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코코 샤넬: 여성복에 혁명을 일으킨 프랑스의 아이콘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100대 인물에 오른 유일한 패션 디자이너인 가브리엘 코코 샤넬은 사업가로서도 높은 명성을 가진 인물이다. 하지만 샤넬 그 명성만큼이나 많은 논란의 인물이다. 특히 그녀의 나치 협력과 스파이 행위, 노동자에 대한 탄압과 해고는 지금까지도 그녀의 명성에 커다란 오점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그녀가 제1차 대전 전후로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광범위해진 '포효의 20년대'에 여성들의 사회활동에 적합한 여성복 혁명의 기수 중 하나였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여성복에 저지원단 도입, 일상생활에서의 편의성과 패션성이 병존할 수 있는 정장, 리틀 블랙 드레스(LBD) 개념의 보급 등 그녀가 패션에 남긴 유산은 현대 패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스포티, 캐주얼, 시크한 복장이 여성의 표준 스타일로 확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샤넬은 고급 여성복의 틀을 넘어 영향력을 넓혔고 보석, 핸드백 디자인, 향수 제작에서 성공을 거둔 뛰어난 기업가이기도 했다. 이 글은 파리 주재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Vivian Song의 BBC 2021년 2월 1일 자 기사 The French icon who revolutionised women's clothes의 번역으로 샤넬이 어떻게 패션과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라는 당시의 시대적 변화를 결합시키고, 그리고 이를 패션으로 가시화했는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성복에 혁명을 일으킨 프랑스의 아이콘

Vivian Song

한 세기 전 프랑스에서 편안함과 자유가 어떻게 유행했으며 여전히 오늘날 그러한지. 비비안 송이 코코 샤넬의 진보적인 작업을 탐구한다.

패션 전통에서, 가브리엘 샤넬(Gabrielle Chanel)은 바지를 대중화시킨 디자이너로 유명하며, 여성들을 코르셋의 폭정으로부터 해방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다. 답답하고 불필요한 디자인으로 그들을 가두는 대신, 그녀의 옷은 이동의 자유, 이동성, 편안함을 우선시했다. 그녀는 주머니와 트위드와 같은 남성 패션의 요소들을 차용하여 복식 코드를 무너뜨리고, 허리선과 가슴선을 지워 중성적인 실루엣을 연출했다. 다른 좋은 선구자처럼 샤넬의 경력 초기에 사회 및 성별 규범에 대한 도전은 일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왜 어떤 사람들이 그녀를 페미니스트 아이콘으로 보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파리의 팔레 갈리에라(Palais Galliera)에서 열린 디자이너에 대한 전시회(일시적으로 문을 닫았지만 온라인으로 볼 수 있음)는 코코로 더 잘 알려진 가브리엘을 페미니스트라고 부르는 것을 꺼린다. 그녀의 작품을 묘사하기 위해 "신선함"과 "친밀함"과 같은 단어들이 종종 나타나지만, 16,145 평방 피트의 전시회 중 어디에서도 페미니즘이 언급되지 않는다. 박물관장이자 가브리엘 샤넬의 패션 매니페스토(Gabrielle Chanel: Fashion Manifesto) 공동 큐레이터인 미렌 아르잘루즈(Miren Arzalluz)는 그것은 의도적인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물론 코코 샤넬의 영향력이 최고조에 달했던 한 세기 전만 해도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가브리엘 코코 샤넬은 1920년대 여성복에 편안함과 편의성을 가져다 주었다. 사진: RMN-Grand Palais/ Musée Nationale Picasso, Paris

아르잘루즈는 BBC 컬처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이런 용어로 말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말 분명한 것은 그녀가 여성을 자신의 창작물의 중심에 배치했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여성들이 패션을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상상하는 데 일생을 바쳤습니다."

박물관의 전시 공간이 두 배로 늘어난 팔레 갈리에라(Palais Galliera)가 2년 동안 폐쇄된 후, 재개관은 2020년 10월 초 파리 패션 위크와 일치하도록 예정된 웅장하고 화려한 행사가 될 예정이었다. 이 전시회는 프랑스 수도에서 샤넬의 다작 경력에 대한 최초의 회고전으로 크게 홍보되었다.

아르잘루즈에 따르면, 이 전설적인 여성 디자이너의 삶은 1971년 그녀가 죽은 이후 버려진 고아로서의 트라우마 어린 시절부터 부유한 연인들과 함께 독일 정보국의 스파이라는 주장까지 영화, 책, 다큐멘터리에서 자세히 조사되어 왔지만, 그녀의 작품의 본체와 여성 패션에 대한 그녀의 공헌은 훨씬 덜 이해되고 있다.

사진작가 윌리엄 클라인(William Klein)의 작품을 포함한 디자이너 샤넬의 특징에 관한 전시회. 사진: William Klein

큐레이터는 "샤넬과 같은 전설에 직면할 때의 문제는 그녀에 대한 전기가 백 권 이상 있다는 것인데, 이 전기들은 대부분 그녀의 사생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그녀를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깨달은 것은 우리가 그녀의 일에 대해 매우 피상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큐레이터로서 우리는 샤넬을 재발견했습니다." 상징적인 트위드 정장을 예로 들어보자. 샤넬의 시그니처라고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투피스 앙상블은 세상에 처음 소개된 지 거의 70년이 지난 지금도 현대 여성의 럭셔리 옷장의 필수품으로 남아 있으며 하이 스트리트 브랜드에서 저렴한 버전으로 자주 표절된다.

그러나 그 미학 외에도 이 수트가 영원한 클래식이 된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입는 사람은 설명할 수 없지만 그 비밀은 디테일에 있다. 그 재킷은 부드럽고 가벼우며, 구조적인 블레이저보다는 카디건처럼 느껴지도록 디자인되었다. 허리를 조이는 대신 스커트는 엉덩이 상단에 편안하게 놓이도록 디자인되었으며 무릎 아래에 걸기 위해 약간 뒤쪽으로 기울어져 착용자에게 자유로운 움직임을 제공하는 디테일이다.

패션은 변화를 가시화하고 변화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에밀리 해멘(Emilie Hammen)

마찬가지로 샤넬의 대표적인 투톤 슬링백 슈즈는 "기능과 형태의 완벽한 결합"이다. 베이지색 가죽은 다리가 길어 보이도록 선택했고, 검은색 앞코는 신발이 닳거나 찢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동시에 발이 더 작아 보이는 착시 효과를 주기 위해 선택되었다. 적당한 높이의 굽과 비대칭 스트랩도 최대한의 편안함을 보장하기 위해 신중하게 고려되었다.

트위드는 이전에 남성복에 사용되었던 것으로 코코 샤넬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었다. 사진: Julien T Hamon

그리고 1926년 미국 보그지의 표지에 등장한 이 작은 검은 드레스도 거의 한 세기가 지난 지금, 현대 여성 패션의 기본적인 필수품이 되었다. 보그(Vogue)의 취향 결정자들은 아주 정확하게 단순하고 형태가 없는 검은색 시스 드레스(sheath dress)가 대량 생산된 포드 모델 T(Ford Model T) 자동차와 동등한 패션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 디자이너가 여성 패션의 새로운 과정을 설계하는 데는 의심할 여지없이 영향력이 있었지만, 파리의 프랑세즈 드 라 모드 연구소(Institut Français de la Mode)에서 가르치는 패션 역사학자 에밀리 해멘(Emilie Hammen)은 어느 한 디자이너(샤넬이든 아니든)에게 너무 많은 공을 돌리지 않도록 조심한다. "패션의 상업 신화에서 우리는 한 디자이너를 역사의 매우 강력한 전환점과 연관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패션은 변화를 가시화하고 변화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반드시 거기서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브랜드들은 종종 우리가 한 디자이너가 여성들을 해방시켰다고 믿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무형의 것을 포착하고 변화를 가속화하는 데 아마도 매우 지능적인 설계자일 뿐입니다."

샤넬을 착용한 리 밀러(Lee Miller). 여유로운 실루엣은 활동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사진: Edward Steichen, Vogue/ Condé Nast

다시 말해, 해멘은 패션 디자이너들, 즉 그들 중 가장 기업가적인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움직임을 낳기보다는 단순히 그 시대의 사회적 의식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광란의 시대(Années folles)

사실, 샤넬의 초기 경력을 돌아보면, 그녀는 경제적 번영과 전후 회복에 의해 주도되는 폭동의 시대인 아네 폴레(Années folles), 즉 포효하는 20년대(Roaring 20s)에 속한다. 미국 신여성(flapper)에 해당하는 프랑스 레가르송(Les garçonnes)은 머리카락을 자르고, 밤새 수입된 미국 재즈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음주와 흡연을 하고, 자유분방한 성적 연락을 하는 등 그들의 독립성과 새롭게 발견된 자유를 행사했다.

편안함과 용이함, 운동의 자유라는 개념은 그때까지 패션계에서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미렌 아르잘루즈(Miren Arzalluz)

샤넬은 포토저널리스트이자 전쟁 특파원이 되기 전에 젊고 아름답고 독립적인 미국 모델이었으며 샤넬의 가르송 룩의 포스터 걸 중 한 명이 된 리 밀러(Lee Miller)와 같은 여성들을 위해 옷을 디자인하면서 그 연대의 분위기에 부응하고 있었다.

그의 디자인에서 코르셋을 제거한 당대의 위대한 여성복 디자이너 폴 프와레(Paul Poiret)의 지도에 따라, 샤넬은 같은 일을 했고, "적극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을 위한 옷을 만들었다. 그녀는 헐렁하고 흐르는 실루엣의 드레스를 만들기 위해 전통적으로 남성 속옷에 사용되는 저가의 소재인 저지(jersey)를 선택했다. 잘록한 허리선과 뷔스티에로 여성스러운 형태를 강조하는 대신, 그녀는 여성들이 편안하게 움직이고 자유롭게 춤을 출 수 있도록 더 높은 밑단이 있는 자유롭게 흐르는 민소매 드레스로 그것들을 모두 지웠다.

1920년대에 여성용 바지가 처음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미지: Getty

그것은 샤넬의 인생 작품을 지배할 지도 원칙이라고 아르잘루즈는 말한다. 아르잘루즈는 "편안함과 용이함, 운동의 자유라는 개념은 그때까지 패션계, 특히 그녀가 자신을 새긴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 고급 여성복장 혹은 맞춤복장 혹은 그 디자이너를 지칭 - 역자 주)의 세계에서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1947년 크리스찬 디올이 뉴 룩 컬렉션으로 패션계를 휩쓸며 잘록한 허리, 코르셋, 볼륨감 있는 스커트, 강조된 바스트를 다시 선보였을 때 샤넬은 71세의 나이에 컴백을 궁리했다. "디올은 여성에게 옷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장식을 합니다."라고 그녀는 자신의 라이벌이 된 디자이너에 대해 유명하게 말했다.

그녀의 컴백 컬렉션을 출시할 트위드 정장은 기껏해야 미지근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것은 파리 패션 언론에 충분히 참신하지 않았고, 그녀는 멈춰 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샤넬은 청중들을 알고 있었다. 거의 70년이 지난 후, 이 정장은 여성복에서 영구적인 고전으로 남아있으며, 자신만의 디자인을 입었고 자신만의 브랜드 홍보대사이자 원조 인플루언서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의 지울 수 없는 이미지로 남아있다.

코코 샤넬은 자신의 디자인을 착용하고 그녀 자신의 대사였다. 사진: Médiathèque de l’Architecture et du Patrimoine/ RMN-Grand Palais / André Kertész

아르잘루즈는 "여기 20세기 초에 자신의 회사를 설립하고, 결혼하지 않고, 자신의 경제적 자유를 위해 싸운 매우 성공적인 사업가 여성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르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그녀는 20세기 여성 역사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