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사

메르켈의 유력한 후임으로 부상하는 숄츠 독일 사민당 총리 후보, 메르켈 2.0을 노리다

Zigzag 2021. 9. 1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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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의 후임을 둘러싼 3파전

메르켈은 2010년 한 인터뷰에서 "언젠가는 정치에서 은퇴할 적절한 시점을 찾고 싶다. 나는 반쯤 망가진 난파선이 되고 싶지는 않다."라고 밝혔다. 그는 2017년 총선을 앞두고 물러나려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그리고 버락 오바마의 퇴진으로 마음을 바꾸어 먹었다. 미국 대선은 메르켈에게 걱정을 안겨주었고, 자신마저 떠나면 국제관계가 더욱 혼돈으로 빠지고 권력의 공백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 것이었다. 그러나 2021년 총선을 앞두고 그는 다시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메르켈의 불출마는 그의 공백을 메꿀 새로운 주자들의 각축을 의미했다.

현재 유력한 총리 후보는 메르켈의 정당인 기독교민주연합(Christlich Demokratische Union, CDU) 후보이자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총리인 아르민 라셰트(Armin Laschet), CDU와 대연정을 구성한 사회민주당(SPD)의 후보이자 메르켈 내각에서 부총리와 재무장관에 재임 중인 올라프 숄츠(Olaf Scholz), 그리고 독일 녹색당(Bündnis 90/Die Grünen)의* 후보이자 독일 연방의회 의원인 아날레나 베어보크(Annalena Baerbock) 등 3명이 경합 중이다.

* 통일과 함께 기존 동독의 개혁세력 '동맹 90'과 서독의 녹색당이 합당해 정식 명칭은 '동맹 90/녹색당'이다.

지난 1년간 여론 추이를 보면 메르켈의 CDU/CSU(기민련/기사련, 보통 '유니온'으로 불림)은 지지율이 약 15% 감소했으며, 4개월 전에 25%로 창당 이후 최초로 여론조사 1위를 차지했던 녹색당은 9% 감소했다. 반면 독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전통의 사민당은 지난 1년 거의 20% 미만으로 전후 최약의 지지율을 경험하다 불과 1달 전부터 20%대로 진입했으며, 지금 25%로 전체 정당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SPD(사민당), CDU/CSU(기민연/기사련), Greens(녹색당), AfD(독일을 위한 대안), FDP(자민당), Left(좌파당), FW(자유 유권자). 출처: POLITICO

각 후보별 지지율에서 라셰트는 2021년 9월 2일 현재 16%, 베어보크는 12%, 숄츠는 43%로 압도적이다. 숄츠의 지지율은 자신의 사민당 지지율보다 거의 20%나 높아 개인적인 인기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한없이 가벼운 미소와 표절:  기민련과 녹색당의 동반 추락

라세트는 기민연/기사련의 총리 후보로 선출되었지만 그가 총리로 있는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의 코로나 19 기록은 독일 전체에서 아주 나쁜 주 중의 하나로 대중적인 인기나 카리스마가 부족하다. 그런 그에게 치명타는 그의 한없이 가벼운 웃음이었다. 지난 7월 17일 독일 대통령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Frank-Walter Steinmeier)가 독일 전후 최대의 홍수 피해로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에르프슈타드(Erfstadt)에서 침울한 연설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뒤에 서있던 라셰트가 대통령 연설 도중 파안대소를 날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어 독일 전역에 방송으로 나갔다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는 온통 해시태그 #Laschetlacht(라셰트의 웃음)으로 도배가 되었다. 녹색당의 높은 지지율을 꺾고 다시 여론 1위를 차지한 기민련/기사련은 라셰트의 웃음 사건 이후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슈타인마이어의 수해지역 연설 도중 뒤에서 웃는 모습이 포착된 라셰트. 사진 출처: DW

베어보크는 지난 4월 당내 총리 후보로 선출되면서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하지만 6월부터 그의 마샬 재단(Marshall Fund)과 유엔난민기구(UNHCR) 회원 경력이 실은 후원금을 몇 번 낸 후원자였음이 밝혀지면서 그는 경력 부풀리기로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곧 그가 출판한 책이 표절 시비에 휘말리고, 박사 학위 논문 지원금을 받고 논문을 쓰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지율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베어보크는 경력부풀리기와 표절 등의 문제로 지지율에 큰 타격을 입었다. 사진 출처: Clemens Bilan/Pool

메르켈의 공백에 의해 결정된 선거

여론 조사에 따르면 독일인의 66%가 메르켈의 일에 만족한다고 말했고, 57%는 그들의 경제 상황이 좋거나 매우 좋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정치인들을 +5에서 -5로 평가해 달라고 했을 때, 그는 +2.3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만약 그녀가 출마한다면 기민련과 기민련의 자매정당(CDU/CSU로 통칭)을 승리로 이끌 것임을 시사하는 모든 징후가 있다. 그럼에도 메르켈은 불출마를 결정했고, 따라서 9월 26일로 예정된 독일 연방의회 선거는 그의 자발적인 사임에 의해 정의될 수밖에 없다. 즉, 독일인들은 그가 한 번 더 총리를 맡기를 원하는 바람이 강하지만 그 바람은 다른 이들에 의해 채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누가 그 그 바람의 공백을 채울 것인가가 관건이다.

라셰트는 메르켈과 마찬가지로 당 내 온건파이다. 그러나 메르켈과 달리 그는 소위 메르켈 유권자, 특히 이민자 배경 및 나이 든 중도 성향의 여성유권자가 사민당이나 녹색당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막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재해지역에서 그의 가벼운 웃음은 그는 물론 당의 지지율도 함께 잠식했다.

녹색당의 베어보크는 초기에는 메르켈의 공백을 채우고 메르켈 2.0을 만들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6월 전까지 지난 1년 간 녹색당은 몇 년 동안 상승세를 타고 있었고, 메르켈의 유산으로서의 독일의 시대정신, 조심스럽게 진보적인 자기 이미지를 가진 폭넓은 부르주아 국가라는 시대정신에 적합한 정당처럼 보였다.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한 극단적 기상이변은 녹색당을 이상적인 정당으로 부상시켰다. 베어보크와 녹색당은 자신들의 지지층을 확대하기 위해 메르켈 지지층 중 온건층에 공세적으로 다가가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독일 민족주의적인 것, 민속적인 것에 거리를 두었던 녹색당은 보수적인 기민련 스타일의 오래된 민요를 개사해 "지금 우리나라 보더 더 아름다운 나라는 없다"는 가사를 담은 광고를 내보냈다. 그러나 이 광고는 녹색당의 진보적 전통과 어긋난다는 점에서 전통 지지층의 반발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지금 독일의 최대 관심사 중의 하나인 대홍수에 대한 언급이 없어 현실과 동떨어진 광고라는 비난을 받았다.

 

독일 녹색당, 최근 홍수에 대한 언급도 없는 19세기 민요 개사 캠페인 송으로 비난에 직면

* 독일 정당에서 제4당이었던 녹색당은 최근 기후 변화와 함께 급격히 인기가 올라갔다. 최근 여론 조사에는 독일 사회민주당과 원내 제2 정당을 놓고 경합할 정도로 지지율이 상승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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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셰트와 베어보크가 헛발질을 하며 자신들의 지지율에 자해를 하는 동안 올라프 숄츠는 차분하게 지지율을 쌓고 있다. 메르켈과 마찬가지로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 메크켈의 공백을 채우면서도 메르켈 2.0에 가장 적합한 후보로 부상 중이다. 그는 사민당 사무총장, 원내 총무, 노동부 장관, 함부르크 시장 그리고 현재 메르켈 내각의 부총리 겸 재무장관으로 재임하며, 지난 20년간 국가와 의회의 주요 요직을 두루 경험했다. 또한 메르켈과 마찬가지로 그는 중도주의적이고 실용적이며 허풍이 없고, 이데올로기적 편향도 적다.

숄츠의 개인적 인기는 오랫동안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던 사민당에게도 상당한 동력을 제공했다. 사진 출처: DW

숄츠, 메르켈 2.0을 찾아서

숄츠는 메르켈 총리 기민련의 하위 후배 파트너로서 공동 통치를 하면서 오랫동안 그의 당의 주요 책임이었던 것을 자신의 주요 자산으로 전환했다. 그는 총리는 아니지만 다음 총선에서 현직 총리가 부재한 상황에서 실질적인 현직 총리처럼 자신을 스타일화 했다. 그는 사민당의 광고에서도 총리 관저 앞을 걸으면서 자신을 메르켈의 동반자이자 계승자로 그렸다.

총선 광고에서 수상 관저 앞을 걷는 숄츠. 출처: 독일 사민당 유튜브 광고

저명한 정치 분석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크리스티안 호프만(Christiane Hoffmann)은 "독일인들은 변화에 매우 우호적인 사람들이 아니며, 앙겔라 메르켈의 퇴진은 기본적으로 그들에게 충분한 변화입니다, "라고 말했다. "그들은 정권 이양이 가능한 한 쉽다고 약속하는 후보를 신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숄츠는 노골적으로 메르켈과의 비교 혹은 유사성을 캠페인에 사용하고 있다. 메르켈을 엄마와 같은 이미지로 본인을 아빠와 같은 이미지로 포장하고 있다. 그는 독일 역사상 최초의 총리 후보 3자 토론(기존에는 2자 토론만 있었음)에서 라셰트와 베어보크가 링 위에서 싸우는 동안 자신을 그들을 중재하는 상냥한 중재자로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자신을 경험 있고 친숙하며 합리적인 중간 지점인 것처럼 포즈를 취했으며 발언 도중 "나와 총리의 바람은..."이라고 말하면서 메르켈과 자신을 같은 편에 두었으며, 메르켈과 같은 당의 라셰트를 메르켈의 계승자가 아닌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라셰트는 숄츠가 나토에 참여를 거부하는 기존 동독지역에서 강력한 기반을 가진 좌파당과 연정을 할 것이라고 공격함으로써 숄츠의 지지율을 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한때 사민당의 청년 조직 유조스(Jusos)의 과격분자였던 숄츠에게는 어울릴 이 비판은 지금의 실용적인 정치인 숄츠에게는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 그는 마지막 사민당 정부였던 쉬뢰더 정부에서 노동 자유화를 밀어붙인 당사자이기도 하지만, 최저임금제와 출생부터 취학 연령까지 무상 보육의 도입, 그리고 주택 건설을 가속화하기 위한 개발자, 주택 협회 및 지역 당국과의 협상 등 사민주의적 경향 아래서 유연한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선거일까지 남은 약 3주 동안 많은 변수들이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메르켈 2.0은 숄츠의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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