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백신 시장 현황과 각종 질병에 대한 백신 접종 상황
세계보건기구(WHO) 글로벌 백신 시장은 2000년 약 60억 불에서 2008년 약 170억 불, 그리고 2019년에는 약 330억 불 규모로 성장했다. 폐렴구균, 디프테리아, 파상풍, 유두종 관련 백신이 백신 시장 규모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전체 의약품 시장에 백신 시장이 점유하는 비율은 약 2%에 불과하다. 낮은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백신이 인류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지난 40년 동안 전 세계 백신 보급은 꾸준히 상승해왔다. 일상적인 면역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에 대한 좋은 기준으로 글로벌 백신 접종의 핵심지표로 자주 사용되는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DTP) 예방 백신은 1980년 20%에서 2019년 85%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아마비 백신 접종은 21%에서 86%, 홍역 백신 접종은 16%에서 85%, 결핵 백신은 15%에서 88%, 파상풍 백신 접종은 3%에서 71%로 증가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가장 핵심적인 백신들의 전 세계 접종률은 많은 경우 80%를 넘지만, 홍역과 파상풍 그리고 로타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접종률은 여전히 80% 미만이다. 2018년, 1세 미만에 대한 DTP의 3차 도스의 접종 수준은 86%였다. 이는 1억 3천5백만 명의 1세 미만 아동 중 1천9백만 명 이상이 완전한 예방접종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8년에는 전 세계 어린이의 35%만이 소아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설사병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는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소아 사망의 주요 원인인 폐렴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는 폐렴구균 백신은 1세 아동의 47%에 불과했다.
유니세프의 자료에 따르면(한국의 실제 자료와는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한국의 경우 1980년 홍역 예방접종 주사 1차 도스에 대한 접종률 4%에서 WHO가 권고한 핵심적인 백신 접종률이 대부분 95%를 넘었다. 모든 나라가 한국과 같은 정도의 높은 백신 접종률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다.
나라별 백신 접종률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변수는 국민소득이다. 아래 도표는 1인당 GDP에 따른 국가별 1세 아동의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DTP) 3차 도스 접종 분포다. 모든 부유한 국가들은 90% 이상의 백신 접종률을 보여주며 저소득/중간소득 국가들의 경우 낮은 접종률을 보여준다. 그러나 접종률이 높은 국가들이 모두 저소득 국가들은 아니다. 부룬디는 1인당 GDP가 799불이지만 접종률은 91%, 르완다는 1,997불에 접종률은 98%, 방글라데시는 3,436불에 98%의 접종률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소득이 접종률과 높은 상관성이 있지만, 나라별 공공보건 정책에 따라 그 변수의 효과는 상쇄될 수 있다.
백신 비용과 효과: 예방의 경제성과 생명구제
1980년대에 저소득국가의 면역에 대한 연간 총지출은 산아당 평균 3.5불~5불이었다. 2000년까지 이 수치는 출생아 1인당 약 6달러로 소폭 증가했다. 그해에 시작된 세계백신면역연합(Global Alliance for Vaccines and Immunization, Gavi)의 면역 지원을 통해 세계 많은 극빈국이 일상적인 백신 전달 체계를 강화하고 황열병, B형 간염, 인플루엔자균 등 저 사용 백신을 면역 프로그램에 도입할 수 있게 되었다. 2010년까지 전통적인 백신을 포함한 B형 간염과 인플루엔자 백신을 이용한 면역 접종을 위한 신생아당 비용은 18달러로 상승했다. 접종 확대와 접종 비율 제고, 그리고 새로운 폐렴과 로타바이러스 백신 도입 등을 포함하는 WHO의 글로벌 면역 비전과 전략(Global Immunization Vision and Strategy, GIVS) 프로그램 목표를 충족하는 데 필요한 수준으로 백신 범위를 확대한다면 신생아 1인당 3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 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비용이 30불이면 저렴하지만,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된다. WHO는 GIVS프로그램을 저소득/중간소득 국가 117개국에 2006년~2015년 사이에 시행할 경우 비용을 총 760억 불로 추산했다. 과연 백신은 이 비용을 상쇄하거나 혹은 그 이상의 효과가 있을까?
아래 도표는 Vanessa Rémy 등이 추정한 백신의 경제적 효과다. 이 도표에 따르면 한 질병에 대한 백신 개발과 접종만으로도 앞서 언급한 WHO의 글로벌 면역 비전과 전략 프로그램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질병 | 비교 절감 | 직접적 혹은 간접적 절감 (US $) |
천연두 | NA | 매년 3억 불 절감 |
소아마비 | NA | - 204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36억 불 절감 - 1991~2000년까지 7억불 절감 |
홍역 | 홍역 어린이 한 명 치료비용, 홍역 예방접종 비용 23배 |
장애보정생존년수(disability-adjusted life-year, DALY)* 당 10 |
콜레라 | NA | 1991년 페루에서 7억 7천만 불 해산물 수출 감소 |
말라리아 | NA | 사하라 남부지역 연간 1,000억 GDP 손실 |
홍역, 볼거리, 풍진(MMR) | MMR 백신에 지출되는 매 1불로 21불의 직접 치료 비용 절감 | 1989~1991년 홍역 발생에 따른 직접의료비 1억 |
DTP | DTP 백신에 지출되는 매 1불로 24불의 직접 치료 비용 절감 | DTP백신이 없었다면 236억불의 직간접적 치료비용 지출 |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Hib) | Hib 백신에 지출되는 매 1불로 24불의 직접 치료 비용 절감 | 미국에서 50억불의 직접 손실과 120억불의 간접 손실 발생 |
백신 접종을 통한 직접 및 간접 비용 절감. 출처: 'Vaccination: the cornerstone of an efficient healthcare system' Vanessa Rémy 등. doi: 10.3402/jmahp.v3.27041
아래 도표를 보면 2009년 기준으로 아동 백신 프로그램은 지불자 관점 혹은 직접적 이익의 관점에서 보면 약 203억 불이 절감되었고, 직간접적 절감을 포함한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약 764억 불의 비용이 절감되었다. 아동 예방 접종에 지출되는 1 달러당, 지불자 관점에서 3 달러 (즉, 직접 비용)를 절약하고, 사회적 관점에서 10 달러 (직간접 비용, 아래 도표)를 절약한다. 미국에서는 DTP 백신을 사용하여 236 억 불의 직간접 비용을 절감했으며, 이에 상응하는 편익 비용비는 27 : 1이다. 또 다른 미국 연구에서는 소아마비 백신에 대한 60년 투자 시 순이익이 같은 기간 총 투자액(약 364억 달러)보다 6배(약 1800억 달러)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아동 백신 프로그램 | 지불자 관점 | 사회적 관점 |
절감된 비용 | 20.3 | 76.4 |
정기 예방 접종 프로그램 비용 | 6.7 | 7.5 |
순 비용 절감 | 13.5 | 68.8 |
편익 비용비율 | 3.0 | 10.2 |
2009 년 미국의 정기 아동 예방 접종 프로그램에 대한 경제적 평가(단위는 10억 불). 출처: 'Vaccination: the cornerstone of an efficient healthcare system' Vanessa Rémy 등. doi: 10.3402/jmahp.v3.27041
경제적 이익 외에도 백신은 사회적을 많은 인명을 살릴 수 있다. 백신이 매년 어느 정도 규모의 인명을 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정확은 추정은 불가능하다. WHO가 발간한 《세계 백신과 면역상황》에 따르면, 백신 접종이 글로벌 차원에서 평균 90%에 이르면 매년 2백만 명의 5세 미만 아동 사망을 사망자를 예방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이 추정치는 매우 보수적이고 부정확하다. 천연두 백신을 예로 들어 보자. 천연두는 한때 매우 흔하고 치명적인 전염병이었지만, 백신 덕분에 1977년 천연두는 사라졌다.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을 경우 합리적인 추정치는 연간 약 500만 명 사망이며, 이를 연도별로 합산하면 백신 개발로 1980년과 2020년 사이에 약 1억 5천만 명에서 2억 명의 생명을 구했음을 의미한다. 아래 두 도표는 백신의 도입과 확대가 미국과 유럽지역에서 인명구조에서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실질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오자와와 클라크 등의 최근 연구는 백신도입으로 중저소득국가들의 절감 비용, 이득, 그리고 사망방지 규모를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백신도입으로 73개 국에서 백신으로 예방가능한 10개 질병에 대해 2천만 명의 아동 사망을 방지하고, 3,500억 불을 절감할 수 있다. 2001년 Gavi 프로그램 실행 이래 백신의 경제적 및 사회적 가치는 지난 20년 동안 8,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백신과 집단면역
백신이 작동하는 기본 메커니즘은 간단하다. 백신은 박테리아 나 바이러스와 같이 우리를 아프게 하는 병원체를 약화하거나 죽은 형태로 인체에 투여하거나, 항원에 대한 정보 획득이 가능하도록 핵산이나 표면 단백질을 인체에 투여해 개인의 면역을 형성한다. 이 백신은 후천성 면역을 유도하여 신체가 실제 질병 유발 인자를 만나면 방어를 할 준비를 시킨다.
백신의 경제 사회적 효과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집단면역을 통해서다. 높은 백신 접종률은 집단적인 사회적 이익이 있다. 대부분 질병의 경우, 면역된 사람의 비율이 높을수록, 감염을 감소시키거나 멈출 수 있어서, 인구의 모든 사람이 더 잘 보호된다. 집단 면역성은 감염병이 확산할 가능성이 작도록 인구의 높은 비율이 백신 접종했을 때 생성되는 지역사회 보호이다. 집단면역은 특히 백신 접종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보호막을 제공한다. 여기에는 백신 접종을 받기엔 너무 어린아이나 낮은 백신 접종률의 첫 번째 잠재적 피해자인 면역 결핍 아동과 같은 취약층이 포함된다.
인구 가운데서 질병에 대해 면역이 있는 사람들의 수가 일정한 정도, 예컨대 인구 속에서 질병이 더 지속할 수 없는 정도에 도달할 때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집단면역 역치(herd immunity threshold, HIT)라고 부른다. 감염경로와 감염력 혹은 감염 재생산 지수에 따라 집단면역 역치에는 큰 차이가 있다. 홍역과 백일해는 전염성이 높은 공기 매개 질병이며 전염을 막기 위해 더 많은 사람이 예방 접종을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이러한 질병은 도달해야 하는 집단면역 역치 비율이 가장 높다. 예를 들어, 두 번의 홍역 예방 접종은 99% 보호를 제공하는 반면, 예방 접종이 없을 때 평생 감염 위험은 거의 100%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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