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간선거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상하원을 민주-공화 양당 중 어떤 당이 장악할지 아직 불투명하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선거 당일 밤은 공화당이 바라던 밤과 달랐다는 것이다. 정치적 스펙트럼 전반에 걸쳐 많은 관찰자들은 공화당이 하원을 탈환하고 상원을 장악할 것이 확실시되는 성과를 기대하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현직 대통령의 정당은 중간선거에서 이전 대통령 선거보다 지속적으로 낮은 득표율을 거두었다. 해리 트루먼은 첫 중간선거에서 55석을 잃었고, 빌 클린턴은 53석을 잃었으며, 버락 오바마는 63석을 잃었다. 1946년에서 2018년 사이 19차례의 중간선거에서 대통령 정당은 하원 득표율을 9/11 테러 직후인 2002년 선거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패배했다. 2002년 중간선거의 상황은 특별했다. 9월 11일 테러 공격이 있은 지 1년이 지났지만, 부시는 여전히 이례적으로 인기가 있었다.
역사적 경험과 인플레이션 급증으로 일부 호들갑스러운 공화당원들은 공화당의 상징색인 붉은색을 동원해 이번 중간 선거가 "붉은 쓰나미"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대신 민주당은 예상을 뒤엎었다. 하원은 여전히 공화당의 손에 넘어갈 수 있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상원은 박빙 심지어 민주당의 근소한 우세가 예상되기도 한다. 결선투표가 예상되는 조지아주 상원 선거 그리고 여전히 박빙인 하원 선거구 등을 고려한다면 미국 의회의 권력 향배는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미국 중간 선거 역사의 경험과는 많이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나타나지 않은 "붉은 물결"과 사라진 부동층
민주당과 공화당은 현재 상원 100석 중에서 모두 50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민주당 출신 부통령 카밀라 해리스가 의결 상 동수일 때 의결권을 행사하는 타이브레이커 보트(tiebreaker vote)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명목상 민주당이 우위에 있다. 전체 100석 중 이번 중간 선거에서는 35석만이 새로운 선거를 치른다.
은퇴하는 공화당 상원의원의 공석을 놓고 다툰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민주당의 존 페터먼(John Fetterman) 후보가 트럼프의 지지를 등에 업고 공화당 예비 경선에서 승리한 메흐메트 오즈(Mehmet Oz)를 꺾음으로써 민주당은 상원 경선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었다. 하지만 조지아, 애리조나, 네바다, 위스콘신 등 주요 주의 상원 경선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조지아 주의 결과는 민주-공화 양당 후보가 50% 득표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 12월 결선 투표로 갈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은 최대 52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제는 그 예상은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 네바다와 조지아가 접전을 벌이고 있지만 네바다에서는 공화당이, 조지아에서는 민주당이 앞섰다. 애리조나는 민주당 마크 켈리가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435석으로 구성된 하원의 현재 판도는 민주당 221명 대 공화당 208명으로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다(6석은 공석). 중간선거는 애초 전망대로 하원선거에서 여전히 공화당의 손을 들어줄 것처럼 보이지만, 양당의 차이는 크지 않다. 동부 표준시 기준 오전 8시 30분 현재 공화당은 17개 경선에서 뒤집혔거나 앞서고 있는 반면 민주당원은 10개 경선에서 뒤집혔거나 앞서고 있다. 투표가 계속 집계되는 동안 그 결과가 유지된다면 7석의 순 증가에 불과할 것이다. 이는 야당이 대통령의 첫 중간선거에서 거둔 평균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현재의 바이든 대통령과 같이 대통령 지지율이 50% 미만이었을 때, 야당은 순 의석수 증가는 28석에서 43석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공화당에게 하원에서의 근소한의 우위만을 줄 것이다.
공화당 하원 지도자 케빈 매카시(Kevin McCarthy)는 이미 동부 표준시로 새벽 2시에 연설을 하며 "우리가 하원을 되찾을 것이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현재 하원 의장인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Nancy Pelosi)에게 "당신이 내일 일어날 때 우리는 과반수가 될 것입니다."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그의 장담과는 달리 펠로시가 일어날 시간이 지났지만 공화당의 하원 장악은 여전히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의 상대적인 선전은 어쩌면 진정한 선전이 아니라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당파주의, 즉 온건층과 중도층 그리고 부동층 상실의 결과일 수 있다.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일반적으로 민주당은 민주당을, 공화당은 공화당을 위해 집단으로 나타났다. 바이든은 이전 대통령들만큼 중간선거에서 패배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미국 정치는 균형과 견제에 의해 작동하지 않는다. 진정한 부동층 유권자는 그 어느 때보다 적으며, 부동층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 극단적 당파주의가 어쩌면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과 바이든의 위험한 구원자였을 수 있다.
불투명해진 트럼프의 미래
아직까지 트럼프는 2024년 백악관 재출마를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이번 선거 직후 발표가 발표가 거의 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그의 재출마 여부는 이제 선거 전보다 약간 덜 확실해 보인다. 당내 그의 주요 라이벌인 플로리다 주지사 론 드산티스(Ron DeSantis)는 트럼프가 지지하는 유명 후보들이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동안 거의 20% 표차라는 기대보다 훨씬 강력한 초과 성과를 보인 후 당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며 대선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불과 며칠 전까지 드산티스는 트럼프의 출마 가능성에 직면하여 주춤거렸으며, 드산티스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 트럼프는 노골적인 경고를 날렸다. 이제 그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황은 그 반대가 되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공화당이 주도하는 이슈인 인플레이션이 높은 이 상황에서도 공화당 하원 후보는 실적이 저조했다. 아직 모든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하원의 실적이 저조하고, 펜실베이니아에서 민주당 존 패터만(John Fetterman)에게 패한 유명인 TV 의사 오즈와 전 미식축구 스타 조지아의 허셜 워커(Herschel Walker)와 같이 경합 주에서 트럼프가 지지하는 후보자는 그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특히 오즈의 경우는 트럼프의 지지가 없었다면 공화당 예비경선에서 승리할 수 없었기에 그의 패배는 트럼프에게 적지 않은 타격이다.
트럼프가 지지하는 후보자들이 확정되자 민주당은 낙태권과 같은 문제에 대해 공화당을 너무 극단적으로 묘사하거나 민주주의 자체의 반대자로 묘사하는 메시지로 유권자들을 융단 폭격했다. 민주당의 초토화 접근법은 많은 경우에 효과가 있었다. 트럼프의 훔친 선거 거짓말을 지지했던 공화당 도전자 돈 볼두크(Don Bolduc)는 공화당이 한때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뉴햄프셔의 상원 경선에서 패배했다. 위스콘신 주지사 토니 에버스(Tony Evers)는 트럼프와 동맹을 맺은 공화당 팀 미셸스(Tim Michels)와의 승리를 냉소적으로 평가하면서 “지루한 승리”라고 말했다.
저조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물러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여전히 유권자들의 충성스러운 지지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ABC 뉴스와 입소스(Ipsos)의 최근 여론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유권자의 64%가 여전히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자신보다 트럼프주의를 보다 투표 가능한 이미지로 유권에게 호소할 수 있는 드산티스라는 강력한 당내 경쟁자를 만나게 되었다.
인플레 vs 낙태
이번 중간선거의 압도적 이슈는 인플레로 여겨졌다. 공화당은 인플레를 잡지 못하는 민주당의 바이든 행정부를 비난하며 선거 국면을 이끌었다. 22021년의 대부분과 2022년 전반기 동안 공화당원들은 의회에서 엄청난 이득을 얻을 태세를 갖춘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많은 미국인들이 당연하게 여겼던 낙태권을 보장했던 50년 전 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례를 뒤집는 돕스 대 잭슨 여성 보건 기구(Dobbs v. Jackson Women’s Health Organization)의 대법원의 폭탄 같은 결정이 나왔다.
갑자기, 민주당은 그들의 기반을 규합할 이슈를 발견했다. 두 달 후, 보수적인 캔자스 주의 유권자들이 낙태를 금지하는 투표 법안을 강력하게 거부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잠재적인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보았다. 특히 보수가 주도하는 대법원의 낙태권 기각 판결은 많은 여성들을 캔자스의 투표장으로 불러냈으며 여성표를 중간선거의 변수로 만들었다. 미시간주의 그레첸 휘트머(Gretchen Whitmer)와 같은 민주당 주지사들은 자신들을 낙태 권리의 보루로 자리매김한 반면, 진보 단체들은 많은 공화당원들이 그들의 예비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취한 극우적 입장을 강조하는 광고에 수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버몬트주의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을 비롯한 좌파 인사들 중 일부는 민주당이 낙태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 비평가들은 민주당이 유권자들의 마음에 가장 시급한 우려인 인플레이션을 무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화시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 선거전략가들은 그러한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민주당 여론조사원 안나 그린버그(Anna Greenberg)는 "저는 돕스가 이번 선거를 변화시켰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상황을 뒤흔들었다는 꽤 좋은 증거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대부분의 중간선거와는 다르게 만들 수 있는 기류가 분명히 있었다. 4개 주에서 4개의 낙태 관련 조치가 있었고, 4개 주 모두에서 낙태 권리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버몬트, 미시간, 캘리포니아는 모두 낙태 권리를 주 헌법에 추가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낙태는 펜실베이니아와 같이 이번 중간 선거의 핵심 주 같은 곳에서 이슈로 떠올랐고, 선거일로 이어지는 여론조사에서도 중요한 이슈로 작용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가 높은 켄터키주에서는 주 헌법을 수정하여 낙태를 할 권리가 없다고 명시한 법안이 주의회 표결에서 패배했다. 유권자들의 10명 중 거의 3명은 낙태가 자신의 투표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밝혔는데 이는 인플레와 거의 같은 정도의 비중이다.
정치 지형의 변화
플로리다에서 드산티스는 일찌감치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했고, 곧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 의원도 승전보를 알렸다. 둘 다 인상적인 두 자릿수 차이로 이겼다. 1994년 로튼 차일스(Lawton Chiles) 이후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원은 없었다. 하지만 플로리다는 오바마가 두 번이나 승리했으며 2000년 선거에서 부시가 간발의 차이로 고어를 꺾어 20년 이상 스윙 주, 즉 경합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플로리다가 더 이상 경합주가 아님을 보여 주었다.
정치 지도는 변화하고 있다. 조지아와 애리조나 같은 공화당 강세였던 선벨트 주 지역이 민주당원들에게 새롭게 떠오르는 지역이 되어가지만, 플로리다와 같은 선샤인 주에서는 새롭게 지는 지역이 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물론 정치적 지도는 정적이지 않다. 지금은 당연히 민주당의 텃밭으로 여겨진던 캘리포니아는 1992년까지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모든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을 지지했었다.
유권자 층에서도 새로운 지형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선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기반에서 핵심 부분이 이탈하는 경향이 드러났다.
출구조사 결과 민주당은 라틴계 전체 득표율에서 약 60%를 얻었는데 이는 2020년 65%에서 하락한 것이다. 쿠바와 베네수엘라 혈통의 라틴계 사람들은 훨씬 더 공화당 성향이 강해졌고, 이는 드산티스와 루비오가 큰 승리를 거두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드산티스는 라틴계 유권자의 57%를 얻었는데 이는 자신이 2018년에 거둔 44%를 훨씬 뛰어넘은 것일 뿐만 아니라 트럼프가 2020년에 거둔 46%보다 10% 이상 높은 수치이다. 놀랍게도, 드산티스와 루비오는 둘 다 두 자릿수 차이로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Miami-Dade County)에서 이겼다. 드산티스는 20년 전 주지사 젭 부시(Jeb Bush) 이후 이 카운티에서 승리한 최초의 공화당원이다. 하지만 이곳들은 민주당의 거점이었던 곳이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이 29% 차이로 카운티에서 이겼지만 바이든이 겨우 7%로 승리하면서 2020년에 더 많은 유권자들이 공화당으로 이동했다. 라틴계의 민주당에 대한 지지 감소는 또한 바이든이 대선에서 승리한 해인 2020년 텍사스에서도 드러났다. 바이든은 남부 텍사스에서 라틴계로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여러 카운티가 공화당을 향해 움직였다.
여전히 위태로운 미국의 민주주의
선거 부정에 대한 트럼프의 거짓말을 지지해온 수많은 유명 공화당 후보들은 경선에서 패배했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가장 극단적인 후보 중 하나인 더그 마스트리아노(Doug Mastriano) 공화당 주지사 후보가 거의 완패했다. 미시간에서 음모론자인 크리스티나 카라모(Kristina Karamo)는 주 국무장관 선거에서 패배했다.
하지만 공화당 내에서 선거 거부가 일상화됐기 때문에 강력한 세력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에 도전하거나 거부한 후보(워싱턴 포스트가 분석한 569명 중 51%)는 미국 전역과 거의 모든 주에서 출마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소 159명의 공화당원들이 화요일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추정했다. 이는 현재 공화당 하원 의원 중 선거 결과를 부인하는 139명의 숫자보다 높은 것으로 공화당 내에 민주적 절차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원들의 숫자가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팩트 탱크라 불리는 미국의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1971-72년 미국 하원에는 160명 이상의 온건한 민주당원과 공화당원이 있었지만 그 수는 현재 24명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만큼 미국 정치는 양극화되었으며 이는 타협과 절충, 주요 이슈에 대한 초당파적 합의에 이르기가 점점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다수결 못지않은 소수의견 존중이라는 민주주의의 가치가 위태롭다는 것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내의 선거 부정자들의 증가와 민주당의 공화당에 대한 극단화는 공화당 내 온건파의 입지를 줄일 뿐만 아니라 미국 민주주의의 위치 또한 위태롭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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