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사람은 무엇으로 죽는가? 3: 언론은 사망원인 3%에 불과한 테러, 살인, 자살을 얼마나 그리고 왜 과잉 보도하나?

Zigzag 2021. 5. 10.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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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살인, 자살과 같은 의도적 상해(intentional injuries)에 대한 언론의 과잉 보도

봄리츠와 브레지스(Larisa J Bomlitz & Mayer Brezis)의 언론과 사망원인 보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2003년 10명 내외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사스와 생화학테러리즘의 사망자 보도는 10만 건을 넘었으며, 거의 1백만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흡연에 대한 보도는 1만 건에도 미치지 못했다. 콤브스와 슬로빅(Babara Combs & Paul Slovic)의 연구는 "모든 질병이 살인보다 거의 1, 000배 더 많은 생명을 앗아갔지만, 살인에 대한 기사는 모든 질병에 대한 기사보다 약 3배 더 많았다. 게다가, 살인 기사는 질병과 사고로 인한 사망을 보고하는 기사보다 2배 이상 긴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언론이 살인이나, 자살, 테러와 같은 의도적 상해(intentional injuries) 사건들을 과잉보도하는 건 물론 낙시성 기사나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로 클릭 장사를 하려는 의도도 분명히 있지만, 질병과 같은 일상적인 사망 외에 돌발적이고 비일상적인 사망사고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하지만 봄리츠와 브레지스 그리고 콤브스와 슬로빅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특정 사망원인에 대한 과잉보도는 한편으로는 질병에 대한 위험과 통제를 어렵게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공공보건 자원의 효과적 배치를 방해한다.

미디어는 단일 이벤트의 거의 즉각적인 스냅숏을 제공하며, 이 이벤트들은 대부분은 부정적인 사건들이다. 지속적이고 대규모의 진척은 결코 헤드 라인을 장식하지 못한다. 뉴스 보도와 현실 사이에는 단절과 괴리가 존재한다. 쉔 등의 연구(Owen Shen et al.)는 실제 사망 원인이 언론에 어떻게 반영되는가를 서로 다른 데이터의 비교 연구를 통해 이러한 단절과 괴리를 분석했다.
▷ 미국 사망 원인(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역학 연구를 위한 광범위한 온라인 데이터[WONDER]에서 발표한 통계)
▷ 사망 원인에 대한 Google 검색 추세(Google Trends에서 출처)
▷ 뉴욕 타임스의 사망 원인에 대한 언급(NYT 기사 데이터베이스)
▷ 가디언지의 사망원인에 대한 언급(가디언 기사 데이터베이스)

저자들은 각각의 출처에 대해 사망자의 상대적 비율, 구글 검색의 비율, 그리고 언론 보도 점유율을 계산했다. 그들은 비교 대상을 미국에서 사망 원인 10위 안에 드는 사망원인에 테러, 살인, 약물 과다 복용을 추가로 포함해 모두 13개 항목으로 정했다. 이는 각각의 데이터에서 사망 원인이 어떻게 대표되고 있는가에 대한 비교를 가능케 한다.

실제 사망 원인, 검색을 통한 사망원인, 기사를 통한 사망원인의 괴리

아래 차트의 첫 번째 열은 미국의 실제 사망 원인별 비율이다. 두 번째 열은 구글(Goggle) 검색 비율이며, 세 번째와 네 번째는 각각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와 가디언(The Guardian)의 기사에서 언급된 사망 원인별 비율이다. 여기 두 신문의 보도는 놀랄 만큼 비슷하다. 그리고 우리가 실제로 죽는 것과 우리가 언론을 통해 알게 되는 것 사이의 차이는 두드러진다.

심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전체 사망원인 중 약 1/3을 차지하지만, 구글 검색과 언론 보도의 비중은 2~3%에 불과하다. 사망자의 약 30%가 암으로 인해 사망했다. 구글의 암 검색은 13개 사망원인 검색 비율 중 37%로 1위였다. 하지만 암에 대한 언론 보도는 13개 사망원인 전체 비율 중 13~14%에 불과했다. 교통사고에 대한 구글 검색 비율은 10.7%로 실제 사망 비율 7.6%보다 높았지만, 언론 보도는 1.9%~2.8%에 불과했다. 뇌졸중으로 인한 실제 사망, 구글 검색과 언론 보도는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비율을 차지했다. 가장 큰 차이는 폭력적 형태의 죽음, 즉 자살, 살인, 테러와 관련이 있다. 이 형태의 죽음은 실제 사망자 비율보다 구글 검색과 언론 보도에서 훨씬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사망원인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면 뉴욕타임스와 가디언지 등의 보도에서 폭력적 죽음은 보도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지만, 이는 미국 전체 사망자의 3%에도 미치지 못한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인들이 구글에서 검색하는 것이 언론 보도보다 실제 사망원인을 훨씬 더 가깝게 반영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매체들이 독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콘텐츠를 보도할 수 있지만, 이것이 우리가 정보를 찾을 때 반드시 우리의 선호도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언론은 죽음을 얼마나 과소 혹은 과대 포장 하나?: 테러에 대한 보도 4천 배 과대대표

위의 도표를 보면 분명히 인간의 사망원인과 그 원인에 대한 언론 보도의 양 사이에는 단절이 있다. 이러한 불일치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미디어에서 각 사망원인이 얼마나 과대 또는 과소 표현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각 사망원인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이 원인이 언론 보도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비교하면 어떤 원인이 과소대변되고, 어떤 원인들이 과잉대변되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아래 차트는 각 원인이 어느 정도 언론에서 과소 혹은 과대대변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빨간색으로 표시된 원인은 미디어에 과대대변된 것이고, 파란색으로 표시된 원인은 과소대변된 것이다. 막대 위 혹은 아래의 숫자는 과소 혹은 과대 대변된 비율을 의미한다.

테러의 경우는 과대 대변된 비율이 거의 4천 배에 달했기 때문에 Y축의 길이는 대폭 줄여졌다. 살인도 뉴스에서 31배 정도로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다. 미디어에서 가장 과소대변되는 사망원인은 신장 질환(11배)과 심장 질환(10배)이며, 그리고 많은 사람의 예상과 달리 약물 과다 복용(7배) 역시 상당히 과소대변되고 있다. 뇌졸중과 당뇨병에 대한 언론 보도는 실제 사망 비율을 비교적 정확하게 대변하고 있다.

미디어 노출은 인간의 실제 사망 비율을 반영해야 하는가?

위의 비교를 보면, 뉴스가 인간의 사망원인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또 다른 중요한 질문은 과연 뉴스가 그것을 정확히 대변해야 하는 것인가이다. 온라인으로 읽고, 언론에서 다루는 사망원인에 대한 보도 비율이 사람들의 실제 사망원인 비율과 일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사람들은 그들이 접근하는 정보에 예방적인 측면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사람들이 찾고 정보를 얻는 것들이 더 이상의 죽음을 막는 행동을 하도록 촉진한다는 강한 믿음이 존재해왔다. 예를 들어, 암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증상에 대한 지침을 찾고, 이렇게 얻어진 정보들은 그들이 의사를 만나보도록 설득할 수 있다. 자살 생각을 가진 일부 사람들은 온라인상에서 도움과 지원을 구할 수 있으며, 이는 나중에 자살로 인한 사망을 예방하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특정 주제에 대한 정보에 의도된 또는 의도하지 않은 노출이 특정 원인으로 인한 사망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상대 비율의 일부 불균형은 타당하다. 하지만 분명히 사람들의 관심사에는 편견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심장병으로 죽기 때문에 이는 걱정거리가 되어야 하지만, 소수의 사람만이 온라인에서 예방적인 정보를 찾고 있다.

두 번째는 뉴스의 본질과 관련이 있다. 언론은 이벤트와 이야기에 중점을 둔다. 보도는 점점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뉴스 소비자로서 사람들의 기대치는 매일, 매시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분 단위 업데이트로 빠르게 바뀌었다. 언론은 이것을 이야기와 내러티브에 대한 인간의 관심과 결합한다. 언론이 단발적인 사건들(single events), 즉 살인 사건이나 테러 공격에 보도 초점을 맞추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언론에서 가장 과소 대표되는 사망 원인은 신장 질환이었다. 그러나 분 단위 보도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언론은 신장 질환에 대해 과연 얼마나 많이 말할 수 있을까? 가장 최신 기이한 이야기에 대한 인간의 충동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이 언론의 사망원인에 대한 대표성이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기를 기대할 수 없다.

단발적 이벤트(single events)에 대한 편견과 싸우는 방법

미디어와 소비자는 하나의 강화주기(reinforcing cycle)에 갇혀 있다. 뉴스는 속보에 대해 보도하며, 종종 흥미로운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다. 소비자는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하며, 최신 헤드 라인에 빠르게 빠져들고 있다. 사람들은 뉴스 업데이트의 빈도 증가를 기대하게 되었고, 미디어 채널은 이에 부응해야 할 명확한 인센티브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사람들을 이상치(異常値, Outlier) 이벤트에 대한 강한 편향을 동반한 기대와 보도의 주기에 가두어 버린다. 대부분의 사람은 세상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세상이 현재보다 훨씬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아래의 설문은 그 예다. 세계 30개국을 대상으로 한 한 설문조사에서 모든 국가 응답자의 50% 이상이 세상이 더 빠지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한국의 부정적인 응답률은 터키, 벨기에, 멕시코에 이어 4번째로 높았다. 언론은 좋은 것보다 나쁜 것을 더 잘 알아차리는 인간의 부정성 본능(negativity instinct)이 가지는 기대와 언론의 점점 더 빨라지는 보도는 편향성의 강화주기를 더 공고히 한다.

이 사이클을 깨는 책임은 미디어 제작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있다. 최신 뉴스 보도와 읽기를 중단하지 않으면서도 인간은 뉴스가 세상에 대한 인간의 이해를 어떻게 형성하는지에 대해 더 잘 인식 할 수 있다.

저널리스트들은 보다 광범위한 경향의 맥락을 제공함으로써 지금보다 더 나은 보도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살인 사건에 대해 보도할 때 살인율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맥락을 포함하는 것이다.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와 달리 세계적으로 살인으로 인한 사망은 1990년 전체 사망원인의 0.76%에서 0.72%로 낮아졌으며, 중남미대륙의 국가들을 제외하면 감소 추세다. 한국의 경우도 같은 기간 0.32%에서 0.24%로 감소했다. 하지만 살인으로 인한 사망자 감소라는 전반적 추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단발적 살인 사건만을 보도하게 되면, 세계에 대한 팩트보다는 편견의 편향만 더 강화할 수 있다.

미디어 소비자로서 사람들은 연중무휴(24/7)의 뉴스 보도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세계의 상태를 이해하기에 불충분하다는 사실을 훨씬 더 잘 알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종종 무의식적인 단일 내러티브에 대한 편견을 확인하고 세계에 대한 사실 기반 관점을 제공하는 소스를 찾아야 한다.

* 이 글에는 Hannah Ritchie와 Max Roser가 Our World in Data에 게재한 'Causes of Death' 기사의 번역 일부를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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