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낙태와 생명: 생명의 시작점은 생물학이 아니라 철학과 정치, 법원에 의해 결정된다.

Zigzag 2022. 6. 29.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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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자 주: 최근 미국에서는 낙태를 헌법적 권리로 보장했던 미국 대법원의 1973년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이 최근 돕 대 잭슨 위민스 헬스 오가니제이션(Dobbs v Jackson Women’s Health Organization) 판결에 의해 폐기되었다. 생식 연령기 여성의 59%를 차지하는 9억 7,000만 명의 여성이 낙태를 폭넓게 허용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 하지만 생식 연령기 여성의 41%를 차지하는 7억 명의 여성은 낙태를 제한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 임신 여성의 낙태 요청에 따라 이를 허용하는 자유로운 경우와 전면 금지를 제외하면, 낙태는 산모의 생명 구조와 신체(/정신) 건강에 피해 위험이 있을 때 그리고 강간이나 근친상간, 태아 장애, 그리고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육아 곤란 등의 다양한 조건에 따라 허용된다. 그리고 이 각각의 경우도 나라마다 낙태를 허용하는 시점은 12주, 14주, 16주, 20주, 22주, 24주 등등등 나라 혹은 한 나라의 주 별로 다르다. 이 다양한 기준의 근거점 중의 하나는 인간 생명의 시작점에 대한 판단이다. 특히 낙태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생물학이 생명의 시작점을 특정할 수 있다는 주장을 오래전부터 펼쳐왔다. 하지만 생물학은 생명의 시작점에 대해 합의된 견해가 없으며, 오히려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단계가 존재한다는 견해만 존재할 뿐이다. 각국의 임신과 인간의 배아 혹은 태아를 둘렀난 생명의 시작점은 생물학에 의해 결정되지 않으며 철학과 도덕, 신학 그리고 정치와 법원에 의해 결정된다. 이 글은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문과대학 철학과 통합 생물학 교수 Sahotra Sarkar의 The Conversation 2022년 6월 27일 글 Defining when human life begins is not a question science can answer – it’s a question of politics and ethical values의 번역으로 최근 낙태를 둘러싼 생명의 시작점에 대한 철학적, 생물학적, 정치적 논점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필자는 생명의 시작점에 대한 생물학계의 공통된 합의는 도출된 적이 없으며, 이 논의는 한 사회의 가치와 인간에 대한 정의와 결부되어 있는 것으로 이는 오히려 정치와 법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인간의 생명이 시작되는 시점을 정의하는 것은 과학이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라 정치와 윤리적 가치의 문제이다

과학은 다양한 태아 발달 단계를 관찰할 수 있지만 인간의 생명이 언제 시작되는지는 결정할 수 없다. 사진: UrsaHoogle/E+ via Getty Images

이제 미국 대법원이 낙태가 합법적인지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각 주에 부여했기 때문에, 낙태 권리에 대한 정치적 논쟁은 전국의 입법부와 법원에서 더욱 심해질 것이다. 그러한 논의의 대부분은 정확히 언제가 법으로 보호될 수 있거나 보호되어야 하는 인간의 생명의 시작인가 하는 문제에 달려 있을 것이다.

대법원 사건의 법정 문서에서 한 친구(friend)*는 생물학(따라서 생물학자들)이 인간의 생명이 언제 시작되는지 알 수 있다고 암묵적으로 주장했다. 그런 다음 이 문서는 대다수의 생물학자들이 태아 발달의 어느 특정 지점이 실제로 인간 생명의 시작을 표시하는지에 동의한다고 명시적으로 주장했다.

* 역자 주: 여기서 "친구"는 법원에 조언을 하는 법정 조언자 아미쿠스 쿠리애(amicus curiae)를 뜻하며, 'amicus'가 '친구'를 의미하기에 아미쿠스 쿠리애는 법정의 친구로 불리기도 한다. 이 글에서 말하는 "친구"는 대법원에 법정 조언자의 이름으로 의견서에 서명한 70명의 생물학자들을 의미한다.

그 주장 중 어느 것도 사실이 아니다.

과학의 역할

생물학자이자 철학자로서 나는 수년 동안 전국적인 낙태 논쟁의 참가자들이 생물학에 대해 주장하는 것을 지켜보아왔다.

낙태권 반대자들은 미국인들이 낙태와 인명 보호에 대해 가치관과 종교적 신념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낙태의 합헌성에 대한 모든 논의에서 과학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고, 어떤 반론에도 영향을 받지 않기를 바라는 인간 생명의 정의를 설정하려고 한다.

선의일 수도 있지만, 사람들의 가치의 토론에 대한 과학적 권위와 증거에의 이러한 호소는 잘못된 추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고 버나드 윌리엄스(Bernard Williams)와 같은 철학자들은 인간이 무엇인지 이해하려면 생물학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고 오랫동안 지적해 왔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수정된 세포나 배아 또는 태아가 언제 인간이 되는지 확인할 수 없다.

과학에 대한 정치적 주장

최근 몇 년 동안 공인들은 인간 생명이라는 주제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결정적이라고 눈에 띄게 주장해왔다.

예를 들어, 201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마이크 허커비(Mike Huckabee) 전 아칸소 주지사는 '존 스튜어트의 데일리 쇼'(The Daily Show with Jon Stewart)에서 "생물학적으로 생명은 임신에서 시작됩니다.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그것은 반박할 수 없습니다. “라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2015년 대선 출마에서 플로리다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는 "나는 과학이 분명하다고 믿습니다... 임신이 존재할 때 그것은 인간 발전의 초기 단계에서 인간 생명입니다"라고 선언했다.

이 주장에 대한 가장 최근의 세간의 이목을 끄는 예는 미시시피 사건에서 대법원에 제출된 아미쿠스(amicus, 아미쿠스 쿠리애[amicus curiae]를 의미 - 역자 주)의 변론 취지서이다.

비교 인간 발달 분야의 시카고 대학 대학원생인 스티븐 앤드류 제이콥스(Steven Andrew Jacobs)가 조직한 이 취지서는 제이콥스가 수행한 문제가 있는 연구를 기반으로 한다. 그는 이제 미국 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그것을 공개 기록에 올리려고 한다.

먼저 제이콥스는 아마존 메커니컬 터크(Amazon Mechanical Turk) 크라우드소싱 시장에서 잠재적 참가자를 찾고 참여에 동의한 2,979명의 응답자를 모두 수락하여 소위 모든 미국인을 대표하는 설문조사를 수행했다. 그는 이 응답자의 대부분이 종교 지도자, 유권자, 철학자, 대법원 판사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보다 생물학자를 신뢰하여 인간의 생명이 언제 시작되는지를 결정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 다음 그는 별도의 기관 교수진과 연구원 목록에서 확인할 수 있는 62,469명의 생물학자들에게 생물학적으로 인간의 생명이 언제 시작될 수 있는지에 대한 몇 가지 옵션을 제공하는 설문조사를 보냈다. 그는 5,502개의 응답을 받았다. 스스로 선택한 응답자의 95%는 정자와 난자가 합쳐져 ​​단세포 접합체를 형성하는 수정에서 생명이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는 적절한 조사 방법이 아니며 통계적 또는 과학적 중요성을 지니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100명의 사람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에 대해 물어보고 37명의 축구 팬만이 애써 대답한 것을 알아내고, 미국인의 100%가 축구를 사랑한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

결국 60,000명 이상의 생물학자들 중 단지 70명만*이 주요 사건의 동반 주장이 되는 아미쿠스 변론 취지서에 서명하여 제이콥스의 의 법적 주장을 지지했다. 그것은 인간의 생명이 실제로 언제 시작되는지에 대한 과학적 합의가 없고 생물학자들이 그들의 과학을 사용하여 대답할 수 있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다.

임신 6주에서 7주 사이의 인간 태아. 사진: lunarcaustic via Flickr, CC BY

몇 가지 가능한 옵션

스워스모어 대학(Swarthmore College)의 하워드 A. 슈나이더만 생물학(Howard A. Schneiderman Professor of Biology)  명예 교수인 스콧 길버트(Scott Gilbert)는 발달 생물학 표준 교과서의 저자이다. 그는 생물학적 관점에서 볼 때 모두 인간 생명의 시작점이 될 수 있는 다섯 가지나 되는 발달 단계를 확인했다. 현재 과학이 알고 있는 생물학은 이러한 단계를 구분할 수 있지만 이 단계 중 어느 단계에서 생명이 시작되는지는 결정할 수 없다.

이 단계의 첫 번째 단계는 수정란이 완전한 인간 유전 물질로 형성될 때 난관에서 수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의 몸에 있는 거의 모든 세포는 그 사람의 완전한 DNA 서열을 가지고 있다. 만약 유전 물질만으로도 잠재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면, 우리가 항상 그렇듯이 피부 세포를 흘리는 순간 우리는 잠재적인 인간을 잘라내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그럴듯한 단계는 수정 후 약 2주에 발생하는 장배 형성(gasstrulation)**이라고 한다. 그 시점에서 배아는 일란성쌍둥이 또는 세 쌍둥이 또는 그 이상을 형성하는 능력을 잃는다. 따라서 배아는 생물학적 개체가 되지만 반드시 인간 개체는 아니다.

** 역자 주: 장배(腸胚)는 주머니배 다음 시기의 초기 배아로 사람 배아에서는 3주째 일어나며, 내배엽, 중배엽, 외배엽의 세 가지 배엽이 형성된다.

세 번째 가능한 단계는 태아의 뇌에서 인간 특유의 뇌파 패턴이 나타나는 임신 24~27주이다. 이 패턴이 사라지는 것은 인간 사망에 대한 법적 기준의 일부이다. 대칭적으로 말하면, 아마도 그 모습은 인간 생명의 시작을 표시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네 번째 가능한 단계는 미국에서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에서 인정된 것으로, 태아가 일반적으로 이용 가능한 의료 기술의 도움으로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게 되는 생존 가능성이다. 오늘날 우리가 가진 기술로 그 단계는 약 24주이다.

마지막 가능성은 탄생 그 자체이다.

전체적인 요점은 생물학은 인간의 생명이 언제 시작되는지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가치에 호소하고 우리가 무엇을 인간으로 여기는가를 검토해야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다.

아마도 미래의 생물학자들은 더 많이 배울 것이다. 그때까지 태아 발달 과정에서 인간의 삶이 언제부터 시작되는지는 철학자와 신학자들의 문제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바탕으로 한 정책은 정치인 그리고 판사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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