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화재(megafire)에서 기가화재(gigafire)로 진화 중인 미국 딕시 화재(Dixie Fire)

딕시 화재(Dixie Fire), 하루 만에 캘리포니아  6번째에서 3번째로 큰 화재로 확대

캘리포니아를 포함해 미국 서부 전역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산불들로 인해 불타고 있다. 알래스카, 오리건, 아이다호, 워싱턴, 몬타나, 와이오밍에서 목요일 11건의 새로운 산불이 발생하면서 미국 전역에서 100건 이상의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딕시 화재(Dixie Fire) 피해지역은 8월 5일 저녁 약 35만 에이커에서 24시간 만에 9만 7,000 에이커를 더 불태우며 폭발적으로 확대되었다. 덥고 건조하며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로 인해 화재는 더 크게 확대됐다. 산불은 금요일까지 35%만 진압되어 소방관 통제선 쪽으로 더 번졌다. 딕시 화재(Dixie Fire)는 8월 6일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산불 중 사상 세 번째로 큰 산불로 기록됐다. 8월 5일까지 딕시 화재는 6번째에 불과했다.

딕시 화재로 불탄 그린빌(Greenville) 마을 도서관. 사진 출처: New York Times by Josh Edelson/Agence France-Presse — Getty Images

뉴욕타임스 산불 추적기(NYT)에 따르면 이번 주 캘리포니아 북부 그린빌 마을을 태운 이번 산불은 올해 미국에서 가장 큰 화재로 기록됐으며 8월 6일 오전까지 43만 2,813 에이커를 태웠다. 이번 화재로 인해 최소 91개의 구조물이 파괴되었으며, 현재 35%의 화재진압 수준에 머물러서 앞으로 더 확대되어 곧 Mendocino Complex 화재 규모를 넘어서 캘리포니아 역사상 2번째로 큰 화재로 기록될 전망이다. 7월 중순 10만 헥타르 이상을 불태움으로써 올해 두 번째로 메가 파이어(megafire)가 된 딕시 화재는 자칫 작년에 1백만 헥타를 태워 기가 파이어(gigafire)가 된 캘리포니아 최대 산불 August Complex fire 규모로 커질 우려도 충분히 존재한다.

오리건주 부트레그(Bootleg Fire) 화재는 올해 발생한 산불 중 41만 3,765 에이커로 전국에서 가장 큰 산불이었다. 그 화재는 87%가 진압되었다.

미국 화재의 명명법(nomenclature)과 딕시 화재의 규모

딕시 화재는 그 명칭에서 화재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세계 기상기구(WTO)가 사전에 선정한 목록에서 인명명을 부여한 허리케인과 달리 미국 산불은 미리 정해진 목록에서 이름이 정해지지 않는다. 캘리포니아 산림 소방국(California Department of Forestry and Fire Protection)에 따르면 화재의 명칭은 산불은 훨씬 직관적인 방식으로 공무원들에 의해 지어지는데, "지리적인 위치, 지역 랜드마크, 거리, 호수, 산, 봉우리 등에 근거해 화재명을 지정한다"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경우 산불진압을 위해 초기 소방 자원을 제공하는 파견 센터가 이름을 붙이지만 때로는 현장에 있는 첫 번째 소방 요원에게 맡겨지기도 한다.

화재의 명칭을 붙이는 이유는 소방관들에게 화재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고, 소방관들이 화재의 이름을 기준으로 사건을 추적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도움을 준다. 즉, 화재 명칭은 소방관들이 가장 쉽게 화재를 발견하고 인근 주민들이 화재 경로를 지속적으로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중심으로 붙여진다. 2007년 샌디에이고에서 발생한 엄청난 화재를 확인한 트위터 해시태그 #sandiegofire는 사람들이 도로 폐쇄와 대피에 대한 정보를 정리하는 데 사용했기 때문에 유용한 것으로 증명되었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최근 몬태나 주의 South Yaak 화재는 Yaak 계곡 이름, 캘리포니아 주의 Tamarack 화재는 마을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Dixie 화재는 주변의 딕시 로드에서 따온 것이다. 하지만 화재가 정확히 Dixie Road 근처에서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딕시 화재라 불리는 이유는 그나마 Dixie Road가 화재 주변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었으며, 이는 동시에 딕시 화재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접근 불가능한 화재였는지를 보여준다. 딕시 화재의 주변에는 플라이 화재(Fly Fire)가 발생했지만 7월 25일을 전후로 두 화재는 합쳐졌고, 더 큰 규모의 딕시 화재가 플라이 화재를 집어삼켰다.

2021년 8월 6일 오후 2시 44분 현재 딕시 화재 상황. 출처: New York Times

기후 변화와 딕시 화재

위의 도표에서 보듯이 캘리포니아에서 산불에 대한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큰 산불 중 6개가 지난 1년 동안 발생했다. 주 화재 통계에 따르면 연초 이후 6,000건 이상의 화재로 1,260 제곱마일 이상이 파괴되었으며, 이는 2020년 같은 기간 동안 손실이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과학자들은 서부의 큰 수풀이 말라 없어지고 타버리기 때문에, 기후 변화가 초기 화재 시즌, 치명적인 폭염, 그리고 물 부족에 점점 더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6월 말과 7월 초 태평양 북서부를 강타한 기록적인 고온은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이 치명적인 폭염을 연구한 연구팀이 밝혔다. 열, 가뭄, 화재가 연관되어 있으며, 1900년 이후 인간이 배출한 열 가스의 기준 온도가 평균 화씨 2도 가까이 상승했기 때문에, 서부를 포함한 폭염이 점점 더 뜨겁고 빈번해지고 있다.

NBC 뉴스에 따르면 서부의 94%가 건조하며, 63.5%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것이 산불의 확산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출처: NBC News

기후 변화는 산림의 유기물(산불을 태우고 확산시키는 물질)의 건조를 촉진하고 미국 서부에서 1984년과 2015년 사이에 대형 화재 건수를 두 배로 늘렸다. 연구에 따르면 기후의 변화는 더 따뜻하고 건조한 환경을 만든다고 한다. 가뭄의 증가와 긴 화재 시즌이 산불 위험의 증가를 증가시키고 있다. 미국 서부의 대부분 지역에서 연평균 1℃의 기온 상승이 일부 산림에서 매년 중위 연소 면적(median burned area)을 600%까지 증가시킬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2021년 여름은 기록상 가장 더운 계절로 보인다. 지난달은 적어도 1890년대 이래 가장 더운 6월이었다. 포틀랜드가 116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가 121도에 달했다. 기후 연구자들은 이러한 수준의 폭염은 "기후 변화가 없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아래 그래프는 미국 전역의 1970년~2020년 사이 여름 기온 변화를 보여준다. 메인주의 포틀랜드의 2020년 온도는 1970년 보스턴 온도, 보스턴의 2020년 온도는 1970년 뉴욕 온도, 뉴욕의 2020년 온도는 1970년 필라델피아 온도와 비슷해졌다. 서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가들은 딕시 화재의 극적인 확산이 부분적으로는 온난화 기후로 인해 발생하는 심각한 가뭄 조건으로 인해 빠르게 확산되는 화재 추세와 일치한다고 말한다.

컬럼비아 대학과 NASA의 고다드 우주 연구 연구소(Goddard Institute for Space Studies)의 로버트 필드(Robert Field) 연구원에 따르면 "화재 건수는 늘지 않았지만 1980년대 이후 캘리포니아에서 불타버린 지역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화재 시즌도 최근 몇 년 일찍 시작되었다. 딕시 화재는 주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격렬한 화재가 발생하기 약 2주 전인 7월 13일에 발화했다.

필드 박사는 "지형에 연소물질이 훨씬 더 많고 기후 변화로 인해 가연성이 더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소방 전문가들은 상태가 호전될 것이라는 징후가 별로 없다고 보고 있다. 화재현장의 날씨는 토요일 기온이 화씨 90도를 상회하는 가운데 습도가 더 높고 바람이 더 잔잔할 것으로 예상됐다. 딕시 화제가 메가 화재에서 기가 화재로 가는 길은 현재로서는 그리 멀어 보이지 않는다. 딕시 화재가 아니라도 불타는 서부 곳곳의 화염은 기후 변화가 만든 가뭄과 폭염으로 좀처럼 쉽게 진정될 전망이 없다. 대자연의 비가 간절한 시점이지만 기후 변화는 그 비마저 서부에서 추방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