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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대학 순위 평가 시스템: 대학과 평가기관의 공모와 묵인, 자료 조작, 망가진 입시 시스템과 불공정

Zigzag 2022. 8. 20. 00:10
■ 역자 주: 해마다 세계 대학 순위가 발표될 때마다 국내는 물론 세계 대학들은 가슴을 졸인다. 상위에 랭크된 학교들은 이를 크게 홍보하고 뉴스는 발표 기관들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복사 붙이기 해 기사로 옮긴다. 이 발표와 기사들은 각종 입시 기관과 학부모들의 자료가 되어 입시에 활용된다. US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 세계 대학 순위, THE 대학 평가, QS 세계 대학 순위, 세계 대학 학술 순위(ARWU) 등등등 각종 순위 평가 기관들은 연구실적, 논문 피인용률, 교수 대 학생 비율, 졸업 비율, 기부금, 주요 수상실적과 같은 자신들만의 평가기준과 가중치를 가지고 대학을 평가한다. 대학은 이들 기관들로부터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고분고분 정보를 제공하고 높은 순위를 얻기 위해 때론 자료를 미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평가된 순위가 얼마나 정확하고, 과학적이며, 공정한가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2019년, 약 50명의 미국 갑부와 유명인들이 그들의 자식들을 명문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 입시 컨설턴트로 자신을 포장한 입시 브로커 윌리엄 릭 싱어와 관계자들에게 뇌물 등의 부정한 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었다. 명문대 입학을 위해 브로커와 학부모들은 학생 혹은 자식을 비인기 종목의 운동 특기생으로 둔갑시키고, 대리시험을 동원하는 등 온갖 편법을 썼다. 하지만 그들이 입학하려 했던 학교는 과연 명문일까? 한때 경영대학원으로 유명했던 템플대학은 평가기관에 정보를 조작해 제공한 것이 드러나 순위가 곤두박질쳤다. 조그만 지역 대학은 물론 명문대학들마저도 제출 자료를 조작한 사례들이 심심치 않게 밝혀졌다. 하지만 대학을 줄 세우는 평가기관들 역시 부실 자료들을 꼼꼼하게 점검하기는 어렵다. 자칫 문제가 드러날 경우 대학의 명성 못지않게 자신들 평가지표의 명성 또한 추락할 것이기 때문에 논란을 만들려 들지 않는다. 대학 순위를 둘러싼 대학과 평가기관의 공모와 묵인이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것이다. 순위를 높이기 위해 대학들은 교수 수와 졸업생 비율을 조작하는 것은 물로 입학 때부터 소위 '우수'학생들을 중심으로 선발한다. 우수학생들을 초청하기 위해 이들 대학들은 장학금을 제공하고 대신 빈곤층 학생들에게 돌아갈 예산을 삭감한다. 대학 순위 시스템 자체가 불평등을 심화하는 시스템의 일부가 된 것이다. 사회적 이동과 학습 참여와 교육의 질을 평가하는 공정한 대학 순위 시스템이 제안되고 있지만 능력주의의 신화가 만연한 사회에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글은 한국에 《대학 혁신 마케팅으로 승부하라 : 미국 일류대학의 숨겨진 경영전략》의 저자로 알려진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대학원 교수 데이비드 커프 (David Kirp)의 The Nation 8월 15일 자 기고 The Broken College Ranking System의 번역으로 어떻게 대학 순위 시스템이 이데올로기적으로 편향되어 있으며, 불평등을 조장하고, 이들 평가기관과 대학의 공모와 묵인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무엇이 공정한 평가 시스템인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망가진 대학 순위 시스템

보다 공정한 순위 시스템이라면 학생들의 성공하기 쉬운 자격증에 광을 내는 예일이나 프린스턴과 같은 기관에 집착하기보다는 가난한 가정의 학생들이 중산층으로 진입하도록 돕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조지아 주립 대학과 뉴욕시립대학교(CUNY)와 같은 대학을 강조할 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입학 건물(2006년). 사진: Glen Cooper / Getty Images

몇 년 전, '바시티 블루스'(Varsity Blues) 스캔들이 1면 뉴스가 되었다. 부유한 부모들은 자녀들이 일류 대학에 합격할 수 있도록 필사적으로 노력했고, "옆문"(side door) 입학을 약속한 한 업자에게 막대한 돈을 지불했다.* 거의 10년 동안, 운동 기록이 위조되었고, 대학 직원들에게 뇌물이 지급되었고, 고용된 전문가들이 학생들 대신 SAT 시험을 치렀다. 대중들에게, 이러한 부모들과 그들을 교사한 사람들이 받은 포토라인 세우기 처우는 제도를 속인 사람들에게 마땅한 벌이었다.

* 역자 주: '바시티 블루스'는 2021년 개봉된 영화로 미국의 명문대학 입시 비리를 파헤친 다큐영화이다. 정식 명칭은 '작전명 바시티 블루스: 부정 입학 스캔들'(Operation Varsity Blues: The College Admissions Scandal)이다. 이 다큐는 2019년 미국 사회를 뒤흔든 초대형 대학입시 부정을 다룬다. 자기 실력으로 입학하는 앞문(front door), 기부금을 내고 입학하는 뒷문(back door) 대신 이 다큐에서 등장하는 입시전문 브로커는 뇌물과 부정으로 명문대학에 입학하는 옆문(side door)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 옆문 서비스에는 비인기 운동 종목 후원금으로 대학입시자격 획득, 대리 시험과 같은 방법들이 포함된다.

그런데 과연 이 사기꾼들을 기소해서 문제가 해결되었을까? 거의  아니다. 특권적 부모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고립된 스캔들이 아니라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그것은 미국의 대학 입학 시스템이 어떻게 체계적으로 망가졌는지를 보여준다. 호프 다이아몬드(Hope Diamond)**만큼 희귀한 일류 학교의 자리를 놓고 부유한 부모들은 모든 이점을 얻기 위해 앞다투어 노력한다. 그러나 이 시스템을 오늘날과 같이 만든 것은 대학들이다. 그들은 이 부모의 열성적인 조력자이며 순위 게임에서 성공할 때 오는 명성과 돈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 역자 주: 호프 다이아몬드 (Hope Diamond)는 현재 스미소니언 박물관의 하나인 국립 자연사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45.52 캐럿의 블루 다이아몬드이다.  소유주들이 비극을 맞았다는 자극적인 각색 덕택에 '저주의 보석'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순위 깨기'(Breaking Ranks)에서 리드 칼리지(Reed College)의 전 총장인 콜린 다이버(Colin Diver)는 순위 업계(가장 악명 높은 것은 US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가 어떻게 이러한 악순환을 주도하는지 자세히 설명한다. 자동차나 냉장고를 구입하는 경우 소비자리포트 스타일의 순위 시스템은 잘 작동한다. 그러나 다이버가 지적했듯이 대학 선택에 있어 정답은 없다. 왜냐하면 순위 회사가 내보낸 모든 멋진 공식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가짜 과학을 제공한다. US 뉴스와 같은 유력 집단이 선택성 대 경제성, 명성 대 예상보다 높은 졸업률과 같은 경쟁적 가치를 저울질할 때 그들은 대학 교육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데올로기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워싱턴 먼슬리[Washington Monthly]의 공식은 사회적 이동성, 연구 및 공공 서비스 증진에 중점을 둔 공익에 대한 대학의 공헌을 강조한다. 불완전하게 실행되더라도 그것은 좋은 생각이지만 이 잡지가 학생들의 선택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따라서 이러한 계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대학의 부와 간접적으로 그 대학 학생들의 부라는 것은 결과에서 분명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상위 20개 대학 모두가 부유한 사립학교가 되었을까?

랭킹 게임은 승률이 높은 게임이다. US 뉴스의 서열 순위에 있는 기관이 지원자의 수와 자격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지원자의 결정은 학교의 명성, 승자에게 주기를 좋아하는 기부자의 관대함, 학교 관리자들의 우쭐거림, 그리고 교수에 대한 호소에 의해 깊은 영향을 받는다. 이것은 영속적인 순환이다. 특권적인 학생을 더 많이 수용하고, 기부금이 증가하고,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교수진을 자랑하는 대학은 더 높은 순위를 받게 된다. 순위는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에 잘하지 않는 기관은 차트에서 미끄러지고 캠퍼스에는 온갖 대혼란이 펼쳐진다.

대학은 이 시스템 게임에 많은 시간, 에너지 및 돈을 투자한다. 다이버는 수년 동안 온라인 MBA 프로그램에 가짜 입학 데이터를 제출한 템플 대학(Temple University)의 경영대학원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정보에 근거하여 US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는 이 대학원 프로그램을 미국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선정했다. 등록이 두 배로 늘어났고 기부자들은 그들의 수표책을 열었다. 진실이 밝혀지자 템플은 100위로 급락했고 학생들은 학교가 사취했다는 이유로 학교를 고소했고 이 계획을 주도한 학장은 전신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바시티 블루스” 스캔들처럼, 템플대학의 붕괴는 전국적인 뉴스가 되었다. US 뉴스는 이 학교를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의 썩은 사과라고 일축했다. 순위 작업을 담당하는 로버트 모스(Robert Morse)는 이 잡지가 "잘못된 보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입니다"라고 말하며 오류는 "드뭅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스가 어떻게 알까? 이 잡지는 대학들을 그들의 말대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순위 사다리를 기어오르는 대학들에게는 부정행위에 대한 강력한 유혹이 있다. 오스틴 페이(Austin Peay)와 다코타 웨슬리언 대학 (Dakota Wesleyan)과 같은 지역 대학도 그렇게 하고 전국적으로 유명한 클레어몬트 맥케나 대학(Claremont McKenna College), 에모리 대학(Emory University), 네이벌 아카데미(Naval Academy)도 졸업률 및 연구 보조금에서 지원자의 성적, GRE 점수, 그리고 다양성 및 학생 지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대한 가짜 데이터를 제출했다. 순위 업계가 다른 시각을 가질 이유는 충분하다. 이 업계는 그들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대학에 의존하며, 그들은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싶지 않다.

그러나 앞서 나가기 위해 절도에 참여할 필요는 없다. 내가 '셰익스피어, 아인슈타인, 그리고 핵심'(Shakespeare, Einstein, and the Bottom Line)***에서 언급했듯이, 많은 기관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개선하기 위해 교활하고 비윤리적이며(그러면서도 완전히 합법적인) 전략을 사용한다. 노스이스턴 대학(Northeastern University)의 전 총장이 말했듯이 "이 시스템이 게임(gaming, 여기서는 '경쟁하기' 외에도 '도박하기' '계략 쓰기'의 중의적 의미 - 역자 주)을 부른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 역자 주: 이 책은 한국에도 번역되었다. 원제와는 완전히 다른  '대학 혁신 마케팅으로 승부하라: 미국 일류대학의 숨겨진 경영전략'이라는 마케팅용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US 뉴스의 공식은 대부분의 지원자를 거부하는 학교를 선호하기 때문에 일부 대학은 보다 더 선별적으로 보이기 위해 입학 기회가 없는 학생을 모집한다. 마찬가지로, 학교는 상위 지원자들이 등록할 의사가 없다고 판단되면 대기자 명단에 올릴 수 있다. 이는 이 학생들이 정말로 참석하기를 원할 경우 그들의 의도를 분명히 할 것이라는 것을 전제한다. 동료 대학의 관리자들 사이에서 대학의 평판은 순위에 영향을 미치므로 대학 기관들은 경쟁자에게 낮은 "명성" 점수를 부여하여 경쟁자를 훼손할 수 있다. 대학은 교실 내부를 거의 보지 않는 학자를 포함하여 교수 대 학생 비율을 조작한다. 동문 기부자의 비율은 그 기관이 한동안 소식을 듣지 못했던 졸업생들을 명부에서 제외함으로써 왜곡될 수 있다.

이러한 순위의 가장 골치 아픈 결과는 대학이 순위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매우 불평등한 교육 시스템을 계층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 회사들은 입학하는 신입생들에게 높은 SAT 점수와 학점 평균을 가진 대학에 보상을 주기 때문에, 학교들은 좋은 대학 교육으로부터 가장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학생들보다 그러한 지표에서 더 잘할 가능성이 있는 부유한 학생들(주로 아시아인과 백인)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점점 더 대학들은 그러한 유망주들을 공로 장학금(merit scholarship)을 수여함으로써 유인하고 반면 학생의 필요에 따라 재정 지원을 삭감한다. 다이버는 이것을 "역 로빈 후드"라고 부른다. US 뉴스가 고려하는 졸업률도 마찬가지이다(학교 총점의 17.6%라는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정확한 점수를 부여한다). 부유한 가정의 고등학생은 덜 유리한 그들의 또래보다 학위를 취득할 가능성이 더 높다.  2017년 평등기회 프로젝트(Equal Opportunity Project) 보고서에 따르면 하위 60%보다 상위 1%의 학생을 더 많이 받아들이는 아이비리그의 5개 대학을 포함하여 38개 대학이 확인되었다.

한편, 선택성을 피하고 B 평균을 가진 모든 지원자와 제휴 지역 전문대학의 졸업생을 인정하는 조지아 주와 같은 대학에 판은 불리하게 돌아간다. 내가 '대학 중퇴 스캔들'(The College Dropout Scandal)에서 설명한 것처럼 조지아 주립대학 (Georgia State University)은 이러한 학생들이 졸업장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소수민족, 저소득층, 1세대 학생들이 모두 백인 급우들보다 더 높은 비율로 졸업하기 때문에 그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US 뉴스는 조지아 주립대학을 학부 강의 2위, 가장 혁신적인 학교 2위, 사회적 이동성 부문에서 11위에 랭크했지만, 전국 랭킹은 239위였다.

경쟁의 장을 평준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 1983년, 구독자에 굶주린 잡지 US 뉴스가 대학에 순위를 매기기로 결정했을 때 대학들은 정보 요구를 무시함으로써 대응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대학 재학 기간 동안 학생들이 명확하게 쓰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어느 정도 향상되었는지 강조하는 모델을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부가가치" 요소를 측정하는 적절한 작업을 수행하는 도구가 있기 때문이다. 이 모델은 학위를 취득한 소수 민족, 1세대 및 저소득 학생의 수를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요컨대, 대학은 명성이 아니라 학습과 형평성을 우선시할 수 있었다. 대신 그들은 US 뉴스의 대열에 올라 미친 듯이 경쟁하기 시작했다. 코스를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다. 리드 칼리지(Reed College)가 US 뉴스에 데이터 제출을 거부했을 때, 다이버가 언급했듯이 이 학교는 최하위 등급으로 처벌받았다.

보다 공정한 순위 시스템이라면 학생들의 성공하기 쉬운 자격증에 광을 내는 예일이나 프린스턴과 같은 기관에 집착하기보다는 가난한 가정의 학생들이 중산층으로 진입하도록 돕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조지아 주립 대학과 뉴욕시립대학교(CUNY)와 같은 대학을 강조할 것이다. 그것은 가르침이 일류이고 학생들이 학습에 참여하고 동문들이 자신을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고 설명하는 대학에 감사를 표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방식은 능력주의 신화가 만연하고 명성이 가장 중요한 오늘날과 같이 지나치게 경쟁적인 사회에서 관심을 끌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