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사/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조지프 나이] 핵전쟁은 불가피한가?

Zigzag 2022. 9. 1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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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자 주:  지난 6월 13일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SIPRI 연감 2022'(SIPRI Yearbook 2022)은 20세기 말 탈냉전과 함께 지속되었던 핵무기 감축의 경향의 확실한 반전의 경향이 관측된다고 서술하고 있다. 2021년 1월에 발효된 핵무기 금지 조약(Treaty on the Prohibition of Nuclear Weapons, TPNW)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러시아는 이 조약에 관심이 없으며, 이들 양국을 포함해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등 핵 보유 9개국은 핵무기의 지속적인 현대화를 추구함으로써 향후 세계적 차원에서 핵무기 경쟁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푸틴의 공공연한 핵 위협은 핵전쟁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핵전쟁은 핵 보유국과 비보유국 간의 혹은 핵 보유국 간의 우연한 충돌에 의한 발생하는 단순한 확률 게임에 의해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호작용 속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핵전쟁 위기가 가장 높았던 1963년 쿠바 미사일 위기 속에서도 미국과 소련은 상호 타협을 함으로써 핵전쟁의 위험을 낮추었다. 인류가 핵을 가지고 있고, 그 핵 지식이 한순간에 소멸되지 않는 한 핵전쟁 확률을 0으로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낮추는 것은 가능하다. 이 글은 소프트 파워(Soft Power) 혹은 연성 권력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저명한 국제정치학자 조지프 나이(Joseph S. Nye, Jr.)의 9월 5일 자 Project Syndicate 기고  Is Nuclear War Inevitable? 의 번역으로 핵전쟁의 가능성과 그것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핵전쟁은 불가피한가?

Joseph S. Nye, Jr.

일러스트: erhui1979/Getty Images

러시아의 침략과 핵 무력 위협(nuclear saber rattling)은 우리에게 핵전쟁의 가능성이 비의존적이고 상호의존적인 확률의 문제라는 것을 상기시켰다. 역설적으로 전면적인 재앙의 확률을 낮추려면 어느 정도의 위험과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서방에 대한 핵 무력 위협(nuclear saber rattling)은 핵무기에 대한 논쟁을 되살렸다. 작년에 그러한 무기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기 위한 유엔 조약이 발효되었을 때, 86개 서명국 중 세계 핵무기 9개 국가의 어느 나라도 서명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 국가들이 모든 인류를 위험에 빠뜨리는 무기를 소유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그것은 적절한 질문이지만, 다른 것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미국이 조약에 서명하고 자체 무기고를 파괴한다면 유럽에서 러시아의 추가 침략을 계속 저지할 수 있을까? 대답이 아니오라면 핵전쟁이 불가피한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이것은 새로운 질문이 아니다. 1960년 영국의 과학자이자 소설가인 C.P. 스노우(C.P. Snow)는 10년 이내의 핵전쟁이 "수학적 확실성"이라고 결론지었다. 과장되었을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한 세기 안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스노우의 예측이 정당화될 것이라고 믿었다. 1980년대에 헬렌 칼디콧(Helen Caldicott)과 같은 핵동결 운동가들은 핵무기의 축적이 "핵전쟁을 수학적 확실성으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스노우의 말을 되풀이했다.

핵무기 폐지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동전을 한 번 던지면 앞면이 나올 확률이 50%라는 점에 주목한다. 하지만 동전을 열 번 던지면 한 번은 앞면이 나올 확률이 99.9%로 올라간다. 40년 안에 1%의 핵전쟁이 일어날 확률은 8,000년 후에 99%가 된다. 조만간 확률이 우리에게 불리할 것이다. 매년 위험을 절반으로 줄이더라도 결코 0에 도달할 수 없다.

그러나 동전 던지기 은유는 핵무기와 관련하여 오해의 소지가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독립적인 확률을 가정하는 반면 인간의 상호 작용은 장전된 주사위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한 번의 던지기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음 던지기의 확률을 바꿀 수 있다. 쿠바 미사일 위기 직후인 1963년에는 핵전쟁의 가능성이 더 낮았다. 정확히 1962년에 더 높은 확률이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한 형태의 평균 법칙이 복잡한 인간 상호 작용에 반드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원칙적으로 인간의 올바른 선택은 확률을 줄일 수 있다.

핵전쟁의 가능성은 비의존적인 확률과 상호의존적인 확률 모두에 달려 있다. 순전히 우발적인 전쟁은 동전 던지기의 모델에 맞을 수 있지만 그러한 전쟁은 드물고 우발적 사고(accidents)는 제한적일 수 있다. 더욱이 우발적 충돌이 제한적으로 유지된다면 더 큰 전쟁의 가능성을 더욱 제한하는 미래의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그리고 기간이 길수록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커진다. 8,000년 후에 인간은 핵전쟁보다 훨씬 더 시급한 문제를 갖게 될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상호의존적인 확률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역사를 근거로 분석을 한다면, 우리는 연간 확률이 더 높은 분포 범위에 있지 않다고 가정할 수 있다.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 미국 대통령은 핵전쟁 가능성을 33~50%로 추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것이 반드시 무제한 핵전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25주년 기념일에 있었던 그 에피소드의 참가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 핵무기의 엄청난 우월성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아주 희박한 전망조차도 케네디를 단념시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미국의 순수한 승리가 거의 아니었다. 그것은 터키에서 미국의 미사일을 조용히 제거하는 것을 포함하는 타협을 수반했다.

일부 사람들은 일방적인 핵군축을 추진하기 위해 수학적 필연성 논증을 사용해 왔다. 냉전 구호를 뒤집으면, 미래 세대는 죽는 것보다 공산주의가 나을 것(better off red than dead)*이다. 그러나 핵 지식은 폐지될 수 없으며, 이념적으로 다양한 9개 이상의 핵무기 국가 간의 폐지를 조정하는 것은 조금의 과장도 없이 말하면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일방적인 조치는 공격자들을 대담하게 만들어 불행한 최후 게임의 가능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 역자 주: 냉전시대의 구호는 "better dead than red"(공산주의보다 죽는 것이 낫다)이며, 이는 독일 나치의 반소련 반공 캠페인 구호였던 "Lieber tot als rot"(빨갱이보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의 영어 버전으로 1950년대 미국 매카시 열풍 때 유행했던 구호이다. 그 냉전 구호를 뒤집은 "죽는 것보다 공산주의가 낫다"(better red than dead)는 1950년대 독일 재무장을 반대하는 반전평화운동의 "Lieber rot als tot"(죽느니 차라리 빨갱이가 낫다)는 구호는 영국의 저명한 철학자이자 평화주의자인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에 의해 널리 알려졌다.

우리는 효용과 위험 수용이 먼 미래 세대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지, 또는 8000년 후에 사람들이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길지 모른다. 그들에 대한 우리의 도덕적 의무는 우리가 생존을 매우 신중하게 다루도록 강요하지만, 그 임무는 위험이 완전히 없는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생존의 동등한 기회를 포함한 중요한 가치에 대해 거의 동등한 접근권을 주어야 한다. 그것은 수세기 동안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이익을 현재의 알 수 없는 합으로 집계하려는 것과는 다르다. 위험은 항상 인간의 삶에서 피할 수 없는 요소이다.

핵 억지(Nuclear deterrence)는 사용 가능성 역설(usability paradox)을 기반으로 한다. 만약 그 무기들이 완전히 사용될 수 없다면, 그들은 억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그것들이 너무 사용 가능하다면, 모든 파괴를 수반하는 핵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사용 가능성 역설과 인간 상호작용과 관련된 상호의존적 확률을 고려할 때, 우리는 무엇이 "정의로운 억지"(just deterrence)를 구성하는지에 대한 절대적인 답을 찾을 수 없다. 핵 억지력은 모두 옳거나 틀리지 않다. 우리의 억지력 수용은 조건부여야 한다.

우리가 수세기에 걸쳐 물려받은 정의로운 전쟁(just war) 전통은 정의롭고 비례적인 원인, 수단에 대한 제한 및 모든 결과에 대한 신중한 고려라는 세 가지 관련 조건을 충족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나는 이 조건들에서 5개의 핵 격언을 도출한다. 동기의 측면에서, 우리는 자기 방어가 정당하지만 한정된 요인임을 이해해야 한다. 수단으로써, 우리는 결코 핵무기를 정상적인 무기로 취급해서는 안 되며, 무고한 사람들에게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관해서는, 우리는 가까운 시일 내에 핵전쟁의 위험을 줄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핵무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하실의 폭탄은 약간의 위험을 수반하지만, 전선의 폭탄만큼 위험하지는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불확실성과 위험을 피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주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핵무기의 역할을 줄이는(폐기가 아닌) 목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최초의 수소폭탄을 설계한 리처드 가윈(Richard Garwin)은 "올해 핵전쟁 확률이 1%이고, 매년 이를 전년 대비 80% 수준으로 줄인다면 역대 핵전쟁 누적 확률은 5%가 될 것"이라고 계산했다. 우리는 그 확률로 도덕적인 삶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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