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국가 호라산(Islamic State of Iraq and the Levant-Khorasan Province ISKP/ISIS-K)은 카불 공항 밖에서 최소 72명의 아프간인과 13명의 미군이 사망하고 수십 명의 부상자를 낸 치명적인 공격을 자신들이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아프가니스탄을 지배하고 있는 탈레반에 따르면 사망자 중에는 28명의 탈레반 멤버도 포함되어 있다. ISKP는 자살 폭탄 테러범들이 목요일 저녁 공격에서 "미군과의 통역자 및 협력자"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ISKP는 지난해 5월 국경 없는 의사회가 운영하는 카불의 한 산부인과 병동에서 신생아 2명을 포함해 24명을 살해한 악명 높은 테러를 포함해 최근 몇 년간 가장 끔찍한 테러를 자행했다.
ISKP의 형성
ISKP는 중동에 기반을 둔 이라크 및 시리아 이슬람 국가(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 ISIS)의 지파로서 2014년 후반, 2015년 초 아프가니스탄 남부와 동부에서 등장했다. 이들이 기반한 호라산(Khorasan, 영어로는 '코라산'으로 표기되지만 '호라쏜'이라 불린다) 지역은 한때 아프가니스탄, 이란, 파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의 일부를 포함했던 고대 칼리프 통치하의 역사적 지역을 가리킨다.
이 무장단체는 2014년 파키스탄 탈레반에서 이탈한 전사들과 고 ISIL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Abu Bakr al-Baghdadi)에게 충성을 맹세한 아프가니스탄 전사들로 구성됐다. 아프가니스탄의 남부에서는 불만을 품은 탈레반 사령관이자 전 관타나모만 억류자인 압둘 라우프 알리자(Abdul Rauf Aliza 혹은 Mullah Abdul Raoof Khadim으로 알려짐, 그는 2015년 미국 드론 공격으로 사망했다)이 ISIS에 충성을 맹세했고, 동쪽에서는 하피즈 사예드 칸(Hafiz Sayed Khan)이 이끄는 6명의 파키스탄 탈레반 사령관이 ISIS의 검은 깃발을 들어 올렸다. 칸은 사령관, 알리자는 부사령관으로 ISKP를 이끌었다. 지난 6년 동안 ISKP는 아프가니스탄 동부 낭가르하르주 지방에서 조직망을 구축하고, 남, 서, 중앙아시아 전역에서 추종자들을 흡수해 수많은 테러로 수백 명을 살해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테러방지센터(Combating Terrorism Centre)에 따르면, 이번 테러는 라쉬카르-에-타이바(Lashkar-e-Taiba), 자맛-우다와(Jamaat-ud-Dawa), 하카니 네트워크(Haqqani Network), 우즈베키스탄 이슬람 운동(Islamic Movement of Uzbekistan)과 같은 다른 무장 단체 회원들을 끌어들였다.
ISKP는 아프가니스탄과 연합군의 강력한 군사 공격을 받았고, 그 결과 최고 지도자를 포함하여 13,000명 이상의 전사가 사망하고 생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SKP 상실한 병력을 회복하고 지리적 기반을 확장하는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주었다. 전투로 단련된 수천 명의 전투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ISKP는 현재 아프가니스탄 동부와 북부, 파키스탄의 카이베르 파크툰크(Khyber Pakhtunkhw)와 발루치스탄(Balochistan) 지방에서 활동하고 있다.
ISKP의 이념과 활동: 글로벌 칼리프 체제의 구축
ISKP의 이념은 비아프간 테러단체들과 잘 공명하고 있는데, 지역적, 세계적 의제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파슈툰 족이 주축을 이룬 탈레반은 파슈툰의 길이라 불리는 파슈툰왈리(Pashtunwali) 코드에 따라 그들의 목표를 아프가니스탄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ISKP는 같은 수니파이지만 탈레반과 달리 살라피 지하드주의(Salafi jihadism)를 추종한다.
지하드(jihad)는 성전, 살라프(salaf)는 '선조'를 의미한다. 이 선조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동료를 가리키며, 살라피 지하드주의는 이슬람 율법 샤리아가 지배하던 원시 이슬람 사회를 이상으로 추구하는 종파이다. 살라프 교리는 이슬람 문명의 쇠퇴의 책임을 서구로 돌리며 인종과 지리적 경계를 넘어서는 이슬람 칼리프의 부활을 추구하며, 그 속에서 지하드를 위한 물리적 폭력을 용인한다. 살라피 지하드주의를 신봉하는 대표적인 조직으로는 알 카에다와 ISIS가 있다. 중동포럼(Middle East Forum)의 아이멘 자와드 알 타미미(Aymenn Jawad al-Tamimi) 연구원은 2014년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ISKP는 "실제로 분리된 집단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국경지역에서 온 알카에다 조직원들로 구성된 부대"라고 말했다.
살라프 지하드주의자들은 12억 이슬람 인구의 약 1%로 추정된다. 이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 범 이슬람주의 이데올로기는 탈레반을 "더러운 민족주의자"로 비난하는 테러리스트 그룹에 더 매력적이다. 따라서 ISKP는 구성원의 모집, 동맹 구축, 지원 집결 등 광범위하고 다양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ISKP는 역사적 호라산 지역을 재건하겠다는 약속으로 이미 중부, 남부, 동남아시아, 그리고 멀리 프랑스까지 포함하여 12개 이상의 국가에서 전사를 끌어들였다.
ISKP의 작전 대부분은 지금까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 국한되어 있었지만, ISKP는 지역 및 그 너머로 목표 지역을 확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ISKP는 지난해 3월 카불의 시크교 사원을 공격한 후, 이 사원 공격이 인도가 관리하는 카슈미르에서 고통받고 있는 이슬람교도들에 대한 복수라고 주장했다. ISKP는 2017년 방글라데시에서 총리를 암살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이슬람 국가 벵갈(Islamic State-Bengal)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ISKP의 아프가니스탄 북부 지역 진출은 특히 우즈베키스탄 이슬람 운동 등과 협력하면서 중앙아시아 및 중국 진출을 위한 하나의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계 테러 지수(Global Terrorism Index)는 ISKP를 세계 4대 테러 조직의 하나로 꼽고 있다.
탈레반과 ISKP의 긴장과 대립: 이슬람 국제주의자와 민족주의자 간의 대립?
이념적으로 탈레반은 파슈툰왈리에 기초한 부족, 민족주의적 세력인데 반해 ISKP는 초국경적인 살라프 지하드주의에 기초한 글로벌 이슬람 칼리프를 지지한다. ISKP의 최고지도자였던 오마르 코라사니(Omar Khorasani)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IS 지도부는 독립적이며, IS 의 목표는 독립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적인 의제를 가지고 있습니다"라며 "사람들이 이슬람과 이슬람 공동체 전체를 누가 대표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당연히 우리가 더 매력적입니다"라고 말했다. 탈레반이 8월 15일 카불에 입성하면서 감옥에 수감된 수백 명의 죄수들을 석방했지만, 그들은 코라사니를 포함한 ISKP 멤버 9명을 사살했다.
탈레반이 축출되기 전 그들과 알카에다의 결속은 불안했다. 많은 탈레반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오사마 빈 라덴이 아프가니스탄을 작전 기지로 사용한 것에 대해 분개했다.
2001년 탈레반이 축출된 후 카불에서 저널이 복구한 컴퓨터는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종종 아프간 동맹인 탈레반을 문맹이며 코란을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비하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탈레반의 구성원들은 알카에다의 일부 인사들이 서방과의 문제를 악화시키고 자국의 고립에 기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탈레반의 창시자인 오마르는 미국의 2001년 10월 기습 공격에 대해 알지 못했으며, 이후 그와 빈 라덴과의 관계는 악화되었다. 2011년 미군이 빈 라덴을 사살한 후 파키스탄 은신처에서 복구된 자료에 따르면 알 카에다 지도자와 오마르 빈 라덴 사이에 접촉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탈레반 축출 이후 탈레반과 알카에다 조직원들은 폭탄 테러, 표적 암살을 통해 미국의 지원을 받는 정부와 연합군을 상대로 공동의 테러전을 벌이며 강한 유대관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2015년 이슬람 국가(IS)가 두각을 나타내고 알카에다의 세력이 약화되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이 새로운 단체는 시리아와 이라크의 영토를 점령하고 아프간, 이란, 옛 소련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아우르는 역사적 지역인 '호라산' 지역을 만들기 위해 전사들을 모집했다.
탈레반은 이슬람 국가(IS)를 방해물로 보고 환영하지 않았다. 코라사니는 사망 직전 인터뷰에서 "이슬람 국가(IS)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외부의 이슬람 단체들을 돕는데 관심이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코라사니는 IS가 아프가니스탄에 분파를 열었을 때 ISKP에 합류했다. 그는 남아시아와 극동지역을 감독하는 당시 최고위직이었던 지역 주지사로 승진했다. 이라크 시리아 이슬람 국가(IS)와 비슷하게 아프가니스탄에서도 ISKP는 통치에 반대하는 정복된 주민들에 대한 끔찍한 처형 영상, 민간인 표적에 대한 공격, 극단적인 폭력 사용 등으로 악명이 높았다. 코라사니가 주지사로 있었던 낭가르하르주에서는 마을 원로들과 지역 주민들을 산비탈의 폭발물 더미 위에 눈 가리고 앉혀 처형했다. 그 그룹은 나중에 사형 집행 비디오 녹화를 유포했다. 코라사니는 비디오에서 처형된 사람들은 범죄자라고 말했다.
다른 국가들은 탈레반을 IS의 글로벌 야심에 대항하는 잠재적인 방어벽으로 보기 시작했다. IS의 발흥에 대한 우려는 이들 국가의 탈레반에 대한 시각과 접근방식을 변화시켰다. 탈레반을 테러단체로 분류했던 러시아는 5년여 전에 탈레반과의 협상을 시작했다. 그리고 중국의 올해 탈레반 고위급 대표단을 초청하기도 했다.
미국과 탈레반, 그리고 ISKP: 반테러 세력의 교두보로서 탈레반?
미국의 지원을 받는 아프간 정부의 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슬람 국가가 새로운 국제적 적으로 부상함에 따라 탈레반은 글로벌 차원에서 외교적 확대에 박차를 가했고, 이는 내부에서 수년 동안 테러 오명을 씻기 위해 노력했던 집단의 입지를 강화했다.
미국은 지난해 아프간 교도소 수감자 5,000명을 석방하는 협상을 도하에서 열어 탈레반에게 국제적 인정을 제공했다. 도하에서 이루어진 합의의 일부로서, 탈레반은 무장 단체들이 서방을 공격하는 것을 막겠다고 약속했다.
탈레반이 ISKP와 경쟁하는 것은 미국과 탈레반이 합의를 할 수 있는 시발점이었다. 미국-탈레반 합의의 핵심 조건 중 하나는 탈레반이 알카에다와 IS와 같은 테러 단체가 아프간 땅을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탈레반은 카불 폭발을 규탄하고 범인을 정의의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맹세했다. 탈레반은 스스로를 아프가니스탄을 안정시키고 IS와 같은 테러집단과 싸울 수 있는 세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ISKP의 카불 폭탄테러는 탈레반의 이런 반테러 내러티브를 강화할 수 있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새로운 통치집단으로 등장했지만 그들은 아프가니스탄의 통합을 위해 기존의 이슬람 근본주의적 통치를 완화해 여성과 소수민족의 권리를 존중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들은 20년 전쟁으로 폐허가 된 아프가니스탄을 살리기 위해서 국제사회의 경제적 지원을 필요로 하며 그 필요성이 탈레반으로 하여금 탈레반 1.0이 아닌 탈레반 2.0으로의 변신을 어느 정도 압박하고 있다. 그러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여성과 소수민족, 기존 정부 협력자들에 대한 탈레반의 테러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서방 세계는 아프가니스탄에 아직 체류 중인 자국민과 협력자들의 귀환과 탈출을 위해서, 그리고 ISKP나 알카에다의 억제를 위해서 탈레반이 필요한 실정이다. 왜냐하면 탈레반 지배하의 아프가니스탄에서 ISKP는 탈레반에 반대하는 새로운 탈레반으로 변신 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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