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에너지

기후변화: 북미 북서부를 화염으로 휩쓰는 산불과 대륙을 건너 뉴욕의 하늘과 태양을 붉게 물들인 연기

Zigzag 2021. 7. 2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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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규모로 '자체 날씨'를 생산 중인 오레곤주의 부트레그(Bootleg) 산불

7월 들어 미국과 캐나다 북서부의 전례없는 폭염, 남동부의 돌발 홍수, 사막의 치명적인 몬순에 이어 태평양 북서부의 지독한 건조에 따른 산불이 미국의 캘리포니아, 오레곤, 워싱턴 주와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를 휩쓸고 있다. 현재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전역에 300여건의 산불이 발생했으며 지난 이틀간 14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화재의 대부분은 워싱턴과 몬태나 주 경계 부근에 있는 캐나다 남부 제대로 몰려 있다. 현재 미국 13개 주에서 80개 이상의 대형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만 24시간 동안 10만 ㎢가 불에 탔다. 급기야 이 산불들에 의해 발생한 연기가 거대한 미주 대륙을 횡단해 뉴욕 등 미국과 캐나다 동부에 뿌연 하늘과 붉은 태양을 선사했으며, 공기의 질을 악화시키고 있다.

미국 워싱턴, 오레곤, 캘리포니아주를 휩쓴 산불. 캘리포니아주에서만 24신 동안 10만 ㎢를 전소했다. 출처: Al Jazeera

7월 6일 이래로 오레곤 남부 전역에서 거의 40만 에이커를 태운 부트레그 산불은 이미 1900년 이래로 주에서 네 번째로 큰 산불이다. 오레곤 주 관계자에 따르면 이 산불은 번개에 의해 촉발되었다고 한다. 오레곤 주 산림청의 소방 책임자인 더그 그래이프(Doug Grafe)는 6월 말 폭염으로 인해 심화된 가뭄과 세 자릿수 기온을 화재 시즌의 가속화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에 따르면 오레곤 주의 숲은 보통 8월 말에 건조해지지만 올해는 이미 7월 초부터 건조했다. 그래이프는 "정상으로의 복귀는 조만간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NBC 뉴스에 따르면 서부의 94%가 건조하며, 63.5%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것이 산불의 확산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출처: NBC News

이번 주 몬태나의 일부 지역은 평년보다 20도 이상 높은 화씨 '110도에 도달했으며, 미국 최대의 산불인 오레곤 남부 부틀렉 파이어(Bootleg Fire)가 터지면서 그 '자체의 날씨'를 만들어 내고 있다. 주 임업부 대변인 마커스 카우프만(Marcus Kauffman)은 “화재가 너무 크고 너무 많은 에너지와 극단적인 열을 발생시켜 날씨가 변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보통은 날씨가 화재가 어떻게 될지 예측합니다. 그러나 이 화재의 경우는 화재가 날씨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고 있습니다.” 화재가 너무 극심하여 자체 날씨를 생성하여 소방 활동을 혼란스럽게 한다. 강도와 극도의 열로 인해 바람이 주위를 맴돌게 하고 구름을 만들며 때로는 열, 연기 및 강풍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이른바 화재 토네이도를 생성할 수도 있다. 케이트 브라운(Kate Brown) 오리건 주지사는 화요일 긴급 브리핑에서 기자들에게 “우리 주의 어느 곳도 산불에서 자유롭지 않다.”라고 말하면서, 기후 변화로 인해 위험할 정도로 큰 산불이 “더 일찍, 더 빨리, 더 오래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레곤주의 부트레그 산불은 그 엄청난 규모로 자체 날씨를 만들어 내고 있다. 출처: New York Times

캘리포니아 주지사 뉴섬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산불이 캘리포니아 현대사에서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역사적"인 사건이며 "더이상 환경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에 대해 인내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기후 변화와 산불의 관계

기후 변화는 미국 서부에서 산불의 위험과 범위를 증가시키는 핵심 요소였다. 산불 위험은 온도, 토양 수분, 나무, 관목 및 기타 잠재적 연료의 존재를 비롯한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이 모든 요인들은 기후 변동 및 기후 변화와 직간접적으로 강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기후 변화는 산림의 유기물(산불을 태우고 확산시키는 물질)의 건조를 촉진하고 미국 서부에서 1984년과 2015년 사이에 대형 화재 건수를 두 배로 늘렸다.

연구에 따르면 기후의 변화는 더 따뜻하고 건조한 환경을 만든다고 한다. 가뭄의 증가와 긴 화재 시즌이 산불 위험의 증가를 증가시키고 있다. 미국 서부의 대부분 지역에서 연평균 1℃의 기온 상승이 일부 산림에서 매년 중위 연소 면적(median burned area)을 600%까지 증가시킬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미국 남동부 지역의 모델링에 따르면 화재 위험이 증가하고 화재 시즌이 길어졌으며, 2060년까지 번개에 의한 산불로 인해 불에 탄 지역의 화재 위험은 2011년에 비해 최소 30% 이상 증가했다.

미국 산불의 80% 이상이 사람들에 의해 야기되는데, 일단 불이 나기 시작하면, 따뜻한 온도와 건조한 기후는 화재를 확산시키고, 진화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더 따뜻하고 건조한 조건은 또한 산 소나무 딱정벌레와 나무를 약화시키거나 죽일 수 있는 기타 곤충의 확산에 기여하여 숲에 연료를 축적한다.

2000년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15건의 산불은 각각 최소 10억 달러의 피해를 입혔으며, 주로 가정과 기반시설의 유실, 그리고 소방비용 등에서 발생했다. 2017년 산불 시즌은 평균보다 훨씬 높았으며 캘리포니아와 몬태나, 오레곤, 워싱턴 주를 포함한 서부 전역에서 치명적인 화재가 발생했다. 2018년 산불 시즌은 캘리포니아에서 기록상 가장 치명적이고 파괴적인 시즌으로 기록을 경신했으며, 그 기록은 지금 깨지고 있는 중이다. 미국 해양대기청(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NOAA)은 2017년과 2018년에 산불로 인한 총 비용이 400억 달러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 2019년에 산불로 인해 캘리포니아와 알래스카에서 약 45억 달러의 피해가 발생했다. 알래스카의 기록적인 폭염과 건조 상태가 알래스카의 역사적인 산불 시즌을 위한 조건을 제공했다. 2020년에 캘리포니아와 오레곤에서 기록된 6건의 가장 큰 화재 중 5건이 역사적인 수준의 산불 확산과 피해를 야기했다.

기후 및 에너지 솔루션 센터(Center for Climate and Energy Solutions, C2ES)에 따르면, 산불은 정부 예산과 공중보건, 자연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첫째, 산불은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 예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미국 산림청 산불 진압 비용은 해당 기관 예산의 약 15%에서 2017년에는 50% 이상으로 증가했다. 2017년과 2018년에 전국적인 화재 진압 비용은 각각 29억 달러와 31억 달러로 급증함과 동시에 주정부의 산불 관련 지출은 도 크게 증가했다. 둘째, 산불로 발생한 연기는 공기의 질을 저하시키고 특히 어린이와 노인에게 눈과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주거 지역에서 타는 산불은 플라스틱 상수도관을 녹여 알려진 발암물질로 상수도 시스템을 오염시킬 수 있다. 셋째, 기후 변화는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원래 산불은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일부이다. 산불은 이산화탄소, 메탄 및 블랙 카본을 포함한 많은 온실 가스와 에어로졸을 생성하지만, 연소된 지역에서 다시 자라는 식물은 대기의 탄소를 제거해 기후에 순 중립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기후변화 때처럼 화재가 잦아지고 면적이 넓을 때, 다시 자라는 식물들이 화재가 발생하기 전에 충분히 자라지 못하거나 식물의 탄소 흡수 효율성이 떨어진다면 배출된 온실가스는 대기에서 제거되지 않을 수 있다.

대륙을 횡단한 산불의 연기와 대기 오염, 그리고 건강

캐나다와 미국 서부에서 발생한 산불 연기는 이번 주 2,000 마일의 대륙을 통과해 동부에 도착해 동부 지역을 짙은 안개 속에 덮어 태양을 붉은색으로 물들였다. 토론토에서부터 필라델피아까지 동부의 도시들은 보건 경보를 발령했으며, 동해안 대부분 지역에서 건강에 해로운 대기의 질이 지속되고 있다. NOAA 모델을 바탕으로 한 아래 지도는 산불의 연기가 전국적으로 어떻게 퍼졌는지 보여준다.

출처: New York Times

환경 보호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이 개발한 측정치인 대기 질 지수(air quality index)는 이번 주 북미주 중서부와 동부 해안에서 급상승했으며, 뉴욕에서는 공기 질에 민감한 그룹과 일반 대중들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위인 130~160명 정도를 맴돌았다. (이 지수는 0부터 500까지이며 수치가 높을수록 대기 오염 수준이 높아지며, 측정값이 100을 넘으면 특히 건강에 좋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이 수치는 2006년 이래 최악의 공기 질이다. 동부 해안의 다른 도시들 역시 심각했는데, 수요일 아침 볼티모어는 126, 로드 아일랜드의 내러간셋은 121, 펜실베이니아 리하이 밸리는 129로 상승세를 유지했다.

서부 산불의 연기로 가득찬 뉴욕 대기와 붉은 태양 그리고 자유의 여신상출처: New York Post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lifornia Air Resources Board, Carb)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산불 연기, 특히 인공 구조물을 태우는 연기는 공기 중에 존재하는 유해 독성 금속의 양을 크게 증가시켜 수 마일을 이동할 수 있는 연기를 퍼뜨릴 수 있다. 이 연구는 "인공구조물 화재에서 발생하는 연기 속의 작은 입자, 가스, 화학물질이 인간의 건강에 해롭다는 것이 명백하다."라고 밝혔다. 연구는 또한 납 노출의 증가는 위험하며, 성인에게 고혈압, 생식기 영향 및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특히 유아와 어린이를 행동 변화와 학습 결손의 위험에 노출시킨다.

스탠퍼드 대학의 보건연구원인 메리 프루니키(Mary Prunicki) 박사는 최근 산불과 관련해 "아무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연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수많은 연구를 주도했으며, 그 연구들은 산불 연기가 캘리포니아 하늘을 검게 물들이는 날 심장마비, 뇌졸중, 호흡기 질환과 같은 질병에 대한 입원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북미주 전역의 산불은 아직 잡힐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이 산불과 그로 인한 직간접적 피해는 아마도 미국과 캐나다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규모로 상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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