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자 주: 1990년대 말 동유럽과 소련의 붕괴 이후 나토와 유럽연합의 계속된 동쪽으로의 확장과 기존 소연방 영토들을 자신의 영향권에 두려는 러시아의 대립은 이 틈새에 끼어 있는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위기를 고조시키고 뗄 수 없다. 거기에 우크라이나 서쪽의 친 서방 경향과 러시아 접경 동쪽 지역의 친 러시아 경향은 지금의 우크라이나-러시아 위기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특히 이 위기는 2014년 친 러시아 정부 붕괴 이후 이러한 대외적 갈등은 우크라이나 내부 갈등으로 이어져 우크라이나 국내 개혁을 지체시키고 있다. 이 글은 버밍엄 대학교 국제 안보 교수 스테판 볼프(Stefan Wolff)와 국립대학교 오데사 법학전문대학원 국제관계학 교수 타티아나 말랴렌코(Tatyana Malyarenko)이 Conversation에 1월 20일 자로 기고한 기사 Ukraine: a country wounded by eight years of crisis의 번역으로 러시아를 향해 동진하는 나토와 유럽연합 그리고 기존 소련 연방 국가들을 자신의 영향권에 두려는 러시아의 틈새에 끼어 있는 우크라이나는 내부적으로 어떠한 난관에 직면해 있는가를 분석하고 있다. 이로써 이 글은 러시아-서방 사이의 우크라이나라는 지정학적 고려를 넘어, 아니 그 지정학적 조건 아래 감추어진 우크라이나 내부의 개혁 실패와 정체성 그리고 정당성 위기에 주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8년의 위기로 상처받은 나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친유럽 시위대가 모스크바의 지지를 받는 빅토르 야누코비치(Victor Yanukovych) 대통령 정부를 축출한 후 2014년에 시작되었다. 이로 인해 위기가 급속히 상승했는데 이는 2014년 3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우크라이나 동부에 러시아의 보호를 받는 사실상의 두 국가인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인민 공화국(DPR, LPR) 설립으로 이어졌다.
2015년 2월 러시아의 지원으로 영토가 통합될 때까지, 전투의 직접적인 결과로 약 1만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 사상자는 말레이시아항공 MH17편에 탑승한 300여 명을 포함해 1만 3천 여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7년 동안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이 전쟁은 계속되었다. 이 전투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우크라이나 특별 옵서버 임무가 감시하는 2015년 휴전선을 따라 우크라이나 군대와 러시아가 지원하는 DPR 및 LPR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전쟁의 경제적인 측면은 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가스를 EU로 운송하는 경유 국가로서의 지위를 상실하여 GDP의 약 1%(미화 10억 달러[7억 3,400만 파운드] 이상)에 손실을 입는 동시에 가스 공급 문제를 야기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전쟁의 외교적 차원은 모스크바와 서방 사이의 해결되지 않은 긴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것은 5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OSCE와 우크라이나, 러시아, 프랑스, 독일을 하나로 묶는 노르망디 형식(Normandy Format, 2014년 노르망디에서 돈바스 분쟁 문제 해결을 위해 가진 앞의 4개국 간의 비공식 회담 - 역자 주)과 같은 국제무대에서 전개되고 있다. 이것들은 지금까지 전쟁의 주요 확대와 대규모 인도주의적 위기를 막았다.
그러나 동부 우크라이나의 접촉선을 따라 상황은 여전히 매우 불안정하다. 더욱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서방 동맹국에 대한 압박을 점차 강화해 왔다. 정전 위반, 경제적 압박, 사이버 공격 (일부는 이미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보 전쟁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포스트-소련 공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 구역"에 대한 서방의 보장 여하에 따른 전면적인 침략의 위협이 계속되어 왔다.
러시아와 서방을 넘어
그러나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보도에서 종종 놓치는 것은 우크라이나 위기가 우크라이나 국가와 사회에 가한 누적 피해이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는 라이벌 강대국의 조준선이 되었고 자체 권한이 제한된 지정학적 위치에 놓여있다.
이 모든 것이 우크라이나의 개혁 노력을 크게 방해했다. 부패 감소, 법치 강화, 분권화 및 기타 거버넌스 개혁에 대한 진전은 이제 가능할 뿐만 아니라 점점 가능성이 높아지는 러시아의 침공에 직면하여 보류되거나 철회되었다.
지난 8년 동안 우크라이나의 지속적인 안보 우려는 국가 기관을 소진시켰고 그 효율성을 더욱 약화시켰다. 이에 더해 군비 지출은 2013년 16억 달러(GDP의 1.6%)에서 2020년 41억 달러(GDP의 4%)로 꾸준히 증가했다. 조달비만 지출이 작년의 8억 3,800만 달러에서 2022년에는 10억 달러를 약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공공 서비스와 인프라에 대한 국가의 투자 능력을 더욱 떨어뜨렸고, 이는 다시 외국인 투자에 대한 국가의 매력이 더욱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격한 감소와 2013년 말 현재 위기가 시작된 후 2019년 외국인 직접투자는 2012년 82억 달러, 2008년 107억 달러에 비해 58억 달러를 조금 넘었다. 2016년 이후 다시 꾸준한 경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2020년 GDP는 여전히 독립 후 최고치였던 2013년(1,900억 달러)을 훨씬 밑돌았다. 2020년에는 4% 더 감소했다. 이는 부분적으로 코로나의 결과이지만, 2022년 1월 세계은행의 세계 경제 전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장기적인 성장 전망은 느린 개혁 모멘텀에 의해 제약을 받고 있으며, 이는 경쟁력과 민간 부문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회와 키예프의 서방 파트너들도 인권 제한에 더 관대해졌다. 이는 국가가 직면한 심각한 외부 위협에 대한 근시안적인 대응이긴 하지만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국내외 정부에 피해를 줄 수 있으며 EU 지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것은 잠재적으로 한계점까지 우크라이나 기관들을 더욱 긴장시킬 가능성이 있다.
정당성과 정체성의 위기
최근 위기의 고조에 대응하여 우크라이나는 "민족적 저항"(national resistance)의 원칙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60세 미만의 남녀는 모두 병역의 대상이 된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인의 33%는 러시아가 침공할 경우 무장 저항을 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21%는 비폭력 저항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14.3%는 우크라이나 내의 안전한 곳으로 이주하는 것을 선호하고, 9.3%는 러시아가 침공할 경우 우크라이나를 떠날 것이라고 답했다.
우크라이나인 5명 중 거의 1명(18.6%)은 러시아의 침략에 저항하지 않을 것이다.
2021년 한 해에만 60만 명(인구의 약 1.5%)이 이민을 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독립 이후 가장 많은 연간 숫자로 이는 이 나라의 인구학적 위기를 나타낸다. 이 수치는 또한 우크라이나 국가의 정당성과 정체성의 지속적인 위기를 보여준다.
탄력적인 기관의 필요성
따라서 우크라이나의 위기는 군사적이거나 지정학적인 것만이 아니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정책 입안자들의 사고의 최전선에 있으며 신속하고 결단력 있게 해결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들 외에도, 그리고 그 위기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국내의 위기 역시 지속적인 관심을 필요로 하고 있다. 탄력적인 기관이 없다면 우크라이나는 영원히 외부 지원에 의존하며 지정학적 변화에 취약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국내 상황은 러시아의 침략을 억제하는 시급한 과제 못지않게 장기적으로 유럽 및 세계 안보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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