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사

그 많던 농민들은 어디로 갔을까?: 사라지는 세계의 농민들

Zigzag 2021. 3. 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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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부족과 영양 과잉의 이중 영양문제와 8억명의 기아 인구

인류는 오래전부터 영양부족과 영양 과잉이라는 이중의 영양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 이중영양 문제는 막대한 식량 손실과 음식물 쓰레기라는 비효율성을 통해 분명히 드러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전 세계적으로 식량 손실이나 낭비가 전체 생산 식량의 30~5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량 손실은 주로 수확 후에 발생하며, 개발도상국에서는 더 자주 문제가 된다. 한편, 음식물 쓰레기는 매년 약 2억 2천만 톤의 식량이 낭비되는 것으로 추산되며, 부유한 국가들의 주된 문제이다.

이 식량 손실과 음식물 쓰레기 다른 편에는 세계적으로 기아에 시달리는 약 8억 명의 인구가 있다. 2019년 유엔의 >식량안보와 영양 상태> 보고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17.2%인 13억 명이 '영양과 충분한 식량'에 대한 정기적인 접근이 제한되어 있다. 선진국에 편중된 고기 소비는 세계적인 기아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 쇠고기 1kg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6~20kg의 곡물이 필요하며, 전 세계 곡물의 3분의 1은 가축 사료로 쓰인다.

세계 기아 지도, 출처: 셰계식량계획

노쇄한 농민과 줄어드는 농업 인구

영양 문제든 식량문제든 이 문제들의 해결은 농업의 변화와 무관할 수 없다. 그러나 농업의 개혁은 심각한 내무 문제에 직면해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농업 분야 종사자는 1991년 44%에서 2020년 26%로 하락했다. 농업인구의 하락은 농업기술의 진보와 관련되어 있으며, 더 중요하게는 농업에 대한 관심이 급속하게 줄어드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의 2014년 보고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 일반 인구의 평균연령은 24세 이하지만, 농업종사자 평균연령은 약 60세이다. 사정은 소위 선진국에서도 다르지 않아 미국 농업종사자들의 평균연령 또한 60세 전후다. 한국의 농촌 고령화도 심각해 2019년 농림어업조사에 따르면 한국 농가 경영주 평균연령은 68.2세다.

1991~2020년 사이 전체 산업 종사자 중 농업종사자 변화 추이, 출처: Our World in Data

농업의 이미지: 저임금과 온실가스 주범

농업노동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미숙련자에 대한 저임금 직종이란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실제로 대부분 국가에서 농업노동은 비숙련 노동으로, 농업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울러 농업의 녹색 이미지는 농업의 환경 파괴적 영향으로 거의 사라졌다. 음식물쓰레기에서 배출되는 매립 가스를 포함해 전체 식량 체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6%를 차지한다. 또한 전 세계 대양과 민물의 부영양화의 78%가 농업에 의해 야기된다.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가 높은 적색 리스트에 오른 2만8천 종의 생물 중 중 2만4천 종이 농업과 양식업에 의해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농업의 자원 고갈 또한 심각하다. 현재 전체 농업-식량 시스템은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소위 선진국에서 주로 소비되는 쇠고기 1kg 생산을 위해서는 77컵분의 물이 필요하며, 와인 한 병을 만들기 위해서는 빈민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2주분의 물이 소모된다. 전 세계 담수 추출의 70%가 농업에 투여된다. 이런 막대한 자원을 사용하고도 구근 작물과 과일 및 야채의 40% 이상, 유지(oilseeds)작물의 20%, 그리고 물고기의 35%는 배고픈 사람들의 입에 절대로 닿지 않는다고 FAO는 보고했다. 생산국에서는 가격 유지를 위해 생산물의 1/3이 폐기되며, 소위 선진국에서는 식료품의 1/3이 폐기된다.

농업에 대한 진입장벽

농민의 고령화와 감소는 농업에 대한 이미지 문제 외에도 사람들의 농업참여를 막는 여러 진입장벽에 의해 촉진된다. 첫째, 농사를 짓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치솟는 토지 가격은 종종 땅에 접근하는 데 극복할 수 없는 장벽이다. 높은 토지가격은 혁신적인 농업 아이디어가 있지만, 자본이 부족한 청년들의 농업참여를 가로막는다. 둘째, 법과 관습은 종종 세계의 많은 농사를 짓는 이민자들의 농업 참여 장벽이 되곤 한다. 미국과 같은 국가에서 이민자들의 농업참여는 농업인구 고령화를 둔화시킬 수 있지만, 미국 농장들 가운데 히스패닉계의 소유 비율은 고작 4%에 불과하다. 셋째, 전 세계 땅으로의 접근에는 엄청난 성별의 차이가 있습니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여성 농민이 남성과 동일한 농업자원을 이용할 수 있다면 1억 5천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굶주림과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전 세계 토지소유자의 15% 미만이 여성이어서 그들의 대부분은 어떤 작물을 재배할 것인지, 토지를 사들일 것인지, 팔 것인지를 결정으로부터 배제되고 있다. 이러한 요인 외에도 깨끗한 물, 인터넷, 교육, 건강과 같은 생활 수준의 부재는 청년들을 도시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세계 여성 토지 소유자 비율, 출처: FAO Gender and Land Rights Database

농업을 젊게, 그리고 농업에 대한 유인력을 높이기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농업 밀 토지기반 훈련협회(Agriculture and Land-Based Training Association, Alba)는 농업노동자들에게 유기농 코스를 제공하고, 코스를 수료한 이들에게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에서 수료생들은 4년간 자신들이 배운 유기농법 기술과 마케팅 기술을 활용해 0.5~5에이커 정도의 지원 받은 땅에 활용한다. 참여자의 약 80%는 라틴계인 이 프로그램은 농업노동자를 농민으로 바꾸는 코스기도 하다. 또한, 최근에는 공정무역 운동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케냐의 Growing Women in Coffee 프로젝트는 여성들에게 최소 50그루 이상의 커피나무를 할당해 재배하고, 그것에서 나오는 수익을 여성의 계좌로 입금함으로써 여성의 농업에서의 독립성을 높이는 프로젝트들이 진행 중이다. 그리고 센서와 드론, 로봇 등을 이용하는 최신 농업기술들이 젊은 층을 농업으로 유인하고 있다. 수확 시기를 센서로 예측하고, 로봇을 이용해 수확하는 방식들이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들은 환경문제를 개선할 뿐만 아니라, 식량 공급도 개선한다. 최근 다양한 스타트업 기업들은 팔리지 않는 농산물들을 다양한 사회단체, 자선단체에 제공하여 식량의 낭비를 막는다. 농민을 젊게 하고 늘리는 것은 단지 농업의 활성화뿐만 아니라 영양 과소와 영양 과다, 식량 손실과 음식물 쓰레기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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