지 많기에 이들의 집단적 움직임은 현재까지는 플랫폼 제공사들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 이미 미국에서는 영화배우 조합(Screen Actors Guild,..

문화 2023.04.05

오스카 시상식 최대 스캔들: 원주민 위장자(pretendian), 서신 리틀페더의 말론 브란도 대리 수상 거부 파문

윌 스미스의 따귀는 단연 지난 오스카 시상식의 백미였다. 전 세계로 송출되는 공적 프로그램에서 공공연한 폭력이 정의의 이름으로 행사되고, 더구나 그러한 폭력의 행사자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장면은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아직도 분명하게 남아 있다. 그러나 오스카 최대 스캔들의 하나는 사실 윌 스미스의 따귀도, '문라이트'에게 돌아가야 할 작품상이 실수로 '라라랜드'에게 주어진 것도 아니다. 그것은 1973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기로 한 말론 브론드가 미국 원주민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탄압에 항의하며 수상을 거부하며 자신 대신 원주민 복장을 한 서신 리틀페더(Sacheen Littlefeather)로 하여금 거부 이유를 밝히도록 한 것이다. 시상식에서 그녀는 야유를 받았고 수십 년이 지난 후인 ..

문화/영화 2023.03.13

음악과 기억: 음악은 단어나 말보다 기억을 더 잘 불러올까?

음악은 결혼식이나 장례식과 같은 중요한 순간, 그리고 산보나 학습, 집안일과 같은 일상적 순간을 함께 한다. 음악은 강렬한 감정과 생생한 자전적 기억을 동시에 불러일으킬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잊고 있던 순간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능력 또한 가지고 있다. 오랫동안 듣지 않았던 음악을 다시 접하면서 묻어두었던 기억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흔한 경험이다. 음악은 왜 기억을 되살리는 것일까? 음악은 과연 단어나 말보다 훨씬 더 잘 기억을 코딩할 수 있을까? 음악은 다른 취미활동 예컨대 영화나 TV시청과 같은 활동보다 기억에 더 도움이 될까? 이 글은 더럼대학교 음악심리학 조교수 Kelly Jakubowski의 The Conversation 2023년 3월 9일 자 기고 Why doe..

문화/음악 2023.03.10

레마르크의 원작을 왜곡한 2022년 영화 '서부전선 이상없다': 마케팅을 위한 원작 제목만 차용한 전쟁 통속물 블록버스터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없다'(Im Westen nichts Neues, 영어 제목 '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는 작가 자신의 1차 대전 참전에 기초한 소설이다. 이 소설은 1차 대전에 참전한 독일군 지원병 파울 보이머가 전장에서의 죽음과 아픔, 불안, 공포, 불합리, 분노, 그리고 허무함을 맛보고 결국 전사할 때까지를 그린 이야기이다. 1차 대전 당시 독일은 전쟁이 몇 개월이면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독일의 예상을 비웃듯이 독일의 서부전선의 정세는 장기적인 참호전으로 접어들면서 연합군과 독일군 사이에서는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파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대한 고뇌와 외부에서 일어나는 전쟁의 참상이 잘 대비되었기에 전재의 고통을 경험한 병사들은..

문화/영화 2023.02.28

최초의 백과사전 저자, 대 플리니우스 탄생 2,000년: '박물지'의 구성과 내용

2023년 올해는 고대 로마의 박물학자, 정치가, 군인인 대 플리니우스(Pliny the Elder)가 태어난 지 2,000년이 되는 해이다. 그는 지리학, 천문학, 동식물, 광물 등 자연계 역사를 망라하는 사상 최초의 백과사전 간행물인 전 37권의 '박물지'(Naturalis Historia)를 세상에 남겼다. 이 책에는 100명의 저자가 쓴 2000여 권의 책(대부분 현재까지 전해지지 않는다)을 참조하고, 거기서 추려낸 2만여 가지 중요한 사항이 수록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은 본인이 검증하지 않은 많은 선행서를 참조하 있기에 괴수, 거인, 늑대인간 등의 비과학적인 내용도 많이 포함하고 있다. 이 책은 특히 르네상스기인 15세기에 활판 인쇄로 간행된 이래 유럽 지식인들에게 애독되고 인용되어 왔다. 과학..

문화 2023.02.25

로알드 달 다시 쓰기 vs 절판: 무해하고 작은 변경인가 상업적 이익을 위한 원작 훼손인가

'현대적 감성에 맞는 편집'? 로알드 달(Roald Dahl)의 어린이 책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펭귄북스의 퍼핀(Puffin) 출판사는 로알드 달의 최신판 책 저작권 페이지 하단에 "말은 중요합니다"라는 신중한 안내문을 달았다. 퍼핀은 "로알드 달의 멋진 말은 여러분을 다른 세계로 인도하고 가장 놀라운 캐릭터들을 소개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몇 년 전에 쓰였기 때문에 오늘날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언어를 리뷰하고 있습니다."라고 독자들에게 로알드 달의 말이 수정되었다는 소식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다시 말해, 달이 쓴 최신판 도서는 달이 쓴 단어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출판사는 작가의 글을 편집하고, 자르고, 변경하고, 필요에 따라 그의 책을 현대적 감성에 맞게 편집하는 데 사용할 수 ..

문화 2023.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