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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성이 주는 아우라: 익명성의 저자 엘레나 페란테 그리고 익명의 개방성과 반영성

나폴리 4부작과 '어른들의 거짓된 삶'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작가 엘레나 페란테(Elena Ferrante)는 익명의 작가 아니 익명성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는 작가이다. 기자들이 그의 정체성을 찾고 폭로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그는 여전히 익명을 자신의 정체정으로 주장한다. 페란테의 익명성(anonymity)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아니 무수한 창조물이 될 수 있다. 독자들은 저자를 육신을 가진 실존적 인물에 고착하지 않음으로써 텍스트 독해의 자유를 획득하며, 그 자신이 텍스트의 또 다른 독해와 저자가 될 수 있다. 이 저자의 익명성이 특정한 육신을 가진 실존적 존재로 정체성을 갖는 순간 익명이 가졌던 아우라는 소실될 수 있으며, 저자와 독자가 가진 개방적 관계는 폐쇄적으로 변할 수 있다. 이 글은 ..

문화 2023.05.01

세계 2022년 군비 지출 순위: 한국 군비지출 세계 9위, 세계 군비 지출 2022년에 역대 최고, 우크라이나 군비 640% 증가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지난 4월 24일 발표한 '2022년 세계 군비 지출 추이'(TRENDS IN WORLD MILITARY EXPENDITURE, 2022)에 따르면 세계 군사비 지출은 2022년 실질 기준으로 3.7% 증가한 2조 2,4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 세계 지출은 2013-22년 동안 19% 증가했으며 2015년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아래 글은 '2022년 세계 군비 지출 추이'(TRENDS IN WORLD MILITARY EXPENDITURE, 2022)의 전문 번역이다. 주요 사실 ● 세계 군사 지출은 2022년에 실질 기준으로 3.7% 증가한 2,400억 달러로 SIPRI 데이터에 기록된 최고 수준이다. ● 세계 총군사비는 2022년 세계 국내총..

해외 시사 2023.04.30

신자유주의의 최후의 보루 이코노미스트:

인터넷의 발달로 인쇄매체 그리고 매체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도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자신들의 영향을 강화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글로벌 매체이다. 날카로운 논조와 팩트에 기반한 객관적 분석으로 명성을 유지해 온 이코노미스트이지만 경제 문제에서의 자유주의적 논조는 시대 역행적이다. 특히 규제완화와 민영화, 복지 등 공적 지출 삭감, 기업 등 부자에 대한 과세 완화가 투자와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신자유주의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으면 대신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를 더욱 날카롭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를 지속적으로 설파해 온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과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과 세계적 인플레 가중, 기후 위기 등으로 야기된 위기를 여전히 국가를 억누르고..

경제 2023.04.29

이웃 마을들을 황폐화하는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우주 도시

지난주,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스페이스X(SpaceX) 무인 실험 로켓이 공중에서 폭발했을 때 머스크는 물론 미국의 주류 언론들은 그 폭발이 성공적 실패, 혹은 실패한 성공이라 칭송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우주선 발사 때 발생한 거대한 먼지와 폭발된 우주선의 잔해가 그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서 묻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지역 신문들과 단체들에서는 스페이스X 발사와 폭발로 인한 먼지와 잔해로 주변 마을들이 먼지비에 뒤덮였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위해 쾌적한 해변가와 주거지를 사들이고 주변 거주자들을 내쫓았다. 그곳의 우주기지 건설을 위한 각종 자재 운송으로 인근의 도로는 망가지고, 인근 마을들은 거대한 소음은 물론 최근에는 먼지비를 뒤집어쓰고 있지만 머스크와 스페이스X ..

환경과 에너지 2023.04.28

글로벌 데이터 VS 로컬 워터(Water): 지역의 물 수탈 위에 서 있는 인터넷과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빅테크 데이터 센터

인터넷 데이터와 워터 혹은 물 사이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의 데이터를 저장, 관리, 배포하는 데이터 센터 혹은 인터넷의 기초는 엄청난 물 소비자이다. 전 세계 데이터의 대부분은 데이터 센터에서 저장, 관리 및 배포된다.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려면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며 이는 미국 전기 사용량의 약 1.8%를 차지한다. 액체 냉각을 위해 직접적으로 그리고 간접적으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려면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미국에는 전 세계 모든 데이터 센터 서버의 약 1/4이 위치해 있다. 이들 데이터 센터 서버의 직접적인 물 발자국의 1/5이 물 스트레스가 중간 정도에서 높은 유역에서 발생하는 반면, 모든 서버의 거의 절반은 물 스트레스가 ..

환경과 에너지 2023.04.27

극우가 주도하는 미국 대량 살해 사건: 극우의 메인스트림화와 사회의 폭력화

총기에 의한 미국의 대규모 살상 사건의 발생은 미국 사회에서 더 이상 예외가 아니며 정상이며 일상이 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살상사건이 최근 음모론과 포퓰리즘으로 무장한 극우 이념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이 이념이 주목받지 못하는 기존의 변두리 이념이 아닌 주류 언론과 주류 정치로 진입해 민주주의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은 The Economist 4월 25일 자 기사 Quantifying the rise of America’s far right의 번역으로 미국의 대량 살상 사건이 이념적으로 어떤 세력에 의해 주도되었으며, 극우에 의해 주도되는 최근 대량 살해 사건들이 가지는 정치적 위험에 대해 데이터를 통해 분석하고 있다. 이 기사를 읽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외로운 늑대'와 같은..

TV 문화 지형을 바꾸는 스트리밍 전쟁: TV 문화를 미국식으로 획일화하는 스트리밍 기업들

팬데믹 기간 동안의 엄청난 대출과 값싼 이자로 자신의 몸집을 부풀려왔던 미국 스트리밍 기업들은 이제 고이자 시대, 투자자들이 몸을 사리는 이 시기에 급격한 가입자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해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기업들은 충실한 콘텐츠에 기반했던 기존의 제작 방향을 리얼리티 TV와 같은 값싸고 저렴한 프로그램의 다량 제작으로 전환하고 있다. 스트리밍 기업, 특히 미국 스트리밍 기업들이 비디오 대여 시장을 잡아먹고, 영화 산업을 잠식을 넘어 이제 본격적으로 안방 TV 시장에 물량 전쟁을 벌이며 빠져나가는 가입자들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러한 그들의 시도는 저질 프로그램의 양산은 물론 각국 TV프로그램을 미국식 콘텐츠로 획일화할 위험을 안고 있다. 이 글은 영국의 전통 깊은..

문화 2023.04.25

세계와 미국,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꽃: 장미, 국화, 카네이션, 튤립, 아니면 백합?

한국에서 어떤 꽃이 제일 많이 팔리느냐에 대한 확실하고 단일한 통계는 찾기 어렵다. 흔히 갤럽 설문조사 결과 인용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꽃으로 장미, 국화, 코스모스, 안개꽃, 백합 순이라고 말하지만 이 순위는 선호도만을 보여줄 뿐 실제로 꽃판매 실적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2017년 꽃 수입 순위를 보면 국화가 34.3%, 동양란 10.5%, 백합 6.5%, 튤립 3.2% 순으로 "어떤 꽃을 좋아하느냐"라는 선호와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절화, 즉 잘라서 파는 꽃의 판매 순위를 보면 국내 최대 화훼류 판매 품목은 국화로 2015년 기준 1억 7,421만 본이 판매되어 총 절화류 중 32.3%의 비중을 차지했다. 선호도에서 1위를 차지한 장미의 판매는 26.7%로 2위, 그리고 어버이의 날과 ..

경제 2023.04.24

안에서 들여다 보는 프리미어 리그 심판의 세계: 과연 그들의 판정은 점점 나빠지고 있나?

영국 프로 축구에서 심판을 담당하는 기관인 프로게임 경기 심판 주식회사(Professional Game Match Officials Ltd, PGMOL)는 프리미어 리그 심판들의 판정이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영국 축구팬들은 그 발표를 전혀 믿지 않는다. 영국 축구팬들은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심판 수준의 "영속적 쇠퇴"는 확고한 믿음이 되고 있다. PGMOL 발표의 신뢰도와 무관하게 프리미어 리그에서 경기나 선수보다 심판이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경향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과연 영국 축구팬들과 전문가들의 생각처럼 심판들의 수준과 자질은 매년 떨어지고 있을까? 논란을 없애기 위해 도입한 비디오 보조 심판(video assistant referee, VAR)은 때론 논란을 더 키우..

스포츠 2023.04.23

최초의 태양열 발전, '태양 엔진'의 탄생과 그 잊혀진 역사

최초의 태양열 발전소는 미국의 발명가 프랭크 슈만(Frank Shuman)에 의해 지금으로부터 110년 전인 1913년 이집트에서 처음으로 세워졌다. 철선을 유리 안에 넣어 유리의 내화성을 강화하고 사고 시 위험을 방지하는 기술의 특허를 가지고 있던 슈만은 당시 석탄 연소에 의한 도시 공기 오염을 심각하게 우려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태양열의 이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했다. 이미 1910년 이전에 '태양 엔진'을 시험적으로 개발해 소규모의 장난감 기차를 구동할 수 있었던 그는 대규모 태양열 발전소를 건설하여 "야만적"인 화석연료 시대를 종식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의 실험은 비록 1차 세계대전과 당시의 기술적 한계로 잊혀졌지만, 그가 구현하고 예측했던 태양열 기술의 핵심과 골격은 오늘날의 재생가능한 태양..

환경과 에너지 2023.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