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영화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밀실형 정치 스릴러와 현장형 역사 다큐의 조우

Zigzag 2021. 4. 1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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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주: 이 글은 영화의 줄거리와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알리-프레이저 '세기의 대결'과 추악한 FBI 코인텔프로(COINTELPRO)의 폭로

1971년 3월 8일 밤 10시 30 분,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세기의 대결'으로 불리는 알리와 프레이저의 WBC, WBA 통합 헤비급 매치 시작을 알리는 공이 울리자마자, 그로부터 수십 마일 떨어진 펜실베이니아 미디어의 FBI 사무실에 일군의 절도범들이 조심스레 문을 따고 들어간다. 실내침투조와 실외대기조를 합쳐 모두 8인조로 구성된 이 절도범들은 FBI 직원들이 권투경기를 지켜보는 동안 사무실에 있는 FBI 비밀문서를 몽땅 털어 달아난다. 이들은 다음 날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자신들을 "FBI 조사를 위한 시민위원회'라고 밝히며 FBI가 불법적으로 시민들을 감시하고 자유에 재갈을 물렸다고 폭로했다. 이들의 폭로로 저 악명높은 FBI의 코인텔프로 혹은 반첩보프로그램(COunter INTELligence PROgram, COINTELPRO)이 세상에 그 흉측한 모습을 드러냈다. 1956년~1971년 사이에 자행된 이 코인텔프로는 흑표당(Black Panther Party) 과 같은 블랙파워 운동, 킹 목사 등이 주도한 민권운동, 원주민 운동, 그리고 반전평화, 생태, 여성 등 신좌파운동의 감시, 분열, 파괴를 목표로 했다. 이 활동은 흑표당 같은 단체는 물론 맬컴 엑스, 마틴 루서 킹 목사, 스토클리 카마이클, 바비 씰 같은 활동가, 심지어 헤밍웨이, 존 레넌, 제인 폰더 같은 유명인사들까지 감시했다.

1956년 FBI는 코인텔프로를 통해 불법 도·감청은 물론, 단체 간의 이간질, 언론 통제, 흑색선전, 지원금 차단은 물론 정보원 심기와 극우 테러 단체 지원 같은 온갖 불법을 자행했다. FBI는 1960년대 중반 이후 점점 급진화 되어 가는 블랙파워 운동 속에 "메시아가 부상"하고 흑인지도자들이 "존경심을 얻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대대적인 탄압과 분열 공작을 펼친다.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는 FBI 코인텔프로 일환으로 흑표당에 잠입했던 프락치 혹은 정보원 윌리엄 오닐(Lakeith Stanfield 분)이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언론 인터뷰 카메라 앞에서 땀 흘리며 질문을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미국 공영방송 PBS의 "Eyes on the Prize"의 PD는 오닐에게 다음과 같이 묻는다. "60년대 후반, 70년대 초반의 당신 활동을 돌이켜보면, 당신은 아들에게 당신이 그때 했던 것에 대해 뭐라고 말하겠나요?"

밀실형 정치 스릴러와 현장형 역사 다큐의 댄스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는 1960년대 말 흑표당에 잠입했던 FBI 프락치 오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FBI를 사칭해 차 도둑을 하다 체포된 오닐은 FBI 요원 로이 미첼(Jesse Plemons 분)의 협박과 설득으로 FBI 프락치가 되어 일리노이 흑표당과 당수 프레드 햄프턴(Daniel Kaluuya 분)에 접근한다. FBI 지시대로 햄프턴을 감시하고, 흑표당 내부를 이간질하고, 흑표당의 투쟁을 테러로 변질시키려 했던 오닐은 결국 햄프턴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혁명가 햄프턴 대신 FBI 프락치 오닐의 시점을 택한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의 흐름은 《무간도》나 《디파티드》 같은 스릴러처럼 진행된다. 그렇다고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가 당대의 역사를 스릴러의 스치는 풍경으로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는 1960년대 말이라는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트라이얼 오브 시카고 7》처럼 반전평화를 미국을 찬양하는 애국 영화로 변질 시킬 만큼 역사를 왜곡하지는 않았다. 약간의 드라마적 요소를 가미했지만, 역사적 사실을 대부분 그대로 수용했다. 영화는 흑표당이 변혁하고자 했던 경제 부정의, 정치 폭력, 인종주의와 빈곤은 토막의 에피소드처럼 스릴러 주변에 촘촘히 배치한다. 혁명가 햄프턴과 데보라(Dominique Fishback 분)의 사랑, 흑표당의 빈민아동 지원, 다른 인종과 연대, 경찰과의 충돌은 오닐의 프락치 정체 발각 위기 드라마를 위한 간주곡 이상이다. 정치학을 전공한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감독 샤샤 킹(Shaka King)은 FBI와 프락치 오닐의 야합형 밀실 정치를 흑표당의 제도 바깥의 정치와 대비시키고, 그들의 권력유지를 흑표당의 '파워', 권력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권능(empowerment)과 대비시킴으로써 정치 스릴러에 조심스레 역사 다큐를 입힌다. 이 스릴러와 다큐의 대비는 서로 다른 진영의 대립을 통해 결합된다.

냉전시대의 내전, 전쟁에서 승리하는 다른 방법들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의 전체 무드는 전쟁이다. 그러나 그 전쟁은 미소 냉전이 아니라 미국 내부의 내전이다. FBI는 흑표당을 향해 반혁명 전쟁을, 흑표당은 백인중심의 사회를 향해 혁명전쟁을 진행 중이다. 영화의 초입, 코인텔프로를 만든 FBI 수장 후버(Martin Sheen 분)는 FBI 요원들에게 소련이나 중국보다 흑표당이 국가안보의 제일 위협적인 존재며 블랙 메시아의 출현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요원 미첼에게 흑표당의 활동을 방치해 "전쟁에서 지면" 백인들의 삶 전체가 강간, 약탈, 정복당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일리노이 흑표당 당수 햄프턴은 마오쩌둥 말을 인용해 당원들에게 "전쟁은 유혈의 정치고, 정치는 무혈의 전쟁"(War is politics with bloodshed and politics is war without bloodshed)임을 가르친다. 소련이나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피했던 미국 정부는 하지만 흑표당에 직접적인 공격을 가했으며, 무혈전쟁의 정치를 원했던 흑표당은 유혈에 대한 대비를 게을리할 수 없었다. 둘 다 내전을 치르고 있었지만, 그 내전의 목표와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은 완전히 달랐다.

FBI의 후버나 흑표당의 햄튼 모두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전쟁'으로 묘사한다.

이 내전은 냉전보다 더 치열했고, 훨씬 뜨거웠으며, 특히 미국 정부는 냉전의 적보다 이 내전의 적에 훨씬 더러운 방법을 사용했다. FBI 요원 미첼은 오닐에게 흑표당이 KKK와 다를 바 없는 폭도며, 흑표당이 배신자를 잔혹하게 살해한(사실 FBI가 다른 지역에 침투시킨 오닐 같은 프락치가 흑표당 당원을 오히려 프락치로 몰아 살해함으로써 내부 분열과 공포를 조장하기 위한 책동)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그에게 작전의 정당성을 부여한다. FBI는 내전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이러한 침투 외에도, 오닐로 하여금 흑표당이 경찰에 무장으로 맞서고, 주요 건물에 폭탄을 설치하도록 부추겨서 대중들로부터 고립시키는 책략을 쓴다. 또한 흑표당의 경쟁집단을 비방하는 전단을 흑표당 이름으로 뿌려 서로 간에 갈등과 충돌을 촉발한다. 이러한 FBI의 책략은 무엇보다도 흑표당 햄프턴의 무지개 연합(rainbow coalition)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다.

법과 질서라는 간판 아래 백인 중심 사회의 유지라는 목표를 추구했던 FBI 등 미국 주류집단과 달리 흑표당의 내전 목표는 "민중 권력"(people's power)이었다. 대부분의 다른 흑표당 지도자처럼 마오주의에 친숙했던 햄프턴은 권력은 권총이나 기관총, 로켓이 아니라 민중에게서 나옴을 강조했다. 그는 FBI의 사주를 받아 끊임없이 폭력과 충돌을 선동하는 오닐에게 민중의 자각과 조직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렇기에 햄프턴은 FBI의 고립과 분열 책략과 반대되는 연대와 단결을 모색한다. 그 핵심에 무지개 연합이 있다.

해먼은 흑표당 당원들에게 권력의 원천이 민중임을 강조하고(좌측), 대중연설에서 민중의 중요성을 일깨운다(중간). 반대로 오닐은 시청청사에 폭탄을 설치하자고 주장한다.

햄프턴은 남부에서 시카고로 이주한 백인 중 좌파들이 조직한 '청년 애국자'(Young Patriots)와 푸에르토리코 이민자들의 급진민족주의 단체인 영 로즈(Young Lords)와 함께 1969년 다양한 인종들이 참여하는 무지개 연합을 구성했다.* 그는 나아가 시카고 일대를 휘어잡고 있던 흑인 갱단 블랙스톤(Black P. Stone Nation) 또한 흑표당의 정치 프로그램을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위험을 무릅쓰고 갱단 본부를 찾아가 대화의 창을 열었다.**

*이 무지개 연합은 후에 제시 잭슨 목사의 대통령 선거 캠페인 구호가 되었으며, 아직도 인종 간 연대의 구호로 사용되고 있다.
** 'FBI 조사를 위한 시민위원회'가 폭로한 자료 덕에 설치된 상원의 '정보활동에 대한 정부 작업 연구를 위한 특별위원회' 1976년 4월 23일 속기록에 따르면 FBI는 블랙스톤과 흑표당 사이의 불화를 조성하기 위해서 상대를 비난하는 유인물과 익명의 편지를 보냈었다.

액인 좌파 "청쳔 애국자"와 라틴계 급진세력 "영로즈"를 흑표당과 함께 묶어 다인종 무지개연합을 결성한 햄턴

FBI와 흑표당은 서로 다른 목표와 방법으로 내전에 임했다. 오닐의 스릴러와 햄프턴의 다큐는 이 내전의 대립을 조명하기 위한 장치다. FBI와 오닐의 소통 공간은 닫혀 있고, 흑표당과 햄프턴의 소통 공간은 열려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전자는 밀실의 정치를 후자는 현장의 역사를 상징한다.

거짓 vs 참, 공포 vs 사랑

스릴러와 다큐란 형식의 대립은 내용적 대립을 통해 드러난다. 그 대립은 참과 거짓이라는 이성 차원, 두려움과 사랑이라는 감성의 차원에서 드러난다.

조사실에서 FBI 요원 미첼은 차 도둑 오닐을 처음 만난다. 미첼은 오닐에게 흑인이 총 대신 왜 FBI 배지를 사용했냐고 묻는다. 그러자 오닐은 "어떤 거리의 깜둥이(nigga)라도 쉽게 총을 손에 넣을 수 있지만, 네가 가진 배지 같은 것은 그 뒤에 거대한 군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대답한다. 오닐은 햄프턴의 집 도면을 미첼에게 그려 준 뒤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왜냐하면 흑표당 당원인 윈터스가 경찰과 총격 전 중 자신의 총을 맞고 쓰러진 경찰의 살려달라는 애원을 무시하고 사살한 이후 분명 FBI가 보복 행동에 나설 것이고, 그 보복이 곧 자신이 도면을 그려 준 집의 거주자인 햄프턴의 살해로 이어질 것임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가책으로 술에 취한 그의 옆에 한 흑인이 신문 사이에 약병을 넣어 그에게 전달하고 햄프턴에게 먹이라고 말하고 자리를 떠난다. 그러자 오닐은 그를 따라 나가 당신이 진짜 FBI인지 믿을 수 있게 배지를 제시하라고 요구한다. 그러자 그는 미첼이 처음에 그에게서 압수했던 자신의 가짜 배지를 건네주고 사라진다. 똑같이 자신이 사용했던 배지지만 첫 번째 배지는 거짓을, 두 번째 배지는 참을 의미한다. 첫 번째 배지는 당시 흑인들이 처한 현실의 다큐를, 두 번째 배지는 프락치 오닐이 자기 합리화와 생존의 스릴러를 의미한다. 오닐에게 배지는 이성적으로 권력을 식별하기 위한 표식이며,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한 도구다.

뱃지는 아무 흑인이나 구할 수 있지만 뱃지는 그 뒤에 거대한 힘이 있기에 뱃지는 총보다 강하다고 말하는 오닐 (좌측).햄턴에게 약을 먹이라는 한 흑인에게 그가 진짜 FBI라면 자신에게 뱃지를 보여달라고 간청하는 오닐 (우측)

아이스크림 노점상을 협박해 아이들에게 71달러 가량의 아이스크림을 나눠 준 혐의로 수감된 햄프턴이 석방과 동시에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을 두려워한 후버 FBI 국장은 요원 미첼에게 감옥은 영웅을 만들 뿐이니 가석방으로 출소한 햄프턴의 재심 요청 기각과 무관하게 햄프턴을 다시 감옥에 보내는 대신 살해할 것을 지시한다. 미첼이 망설이자 그는 햄프턴을 볼 때마다 그의 딸 햄프턴을 생각하라며, 흑표당의 내전 승리가 곧 백인지배의 종식임을 암시하며 그에게 두려움을 심는다. 그리고 영화는 바로 감옥에서 가석방으로 출소한 햄프턴이 연인 데보라와 만나는 장면으로 넘어간다. 햄프턴은 데보라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 조심스레 그의 배를 어루만진다. 한쪽은 가상의 두려움으로 전쟁에 임하고, 다른 한쪽은 현실의 사랑으로 내전을 살아간다.

가석방으로 출소한 햄턴의 재심요청이 기각되더라도 백인사회를 위해서 햄턴을 살해할 것을 지시하는 FBI국장 후버(좌측). 가석방된 햄턴은 데보라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 기뻐한다(우측).

스릴러적 드라마와 현실적 다큐의 불편한 동거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는 지나간 역사와 지금의 현실을 사는 이들에게 편하지 않은 영화다. FBI의 코인텔프로는 공식적으로 사라졌지만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처럼 감시국가로서 미국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또한, 영화는 흑표당이 대항했던 경찰과 공권력의 인종 차별적 폭력은 백인 경찰의 조지 플로이드의 살해로 과거완료 형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는 흑표당과 햄프턴이 미국 주류언론이 주장하는 것처럼 편협한 흑인 민족주의를 신봉하기보다는 하층 흑인들을 조직화하고 다른 인종들과의 연대를 통해 급진적인 변혁을 추구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그들이 아프리칸-아메리칸으로 아프리카를 동경하는 집단이 아니라 미국이란 현실에서 흑인 혹은 블랙 파워를 실현하려 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는 흑표당이 급진적 민주주의를 추구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멤버들이 햄프턴을 "의장"(chairman)으로 부르며 추종하는 위계형 조직임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그런 점에서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는 관객들에게 역사를 통해 현재를 성찰하게 하기보다는, 아직 역사가 되지 않은 오래된 현재를 직면하게 만드는 영화다. 그러나 스릴러적 드라마와 현실적 다큐의 결합을 통한 그 직면이 매끄럽게 이루어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우선 영화가 진행될수록 관객들은 제목 낚시를 느끼게 된다. 영화 제목과 달리 오닐은 애초부터 신념을 가지고 흑표당에 가입하고, 나중에 그 신념을 배신한 유다가 아니다. 매번 300불을 받으며 정보를 넘기고 햄프턴을 팔아넘긴 오닐은 30개의 작은 은 덩어리에 예수를 판 유다와 표면상으로만 비슷했을 뿐이다. 그는 자신의 이익 좇아 FBI에 정보를 넘긴 프락치이기에 유다보다는 영혼을 팔아 악마와 계약을 한 파우스트에 가깝다. 일리노이 흑표당 당수 햄프턴은 놈 촘스키의 평처럼 "게토 지역에서 가장 건설적이고 효과적인 흑표당 조직자"였고, FBI의 눈에 분명 가장 위험한 활동가였음엔 틀림없지만, 킹 목사나 흑표당 총수였던 스토클리 카마이클(Stokely Carmichael)처럼 블랙 메시아로 부상하기에는 아직 젊었다. 따라서 관객들은 유다와 메시아란 제목이 약속했던 배신과 구원의 상징을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볼 수 없다.

오스카 작품상 후보인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는 흥미롭게도 오닐 역을 맡은 러키스 스탠필드(LaKeith Stanfield)와 햄프턴 역을 맡은 대니얼 컬루야(Daniel Kaluuya)가 모두 남우 조연상 후보에 올렸다. 스탠필드를 계속 주연 후보로 밀던 감독과 제작사는 이 발표에 당황했다. 확실히 영화의 전체 무드는 프락치 오닐 역을 맡은 스텐필드 중심의 스릴러였지만, 오스카 평가위원들은 햄프턴 역을 맡은 컬루야와 함께 그를 남우조연상 후보로 올렸다. 이는 그만큼 스릴러적 드라마가 역사적 다큐를 압도하지 못했다는 것이며, 둘 간의 결합이 왠지 기름과 물처럼 섞이지 못한 채 평행을 달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미국배우조합상(Screen Actors Guild Awards, SAG)에서 스탠필드가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상황에서 남우조연상을 햄프턴 역의 컬루야가 수상했다는 것은 역사적 다큐가 스릴러 적 드라마를 상당히 압도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영화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팩트들은 충실하게 제시됐지만 스릴러 적 드라마와 잘 어울리지 못한 채 팩트들이 둥둥 떠다니곤 했으며, 오닐의 정체를 둘러싼 스릴러는 긴장감이 떨어졌다.

의욕은 넘쳤지만, 결과적으로 드라마와 다큐의 동거는 편하고 매끄럽게 못 했다. 영화는 크게 각본/각색 단계, 제작 단계, 그리고 편집 단계의 3단계를 걸쳐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 각각의 단계는 각본/각색을 하는 사람, 감독, 편집자가 그 책임을 진다.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는 각본상 후보에는 올랐지만, 감독상 후보와 편집상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다. 원래의 스토리는 괜찮았지만, 그 스토리를 화면으로 옮기고, 이야기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과정은 성공적이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영화초의 오닐로 분장한 스탠필드가 받은 "당신의 아들이 당신 행동을 보고 뭐라고 말할 것 같냐?"는 질문에 영화 말미에 실제 오닐은 다음과 같이 답한다.

"내가 투쟁의 일부였던 것 말고는 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게 결론이다. 나는 책상머리에 앉아있던 먹물 혁명가가 아니었다. 그들 중 하나는 지금 가만히 앉아서 사람들의 행동이나 비행동을 판단하려고 한다. 적어도 나는 관점이 있었고, 헌신적이었다. 그리고 나는 용기를 내서 거기서 나왔고 솔직하게 말했다. 역사가 나를 대변하리라 생각한다."

영화 초 오닐로 분장한 스탠필드가 "아들이 당신의 행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것같냐"는 질문을 받는 장면(좌측)과 영화 말미에 실제 오닐이 그 질문에 "역사가 나를 대변할 것"(우측)이라고 답변한다.

역사적 오닐의 입을 빌려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는 그가 유다임을 입증하려 하지만, 영화는 반대로 그가 배신자, 즉 애초의 신념과 신뢰를 배신한 자가 아님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영화에서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오닐은 신념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생존을 위해 살아온 프락치였을 뿐이다. 역사가 그를 대변하게 하는 것은 역사에 너무 무거운 아니 어쩌면 불필요한 짐을 지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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