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블랙 퀀텀 퓨처리즘(BQF): 식민과 주인의 지도와 시계 해체하기

Zigzag 2022. 7. 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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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자 주: 시간과 공간은 중립기어를 걸고 우리 삶의 배경으로만 서있지 않다. 특히 시간과 공간을 구체화한 것처럼 보이는 시계와 지도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으며 식민의 역사와 개인의 고르지 않은 생생한 경험을 기계적으로 밀어 밋밋하게 만들어 버린다. '지리상의 대발견'이나 '서부 개척'과 같은 용어들은 공간적 어휘 속에 시간적 함의를 내재하고 있으며, 동시에 백인 중심의 시선을 보편적 경험으로 포장하고 있다. ''선진국'과 '후진국'이라는 용어도 공간적으로 앞에 있는 자는 시간적으로도 앞선 자이며 이 시공 앞을 점거한 자는 도덕적으로 우월한 자라는 신화를 객관적 사실처럼 강요한다. 시간과 공간 이를 결합한 시공간의 신화를 벗겨내고 들춰내기 위해서는 시계와 지도를 해체하고 재전유하여 살아있고 생생한 공동체와 개인의 과거, 현재, 미래의 시공간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아프리카의 식민과 노에와 인종 차별 등 그들의 전 세계적 디아스포라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의 해방을 탐색하는 아프로퓨처리즘과 맞닿아 있는 블랙 퀀텀 퓨처리즘(Black Quantum Futurism, BQF)은 이 새로운 시공간의 프로젝트를 탐색한다. BQF를 주창한 미국의 작가이자 활동가인 라시다 필립스(Rasheedah Phillips)는 2016년 저작 '블랙 퀀텀 퓨처리즘: 이론과 실천'(Black Quantum Futurism: Theory & Practice)에서 BQF를 "시공간을 조작하여 가능한 미래를 예측하거나 시공간을 원하는 미래로 접어 미래 현실을 달성함으로써 현실을 살아가고 경험하는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정의했다. 필라델피아에서 주택 변호사로도 일하고 ​​있는 필립스에게 빈곤으로 인한 주택으로부터의 퇴거 명령의 희생 70%가 흑인 여성이라는 사실은 퇴거라는 공간적 의미뿐만 이들의 미래가 박탈되는 시간적 의미이기도 하다. 그는 시간, 시공간, 인과관계, 상호작용에 대한 고전역학적 사고보다 양자역학적 해석이 기존의 유럽과 서구, 백인 중심적 시공간을 전복하고 재전유할 수 있는 방법론이라고 주장한다. 이 글은 라시다 필립스의 The Funambulist 2018년 7월 5일 자 기고 Placing Time, Timing Space: Dismantling the Master’s Map and Clock의 번역으로 기존 서구 백인 중심적 시간과 공간, 시계와 지도, 시공간 접근법의 문제와 그 전복과 재전유를 위한 BQF의 시각과 접근법을 설명하고 있다.

시간의 장소화와 공간의 시간화: 주인의 지도와 시계 해체하기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는 시간을 “두 장소 사이의 가장 긴 거리”라고 불렀다. 영어에서 시간에 대해 생각하거나 언급하는 것은 종종 언어학에서 시공간 매핑(space-time mapping)으로 알려진 경향인 공간화를 수반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과거와 미래의 시간적 영역을 가깝거나 멀고, 우리 앞이나 뒤에 있고, 종종 목적지, 즉 "과거로의 회귀"로 말한다.  현재에서 "지금"(now)은 공간화되고 장소화된 "여기"(here)이며, 거기가 아닌 여기에 있을 때, 당신은 그곳이 아닌 이 지점에 있으며, 이것은 다시 공간 또는 장소의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시간이 "시공간"(spacetime)을 생성하는 공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선언했을 때 시간의 공간화에 대한 감각을 강화했다.

지도는 이 융합된 시공간의 재현을 가능하게 하는 대상/현상이다. 지도는 지리적 영역, 풍경 또는 공간을 재현하는 만큼 일반적으로 두 지점 사이의 거리가 교차하는 영역에 시간과 시간성을 주입합니다. 이 지도에는 교차하고 충돌하는 여러 시간 영역도 포함되어 있다. 거기에는 지도 제작자와 지도에 비활성 상태로 지도화된 영역의 과거(들), 지도 사용자와  현실에서 매핑된 지형의 변화의 현재(들),  그리고 그 모든 사건들의 미래(들)가 있다. 이러한 상호적인 시간의 영역은 지도 본체 위에 겹쳐진 3차원의 보이지 않는 홀로그램으로 함께 융합된다.

Journal Notes 1 / collage on canvas (2016).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은 “지도에서 군대가 행군하는 것과 같은 정신적 활동의 과정을 따라가는 것"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공간에 의해 시간을 표현하는 것과의 양립 불가능성을 발견했다 […] ('시간과 자유 의지'[Time and Free Will], 1889). 베르그송의 주장은 매핑된 이미지가 현실이나 영역 자체가 아니라 단지 재현이라는 고대 지혜에 따른다. 지도는 땅 자체도, 강들도, 장소도 아니다. 그것은 오직 그런 것들의 상징이 될 수 있을 뿐이다. 땅을 알기 위해서는 땅을 걸어야 한다. 지도는 경험과 살아있는 지식을 설명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여러분이 어딘가를 걷는 데 얼마나 많은 걸음을 필요로 하는지, 혹은 사물이 어디에 존재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여러분의 경험과 기억도 고려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식, 즉 당신이 공간에서 돌아 설 수 있는 방식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없기에 궁극적으로 그것들을 동등한 것으로 만들지 않는다고 베르그송은 주장한다.

    지도에 표시된 도로를 힐끗 보고 어느 지점까지 가다 보면 내가 되돌아가는 것과 그것이 어디서 갈라지는지 발견하려는 시도를 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시간은 다시 지나갈 수 있는 선이 아니다. 확실히, 일단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연속적인 순간을 서로의 외부에 있는 것으로 상상하고 그리하여 공간을 가로지르는 선을 생각하는 것은 정당화된다. 그러나 이 선은 지나가는(passing) 시간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간(has passed) 시간을 상징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시간과 자유 의지'[Time and Free Will], 1889)

시간과 시간적 경험은 사후(after the fact)에 재현되고, 매핑된 공간에 구현되고 고정되기에는 너무 역동적이다. 그러나 시간이 '움직이는 것'(moving)과 '지나가는 것'(passing)이라는 개념조차 공간화를 내포한다. 조르다노 난니(Giordano Nanni)는 “공간과 시간의 정복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유럽의 영토 확장은 항상 시계와 달력의 지리적 확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고 그것들에 의해 빈번히 추진되었다.” ('시간의 식민화'[The Colonisation of Time], 2012). 시계는 그 자체가 맵이며 시간을 공간화하고 공간을 시간화하는 또 다른 방법을 제공한다. 지도와 마찬가지로 시계는 특정 아이디어, 정치, 시간 개념 및 경계를 구현하는 개체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시계, 시간, 노예제도 또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발견한다. 난니는 “시계학(horology)이 바다의 탐사와 지도화 그리고 이른바 신세계의 '발견'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라고 설명한다. 노예 제도와 식민 테러의 초기 행위 중 일부는 반드시 시간에 의해 중재되었다. 왜냐하면 정확한 시간 측정 장치는 해상 항해와 경도 측정을 결정하는 데 중요했기 때문이다.

Community Futures Lab Event Map (2017)

또한, 단선적 시공간의 각인은 미국 남부의 노예 소유에서 식별될 수 있다. 북위 36도 30분은 미주리 타협(Missouri Compromise)*에 따라 노예 제도가 허용된 곳(미국, U.S.)과 금지된 곳(남부연합, Confederate States) 사이에서 미국을 나눈 위도의 평행선이다. 슬레이브와 마스터의 개념은 19세기 초 시계 제작자가 "노예 시계"(slave clocks)에 대한 "주인"(master) 시계의 개념으로 동기화 시스템을 만들면서 기계식 시계 시간 기술의 개발로까지 확장되었다.

* 역자 주: 미주리 타협(영: Missouri Compromise)은 1820년 미주리주(州)의 연방 가입에 관해 미국 의회에서 노예제 옹호 남부 노예주와 노예제를 반대하는 북부 자유주 당파 사이에서 성립된 결정으로 주로 서부 영토에서의 노예제 규제를 포함하고 있었다. 북위 36도 30분의 메이슨-딕슨선을 서쪽으로 길게 늘인 미주리 타협선(Missouri Compromise line)으로 불리는 경계선의 북쪽에 있는 전 루이지애나 준주에서는 노예제를 금지했지만 이미 제안된 미주리주의 영역 내를 예외로 했다.

그리고 우리가 지도가 그것이 묘사하고 있는 영역의 진정한 표현이라고 당연시하는 것처럼, 우리는 시계가 시간과 현실의 진정한 본성 또는 주관적인 시간적 경험을 포착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시계는 그 반대이다. 그들은 시간을 객관화하고 시간에 대한 모든 경험적 개념을 평평하게 만든다. 지도에 대한 베르그송의 비평은 시계는 단지 순간 그 자체보다는 순간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시계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 주인 시계(Master Clock)에 얽매인 서구 사회에서, 기계적이고 디지털적인 시계 시간은 다른 지금들(nows)과 상호작용하는 여러분의 "지금"의 주관적인 지속 대신 동기화 메커니즘이 된다. 트라우마와 해리는 기계적인 시계 시간으로부터의 이탈이나 단절을 부정적으로 인정하는 사회에서 발생한다.

아인슈타인이 시간과 공간을 결합하여 시공간을 만든 만큼 블랙 퀀텀 퓨처리즘(Black Quantum Futurism, BQF)은 그 결합을 탐구하고 동일한 탐색을 통해 분리하려고 한다. 백인들은 시간과 공간을 모두 정복한 뒤 그것들이 같은 것이라고 말했고, 그것이 흑인들에게 의미한 것은 미래의 시간적 공간과 우주에서 인간의 미래를 식민화하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단선적인 진보적 타임 라인에 도달하기에는 "너무 멀리"있는 미래들을 의미했습니다. BQF는 헤게모니적인 서구 시공간을 해체하고 주인의 시계를 해체하기 위해 시계와 지도를 재전유한다. 우리는 공간과 시간 사이의 고유한 긴장을 수용하여 동일한 것을 재구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지도를 만든다.

필라델피아 미술관(2017)에 설치된 블랙 퀀텀 퓨처리즘의 "Alternative Time Portal"에서의 양자 사건 지도와 시간 여행 실험.

우리의 실천에는 양자 사건 지도, 주택 여정 지도, 음파 매핑 및 공동 메모리 매핑이 포함된다. 양자 사건 지도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문화적 실천과 관점을 모방하여 개인 혹은 집단과 공동체로서 미래의 순간/사건들을 구성하거나 과거의 순간/사건들을 재점검하기 위해 "함께 시간 속에서 발생"하곤 하는 미시(혹은 양자) 사건들을 결합한다. 이 매핑 방법을 통해 사건 기억(미래 및 과거 기억 모두)은 특정 달력 날짜 또는 시계 시간에 부착되지 않고, 기억은 특정 날짜 또는 시간에 대해 형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과 날짜는 기억의 일부가 되어 미래의 기억에 내장되거나 짜여져 제어될 수 있다. 여러분이 선택한 날짜 또는 시간은 기억의 일부로 지도에 포함되므로 사건을 예측하거나(forecast) 재구성(backcast, 현재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미래를 설정하고 그 미래로부터 현재로 거슬로 내려오는 접근법 - 역자 주)할 수 있다. 시간은 기억을 정의하고 선행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되는 것이 된다. 양자 사건 지도 제작자는 동시성을 정의하는 시간 대신 동시성/초점에서 적극적 주체가 된다. 우리의 워크숍에서 그룹은 커뮤니티가 다양하고 교차하는 시간 리듬과 다른 사건 질감과 특징들로 구성된 과거, 미래 또는 현재 사건을 중심으로 공동 시간을 구성하는 방식을 통해 투쟁할 수 있도록 하는 공동 양자 사건 지도를 만든다. 개인 양자 사건 지도는 지도 제작자가 개인 과거를 다시 방문하여 과거 사건의 새로운 특징을 만나고, 개인 미래를 계획하고 창조하거나, 개인적인 "지금"을 탐색하고 재맥락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도 및 시계를 찾을 때 고려해야 할 질문 ///

• 지도 제작자와 시계 제작자는 누구인가?
• 지도/시계 사용자는 누구입니까?
• 지도나 시계의 목적은 무엇인가?
• 지도나 시계에서 의문점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 지도나 시계에 관해 질문으로 내놓아진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 혹시라도 지도를 사용한다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은 무엇인가?
• 지도/시계는 어떤 시간적 풍경을 구현하는가? 그것은 몇 년도에 만들어졌는가? 그것은 여전히 ​​​​시간의 시험을 견딜 수 있는가? 무엇이 변했는가? 무엇이 남았는가?
• 여러분이 지도나 시계를 사용할 때 여러분은 시간 속에서 어디에 있는가? 지도나 시계를 사용할 때 여러분의 지금(NOW)/현재(present)로 끌어당겨지는 교차하고 충돌하는 시간성들은 무엇인가?
• 지도나 시계가 포함하는 경계와 경쟁의 경계를 상상해 보라. 어떻게 하면 그 경계들은 시간과 공간에서 보다 평등하게 다시 매핑/재그리기/재구상할 수 있는가?
• 지도나 시계에 어떤 암묵적 합의, 이해, 계약, 사회적 구성 및 협상이 포함되어 있는가?
• 주인의 시계를 분해하면 그 자리를 어떤 시계나 시간 기록 방식으로 대체할 것인가?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이미 존재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공동으로 만들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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