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 주: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주요 정치인, 진보와 보수 언론과 싱크 탱크는 그들의 정치적, 이념적 견해 차이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 들어 중국을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새로운 적으로 규정하는데 일치된 의견을 가지고 있다. 유럽 등 미국의 전통적 우방들에게 등을 돌리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던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동맹 외교를 중시하며 '가치 동맹' 즉,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한 가치 동맹을 내세우며 중국을 고립하는 민주주의 정상회담을 추진했다. 하지만 미국의 '가치 동맹'에 기초한 반중국 전선, 신냉전 전략은 대내외적으로 좌초의 위험을 안고 있다. 미국의 민주주의 vs 권위주의라는 '가치 동맹'이라는 레토릭은 극심한 인권 탄압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을 권위주의 국가로 낙인찍는 이중 잣대 앞에서 그 민낯을 드러낸다. 또한 2008년 경제 위기, 코로나 19 팬데믹, 대규모 총기 난사, 낙태권 제한, 깊어지는 인종 차별과 사회적 불평등, 1월 6일 의사당 폭력 점거와 공화당 주도의 참정권 제한 등 미국 내부가 심각한 정치적, 사회적 병리 상태에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미국은 외부로 화살을 돌리고, 손가락질을 하는 대신 내부의 문제를 치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1960년대 소련의 인권탄압을 비난했던 미국이 흑인들의 민권투쟁과 광범위한 도시 반란으로 그 인종적 부정의와 계급적 차별을 드러내면서 체면을 구긴 것처럼 이번의 신 냉전 논리 역시 누워서 침 뱉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글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컬럼비아대 교수인 조지프 E.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의 Project Syndicate 6월 17일 자 기고 How the US Could Lose the New Cold War의 번역으로 미국이 신 냉전을 조성하면서 안고 있는 국내의 병리적 현상, 대외적 이중 잣대, 개도국에서 중국에 비한 도덕적 열위, 그리고 미국이 진정한 소프트파워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은 어떻게 신 냉전에서 질 수 있을까?
Joseph E. Stiglitz*
미국이 세계 패권을 놓고 중국과 대결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자신의 일부터 먼저 해결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다른 국가들은 점점 더 불확실한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기반에 의존하는 권력과 동맹을 맺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 모두와 새로운 냉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미국 지도자들의 이 대립의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의 대립이라는 묘사는 특히 같은 지도자들이 사우디 아라비아와 같은 조직적인 인권 침해자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험대(smell test)를 통과하지 못한다. 그러한 위선은 실제로 중요한 것은 적어도 부분적으로 가치가 아니라 세계 패권임을 시사한다.
철의 장막이 무너진 후 20년 동안 미국은 분명히 1위였다. 그러나 그 후 중동에서의 재앙적으로 잘못된 전쟁, 2008년 금융 위기, 불평등 심화, 약물 전염병(opioid epidemic), 그리고 미국 경제 모델의 우수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타 위기가 닥쳤다.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미 국회의사당 쿠데타 시도, 수많은 총기 난사, 유권자 탄압에 혈안이 된 공화당, 그리고 큐어넌(QAnon)과 같은 음모 컬트의 부상 사이에는 미국 정치와 사회생활의 일부 측면이 깊이 병적으로 변했음을 시사하기에 충분한 증거가 있다.
물론 미국은 폐위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공식 지표를 사용하든 중국이 경제적으로 미국을 추월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인구가 미국보다 4배나 많을 뿐만 아니라 경제 또한 수년 동안 3배 더 빠르게 성장했다(실제로 2015년 구매력 평가 기준에서 이미 미국을 능가했다). 중국은 스스로를 미국에 대한 전략적 위협으로 선언하기 위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지만 불길한 징조는 이미 존재한다. 워싱턴에서는 중국이 전략적 위협을 제기할 수 있으며 미국이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해야 할 최소한의 조치는 중국 경제 성장 지원을 중단하는 것이라는 초당적 합의가 있다. 이 견해에 따르면, 미국이 스스로 기초하고 촉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을 의미하더라도 선제적 조치가 정당하다.
새로운 냉전의 이 전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훨씬 전에 열렸다. 그리고 미국의 고위 관리들은 전쟁이 진정한 장기적 위협인 중국으로부터 관심을 돌려서는 안 된다고 경고해왔다. 러시아의 경제 규모가 스페인의 경제 규모와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과의 "무제한" 파트너십은 경제적으로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전 세계적으로 파괴적인 활동에 참여하려는 러시아의 의지가 더 큰 남쪽 이웃 국가에게는 유용할 수 있음).
그러나 "전쟁" 상태에 있는 국가에는 전략이 필요하며 미국은 새로운 강대국 경쟁에서 단독으로 승리할 수 없으며 친구가 필요하다. 그것의 자연적인 동맹국은 유럽과 전 세계의 다른 선진 민주주의 국가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그 나라들을 소외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고, 여전히 그를 전적으로 지지하는 공화당원들은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충분한 이유를 제공했다. 더욱이 미국은 세계 개발 도상국과 신흥 시장에 있는 수십억 명의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이는 단순히 미국 편에 서있는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요한 자원에 대한 접근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세계의 호의를 얻으려면 미국이 잃어버린 땅을 많이 만회해야 할 것이다. 다른 나라를 착취한 오랜 역사는 도움이 되지 않으며, 트럼프가 노련하게 냉소적으로 쏟아내는 세력인 뿌리 깊은 인종 차별주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장 최근에 미국 정책 입안자들은 부유한 국가가 필요한 모든 주사를 맞는 반면 가난한 국가의 사람들은 운명에 맡기는 세계적인 "백신 아파르트헤이트"(vaccine apartheid)에 기여했다. 한편, 미국의 신 냉전 반대자들은 국가들이 자체 백신 생산 시설을 개발하는 것을 도우면서 자신의 백신을 비용 이하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후 변화에 관한 한 신뢰도 차이는 훨씬 더 커지는데, 기후 변화는 대처 능력이 가장 낮은 지구촌의 사람들에게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오늘날 주요 신흥 시장이 온실 가스 배출의 주요 원천이 되었지만 미국의 누적 배출은 여전히 가장 큰 규모이다. 선진국들은 계속해서 배출량을 추가하고 있으며, 더 나쁜 것은 가난한 나라들이 부유한 세계가 초래한 기후 위기의 영향을 관리하도록 돕겠다는 빈약한 약속조차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미국 은행들은 많은 국가에서 다가오는 부채 위기에 기여하고, 종종 그로 인한 고통에 대한 부도덕한 무관심을 드러낸다.
유럽과 미국은 무엇이 도덕적으로 옳고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것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강의하는 데 탁월하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농업 보조금이 지속됨에 따라 일반적으로 전달되는 메시지는 "내가 행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말하는 것을 해라."이다. 특히 트럼프 시대 이후, 미국은 더 이상 도덕적으로 높은 지위를 주장하지 않으며 조언을 제공할 신뢰성도 없다. 신자유주의와 낙수 경제학(trickle-down economics)은 남반구에서는 결코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이제는 모든 곳에서 유행이 지난 것이 되고 있다.
동시에, 중국은 강의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국가에 단단한 기반 시설을 제공하는 데 탁월했다. 그렇다, 이러한 국가들은 종종 많은 빚을 지고 있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에서 서구 은행들의 채권자로서의 행태를 고려할 때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은 손가락질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나는 계속할 수는 있지만 요점은 분명해야 한다. 미국이 새로운 냉전을 시작하려면 승리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더 잘 이해해야 한다. 냉전은 결국 매력과 설득의 소프트 파워로 승리한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우리 제품뿐 아니라 우리가 판매하는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시스템도 구매하도록 전 세계를 설득해야 한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폭격기와 미사일 시스템을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들은 여기서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대신 개발도상국과 신흥시장 국가가 스스로 백신과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도록 모든 코로나 관련 지적 재산권에 대한 면제를 시작으로 구체적인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서방이 다시 한번 우리의 경제, 사회, 정치 시스템을 세계가 부러워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그것은 총기 폭력 감소, 환경 규제 개선, 불평등 및 인종 차별 퇴치, 여성 재생산 권리 보호에서 시작된다. 우리 자신이 이끌 자격이 있음을 증명할 때까지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북에 맞춰 행진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컬럼비아대 교수인 조지프 E.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는 세계은행 수석 경제학자(1997~2000년) 출신으로 미국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탄소가격 고위급 위원회(High-Level Commission on Carbon Prices) 공동위원장이다. 그는 국제 법인세 개혁 독립위원회(Independent Commission for the Reform of International Corporate Taxation)의 멤버이며 1995년 IPCC 기후 평가의 주요 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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