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비용과 피해는 단순히 그 전쟁에 들어간 각종 군사적 비용, 인명 손실만으로 그리고 당대의 손실만 환원될 수 없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9/11 이후 미국이 전쟁에 투여한 재원을 약 8조 달러로 추정한다. 이 비용은 2001년 당시 6조 달러에 불과했던 미국 정부의 부채가 20년 두에 28조로 증가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17년 9개월의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은 2022년 기준으로 약 1조 3천 억 달러를 투여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미국은 막대한 달러 유출로 금본위제를 실질적으로 폐기하고 1980년대 본격화된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포문을 열어 실질 임금 하락과 양극화 심화의 계기가 되었다. 따라서 전쟁 비용을 단지 당대의 군사적 비용과 인명 손실에 국한하는 협소한 시각을 넘어 당대와 향후 경제 및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석 달째에 접어들고 심지어 우크라이나를 넘어 공간적으로 확대되고, 시간적으로도 더 장기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지금의 비용 추산은 임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전쟁 비용에 대한 고려는 이 전쟁의 영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간(혹은 초기) 평가가 되며 이후 다가 올 영향에 대해 숙고할 수 있다.
전쟁의 인적 비용
조지 월러스(George Wallace) 영국 국방장관은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약 1만 5,000명의 러시아군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NATO는 지난달 7,000~1만 5,000명의 러시아군이 침공으로 사망했다고 추산했으며 우크라이나는 월요일 21,900명의 러시아군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3월 25일 발표된 러시아군 사망자 1,351명을 훨씬 능가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 사상자와 관련해서 러시아는 3월 25일 약 1만 4,000명의 우크라이나 군인을 사살했다고 밝혔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4월 15일 CNN에 약 2,500~3,000명의 군인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군인 사망자 수에 대한 다른 객관적인 제삼자 보고가 없는 상황에서 그 수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발표 숫자의 중간 어디쯤일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 사무소가 확인한 4월 28일까지 우크라이나에서의 민간인 사망자는 2,899명이며 그중 약 7%는 아동이다. 부상을 입은 민간인은 3,235명이며 그중 아동은 약 10%에 달한다.
유엔과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지금까지 1,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우크라이나에 집을 떠났고, 그중 530만 명은 이웃 나라로 떠났으며, 650만 명의 사람들은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현재 우크라이나 내에서 실향민이 되었다. 유엔 아동 기구에 따르면 모든 우크라이나 아이들의 3분의 2가 영향을 받아 그들의 살던 집을 떠나 피난에 올라야 했다. 현재 가장 많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나라는 폴란드로 4월 27일 현재 약 300만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였다.
전쟁의 군사적 비용
우선 우리는 러시아는 미국에 이어 세계 군사력 2위이지만, 러시아의 2020년 GDP는 2020년 현재 1조 5,000억 달러로 미국 GDP 20조 9,400억 달러의 약 8%에 불과하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즉 러시아는 미국처럼 베트남에서 17년 9개월, 아프가니스탄에서 20년 전쟁을 치를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1년 세계 국방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2조 달러를 넘었다. 모스크바의 2021년 공식 군사비 지출은 2.9% 증가한 659억 달러로 러시아 국내총생산의 4~5%를 차지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2021년 작전 비용과 무기조달 자금을 배정하는 '국방' 예산선을 거듭 수정해 결국 2020년 예산보다 14%나 증액했다. 돌이켜 보면 이러한 증액은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놓친 우크라이나 침공의 임박한 징후였을 것이라고 SIPRI의 수석 연구원 낸 티앤(Nan Tian)은 말한다. 이러한 급격한 국방예산 증액에도 불구하고 전쟁 석 달째에 접어드는 현재의 시점에서 러시아는 이미 국방예산의 상당 부분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소진했다.
2015년 모스크바 타임스에 따르면 상공을 비행하는 러시아 전투기의 시간당 비용이 12,000달러라고 계산했다. 흑해(Kalibers)의 전함에서 발사되는 순항 미사일은 각각 약 150만 달러, 러시아 지상군이 사용하는 주요 미사일 종류인 이스칸데르(Iskander)는 개당 약 1,000만 달러로 추산된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3월 중순 무렵까지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에 980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쟁 한 달이 채 되지도 않아 러시아는 미사일로만 약 100억 달러를 쏟아부은 셈이다.
러시아 아르마타(Amarta) 탱크 1대 가격은 800만 달러, 카모프 Ka-52M(Kamov Ka-52M) 헬리콥터는 대당 약 1,500만 달러이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일요일까지 러시아 장갑차 1,487대, 탱크 476대, 포병 시스템 230대, 다연장 로켓 시스템 74대, 헬리콥터 118대, 항공기 96대, 대공전 시스템 44대, 무인 항공기 21대, 보트 3대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의 주장을 과장된 것으로 가정하고 러시아 군의 피해를 그 절반으로 추정한다 하더라도 러시아군은 탱크와 헬기 피해만 해도 이미 약 30억 달러에 달한다.
우크라이나에 우호적인 CIVITTA, Easy Business, Centre for Economic Recovery가 추산한 최근 러시아의 군사적 피해 비용은 공격 제트기(181대 파괴) 91억 달러, 대포(411대 파괴) 6억 달러, 탱크(884대 파괴) 20억 달러, 장갑차(2,200대 파괴) 22억 달러, 군함과 경비정(8척) 17억 달러, 공격용 헬리콥터(154대) 22억 달러로 약 178억에 달한다. 이 분석은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전쟁을 더 지속할 경우 향후 몇 달 내에 전쟁의 군사적 비용은 러시아 한 해 국방예산을 넘어설 수 있다.
전쟁으로 초토화된 기반시설 피해
키이우 경제대학(Kyiv School of Economics, KSE)의 초기 분석에 따르면 물리적 피해는 이미 4월 1일 현재 68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이는 2021년 우크라이나 GDP의 3분의 1 이상에 해당한다. 4월 26일 현재 피해액은 703억 달러로 증가했다.
최소 280억 달러 상당의 도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교량, 항구 및 철도에 대한 피해를 추가하고 기반 시설 비용이 320억 달러를 초과한다.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약 196개의 의료 시설이 파괴되었으며 재건에는 20억 달러가 추가로 소요된다. 약 300개의 유치원이 폐허가되었으며 2억 2,600만 달러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 수치는 경제적 손실, 가축과 농작물의 파괴, 사람들이 대피하면서 줄어들고 있는 노동력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불완전하다. 우크라이나 경제부와 KSE는 모든 손실이 5,640억~6,000억 달러 또는 2021년 GDP 2,000억 달러의 2.8~3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장기적으로 1조 달러에 이를 것을 예상된다. 참고로 UN 서아시아 경제사회위원회는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국가 피해는 4,400억 달러(전전 GDP의 1.5배)의 경제적, 물리적 손실을 입었다.
데니스 슈미할(Denys Shmyhal) 우크라이나 총리는 4월 30일 이코노미스트(Economist) 기고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재건을 위해 최소 6,000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쟁이 초래한 물가상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영향은 우크라이나를 훨씬 넘어선다. 특히 그 경제적 영향은 세계적이며 각국의 정치 및 사회적 상황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세계은행(World Bank)의 최신 상품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1970년대 이후 우리가 경험한 "가장 큰 상품 충격"(largest commodity shock)을 야기했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식품, 연료 및 비료 무역에 대한 제한이 급증하면서 충격이 가중시키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의 유령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2022년 3월 원유 1배럴은 118달러로 2022년 1월보다 38%,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 증가했다. 일일 유가는 3월 8일 배럴당 128달러까지 치솟았다. 에너지 가격은 2022년에 5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쟁 관련 무역 및 생산 차질로 인해 브렌트유 가격은 2022년 배럴당 평균 100달러로 2013년 이후 최고 수준이며 2021년에 비해 4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천연가스 가격(유럽)은 2022년에 2021년보다 두 배나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석탄 가격은 80%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두 가격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세계 석유의 약 11%를 생산해 세계 3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은 가스의 40%와 석유의 27%를 러시아로부터 공급받고 있어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에너지 가격의 상승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유가상승은 수단에서 63%, 시에라리온에서 50%, 가나에서 42%인데 비해 영국에서 9% 상승에 그쳐 에너지 상승 비용이 개발도상국에서 더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전쟁 전 두 나라는 전 세계 밀수출의 28.9%, 전 세계 해바라기 공급의 60%를 차지했다.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해바라기 기름 공급의 50%, 전 세계 곡물 공급의 10%, 전 세계 옥수수 공급의 13%를 포함하여 전 세계 4억 명의 사람들을 먹일 수 있는 충분한 식량을 재배하고 있다. WEF에 따르면 현재로선 러시아의 공격으로 올해 우크라이나의 농작물 지역의 최대 30%가 경작되지 않거나 수확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흑해 항구의 폐쇄와 서부 국경을 통한 상품 수송 능력의 제한으로 인해 우크라이나로부터의 공급망이 중단되었다. 농업 및 금속을 포함한 비에너지 가격은 거의 2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밀 가격은 올해 40% 이상 상승하여 명목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밀수입에 의존하는 개발도상국에 압력을 가할 것이다. 아프리카는 특히 밀 소비의 8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탄자니아, 코트디부아르, 세네갈, 모잠비크에서 이러한 의존도가 높아서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다른 주목할만한 증가는 보리 33.3%, 대두 20%, 기름 29.8%, 닭고기 41.8%이다. 이러한 증가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수출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유엔 식량 가격 지수는 이미 60년 전 기록이 시작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전쟁과 인플레, 경제성장 그리고 그 불평등한 영향
세계은행이 4월 10일 발표한 이코노믹 업데이트(Economic Update)에 따르면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경제는 올해 약 45.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쟁이 시작된 이후로 모든 우크라이나인의 절반이 직장을 잃었고 2%만이 임시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전례 없는 제재의 타격을 받은 러시아 경제는 이미 2022년에 11.2%의 생산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깊은 불황에 빠져들고 있다.
이 전쟁은 또한 유럽과 중앙아시아의 신흥 및 개발도상국 경제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는데, 이 지역은 올해 이미 대유행의 지속적인 영향으로부터 경제 침체를 향하고 있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외에도 벨라루스, 키르기스스탄, 몰도바, 타지키스탄은 올해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러시아로부터의 송금이 GDP의 30%에 가까운 일부 중앙아시아 경제(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전쟁으로 인한 파급효과와 유로존의 예상보다 낮은 성장률, 상품, 무역, 금융 쇼크 등으로 모든 경제에서 성장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세계은행의 Prospects Group 이사인 아이한 코스(Ayhan Kose)는 "상품 시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공급 충격 중 하나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식품 및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상당한 인적 및 경제적 피해를 입히고 있으며 빈곤 감소의 진전을 지연시킬 것입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높아진 인플레이션 압력을 악화시키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전 세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4월 19일에 발표된 IMF의 세계 경제 전망에 따르면 인플레는 선진국의 5.7%에 비해 개발 도상국의 8.7%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IMF는 전쟁이 팬데믹 이후의 경제 회복을 방해하고 있으며 세계 성장률이 작년 6.1%에서 2022년 3.6%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팬데믹으로 인해 대응 지출로 인해 부채가 증가하여 석유와 식량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을 취약하게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인플레로 인해 수백만 명이 더 빈곤의 늪에 빠지고 운송 및 식량 네트워크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옥스팜(OXfam)은 올해 식량과 연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25억 명의 사람들이 빈곤에 직면해 있다고 추산했으며, 이를 “인류가 극심한 빈곤과 고통에 빠지게 된 가장 심각한 붕괴”라고 불렀다.
인플레는 개도국에서 심각한 사회적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아프리카 특히 세네갈에서는 식량폭동이 보고되었다. 스리랑카에서는 외환보유고 부족으로 식량, 의약품, 연료 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부를 무너뜨리려는 움직임이 촉발되어 정전과 농민들이 농작물 운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페루에서는 연료와 비료 가격에 대해 반정부 시위가 있었고, 이집트는 가격 통제로 비슷한 분노를 피하려고 노력했으며, 준수하지 않는 빵집과 소매점을 폐쇄했다.
푸틴에 의해 "특수 군사 작전"이라 명명된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전쟁은 점차 값비싼 전쟁이 되고 있다. 아직 전쟁의 와중에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 전쟁의 최종 여파를 가늠하기 어렵다. 더욱이 지금 상황에서 물질적, 인적 피해와 손실, 영향을 넘어 이 전쟁이 미-중 양극의 신냉전 체제에 과연 미-중-러의 3극 혹은 미-중-러-유럽연합의 4극 체제를 도래시킬지, 글로벌 경제에 또 다른 침체를 가져올지, 러시아와 기존 동유럽 국가 및 개발도상국의 정치체제에 권위주의와 포퓰리즘의 부흥을 불러올지를 예측하는 것은 더더욱이나 곤란하다. 바로 그러한 곤란한 이유로 우리는 수시로 이 전쟁의 엄청난 비용과 대가에 한시라도 눈의 떼지 말고 추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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