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해방과 동시에 남북 각각에 미소 군정 체제가 성립하면서 분단의 기운은 싹트기 시작했다. 1948년 남북한이 각각 독자 정부를 수립하면서 분단은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1950년~1953년 한국 전쟁은 분단을 고착된 구조로 정착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남북한은 각기 자신만의 독자적 체제를 구축·발전시킨다. 같은 유전자와 언어구조, 문화를 가졌지만 근 80년간의 분단 동안 남과 북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어느 체제가 더 우위에 있는가 혹은 누가 체제경쟁에서 이겼는가 혹은 이기고 있느냐는 분단시대와 분단체제의 담론으로는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기대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이 분단의 담론은 상대를 이해하기보다는 자신을 상대에게 강요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서로를 아는 과정은 분단의 극복 아니 최소한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로 나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이 시리즌 근 80년의 분단과정에서 남과 북이 어떤 변화를 겪었는가를 비교하고자 한다. 이 비교는 이해를 위한 것이며, 남북한의 차이는 우위나 열위로 설명되기보다는 다름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여기에 제시된 남북한 비교 자료는 남북한이 유엔이나 혹은 관련 국제기구에 제공한 공식 통계에 기초한다. 이 글에서는 다른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은 한 남북을 통칭할 때는 남북한, 남북 각각을 칭할 때는 한국과 북한, 혹은 South Korea와 North Korea로, 그리고 분단 이전의 지역을 표기할 때는 남한과 북한으로 표기한다. |
경제성장과 남북한 비교
경제 성장은 사회가 생산하고 소비하는 경제적 재화와 서비스의 양과 질의 향상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정의만큼 경제 성장을 측정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경제성장은 가계소득 증가 또는 인플레이션이 조정된 실질 국내총생산(GDP)으로 측정되지만, 그것이 곧 경제성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마치 한 나라 인구의 기대수명이 그 인구의 건강의 척도가 될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서 건강 전체를 대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소득 측정은 국가 간 경제 불평등과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번영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에 불과하다. 그리고 GDP는 총생산의 척도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특정 기간 동안 국가나 지역에서 생산된 모든 최종 재화와 용역의 금전적 가치이다.
시간에 따른 그리고 국경을 넘는 비교는 가격, 품질 및 통화 차이로 인해 복잡하다. 남북한의 비교도 마찬가지로 단지 숫자적 차이만으로 비교하고 그 차이를 실질적인 경제성장과 발전의 차이로 이해하는 것은 위험하다. 예컨대 북한의 인구는 19세기 초에 남한 인구의 50%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분단 이후 북한 인구는 여전히 한국 인구의 50%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이는 규모상으로 남한/한국의 경제가 북한보다 전통적으로 컸음을 의미한다. 이 글에서 제시된 남북한의 GDP는 경제 성장을 측정하는 하나의 자료일 뿐이며 성장 그 자체는 아니며, 그 차이 또한 서로 다른 사회와 경제체제라는 맥락 속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해방 이전의 남북한 1인당 GDP
1820년부터 1943년까지 남북한의 경제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아래 도표는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여 2011년 국제 달러, 즉 남북한의 구매력 차이를 반영한 구매력 평가 GDP로 표시된 남북한의 1인당 GDP다. 1820년 남한의 1인당 GDP는 815달러로 북한의 752달로보다 높았다. 농업이 산업의 중심을 구성했던 조선 말기에 곡창지대가 몰려있던 남한의 1인당 GDP가 북한보다 높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이러한 추세는 1910년 일본의 한국병합 이후인 1912년 바뀌어 북한의 1인당 GDP는 1,170달러, 한국은 1,090달러가 되었다. 이러한 차이는 1930년대 특히 일본의 만주 침략 이후 더 벌어지기 시작했는데, 만주사변 이후 대륙진출을 위한 북한의 산업화가 진척되었기 때문이다. 식민지 말인 1943년에는 북한의 1인당 GDP는 2,462달러, 남한은 1,685달러로 남한의 1인당 GDP는 북한의 70%에 미치지 못했다.
남북한의 분단 이후 경제 성장, 1956년~1989년
북한은 1960년대 중반 이후 1980년대 말까지 경제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 북한이 이 기간에 얼마나 경제성장을 했는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자료가 있다 하더라도 공식 발표 자료, 국제기구 제출 자료, CIA 추정자료, 한국은행 자료 간에 차이가 커서 무엇이 정확한 것인지 특정하기 어렵다. 가장 최근 자료는 한국은행에서 발간하는 『BOK경제연구』 2020-17에 게재된 조태형과 김민정의 논문 '북한의 장기 경제성장률 추정: 1956~1989년'이다.
조태형과 김민정은 북한의 농림어업과 광업, 경공업, 중화학공업, 전기가스수도업, 건설업, 정부서비스업 등 7개 산업 각각의 성장률 추정에 기초해 전체 성장률을 추정하고 이를 남한 및 사회주의 국가의 소득 성장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1956년부터 1989년 사이의 북한의 경제성장률을 계산하였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아래 도표에서 보듯이 1956년~1960년 사이 북한의 경제는 평균 13.7%라는 고도성장을 이룩했다. 이 시기 북한의 경제성장을 이끈 것은 중화학공업과 건설업으로 1950년대 중후반 성장률이 각각 38.3%, 44.2%에 달했다. 1961년~1970년에는 4.1%, 그리고 오일쇼크로 북한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은 1970년대에는 2.9% 그리고 1980년대는 2.4%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1970년대 초 대규모 서방 차관을 통해 도입한 기계와 플랜트는 오일쇼크와 함께 채무 급증으로 이어졌다. 1980년대 북한은 저개발국가들이 경험했던 전 세계적 채무 위기를 함께 경험하며 1985년 채무에 대한 이자 상환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1960년대부터 북한의 경제는 장기 저성장을 경험하고 있으며, 정부 서비스업을 제외한 나머지 6개 산업 분야의 성장은 정체와 답보상태를 보였다.
같은 시기 한국의 GDP 성장률은 1960년대 이전 4% 미만에서, 1960년대(1961~1970) 8.4%로 상승했다. 이 시기 한국경제는 수입대체형에서 수출지향형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다. 재벌부양과 중화학공업화가 본격화된 1970년대(1971~1980) 9.0%의 성장을 달성했다. 한국은 북한과 달리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과 함께 오일쇼크를 중동 건설 붐을 통해 모자라는 달러를 수급할 수 있었다. 저달러·저금리·저유가의 3저 호황으로 1980년대(1981~1990) 9.7%의 평균 성장률을 기록했다. 1960년대부터 한국의 성장률은 북한을 상회하기 시작했으며, 1970년대 이후 북한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남북한의 경제 규모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남북한 경제성장, 1990년대 이후
1990년대는 남북한에 있어서 모두 커다란 경제적 위기와 변화가 있었던 시기이다. 한국은 1997녀~1998년 금융위기로 초유의 경제적 재난을 맞이했으며, 북한은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1990년대 사회주의권의 붕괴 그리고 1990년대 중반의 대홍수와 기아로 정치, 경제, 사회적 재난에 직면하였다.
아래 도표는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여 2011년 국제 달러, 즉 남북한의 구매력 차이를 반영한 구매력 평가 GDP로 표시된 남북한의 1인당 GDP다. 북한은 1990년 1인당 GDP가 2,456달러에서 1993년 1,996달러로 떨어졌으며, 대홍수와 기아가 심각해진 1990년대 중반 이후 1,580달러까지 감소했다. 이후 조금씩 증가하던 1인당 GDP는 2018년 국제제재가 본격화되기 시작하면서 다시 1,598달러까지 감소했다.
한국은 1990년 1인당 GDP가 13,874달러에서 증가하기 시작했으나, 1998년 금융위기 여파로 19,625달러로 주춤했으며, 이후 지속해서 상승해 37,928달러에 이르렀다. 규모상으로만 보면 한국의 1인당 GDP는 북한의 약 23배이다.
남북한 최근 전체 경제 규모는 한국은행의 자료에 기초한 통계청의 통계를 2010년부터 볼 수 있다. 2010년 북한의 명목 GDP는 약 29조 원이었으며, 2019년에는 35조 원 규모로 증가했다. 한국의 2010년 1,322조 원에서 2019년 1,924조 원으로 증가했다. 한국의 전체 GDP 규모는 2019년 현재 약 54배이다. 이는 실질 구매력을 반영한 위의 남북한 1인당 GDP가 약 23배인 것과 비교하면 커다란 차이가 나는 수치임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GDP는 경제성장 그 자체가 아니다. 심지어 경제성장이라는 말 자체 단선적이기 때문에 요새는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처럼 한 사회의 경제를 보다 질적으로 측정하기 위한 자료들이 등장하고 있다. 남북한 GDP 비교는 단순한 양적 비교일 뿐이며, 고용과 복지, 산업별 구성, 그리고 인구학적, 식생활적, 환경적, 보건적 측면 등의 다양한 지표들을 통합적으로 고려할 때 남북한의 경제성장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 물론 그런 경우라도 그것을 비교하는 것은 별도의 또 다른 노력을 수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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