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해방과 동시에 남북 각각에 미소 군정 체제가 성립하면서 분단의 기운은 싹트기 시작했다. 1948년 남북한이 각각 독자 정부를 수립하면서 분단은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1950년~1953년 한국 전쟁은 분단을 고착된 구조로 정착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남북한은 각기 자신만의 독자적 체제를 구축·발전시킨다. 같은 유전자와 언어구조, 문화를 가졌지만 근 80년간의 분단 동안 남과 북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어느 체제가 더 우위에 있는가 혹은 누가 체제경쟁에서 이겼는가 혹은 이기고 있느냐는 분단시대와 분단체제의 담론으로는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기대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이 분단의 담론은 상대를 이해하기보다는 자신을 상대에게 강요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서로를 아는 과정은 분단의 극복 아니 최소한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로 나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이 시리즌 근 80년의 분단과정에서 남과 북이 어떤 변화를 겪었는가를 비교하고자 한다. 이 비교는 이해를 위한 것이며, 남북한의 차이는 우위나 열위로 설명되기보다는 다름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여기에 제시된 남북한 비교 자료는 남북한이 유엔이나 혹은 관련 국제기구에 제공한 공식 통계에 기초한다. 이 글에서는 다른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은 한 남북을 통칭할 때는 남북한, 남북 각각을 칭할 때는 한국과 북한, 혹은 South Korea와 North Korea로, 그리고 분단 이전의 지역을 표기할 때는 남한과 북한으로 표기한다. |
남녀 간 성비의 차이
이번 글에서는 남북한의 성별 비율의 변화, 출생부터 노년의 남북한 성비 변화에 대해 살펴본다. 한 사회의 남녀 성비(gender ratio)는 생물학적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다. 성비는 안정적이지 않으며 생물학적, 사회적, 기술적, 문화적, 경제적 힘으로 형성된다. 그리고 성비 자체는 사회, 인구통계,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용어상 사회적 '젠더' 혹은 '성별'(gender)과 생물학적 '성'(sex)은 구별된다. 하지만 이 글에서 '성별 비율'(gender ratio)과 '성 비율'(sex ration)은 '성비'(sex ration)로 통일해 사용할 것이다. 성별 비율(gender ratio)은 많이 정착된 용어이긴 하지만 성 비율(sex ration)이 더 정확하며 학술 문헌에서 점점 더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2017년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비율은 49.6%였다. 세계적으로 보면 성비(sex ration), 즉 여성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다양하다. 출생 시의 '자연적' 성비는 100명 당 105명 정도이다. 인구의 성비가 서로 다르고 거의 같지 않은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여성과 남성의 사망률과 기대 수명 차이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오래 산다. 이것은 다른 조건이 같다면, 여성이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남녀의 출생 시의 성비는 같지 않다. 국가별로 그 정도가 다르지만 모든 국가에서 여성 출생자보다 남성 출생자가 더 많다. 이것은 다른 모든 조건이 같다면, 남성들이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이민은 또한 인구의 성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부 국가에서 상당한 양의 수입 남성 지배 노동력이 있고,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남성들이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요인의 크기와 균형이 전체 인구의 성비를 결정한다.
대부분 국가는 여성 비율이 49%에서 51% 사이지만,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특이치가 있는데 이는 위에서 언급한 출생 시 성비, 이민, 그리고 남녀 간 사망률과 기대수명의 차이라는 3가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첫째, 남아시아와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 특히 인도와 중국은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적다. 이들은 출생 시 성비 차이가 큰 나라들이다. 둘째, 중동 전역의 몇몇 나라에는 여성보다 남성이 훨씬 더 많다. 오만에서는 여성이 3대 1로 수적으로 우세하다. 아랍 에미리트 연합국에서는 거의 4대 1이다. 그 주된 이유는 2017년 오만 인구의 45%, 아랍 에미리트 연합국 인구의 88%가 이민 온 남성 이주자이기 때문이다. UN에 따르면 오만과 아랍 에미리트 연합국으로 이주하는 해외 이민자의 각각 16%와 25%만이 여성이었다. 셋째, 동유럽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더 많다. 동유럽의 인구는 남성과 여성 사이의 기대 수명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경우, 여성의 평균 기대 수명은 76세지만 남성은 65세에 불과했다.
남북한 전반적 성비 차이: 남남북녀
총인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한국은 1960년 49.67%, 북한은 53.7%였다. 북한의 여성 비율은 한국보다 4% 정도 높았고, 전체 인구에서도 남성보다 많았다. 이러한 경향은 계속 유지되었고, 2017년 한국의 여성 비율은 49.96%, 북한은 51.09%로 변화했다. 북한의 여성 비율은 2% 정도 감소했고, 한국은 커다란 차이가 없었다. 1960년 이후 북한은 2017년이 여성 인구 비율이 가장 낮고, 한국은 2017년 여성 인구 비율이 가장 높다. 한국은 1988년~2010년까지 여성 인구 비율이 49.8%대에 머물다가 2011년 다시 49.9%대로 진입했다. 전반적으로 남쪽은 남성, 북쪽은 여성이라는 남남북녀 현상은 분단과 함께 약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남북한 출생 시 성비
전 세계적으로 성비는 삶의 각기 다른 단계에 따라 차이가 있다. 남녀 간 성비 불균형은 경우에 따라 출생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매년 출생하는 소년 소녀의 수가 상당히 왜곡되어 있다. 우선 명확히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여아보다 남가가 더 많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반드시 남아를 선호해서 남아를 우선형의 선택적 낙태 유도 관행이 존재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선택적 낙태 관행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한 주어진 인구에서 출생은 일반적으로 남성 편향적이다. 즉 출생 시 남아를 가질 확률이 여아를 가질 확률보다 높다는 것이다.*
* 출산에서 남성 편향은 유산확률의 성별 차이 때문이라는 최근 연구 결과가 있다. 오르자크 등(Orzack et al.)은 임신 단계에서 성별 비율에 대해 이용할 수 있는 가장 큰 데이터 세트를 통해 임신에서 출생까지 성비의 궤적을 모니터링했다. 이 연구의 핵심 결과는 임신 시 남성과 여성의 성비는 같고 차이가 없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임신 기간 유산 확률은 성별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 기간 동안 여성 사망률이 남성보다 약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에 검토한 남북한 성비는 출생 시가 아닌 일반적인 남녀 성비였다. 그렇다면 출생 시 남북한 성비는 어떨까? 아래 그래프는 남북한의 출생 시 성비(sex ratio at birth)로 여성 100명당 남성 출생 수로 측정된다. 100보다 큰 값은 그해에 태어난 여아보다 남아가 더 많다는 것을 나타낸다. 가령 105라는 숫자는 100명의 여성 출생에 대해 105명의 명의 남성 출생을 표시한다.
한국과 북한의 출생 시 성비는 1962년~2017년 사이 각각 107과 105로 변화가 없었다. 북한은 출생 시 성비가 전 기간에 걸쳐 일정했지만, 한국은 1982년을 기점으로 2007년까지 남아 출생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국에 이 기간에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일까? 우선 이 기간에 무슨 일이 발생했나를 알기 위해 한세대 뒤에 발생한 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8년 한국은 세계에서 최초로 출산율이 1 미만인 0.98에 진입한 국가가 되었다. 2020년 한국의 출산율은 0.84로 OECD 국가 중 최저의 출산율을 가진 국가가 되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20~39세 여성은 1998년 824만 명에서 2018년엔 683만8873명으로 20년 동안 약 140만 명이 감소했다. 특히 출산 주요 연령층인 30대 여성의 수가 급락했다. 이는 한세대전 불균형적 출생 시 남녀성비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1980년대 초반 초음파검사로 출생 전 남녀 성별 구분이 가능한 기술이 처음 도입됐다. 남아선호'사상'이 심한 상황에서 1980년대 산아제한 완화와 성감별 기술의 도입은 여아에 대한 선택적 낙태촉진으로 이어졌다. 1987년 성감별을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감별은 공공연히 2007년까지 계속되었다. 1987년 한국 전체 성비는 114이지만 영남지역의 경우 성비는 1990년 경북(130.7), 대구(129.7), 경남(124.7)에 이를 정도로 심각했다. 1980년대 이러한 성비 불균형이 결국 30년 뒤인 2010년대 이후 극심한 저출산으로 이어진 것이다.
성 선택(Sex selection) 관행은 출산 후에 더 두드러진다. 어떤 나라에서는 한 자녀의 성이 더이상 자녀 갖기를 중지할 때 중요한 결정 요인이 된다. 자녀의 출생 순서는 산전 성 선택 (prenatal sex selection, PSS)의 가능성, 즉 성 선택적 낙태에 영향을 미친다. 이 영향은 특히 한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아래 도표는 한국의 성비가 출생 순서에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 보여준다. 1980년대를 거치면서 셋째, 넷째, 그리고 그 이후 아이들의 성비가 매우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다. 1990년대 초까지, 셋째 아이 여아 100명당 200명 이상의 남아들이 있었고, 넷째 아이 이상에서는, 그 비율이 250대 100에 가까웠다. 이것은 여성 1인당 자녀 수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던 시기에 일어났다: 1970년에 출산율은 여성 1인당 4.3명이었다; 1990년에는 1.6명으로 떨어졌다. 한국의 성비는 2008년 이후에야 자연 수준에 가깝게 떨어졌다.
남북한 5세 아동 성비
남아편향은 유년기의 첫해를 통해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유아 사망률과 아동 사망률이 여아보다 남아가 더 높다. 이것은 출생 시보다 더 적은 수의 남아들이 인생의 첫 몇 년을 살아남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것은 성비의 감소를 초래한다.
아래 그래프는 남북한 5세 아동의 성비이다. 한국과 북한은 1950년을 높고 볼 때 북한은 여아 100명에 대해 남아가 96명이고, 한국은 남아가 108명으로 차이가 크다. 이 해에 전쟁이 발발했음을 염두에 두면 이 통계는 특수한 상황의 반영으로 일반화하기 힘든 수치이다. 위의 출생 시 성비 비교가 시작된 시점인 1962년 성비 한국 107, 북한 105와 1962년 5세 아동 성비를 비교하면 한국은 108, 북한은 105로 남북한은 비교적 자연 성비에 가까워졌다. 1987년 출생 시 성비는 한국이 114, 북한이 105였지만, 같은 해 5세 성비는 한국이 107로 남아 비율이 크게 줄었고 북한은 105로 변함이 없었다.
남북한의 5세 성비는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한국의 왜곡 현상이 특히 심각했음을 알 수 있다. 아래 산점도의 세로축은 출생 시 성비, 가로축은 5세 아동의 성비를 표시한다. 북한은 일직선을 보이지만 한국은 1977년에서 2007년 사이 출생 시 성비와 5세 아동의 성비 사이에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심한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남북한 성인 성비
남북한 성인 성비를 보면 1950년 북한은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전체 연령에서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국의 경우 40대의 남성 비율이 자연 성비인 105보다 높았음을 알 수 있다. 2015년으로 보면 한국은 15세 이상 30세에서 남성의 비율이 자연 성비를 초과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1980년대의 기형적 남아 편향적 출산과 유관하다. 북한의 경우 15세~40세까지 자연 성비인 105에 약간 미치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의 경우 70세 이상 노년층으로 가면서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전통적으로 북한의 여성 비율이 상대적으로 한국에 비해 높았다는 것과 관련이 있으며, 아마도 1980년대 이후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건강보험과 의료서비스의 확산에 따른 남성수명의 연장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남북한의 성비를 통해 볼 때 남남북녀라는 말처럼 일반적인 자연 성비와 비교할 때 북한은 전통적으로 여성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한국에 비해 높았다. 이러한 역사적 특징은 분단 기간 다소 약화되었지만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문화적으로 북한은 남아선호'사상'의 잔재가 보이지 않지만, 한국의 그 잔재가 1980년대~2000년대까지 남아 성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고, 그것이 심지어 현재의 저출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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