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터키
한국 여자 배구가 터키 팀에 승리한 이후 화재로 불타고 있는 자신의 조국에 승리 소식을 알리고 싶었던 터키 선수들은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한국 여자 배구 팬들은 터키 선수들을 위로하고 그들이 조국에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주기 위해 묘목을 위한 모금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터키의 산불이 한국까지 알려지게 된 것은 물론 여자 배구 경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구 8,500만 명의 터키에 소방 항공기가 한 대도 없었다는 점, 즉 중앙정부의 무방비와 무력함 속에서 산불로 피해를 입고 있는 지역의 시장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불타는 터키는 기후 변화의 산물이자 동시에 터키 중앙정부의 실패로 인해 더 심각해지고 있다.
수십 년 만에 최악의 폭염으로 남유럽 전역이 극단적 날씨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 극단적 폭염은 터키를 일종의 불에 타기 좋은 연료로 전환시켰다. 터키의 산림청은 불과 6일 만에 수십 개의 마을과 도시에서 130개 이상의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8월 4일 현재, 8명이 사망했으며 무글라(Mugla) 주에서만 1만 명 이상이 대피했다. 현지 시각으로 월요일, 폭염으로 전력 소비가 사상 최대 증가하면서 앙카라, 이스탄불 등 주요 도시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정부는 8월 초 대부분의 화재가 진압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8월 5일에 이 지역의 일부는 여전히 불타고 있으며 에게해 연안 밀라스에서 화력발전소로 불길이 번졌다.
유럽연합(EU)의 코페르니쿠스 대기감시서비스(Copernicus Atmosphere Monitoring Service, CAMS)는 발화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높은 온도만으로 산불이 발생하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고온 건조한 기후로 인해 추가 화재의 위험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CAM은 위성 및 지상 관측 성명을 통해 산불을 감시하고 있으며 터키와 남부 이탈리아에서 산불의 배출량과 강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터키에서는 화재 강도의 주요 지표로 나무 및 기타 물질을 태울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측정하는 "화재 복사력"(fire radiative power)이 2003년 데이터 기록이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일일 값에 도달했다.
기후변화와 터키 산불
냄비의 뚜껑과 같이 작용하여 높은 압력을 형성하는 '열 돔'은 기록적인 기온 상승의 주범이다. 뜨거운 공기 덩어리가 이 뚜껑 아래에 갇혀 무더운 온도를 유발한다. 이러한 현상은 지중해와 같은 온대 지역에서 비교적 흔하지만, 평상시 이러한 현상이 없던 지역에서 점점 더 심해지고 규칙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미국 해양 대기청(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NOAA)의 과학자들에 따르면 주요 원인은 지난겨울 바다 온도의 급격한 변화였다. 지중해는 수심이 얕고 형태상 반쯤 밀폐되어 있기 때문에 세계 어느 바다보다 빨리 따뜻해졌다. 지중해는 전 세계적으로 10년마다 0.2도 상승에 비해 최고 0.4도씩 상승했다. 이 지역은 기후 위기의 영향의 핫스폿이 되었다.
터키는 기후 변화와 더불어 수십 년간 지속된 환경 파괴의 영향을 받고 있다. 올여름 초 마르마라 해 남쪽에 속된 말로 "바다 콧물"로 불리는 두꺼운 해양 점액층이 퍼져나갔으며 이는 기온 상승, 건설 광풍, 산업 붕괴의 결과였다. 극심한 가뭄과 농사를 위한 물의 전환은 아마도 아나톨리아의 한 염수호에서 수천 마리의 새끼 홍학이 죽은 원인일 것이다. 매년 해안가를 따라 늘어선 숲은 내륙으로 점점 퇴락하고, 휴양지와 호텔이 줄지어 들어서고 있다. 에르도안 총리의 각료들은 개발업자들이 올여름 화재로 불타버린 지역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설령 그들이 약속을 지킨다고 해도, 이번 화재는 기후 변화를 막기가 얼마나 어려워졌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유럽 산불 정보 시스템(European Forest Fire Information System)에 따르면 올해 터키에서 거의 160,000헥타르의 삼림이 불탔으며 이는 2008년에서 2020년 사이 평균의 4배이다.
준비되지 않은 터키 정부
기후 변화와 별도로 이번 터키 산불을 악화시킨 것은 에도르안 정부가 정부가 산불에 전혀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민들과 소방관들이 영웅적으로 불길에 맞서 싸웠지만 정부는 무능해 보였다.
에도르안 정부는 지속적으로 군사력을 과시하고 지역 강대국을 과시하는데 국가적 자원의 상당 부분을 투여하는 동안 기후 변화에 대한 투자에 태만했다. 오랫동안 외국의 군사 모험과 대규모 기반 시설 프로젝트에 자원을 잘못 사용했던 에도르안 정부는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장비를 제공하는데 실패했다.
야당 정치인들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보유한 항공기가 13대라고 지적했다. 대중과 야당의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에르도안은 터키가 제대로 작동하는 소방 비행기가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실제로 인구 8,500만의 터키에는 운용 중인 소방 비행기가 단 한 대도 없었다. 터키 정부는 화재진압을 위해 물을 투하하는 소방용 항공기를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이란 및 우크라이나에서 지원받았다.
중앙정부의 무력함을 목격하고 더 이상 주저앉아 있을 수 없었던 산불 피해 지역 시장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도움을 요청했다. 트위터에서 #HelpTurkey가 유행하는 주제가 되자 정부 관리들은 터키를 약하게 만들려는 전 세계적인 음모에 대해 불평했다. 대통령 에르도안의 대변인 파레틴 알툰(Fahrettin Altun)은 “우리 터키는 강하다. 우리 국가는 당당하다.”라는 트윗을 올렸다. 터키 방송 당국은 방송국에 산불을 보도하지 말 것을 지시하고, 화재에 대한 보도를 통해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환경단체 플랫폼 A(Platform A)의 대표인 헤디예 군디즈(Hediye Gundiz)는 터키 정부는 지구온난화가 터키에서 더 많은 화재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를 15년 전에 받았으나 아무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로 인해 터키의 산불 위험은 점점 높아지지만 터키는 아직 파리 기후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더욱이 터키의 최고 교역 상대가 유럽연합과 상대하기 위해서라도 터기는 유럽의 그린 딜에 맞게 국내법을 제정하고 수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초록과 파랑의 물결이 넘실대는 지중해 바다와 그 바다를 에워싼 고대의 숲을 더 이상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환경과 에너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스 산불: 화염에 휩싸인 아테네, 그리스를 강타한 종말론적 광경 (0) | 2021.08.08 |
---|---|
메가화재(megafire)에서 기가화재(gigafire)로 진화 중인 미국 딕시 화재(Dixie Fire) (0) | 2021.08.08 |
전 세계 과학자들, 기후 비상사태 선언: 임박한 기후 티핑 포인트(탄소배출, 해양 산성화, 아마존 등 악화되는 지구의 바이탈 사인들[vital signs]) (0) | 2021.07.29 |
기후 변화와 미국의 산불, 세계 기후 재난과의 관련성 그리고 기후 변화를 부인하는 정치 (0) | 2021.07.26 |
기후변화: 북미 북서부를 화염으로 휩쓰는 산불과 대륙을 건너 뉴욕의 하늘과 태양을 붉게 물들인 연기 (0) | 2021.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