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역병: 요란스러운 코로나 19 대역병과 조용한 약물 역병
코로나 19 대역병이 전 세계를 요란하게 휩쓸면서 세계 각국이 국경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사이 그 국경 안에서는 조용한 전염병 약물중독이 소리 없이 번지고 있었다. 한편으로 대역병은 봉쇄, 경기 침체, 사회적 거리 등으로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높임으로써 약물에 대한 중독을 강화했다. 또 다른 한편으로 대역병은 인력과 재원 등 한정된 국가의 보건 자원을 코로나 19로 집중시킴으로써 기존의 약물 중독 치료 프로그램에 투여된 자원을 축소시켰고 이는 다시 급격한 약물 중독의 증가로 나타났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의 국가에서는 약물 남용과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전례 없이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 19 대역병과 약물 역병 혹은 코로나 19 위기와 약물 과다 복용 위기는 상호 연동되어 있다. 특히 새롭고, 더 강력하고, 더 위험한 약물의 등장이라는 화학적 변화와 코로나 19로 인한 고립감과 경제적 위기감이라는 사회적 변화는 상호 맞물려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의 최근 약물 위기 사례를 통해 이 위기가 어떻게 코로나 위기와 연관되어 있는지 구체적 살펴보자.
미국의 약물 위기와 코로나 19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가 발표한 새로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약 9만 3천 명 이상이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는데, 이는 2019년에 비해 약 30% 증가한 기록적인 수치이다.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자는 2020년 코로나 19의 약 4분의 1을 차지했다. 국립약물남용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Drug Abuse) 소장인 노라 볼코우(Nora Volkow) 박사는 NPR에 "이는 12개월 동안 기록된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 중 가장 높은 수치이며 적어도 1999년 이후 가장 큰 증가율"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이러한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 증가는 두 가지 변화와 관련되어 있다. 우선 펜타닐(fentanyl, 마약성분을 함유한 진통제 - 역자 주)의 치명적인 유행 그리고 두 번째로 대역병 관련 스트레스 요인들과 의료 서비스 접근 문제를 그 증가 원인을 볼 수 있다.
첫째로 미국에서 최근 펜타닐을 포함한 치명적인 합성 오피오이드(synthetic opioid) 길거리 약물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2020년 9월까지 지난 12개월 동안 9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CDC의 예비 수치에 따르면 2020년 9월까지 지난 1년간 합성 오피오이드 사망률이 전례 없이 55% 증가했다. 볼코우에 따르면, 메스암페타민 및 기타 각성제로 인한 사망자도 약 46% 급증했으며, 이 증가는 펜타닐 오염과 관련이 있다. 그는 "코카인만 과다 복용하거나 메스암페타민만 과다 복용하는 사람은 드물다"라고 말했다. "펜타닐은 매우 수익성이 높기 때문에 불법 약물 시장을 끈질기게 사용하고 있다." 국립약물남용연구소에 따르면 펜타닐의 성질은 모르핀과 유사하지만 50배에서 100배 더 강력하다. 그것은 또한 코카인을 포함한 다른 불법 마약시장으로 침투하기도 한다.
CDC에 따르면 2016년 이전에는 펜타닐과 같은 강력한 합성 오피오이드보다 매년 헤로인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미국인이 더 많았다. 하지만 그 이후로 합성 오피오이드 과다복용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수는 급증했다. 지난해 헤로인 과다복용으로 사망자 수는 약 1만 3,000명이었으며 합성 오피오이드(주로 펜타닐) 사망자는 약 5만 7,000명이다.

둘째, 이러한 펜타닐을 포함한 약물남용의 증가는 대역병과 관련이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전염병의 압력에 대처하기 위해 알코올이나 약물을 사용하는 미국인의 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CDC 연구원으로 구성된 한 팀은 조사 대상자의 약 13%가 대유행 기간 동안 약물을 사용하기 시작했거나 불법 약물 사용을 늘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볼코우는 "이 시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였으며, 약물 사용 장애에 대한 인명구조 치료 접근의 어려움과 과다복용 사망의 비극적 증가를 경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연령별로 보면 35세에서 44세 사이의 사람들이 가장 많은 사망자를 냈다고 그는 덧붙였다. 다른 최근의 연구들은 적어도 필라델피아와 캘리포니아에서 지난해 흑인 거주자 중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가 가장 많이 증가했다고 시사한다.
대역병은 스트레스, 고립, 그리고 경제적 격변으로 이어졌는데, 이 모든 것이 중독과 재발의 촉발제가 되었으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여러 치료 옵션과 지원 시스템을 박탈했다. 오피오이드 사망의 증가는 대중의 관심과 정부 자금 지원 덕분에 마침내 진전을 이루었던 공중 보건 및 중독 치료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2018년에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은 수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펜타닐의 확산은 이러한 이익을 잠식하기 시작했으며 이제 대역병은 오피오이드 전염병(opioid epidemic)을 통제하려는 노력을 심각하게 약화시켰다. 공중 보건 공무원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너무 집중하면서 약물 남용으로 인한 고통과 사망이 상당 부분 레이다에서 사라졌다.
중독 전문가들은 더 심각한 것은, 대역병의 재정적 피해는, 자금이 부족한 많은 의료 시스템이 가장 필요할 때 중독 치료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미니애폴리스에 본사를 둔 헤네핀 헬스케어 중독 전문가 찰스 레즈니코프(Charles Reznikoff)는 "겨울이 다가오면서 스노우 타이어를 벗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약물 위기와 코로나 19
2020년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기록된 약물 관련 사망 건수는 기록이 시작된 1993년 이후 가장 높았다.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2020년에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약물 중독과 관련된 4,561명의 사망자가 등록되었다(백만 명당 79.5명의 사망자 비율에 해당). 이는 2019년에 등록된 사망자 수(4,393명, 백만 명당 76.7명)보다 3.8% 높은 수치이다.
2020년 남성의 경우 100만 명당 109.7건의 약물 중독으로 사망(3,108건)이 발생했으며 여성의 경우 49.8건(1,453건)이 사망해 남성 사망자 비율이 여성의 2배 이상임을 알 수 있다.

사망의 거의 3분의 2가 금지된 약물의 남용으로 인해 발생했으며 작년에 등록된 모든 약물 중독 사망의 약 절반이 아편류(opiate)와 관련되어 있다. 코카인으로 인한 사망자는 777명으로 전년보다 9.7%, 10년 전 기록된 양의 5배가 넘는다. 헤로인과 모르핀이 가장 자주 언급된 아편류였으며 1,337명이 이 물질 중 하나와 연관되어 있다. 여성의 코카인 관련 사망률은 2010년 16명에서 2020년 158명으로 최근 10년간 800% 이상 증가했다.
최근 영국과 웨일스 마약 오남용 통계에 따르면 스코틀랜드의 마약 오남용 및 중독 관련 사망률이 다른 영국 국가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스코틀랜드 통계청은 2020년 기록적인 1,339명이 약물 오남용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ONS 자료에 따르면 스코틀랜드의 1인당 마약 사망률은 잉글랜드와 웨일스보다 4.8배 높다.
영국 중독 치료 센터의 CEO인 아이탄 알렉산더(Eytan Alexander)는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증가는 슬프지만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코카인과 관련된 죽음은 "(약물) 주문이 딜리버루(Deliveroo - 영국 음식 배달 업체) 주문만큼 쉽다는 점에서 특히 놀랍지 않다." “우리는 약물, 알코올, 정신 건강 대역병의 병렬 대역병 속에 살고 있다. 이 병렬 대역병은 바이러스로 인해 단지 더 악화되었을 뿐이다."
마약 및 알코올 회복 서비스를 운영하는 터닝포인트(Turning Point)의 전국 운영 책임자인 클레어 테일러는 이 수치가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공중 보건 비상사태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19가 국가의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쳤지만, 고립, 재정적 불안정 및 두려움의 영향은 약물 또는 알코올 문제의 병력이 있는 사람들을 포함하여 이미 취약한 많은 사람들을 강타했으며 일부 사람들은 치료를 받지 못했으며" "긴축과 감축이 약물 관련 사망자의 증가를 부추겼다."라고 덧붙였다.
캐나다의 약물 위기와 코로나 19
캐나다는 이미 2000~2017년 사이 오피오이드로 인한 사망이 592% 증가했다. 캐나다 공공보건국(PHAC)에 따르면 오피오이드로 인한 사망은 2000년 20명에서 2017년 118.3명으로 증가했다.
PHAC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는 6,214명이 오피오이드 독성으로 사망했다. 하루에 약 17명이 사망한 셈이다. 2020년 10월부터 12월까지 1,766명의 오피오이드 독성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이는 7월부터 9월까지(1,716명)와 유사하다. 이는 2016년 약물 중독 사망에 대한 국가 감시가 시작된 이래 분기별로 가장 높은 수치이며, 2019년 같은 기간(885명)보다 100%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 19 대역병 이후(2020년 4월~12월) 5,148명이 오피오이드 약물로 사망했다. 이는 2019년 같은 기간 2,722명 사망보다 89% 증가한 것이다.
캐나다 주요 주별 상황을 살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는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14개월 연속 100명을 넘었다. 4월에는 최소 176명이 사망해 지난 4월보다 43% 증가했다. 하루 평균 6명 정도가 사망하는 셈이다. 최근 희생자 중에는 14세 소년과 12세 소녀도 있었다. 앨버타주에서는 2020년에 거의 두 배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수도인 에드먼턴에서는 지난달 3명의 남성이 약물 과다 복용으로 공공 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응급 서비스는 지난 5월의 두 배인 248건의 오피오이드 관련 전화에 응답했다고 밝혔다. 매니토바주에서는 사망률이 87% 증가해 2020년 372명에 이르렀다. 온타리오 주에서는 2020년 말 2,050명이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했으며, 이는 2019년보다 75%가 증가한 것이다. 퀘벡주의 경우는 다른 주들에 비해 상황이 나았지만 사망률이 거의 30% 이상 증가해 547명에 이르렀다.
약물 정책 평가 센터(Centre on Drug Policy Evaluation)의 전무이자 토론토 세인트 마이클 병원의 과학자인 댄 워브(Dan Werb)는 불법 시장에서 규제되지 않은 약물 공급이 수십 년 동안 점점 더 강력해지고 독성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치명적인 양의 펜타닐, 카르펜타닐, 심지어 에토데스니타젠(고효능 합성 아편유사제)이 거리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약품 시장에 등장하는 이러한 약물은 새로운 것이지만, 이러한 약물 시장에서 점점 더 강력해지고 독성 화학물질이 나타나는 경향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것은 오래된 것이다."
그러나 대역병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약물 과다복용 위기 악화에 많은 요인이 작용했는데, 그중에는 점점 더 독성을 띠는 약물 공급, 고립감, 스트레스와 불안감 증가, 그리고 약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제한된 서비스 가용성 또는 접근성 등이 포함된다. 워브는 "국제 마약 밀매와 캐나다 전역의 국가 마약 밀매에 영향을 미치는 국경 제한 및 이동 제한이 있었다. 모든 산업이 코로나의 영향을 받았고 불법 약물도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즉, 새로운 약물의 출현이라는 화학적 변화는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코로나 19 대응과 약물 위기
쉽게 이야기하면 정부의 코로나 19 위기에 대한 대응은 약물 위기를 가중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첫째로 정부의 코로나 19에 대한 조치들은 종종 약물 사용자들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린다. 집에 머물며 사회적 접촉을 피하라는 지시는 더 많은 사람들이 혼자 약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사용자가 약물 과다 복용으로 고통받을 경우 도움을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로 위에서 코로나 19로의 자원의 이동은 약물 위기 극복을 위한 자원 감축을 의미한다. 이는 단지 재원의 이동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보건 의료 인력의 상당 부분 역시 코로나 19 위기로 투입됨으로써 약물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인력 또한 빠져나가게 된다. 또한 연구를 위한 펀딩 역시 코로나 19에 집중되면서 코로나 19와 무관했던 연구인력들도 그 펀딩을 위해 상당수 코로나 19 연구 분야로 몰리면서 다른 보건의료 분야와 마찬가지로 약물 치료와 연구 분야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셋째로 봉쇄로 인한 국경 폐쇄는 마약의 통상적인 국제 및 국내 보급선을 교란한다. 따라서 기존의 마약과 다르면서 국내에서 보급 가능한 새로운 마약이 등장하고, 대체로 이러한 마약들은 화학적으로 더 강력하고 위험하다.
코로나 19와 약물 중독은 다른 현상이었지만 코로나 19 위기가 가중되면서 새로운 다이내믹을 얻게 되었다. 코로나 19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은 약물 위기를 화학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고조시켰다. 이 두가지를 단 칼에 해결하는 방식은 없다. 하지만 이 두가지 위기가 바람직하지 않은 시너지 효과를 내는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것은 가능할 수 있다. 그것은 소위 정상시대의 약물 과다복용에 대한 정책을 코로나 19 시대에 맞게 수정하여 약물 중독자에 대한 재정적,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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