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않은 나치 전범 재판: 96세 전 나치 강제수용소 비서, 재판 전 도주하다 체포

* 전범의 대부분이 90대 중반에서 100세 이상이지만 나치 전범 재판은 아직 계속되고 있다. 이미 두 달 전에도 나치 강제수용소 가드로 100세의 노인이 독일 검찰에 의해 기소되었다. 특히 10년 전부터 독일 검찰은 특정인에 대한 범죄 혐의나 인종적 동기가 뚜렷해야 전범으로 기소하던 기존 정책에서 벗어나 나치 강제수용소와 같은 시설에 복무했던 경력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도록 정책을 바꾸었다. 이 기소 정책 변화 이후 전범에 대한 기소가 증가하고 있다. 물론 피고의 대부분이 90대 이상이라 감옥에 수감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이러한 정책은 전범재판의 공소시효를 부인하는 상징적 의미가 충분하다. 이 글은 가디언의 9월 30일 자 기사 Ex-Nazi concentration camp secretary, 96, caught after fleeing before trial 번역으로,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강제수용소 수인 1만 여명의 살인 방조와 교사 혐으로 재판 대기 중이던 당시 강제수용소 소장 비서로 근무했던 올해 96세 여성의 재판과 도주를 다루고 있다.

96세 전 나치 강제수용소 비서, 재판 전 도주하다 체포

수천 명의 살인 방조 혐의로 기소된 이름가르트 푸르히너(Irmgard Furchner)는 도주 후 몇 시간 만에 구금되었다.

-폴란드 슈투트호프 수용소. 푸르히너(Furchner)는 11,412건의 살인 방조 혐의와 18건의 살인 미수 사건에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 출처: Damian Klamka/Zuma/Rex/Shutterstoc

나치 강제 수용소 사령관의 비서로 일하던 96세 여성이 요양원에서 도주해 독일 북부에서 재판 시작을 놓친 지 몇 시간 만에 붙잡혔다.

나치가 점령한 폴란드의 발트해 연안에 있는 슈투트호프(Stutthof) 수용소에서 일을 시작했을 당시 18세였던 이름가르트 푸르히너는 수천 명의 수감자들의 살해를 도운 혐의로 목요일에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다.

법원 대변인 프레데리케 밀호퍼(Frederike Milhofer)는 그녀가 출두하지 않은 후 체포 영장이 발부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하철 역 방향으로 택시를 타고 이른 아침에 집을 떠났습니다."라고 밀호퍼는 말했다.

푸르히너는 멀리 가지 못했다. 목요일 오후, 밀호퍼는 그녀가 잡혔다고 발표했으며 의사는 그녀의 건강이 그녀의 구금이 가능할지 여부를 평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범죄 혐의를 받은 당시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현재 소년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푸르히너는 직접 법정에 출석하지 않는 한 기소 내용이 낭독될 수 없다. 다음 공판은 10월 19일 열릴 예정이다.

홀로코스트 생존자들 중 일부는 항구 도시 그단스크에 가까운 수용소에 수감되어 있었고 함부르크 북쪽의 크빅본(Quickborn)에서 가까운 이체호에(Itzehoe) 지방 법원의 재판에 출두하여 그들의 경험에 대한 증거를 제시할 예정이었다.

푸르히너는 11,412건의 살인 방조 및 교사 혐의와 18건의 살인 미수 사건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녀는 제3제국(Third Reich, 나치 치하의 독일 - 역자 주)과 관련된 범죄로 수십 년 만에 재판을 받는 최초의 여성이다.

그녀에 대한 기소는 2011년 소비보르(Sobibor) 강제수용소에서 간수였던 존 뎀잔쥬크(John Demjanjuk, 이반 데마뉴크라고도 불린다 - 역자 주) 재판의 결과였다. 뎀잔쥬크는 28,000명 살인 방조와 교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새로운 법적 판례를 세운 케이스다. 당시 판사는 역할이 아무리 작더라도 '파괴 기계'의 '톱니'였다는 것이 증명될 수 있다면 범행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역자 주 1]

[역자 주 1]: 나치 전범에 대한 독일 공소 정책은 2011년 우크라이나인 이반 뎀잔주크(Ivan Demjanjuk, 이반 데먀뉴크로 불리기도 함) 케이스로 극적으로 변화했다. 그는 제2 차 세계 대전 중 나치 독일 이 폴란드 동부의 루벨 스키 의 소비보루(Sobibor) 마을의 유대인 멸종을 목적으로 한 절멸 수용소(Vernichtungslager)에서 친위대(SS) 가드로 복무했다. 이 수용소는 나치가 만든 6대 절멸 수용소 (아우슈비츠, 소비보루, 벨제크, 켐노, 트레블링카, 마이다넥 강제 수용소) 중의 하나였다. 이전에는 홀로코스트 가해자에게 유죄를 선고하기 위해 검사는 용의자가 특정 피해자에 대해 특정 범죄를 저질렀고 인종적 증오에 의해 동기가 부여되었음을 입증해야 했다. 하지만 독일에서 채택된 새로운 공소 정책은 요구 증거 측면에서 기준을 대폭 낮췄다. 따라서 오늘날 절멸 수용소(death camp, 가스실 혹은 가스 트럭과 같이 산업화된 대량 살인을 위한 장치가 있는 강제 수용소) 또는 특공대(Einsatzgruppe, 이동 살인 부대)에서 복무한 사람은, 그 복무만으로도 살인 방조 혐의로 5년에서 15년 형의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

이 판결은 더 많은 기소의 문을 열었다. 2016년, 아우슈비츠에서 회계사로 일했던 94세의 오스카 그뢰닝(Oskar Gröning)은 수용소에서 수천 명의 조직적인 대량 학살에 가담한 혐의로 4년형을 선고받았다. 같은 해 아우슈비츠 교도관인 라인홀트 한닝(Reinhold Hanning, 94세)은 연루 혐의로 5년형을 선고받았다. 뎀잔쥬크, 그뢰닝 및 한닝은 항소 결과를 기다리다가 형을 집행하기 전에 사망했다.

또 다른 전 슈투트호프 경비원 브루노 다이(Bruno Dey)는 2020년 7월 소년법원에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반성했다. 그는 아직 살아있다.

푸르히너의 재판에서 재판에서 검찰은 아돌프 히틀러 치하의 주요 준군사조직인 친위대 소령인 파울 베르너 호페(Paul Werner Hoppe) 소장의 제1 비서가 그곳에서 일어난 대량 살인에 기여했는지 여부와 정도를 입증해야 할 것이다.

기소장에서 검사들은 푸르히너가 1943년 6월과 1945년 4월 사이에 "유대인 포로, 폴란드 빨치산, 소련군 포로들을 조직적으로 살해하고 속기사와 수용소 소장의 비서로서 그들을 도왔다"라고 밝혔다.

피고 측은 푸르히너는 호페를 대신해 편지와 전보를 읽고, 분류하고, 쓰는 임무 수행에 제한됐지만,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에게 신체적으로 해를 입힌 것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사람이며, 수천 명의 죄수들을 살해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검찰은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에 대한 추방 명령 보고서를 포함해 그녀가 결혼 전 이름의 첫 두 글자인 'Di'로 편집하고 서명한 일부 문서를 증거로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용소 소장 호페의 임무에는 처형 명령 수행, 아우슈비츠에 대한 추방 목록 작성, 슈투트호프의 가스실에서 독가스에 의한 대량 살인 명령이 포함되었다.

그단스크에서 동쪽으로 37km 떨어진 슈투트호프는 1939년 나치에 의해 민간인 수용소로 설립되었다. 나중에 강제 수용소로 바뀌었다. 28개국에서 온 10만 명 이상의 유태인과 정치범이 그곳에 수감되어 있었고 그중 6만 5천 명이 살해당했다.

푸르히너는 1954년부터 1982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그녀의 전 상사인 호페와 수용소의 다른 친위대 지도자들의 재판을 포함하여 슈투트호프와 관련된 재판에서 증인으로 소환되었다. 매번 그녀는 일어난 살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며 그곳에서 죄수들과 접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1954년에 그녀는 수용소에서 만난 친위대 선임 하사 하인츠 푸르히트삼(Furchtsam)과 결혼했는데, 그는 그녀보다 19살 연상이었다. 그는 전쟁이 끝난 후 그의 이름을 "소심하다"라는 뜻의 푸르히트삼에서 푸르히너로 바꿨다. 그들은 독일 북부의 슐레스비히(Schleswig)에 살았고 그녀는 행정직에서 일하는 삶을 보냈다. 그는 1972년에 사망했다.

검찰 기소의 주요 케이스들의 팩트는 주로 슈테판 회들러(Stefan Hördler)를 포함한 역사가들의 작업에 기초해왔다. 회들러는 나치 독일의 군대인 베어마크트(Wehrmacht)의 구조(structures) 전문가이며, 그는 친위대 특히 강제수용소에서 친위대 각 계급과 레벨의 관료 역할에 초점을 맞추었다.

푸르히너를 변호하는 볼프 몰켄틴(Wolf Molkentin)은 그녀가 도주하기 전에 슈피겔지(Der Spiegel)에 재판이 "희생자와 그 가족에 대한 품위 있는 대우"를 제공하기를 원하며, 특히 재판이 "박해에 대한 이야기를 묘사하고 증언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푸르히너가 죄수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았거나 이해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으며 그녀가 살인을 방조하고 교사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푸르히너는 심장 질환으로 인해 재판을 받을 수 없다는 초기 의학 보고가 있은 후 재판을 받기에 적합하다고 선언되었다. 몰켄틴에  따르면, 그녀는 아직 공식적으로 이 혐의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그녀의 사건은 독일 검찰이 현재 살인 방조 및 교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수인의 관리나 감시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의 10건의 유사한 사건 중 하나이다. 루트비히스부르크(Ludwigsburg)에서 나치 범죄를 조사하는 기관은 7건의 추가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몇 달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푸르히너의 재판이 시작된 지 일주일 후, 슈투트호프에서 온 100세의 전 수용소 경비원은 브란덴부르크의 노이루핀(Neuruppin)에서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나치 시대를 다루는 법률 및 역사 전문가들은 사법 제도가 수십 년 동안 나치 정권과 관련된 훨씬 더 중요한 인물들을 추적하는데 실패한 것을 만회하면서 대체로 상징적인 것이라고 묘사해 왔다. 재판을 받는 사람들은 고령이기 때문에 감옥에 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