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사

케냐 대통령 선거: 계급 대 부족, 서민과 왕조 사이의 대결 속에 선 동아프리카 민주주의의 등대

Zigzag 2022. 8. 10. 01:21

8월 9일, 케냐 전국의 47개 자치구에 설치된 46,000개의 투표소가 열리면서 아프리카 대륙에서 비교적 견고한 정치체제를 유지해 온 케냐에서 선거가 개최되었다. 케냐의 인구는 약 5,500만 명이고 그중 등록 유권자 2,200만 명, 그중 40%는 청년 유권자다. 이번 선거에 케냐인들은 대통령 선거 외에도 주지사, 국회의원, 상원의원, 그리고 군 의회에도 투표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서 후보자는 선거에서 모든 투표의 절반 이상과 자치주의 최소 절반에서 각 투표의 최소 25%를 얻어야 한다. 

케냐 엘도레트(Eldoret)의 MV 파텔 홀(MV Patel hall) 투표소에서 케냐 총선 기간 동안 사람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 Simon Maina/AFP

이번 케냐의 선거는 2007년 유혈적 비극을 딛고 조금씩 안정되어가는 케냐 민주주의의 발전에서 중요한 분기점이다. 나아가 케냐는 특히 우간다와 르완다가 오랫동안 철권통치를 해왔기 때문에 동아프리카에서 건강한 민주주의이자 안정의 등대라고 여겨진다. 부룬디, 콩고 민주공화국, 르완다, 우간다를 아우르는 오대호 지역의 핵심 중재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알 카에다와 연계된 무장단체 알 샤밥이 여전히 그곳의 일부 영토를 장악하고 있고 최근 몇 년간 케냐 영토에서 여러 차례 공격을 감행하고 있는 소말리아와 인접해 있기 때문에, 아프리카의 뿔에 있는 이웃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캐냐는 수백 개의 무장단체가 난립 중인 콩고 민주 공화국 분쟁의 중재인이기 때문에 이번 선거는 동아프리카 지역의 평화와 민주주의 발전에서도 중요하다.

2007년의 비극과 선거 개혁

1963년 케냐가 독립한 후 수십 년 동안 케냐 아프리카 민족동맹(Kenya African National Union, KANU)은 의심스러운 관행, 일부 폭력, 그리고 지속적으로 분열된 반대 세력의 사용으로 인해 안정적으로 지배했다. 이 시기 케냐의 선거는 거의 국제적인 주목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2002년 KANU의 패배와 2007년 선거의 결과로 1,500명까지 목숨을 앗아간 끔찍한 인종 폭력과 함께, 케냐의 선거는 국제적인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2007년 선거관리위원회가 음와이 키바키(Mwai Kibaki) 대통령을 오딩가를 제치고 당선자로 발표한 이후 5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쫓겨나고 천 명 이상이 사망했다. 그 후 키바키가 대통령으로, 오딩가가 총리로 취임하는 연립정부가 수립되었고, 그들은 선거 절차를 개혁하기 위한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는 데 일조했다. 이어진 2013년과 2017년 선거에서도 대법원이 대통령 선거 재실시를 선언하며 폭력사태가 빚어졌다.

2010년 국민투표로 개혁된 새 헌법은 사법부에 더 많은 권한을 주었지만, 몇몇 다른 개정안에는 더 많은 여성 대표권을 위한 조항과 정교한 권리가 포함되었다. 새 헌법은 또한 일부 후보자들을 선거 출마 자격을 박탈하는 엄격한 지도력 기준도 포함됐다. 예를 들어 탄핵된 전 나이로비 주지사 마이크 손코(Mike Sonko)는 몸바사 카운티의 주지사가 되기 위해 다가오는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독립선거관리위원회(IEBC)는 또한 이전에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적이 있는 후보자들에게 피선거권을 박탈했다.

이 새로운 헌법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권력의 이양과 분산을 촉진하고 대통령 선거의 폭력성 위험을 낮춤으로써 정치 환경을 누그러뜨리는 데 효과적으로 도움이 됐다. 또한 사법부를 비롯한 일부 기관의 독립성도 강화되었다. 이러한 제도적 개혁은 선거를 둘러싼 폭력 사태 발생의 가능성을 낮추었고, 발생한다 하더라고 그 정도가 2007년에 이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2022년 선거 후보: 기성 세력 속의 야권 VS 야권 속의 기성 세력

매우 이질적인 사회인 케냐에는 공식적으로 인정된 47개 이상의 부족 집단이 있다. 그리고 그 정치의 중심에서 부족적 충성과 정체성은 특히 키쿠유(Kikuyu)족, 루오(Luo)족, 칼렌진(Kalenjin)족의 가장 큰 세 집단에게 강한 역할을 한다. 총칭하여 케냐 산(Mount Kenya) 지역이라고도 불리는 키쿠유는 케냐에서 가장 크고 사실상 가장 큰 투표 블록이다. 현재 4명의 대선 후보 중 3명은 그 블록에 호소하기 위해 모두 키쿠유족 출신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했다.

헌법상의 임기 제한으로 인해 현직 대통령인 우후루 케냐타(Uhuru Kenyatta)가 출마할 수 없는 상황에서  네 명의 후보가 국가의 최고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 부통령을 두 번 역임한 통합민주동맹(United Democratic Alliance) 대표 윌리엄 루토(William Ruto, 2013–현재, 칼렌진족 출신)는 그가 적대시하고 있는 현직 대통령 케냐타의 뒤를 이을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네 번이나 대선에 도전했지만 실패한 오렌지 민주운동(Orange Democratic Movement)의 지도자 라일라 오딩가(Raila Odinga, 루오족 출신)는 그의 주요 도전자다. 그는 퇴임하는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다. 다른 두 후보인 케냐 뿌리당(Roots Party of Kenya)의 당수 조지 와자코야(George Wajackoyah)와 아가노당(Agano Party)의 당수 데이비드 음와레(David Mwaure)는 출마에 의의를 두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케냐 부통령 겸 대통령 후보인 윌리엄 루토가 케냐 코사체이 초등학교(Kosachei Primary School )에서 총선 중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 Baz Ratner/Reuters 케냐의 야당 대표이자 대통령 후보인 라일라 오딩가가 케냐 나이로비의 키베라 초등학교(Kibera Primary School)에서 투표하고 있다. 사진: Thomas Mukoya/Reuters

77세의 노련한 케냐 정치인 라일라 오딩가는 이번에 다섯 번째 대통령직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이전에 두 번이나 승리에 가까워졌다. 2007년 여론 조사 결과는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1,100명의 사망자를 낸 광범위한 폭력 사태로 이어졌다. 오딩가는 케냐의 초대 부통령 자라모기 오깅가 오딩가(Jaramogi Oginga Odinga)의 아들이다. 오랫동안 반체제 후보로 보여온 오딩가는 1963년 독립 이후 두 민족인 키쿠유족과 칼렌진족이 지배하는 권력 행사에 속박되어 있다고 느낀 케냐인들과 공감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루토는 케냐의 정치적 담론과 경쟁에서 없었던 문제인 계급의식의 대리인으로 자신을 재창조했다. 현상 유지에 대한 반대이자 가난한 사람들의 희망을 의인화한 것으로 그를 재 브랜딩함으로써 루토의 메시지는 소외된 사람들에게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루토는 현 집권 세력의 일원이지만 케냐타 현 대통령과 결별하면서 실질적인 야권 세력으로서 정권 교체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오딩가는 야권 세력이지만 케냐타 현 대통령과 손을 잡으면서 실질적인 정권 계승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루토가 집권 경험을 내세우며 자신을 일을 할 줄 아는 정치인으로 내세우고, 오딩가가 드디어 자유가 왔다며 자신을 실질적인 자유 투사로 묘사하묘 지지를 호소하는 것은 이번 케냐 선거가 가진 여야 간의 정치선이 희석된 특이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케냐 선거의 쟁점: 계급  대 부족, 서민 대 왕조?

대체로 케냐의 선거에서는 정치 프로그램보다는 개인과 부족이 주요 변수였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개인과 부족 못지않게 프로그램 특히 경제가 매우 중요한 쟁점으로 부상되고 있다. 올해 케냐 선거는 에너지, 식량, 기후 위기를 배경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과 마찬가지로 케냐의 생활비는 팬데믹 관련 물자 부족, 가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기타 글로벌 요인으로 인해 치솟았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은 식량, 연료, 비료 가격을 급등시켰다. 케냐 통계청에 따르면 식용유 가격은 전년 대비 47% 상승했다. 연료 보조금에도 불구하고 등유 1리터의 비용은 작년에 비해 21.3%, 디젤은 21.5%, 휘발유는 18.7% 증가했으며 앞으로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동아프리카에는 4년 동안 비가 제대로 내리지 않아 30년 이래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으며 약 350만 명의 케냐인이 식량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가의 재정 능력 또한 많이 악화되어 케냐의 공공부채는 2022년 현재 GDP의 약 70%에 이를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윌리엄 루토 부통령은 인종과 교회가 여전히 선거에서 영향력이 있지만 쟁점을 빈자와 부자 사이의 계급 대결로 잡았다. 대다수 인구가 젊고 실업자이며 기회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계급이 다른 때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 케냐에서 인구의 17%가 하루 1.9 달러의 빈곤선 이하에 놓여 있기 때문에 빈부 간 계급 대결에 공감할 사람들은 적지 않을 것이다.

그가 내거는 대표적 선거 구호는 "hustlers vs dynasties"는 이를 집약적으로 표현했다. Hustler는 '사기꾼'이나 '매춘부'를 의미하지만 동사 hustle는 사람들을 밀치거나, 재촉하거나, 활기차게 움직인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루토가 말하는 hustler는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생계를 이어나가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그는 자신을 "허슬러 우두머리"(hustler in chief)로 서민의 대표를 자칭하며 케냐타 대통령과 그가 지지하는 오딩가를 왕조(dynasties)로 비난하며 계급 문제를 선거의 쟁점으로 삼았다. 그는 캠페인에서 빈곤층 성장을 정기적으로 언급하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00억 케냐 실링(16억 8,000만 달러)을 경제에 투입하겠다고 약속하며 케냐타와 오딩가를 포함한 왕조들로부터 권력을 빼앗는 것을 구호로 내걸었다.

역사가 깊은 케냐 정치 왕조의 자손인 오딩가는 1990년대부터 대통령직에 도전하면서 친밀감을 높였다. 그의 대통령직 도전의 수많은 실패는 케냐에서 네 번째로 큰 민족인 그의 루오족 내에서 불만을 깊게 했다. 그는 러닝메이트인 마사 카루아(Martha Karua)를 선택한 것으로 널리 칭송받았다. 카루아는 활동가로서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그는 만약 당선된다면 케냐의 첫 여성 부통령이 될 수 있다. 키쿠유족 출신의 열렬한 민주주의와 반부패 운동가로서의 카루아의 출마는 정치적 상징성과 여성 유권자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마사 카루아가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녀는 2022년 8월 케냐 선거에서 라일라 오딩가의 러닝메이트이다. 사진: Suleiman Mbatiah/ AFP via Getty Images

지난 5월 이래 오딩가는 주요 여론조사에서 루토를 조금 앞서고 있었는데 그의 성공적 부상은 2018년 '악수'(handshake)로 알려진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과의 정치적 동맹의 힘이다. 이 합의는 지배적인 키쿠유족 출신의 케냐타가 오딩가를 지지한다는 것을 확실히 했고, 결국 선거운동의 많은 부분을 그의 퇴임하는 상사를 비난하는 데 보낸 케냐타의 대리인인 루토를 적대시하게 만들었다. 오딩가는 바바 케어(BabaCare)라는 의료보험 계획과 함께 취임 후 100일 이내에 케냐의 빈곤하고 취약한 가정에 6000실링(50달러)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이번 선거는 루토와 오딩가의 대결로 귀결되지만 와자코야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와자코야는 대마 합법화 운동을 내걸고 심지어 하이에나 고환의 중국 판매의 의학적 가치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여론 조사에서 약 3%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루토와 오딩가가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와자코야가 여론 조사 결과를 실제 표로 바꾸어 과반수 후보가 나오지 않는다면 선거는 헌법에 따라 30일 이내에 다시 치러질 수도 있다.

선거 전망과 과제

화요일, 일부 지역에서 개표가 지연되고 다른 지역에서 유권자를 식별하는 데 사용되는 생체 인식 시스템의 어려움에 대한 보고에도 불구하고 선거는 전국적으로 대체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선거 결과는 주 후반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결과는 거의 필연적으로 패자의 조작에 대한 주장과 함께 소란을 일으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는 많은 여성들이 출마하고 후보자들이 모두 권력 이양에 전념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교적 덜 소란스러울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오딩가 선거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유명한 반부패 투사 존 기통고(John Githongo)는 인터뷰에서 케냐의 "국가원수는 평화적으로 은퇴하는 것이고, 그것은 긍정적입니다"라고 말했다. "도전과 청년들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민주적 전환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선거가 루토와 오딩가 사이의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누가 이기든 간에 국민들에게 경제적 희망을 제공하기 위한 대책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 당선자는 기본적인 식료품을 더 저렴하게 만들고, 케냐가 식량 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연료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국가 부채를 증가시키거나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지 말아야 한다. 케냐의 선거구는 닫혔지만 케냐의 정치는 새로운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 문 앞에는 물론 큰 도전이 새로운 후보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