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사/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80

[조지프 나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8가지 교훈

■ 역자 주: 맥도널드가 있는 두 나라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세계는 평평하다'의 저자 토마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의 가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반박되었다. 더불어 경제적 상호의존성 높은 당사자 간에는 전쟁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론 또한 이번 전쟁을 통해 그 적실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4개월째로 접어들지만 여전히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 속에서 교훈을 찾는 것은 성급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이 기간만으로도 충분히 교훈을 찾을 수 있다. 이 글은 소프트 파워(Soft Power) 혹은 연성 권력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저명한 국제정치학자 조지프 나이(Joseph S. Nye, Jr.)의 6월 15일 자 Project Syndicate 기고 Eight Lessons f..

급증하는 우크라이나 군사상자 비율: 전진하는 러시아와 전쟁의 새로운 국면?

■ 역자 주: 우크라이나는 5월에 21,900명의 러시아군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으며 우크라이나군 사상자와 관련해서 러시아는 3월 25일 약 1만 4,000명의 우크라이나 군인을 사살했다고 밝혔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4월 15일 CNN에 약 2,500~3,000명의 군인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양측의 자국과 상대국에 대한 사상자 발표는 모두 신뢰하기 어려운 과장을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토와 그 회원국인 영국과 미국의 전쟁에서 군 사상자 발표는 주로 러시아군에 제한되어있다. 서구 정부와 서구 언론들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군 사상자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를 규탄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군 사상자에 대한 발표가 항전 중인 우크라이나의 사기를 ..

'시대 전환'(Zeitenwende) 이후: 위르겐 하버마스와 독일의 새로운 정체성 위기

■ 역자 주: 분단 독일에서 유일 합법 정부는 서독이며 동독과 수교하는 그 어떤 국가와도 대화하지 않겠다는 냉전적 할슈타인 독트린(Hallstein Doctrine)이 1969년 사민당 출신 빌리 브란트 서독 수상이 동방정책에 의해 폐기되면서 독일은 일찌감치 동서 대립의 냉전 속에서 데탕트와 화해를 추구해왔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 화해와 대화의 동방정책은 큰 위기에 직면했고, 독일의 비교적 젊은 전후 세대 평화주의자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표명하며 군사적 개입을 촉구하며 전향을 선언했다. 이들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적극적 지원과 개입을 압박하며 그의 소극적인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이에 비해 전전 세대이며 냉전 속에서 평화를 지향해왔던 비교적 노회..

[위르겐 하버마스] 전쟁과 분노: 서구의 딜레마와 전향한 평화주의자들 그리고 딜레마의 출구

* 역자 주: 지난 5월 11일,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Slavoj Žižek)은 Project Syndicate 기고를 통해 공격적인 군사적 확전보다 신중한 외교적 접근을 주문한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를 비판하며 영웅적인 행동을 강조했다. 그가 공격한 하버마스의 글은 4월 28일 자 Süddeutsche Zeitung (SZ) 기고였다. 이 기고에서 하버마스는 핵을 가진 상대와의 전쟁에서 "승리"는 있을 수 없으며, 우크라이나의 패배와 제3차 대전 사이의 딜레마 속에서 서구는 중무장 화기와 무한 군사 원조라는 감정적 격앙으로 긴장을 고조시키기보다는 외교와 대화라는 신중한 접근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2차 대전 전범국이자 패전국, 동서 냉전의 중간에 위치했던..

[가디언 사설] 소심한 바이든, 우크라이나인들을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스러운 전쟁으로 몰아 넣다

* 역자 주: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의 이름 아래 자행된 전쟁이 100일을 넘어서 점점 장기화되고 있다.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최근 한 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크렘린궁이 "가벼운 침공"(minor incursion)을 추구할지 아니면 완전한 점령을 추구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그 의미는 "가벼운" 공격 행위가 용인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라며 바이든의 러시아에 대한 우유부단한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서구가 은근히 우크라이나가 금방 무너져 분노를 표출하고 다시 평상시로 돌아가기를 기대했으나 우크라이나의 영웅적 항전으로 전쟁이 장기화되는 것에 당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젝의 지적과 비판은 지금 미국과 유럽연합, 나토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온적 대응을 볼 때 충분..

[가디언 사설 번역] 유럽연합의 대러 제재는 러시아의 배만 불릴 뿐이기에 중단되어야 한다

* 역자 주: 유럽연합 지도자들은 5월 30일 유럽연합 이사회 긴급회의를 통해 러시아 석유 금지에 합의했다. 이 합의를 통해 유럽연합은 러시아에 커다란 타격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 석유 수입의 총 27%와 총 가스 소비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를 단숨에 끊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하기에 유럽연합은 해상을 통한 석유 수입만 금지하였으며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 및 독일의 정유소에 직접 공급하는 대규모 도관인 드루즈바(Druzhba) 파이프라인을 통한 수입은 금지하지 않았다. 이러한 희석화된 제재조치는 이 파이프라인이 에너지 생명선인 헝가리와 같은 국가의 반반에 따른 타협이다. 그러나 이러한 타협적 제재는 유럽연합 내에서 파이프라인 수입의 혜택을 받지 못하..

유럽연합의 희석화된 러시아 석유금지 조치: 파이프라인 수입 허용이 조성할 유럽연합 시장 내부 불평등

* 역자 주: 러시아 석유는 유럽연합 석유 수입의 총 27%를 차지하며, 러시아 가스는 유럽연합 총 가스 소비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이러한 에너지 수입을 위해 유럽연합은 2021년 990억 유로를 지출하였다. 유럽연합은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약 300억 유로를 러시아에 지불했다. 이 자금은 물론 러시아의 전쟁 비용에 재투입되고 있다. 이에 유럽연합 지도자들은 5월 30일 유럽연합 이사회 긴급회의를 통해 러시아 석유 금지에 합의했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헝가리를 포함한 발트해 국가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해상 석유 수입만 금지했을 뿐이며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입되는 러시아 석유에 대해서는 금지하지 않았다. 이러한 조치로 러시아 석유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입하는 독일과 폴란드, ..

미국의 우크라이나 400억 달러 원조의 진정한 승자는 군수업체: 173억 달러가 미군 계약자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 역자 주: 지난 5월 21일 바이든은 추가 우크라이나 보충 세출 법(Additional Ukraine Supplemental Appropriations Act) H.R. 7691에 서명했다. 이 법안이 백악관에 의해 제안된 것은 4월 28일이고, 이 법안이 상하원을 통과한 것은 불과 3주 뒤로 하나의 법안이 각종 심의와 검토를 걸쳐 수년이 걸리는 기존의 의회 관행을 보면 이 법안의 통과는 정말 전광석화처럼 이루어졌다. 이 법안은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 상황에 영향을 받은 나라에 대한 군사적 지원 246억 달러, 비군사 지원 155억 달러를 포함해 401억 규모의 원조를 포함한다. 그러나 이 원조의 약 173억 달러 즉 비군사적 지원 155억 달러보다 18억 달러가 더 많은 부분이 민간 군사 계약자 혹..

우크라이나의 재건: 재건 비용 규모, 재원 조달 방식과 부담 주체, 그리고 마셜 플랜과의 비교

역자 주: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한 우크라이나의 물리적 피해는 키이우 경제대학(Kyiv School of Economics, KSE)의 분석에 따르면 이미 4월 26일 현재 피해액은 703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2021년 우크라이나 GDP의 3분의 1 이상에 해당한다. 여기에는 320억 달러 상당의 도로, 교량, 항구, 철도 피해, 약 200개의 파괴된 의료시설 복구를 위한 20억 달러, 300백의 폐허가 된 유치원 재건을 위한 약 2억 3,000만 달러가 포함된다. 데니스 슈미할(Denys Shmyhal) 우크라이나 총리는 4월 30일 이코노미스트(Economist) 기고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재건을 위해 최소 6,000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

[슬라보예 지젝] 우크라이나 전쟁의 묵시록, 자유 자본주의와 권위주의, 무조건적 평화주의를 넘어 전시 공산주의로

* 역자 주: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자신의 군비를 서방의 석유와 가스 자금으로부터 충당하고 있다. 러시아의 손쉽고 빠른 승리를 예견하고 바란 것은 러시아만이 아니었다. 내심 우크라이나의 손쉽고 빠른 항복을 예견했던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영웅적 항전과 전쟁의 장기화와 그 후과로 당황하고 있다. 암묵적으로 "가벼운 침공"(minor incursion)은 용인할 준비가 되었던 미국과 러시아에 높은 에너지 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유럽(연합)은 우크라이나의 영웅적 항전에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철학자이자 정치(철)학자인 슬라보예 지젝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기존의 자유주의적 자본주의나, 자신을 서구의 대안으로 제시하는 러시아식 권위주의, 그리고 2차 대전 후 형성된 무조건적 평화주의는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