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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비교 4: 남북한 기대수명과 생존률-한국은 소득증가 북한은 공공의료가 상승 동력

Zigzag 2021. 6. 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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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해방과 동시에 남북 각각에 미소 군정 체제가 성립하면서 분단의 기운은 싹트기 시작했다. 1948년 남북한이 각각 독자 정부를 수립하면서 분단은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1950년~1953년 한국 전쟁은 분단을 고착된 구조로 정착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남북한은 각기 자신만의 독자적 체제를 구축·발전시킨다. 같은 유전자와 언어구조, 문화를 가졌지만 근 80년간의 분단 동안 남과 북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어느 체제가 더 우위에 있는가 혹은 누가 체제경쟁에서 이겼는가 혹은 이기고 있느냐는 분단시대와 분단체제의 담론으로는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기대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이 분단의 담론은 상대를 이해하기보다는 자신을 상대에게 강요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서로를 아는 과정은 분단의 극복 아니 최소한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로 나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이 시리즌 근 80년의 분단과정에서 남과 북이 어떤 변화를 겪었는가를 비교하고자 한다. 이 비교는 이해를 위한 것이며, 남북한의 차이는 우위나 열위로 설명되기보다는 다름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여기에 제시된 남북한 비교 자료는 남북한이 유엔이나 혹은 관련 국제기구에 제공한 공식 통계에 기초한다. 이 글에서는 다른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은 한 남북을 통칭할 때는 남북한, 남북 각각을 칭할 때는 한국과 북한, 혹은 South Korea와 North Korea로, 그리고 분단 이전의 지역을 표기할 때는 남한과 북한으로 표기한다.

세계의 기대수명

기대수명은 인구 건강 평가의 핵심 지표이다. 어린 나이에 사망률에만 초점을 맞춘 영유아 사망률의 좁은 측정치보다 더 넓은 기대 수명은 전체 수명 과정의 사망률을 포착하며, 한 인구의 평균 사망 연령을 말해준다.

추정에 따르면 근대 이전의 가난한 세상에서 기대 수명은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약 30년이었다. 계몽시대 이후 기대수명이 급격히 증가했다. 19세기 초, 기대수명은 다른 나라들에서 낮은 수준에 머무는 동안 산업화한 초기 국가들에서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전 세계에 걸쳐 건강이 어떻게 분배되는지에 대한 매우 높은 불평등을 초래했다. 부유한 나라들의 건강은 좋고 가난한 나라들의 건강은 지속해서 나쁘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러한 세계적 불평등은 감소했다. 1800 년에 기대 수명이 가장 높은 국가보다 기대 수명이 낮은 국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얼마 전만 해도 건강이 좋지 않았던 많은 나라가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1770년 세계 기대수명은 전 대륙에서 35세 미만이었다. 1900년 인간의 기대수명은 약 10세 정도 상승했지만 가장 수명이 길었던 오세아니아주조차 기대수명이 47.6세로 50세 미만이었다. 1900년 이래로 세계 평균 수명은 두 배 이상 증가했고 현재 70세를 넘고 있다. 기대수명은 조기 사망의 척도이며 전 세계적으로 건강에 큰 차이를 보여준다. 기대수명의 불평등은 여전히 국가 간은 물론 국가 내에서도 매우 크다. 기대수명은 소득과 보건의료 체제와 높은 상관성을 보여준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들의 많은 인구의 기대수명은 80세 이상이다. 2019년 스페인, 스위스, 이탈리아, 호주의 기대수명은 83세 이상이었고, 일본은 85세로 가장 높았다. 최악의 건강수명을 가진 나라에서, 기대수명은 50세에서 60세 사이이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인구는 기대수명이 53세로 2019년 가장 낮다.

국가 간 기대수명 차이가 크다는 사실 외에도 분명한 것은 1950년 이후 인류는 건강과 수명을 제한하는 여러 한계의 봉인을 깼다는 것이다. 유엔은 2019년 세계 평균 수명을 72.6 년으로 추정한다. 이는 1950년 기대수명이 가장 높았던 노르웨이의 72.3년보다 오늘날 세계 평균 기대수명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의 인류는 1770년의 인류보다 최소한 두 배 혹은 세 배 이상 더 오래 산다. 과연 이러한 변화는 남북한에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남북한의 기대수명

1908년 남북한의 기대수명은 23.5세로 세계 평균 기대수명보다 10세 정도 낮았다. 이 기대 수명은 1942년 44.9세까지 올라갔다. 1950년 한국 전쟁과 함께 북한은 29.7세, 한국은 35.6세까지 내려갔다. 북한의 평균수명은 1990년대 중반 계속된 홍수와 기아 문제로 64.5세까지 주저앉았다 다시 상승해 2015년에 세계 평균 기대수명과 비슷한 71.5세에 도달했으며, 한국은 그보다 약 10세가 높은 82.1세가 되었다.

남북한의 기대수명 변화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그 상승 폭이 매우 높다. 한국의 기대수명은 1908년 이래 58.6세가 늘어나 약 249% 증가로 세계에서 가장 상승 폭이 큰 나라다. 북한은 같은 기간 48세가 높아져 약 204%가 상승해 세계에서 6번째로 높은 상승 폭을 보였다. 남북한의 이러한 높은 상승 폭은 소득수준의 향상 외에도 아동 사망률, 생존율과 연령별 기대수명 등 전반적인 공중보건의 개선과 관련이 있다.

남북한의 생존율

기대수명이 평균만을 기술하는 데 비하여 생존율은 인간 수명의 불평등이 시간과 함께 어떠한 변화를 겪었는가를 보여줌으로써 밋밋한 기대수명의 보완한다. 아래 도표는 65세까지 생존할 수 있는 신생아 비율이다. 1960년에 태어난 신생 남아 가운데서 65세까지 생존할 수 있는 비율은 한국은 39.63%, 북한은 33.13%로 모두 세계 평균 43.37%보다 낮았다. 하지만 이 비율은 지속해서 상승했으며, 1971년~1992년까지 북한 남아의 생존 비율은 한국보다 오히려 높았다. 하지만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 동유럽 붕괴와 경제난 그리고 1990년대 중반 북한의 수해로 인한 기아 문제는 북한 신생 남아의 65세까지 생존 예상 비율을 1997년 54%까지 떨어뜨렸다. 남북한 신생 여아의 65세까지 생존율은 남성보다 11%~17%가량 높다는 점을 빼면 비슷한 흐름을 보여준다. 1990년대의 암흑기가 없었다면 북한의 남녀 아동들의 생존율은 오늘보다 높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한 연령별 사망률

2017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5,600만 명이 사망했다. 이 중 거의 절반 (49%)이 70세 이상, 27%는 50세~69세, 14%는 15세~49세, 1%만이 5세~14세였으며, 거의 10%가 5세 미만의 어린이였다. 사람들이 사망하는 연령은 1990년 이후 크게 바뀌어 어린 나이에 사망하는 사람은 더 적어졌다. 1990년에는 모든 사망의 거의 1/4이 5세 미만의 어린이였지만, 2017년에는 10% 미만으로 감소했다. 70 대 이상의 연령대에서 사망률이 이 기간에 전체 사망자의 1/3에서 절반으로 증가했다. 남북한의 연령별 사망자 역시 이 기간에 큰 변화를 겪었다.

1990년 한국의 70세 이상 사망자는 약 40%였지만 2017년에는 68%로 증가했으며, 대신 그 이하 연령층의 사망률은 대폭 감소했다. 특히 15세~49세 연령층의 사망률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22%에서 7%로 감소했으며 이는 세계에서 5번째로 큰 감소 폭이다.

북한의 1990년 전체 사망자의 약 40%는 70세 이상이었다. 이 비율은 2017년 52%로 증가했다. 5세 미만의 사망자는 약 9%에서 2.8%로 감소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북한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경제난, 수해와 기아 등으로 전반적인 공중보건 위기를 겪었다. 사망자 수가 약 25만 명으로 최고조에 이르렀던 2002년 5세 미만 아동의 사망률은 무려 20%에 이르렀다. 이 공중보건의 위기는 2002년 이후 해소되었지만, 북한은 여전히 이 공중보건 위기의 후유증에서 회복하는 중이다.

남북한의 '건강한 기대 수명'과 '장애와 함께 살았던 연수'

기대 수명은 '건강한 기대 수명'과 '장애와 함께 산 해'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대부분 국가에서 이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증가했다. 건강관리와 치료법의 개선으로 사람들이 주어진 질병 부담이나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평균 연수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고소득 국가는 장애 또는 질병 부담으로 보내는 시간이 10년~11년으로 저소득국가의 7년~9년보다 높다.

한국의 기대수명은 1990년~2016년 사이 72.03세에서 81세로 증가했고 그 중 '건강한 기대 수명'과 '장애와 함께 산 연수'는 63.43세와 8.6세에서 각각 70.76세에서 10.24세로 증가했으며, 고소득국가 유형과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북한은 같은 기간 기대수명은 71.95세에서 70.85세로 줄었으며, '건강한 기대 수명'과 '장애와 함께 산 연수' 역시 63.96세와 7.99세에서 63.01세와 7.84세로 줄었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공중보건 위기와 관련이 있다. 북한의 2002년 기대수명 65.59세와 '건강한 기대 수명'과 '장애와 함께 산 연수' 56.64세, 6.95세는 이 위기의 심각성을, 그리고 2016년 기대수명과 '건강한 기대 수명'과 '장애와 함께 산 연수'의 감소는 그 후유증을 보여준다.

남북한 기대수명과 1인당 GDP: 북한 공공보건, 세계 최고 수준

일반적으로 더 높은 GDP를 가진 나라들이 더 높은 기대 수명을 갖는 경향이 있다. 고소득 국가들의 복지, 공공의료 지출 등은 기대수명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하기 때문에 소득수준과 기대수명 사이에는 높은 상관성이 있다. 그러나 소득수준이 기대수명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은 아니다. 쿠바는 1인당 GDP가 8천 불 수준이지만 기대수명은 78세다. 북한은 이 높은 상관성을 반박하는 강력한 반증의 사례다.

1913년 남북한의 기대수명과 1인당 GDP는 각각 약 25세와 약 1,200불에서 출발했다. 한국은 2018년 기대수명은 82.85세, 1인당 GDP는 37,928불로 급증했다. 하지만 북한은 기대수명은 72.09세로 상승했지만, 1인당 GDP는 1,596불로 단지 소폭의 증가만이 있었다. GDP의 증가세가 미미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수명은 대폭 상승한 것이다. 국민소득이 3,000불 미만인 31개국 가운데서 북한보다 기대수명이 높은 나라는 없으며, 5,000불 미만 44개국 중 3개국, 7,000불 미만 57개국 가운데 6개국만이 북한보다 기대수명이 1~2세 높았을 뿐이다. 이는 북한이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공공보건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음을 의미한다.

아래의 2018년 OECD 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1천 명당 의사 수는 2014년 현재 3.5명으로 호주의 3.6명(2016년 통계)에 이어 세계 2위이며(한국은 2.3명, 2016년), 1천 명당 병상 수는 OECD 1위인 일본의 13.1개(2016년 통계)보다 많은 14.3개(2010년 통계)로 세계 1위이다(한국은 12, OECD 2위). 북한이 낮은 소득수준에도 높은 기대수명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며, 북한의 사례는 소득수준이 기대수명의 결정적 요인이 아님을 증명하는 사례이다.

인구 1,000 명당 의사수. 출처: https://dx.doi.org/10.1787/888933868253
세계 1,000명당 병상 수, 출처: https://dx.doi.org/10.1787/888933868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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