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사/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80

부차(Bucha)의 학살: 대량학살은 양이 아니라 악의 질에 의해 결정된다

* 역자 주: 러시아군이 철수한 키이우 외곽의 부차의 학살 풍경은 한나 아렌트가 구분했던 평범한 악과 근본 악의 경계가 허물어진 지옥도이다. 부차의 지옥도에서 러시아 병사들에게 살인을 익숙한 일상의 평범한 악과 민간인을 얼마든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잉여로 여기는 근본 악의 경계가 사라졌음을 우리는 보고 있다. 그 살인은 나치시대 강제 수용소처럼 냉혹하고 계획된 기계적 살인이 아니라 친근하고 무계획적인 살인에 가깝다. 대량학살은 그 야이 아니라 악마적 행위의 질에 의해 결정된다. 이 글은 The Atlantic의 스태프 라이터이자 'World Without Mind와 'How Soccer Explains World: An Unlikely Theory of Globalization'의 저자 Frankl..

우크라이나 난민 위기: 최근 10대 난민 위기 중 6위, 인구의 9.1%(370만 명)가 난민화

* 역자 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전쟁이 한 달을 넘어서면서 우크라이나 난민 위기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국내 실향민을 제외하더라도 지난 한 달 동안 약 370만 명의 국외 난민이 발생했는데 이는 지난 60년 동안 10대 난민 위기 중 6위, 전쟁 전 우크라이나 인구의 약 9.1%에 해당하는 엄청난 숫자이다. 문제는 이 난민 위기가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쟁 초기 약 5백만 명의 난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예측은 이제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마저도 낡은 예측이 되어 버릴 수 있다. 이 글은 워싱턴에 소재를 두고 있으며 여론조사와 팩트에 기반한 연구로 유명한 싱크 탱크, 스스로를 싱크 탱크보다는 팩트 탱크(fact tank)로 지칭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달의 인명 피해: 전투원과 민간인/외국인 사상자, 주목할만한 사망자, 포로 교환[3월 25일]

* 역자 주: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격 침공으로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한 달을 넘어섰다. 그 사이 35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고, 수많은 전투 인원과 민간인이 사망했다. 전쟁에서는 사상자 수와 포로 수 또한 중요한 전선의 하나이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자신들만의 숫자를 발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각각 자국 전투원들의 사망자 수는 줄이고 상대 사망자 수는 늘리는 방식으로 사상자 수를 전쟁의 선전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유엔과 미국 또한 사상자 통계를 내고 있지만 이 또한 정확도가 높다고 볼 수 없다. 이 글은 위키피디아 영어 Casualties of the Russo-Ukrainian War의 하위 항목 중 '2022년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2022 Russian i..

패션과 정치: 러-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푸틴의 털코트와 젤렌스키 티셔츠의 정치학과 그 상징

* 역자 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전선은 영토상에서만 전개되지 않는다. 물리적 전쟁이 벌어지기 오래전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사이버 상에서 끊임없는 정보 전쟁과 허위 정보를 둘러싼 전쟁을 전개해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영토 위에 전선이 형성되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이미지와 패션에서도 전쟁을 벌이고 있다. 푸틴은 최근 고급 이탈리아제 코트를 입고 공식석상에 등장해 러시아가 결코 가난에 시달리는 후진국이 아님을 우회적으로 과시했다. 반면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는 지도부가 직접 전선에서 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보다 평등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군용 조끼와 티셔츠를 착용한 영상에 등장하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의 패션은 단순한 복장 이상의 상징성을 지니며, 특히..

푸틴의 전쟁을 지지하는 정교회와 국가의 관계: 러시아 정체성과 반서방캠페인의 첨병이 된 러시아 정교회

* 역자 주: 러시아 정교회의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지지는 우르라이나 정교회의 이탈을 초래했다. 러시아 정교회의 국가와의 관계는 러시아 제국 시대부터 러시아 혁명기, 소련 체제 그리고 포스트 소련과 푸틴 체제 아래서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 1700년대 초 표트르 대제(Czar Peter the Great)의 정교회 개혁은 국가의 정교회에 대한 개입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혁명과 더불어 정교회는 탄압을 받았지만 나치 침공으로 전 국민적 단결을 위한 정체성이 필요해지면서 스탈린 시대에 잠깐 부활했다. 그러나 이후 지속적인 국가의 억압에 의해 발전을 저해당했던 정교회는 소련 붕괴 이후 특히 푸틴의 집권과 함께 푸틴식의 중앙집권화를 모방하였고 사회주의 이념의 붕괴로 새로운 정체성과 구심점을 필요로 했던 푸틴과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을 둘러싼 5개의 시나리오: 군사적 수렁, 평화 협정, 푸틴 퇴위, 러시아의 군사적 승리, 분쟁 확대

* 역자 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2일째로 접어들었지만 전쟁 종식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의 신속한 전쟁 완수라는 초기 계산은 이미 틀어졌지만, 러시아 군의 전열 재정비와 함께 전선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이미 300만 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이 국외로 탈출하고, 200만 명이 국내에서 실향을 당해 고통이 가중되고 있지만 이 전쟁이 어디로 향할지, 언제 끝이 날 것인지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전선의 교착과 함께 러시아가 군사적 수렁에 계속 빠져들지 아니면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승리할지, 혹은 극적으로 평화협정이 타결될지, 아니면 전쟁이 우크라이나 국지전으로 끝나지 않고 전 유럽으로 확대될지 아직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다. 이 글은 Al Jazeera 3월 17일 자 기사 Where..

우크라이나의 외국인 자원병과 스페인 내전 당시 반파쇼 국제 지원자들의 차이

역자 주: 최근 한국의 이근 대위의 우크라이나 참전 기사가 화제가 되고 있다. 해외 언론에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 편에 서서 싸우기 위해 자원하는 수천 명의 자원병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들을 1930년대 스페인 내전 당시 공화파에 서서 싸웠던 자원자들과 비교하는 기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둘 사이에는 그러나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더 많다. 정치적으로 스페인 내전 당시 공화파의 편에 서서 싸웠던 이들은 대부분 전투 경험이 없는 반파쇼 국제 연대와 노동계급의 연대투쟁의 정치적 신념을 가졌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자원병들은 대부분 전투 경험을 가진 베테랑들이고 정치적으로 우익 혹은 극우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리고 스페인 내전 당시에는 나토라는 강한..

비행금지구역?: 나토가 우크라이나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선포하지 않는 이유

* 역자 주: 비행금지구역은 1991~2003년 이라크, 1993~1995년 보스니아,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2011년 리비아에서 일부 서방세력과 유엔에 의해 선포되어 민간인과 소수민족을 보호하고 분쟁을 제한하는 역할을 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선포해 줄 것을 나토에 요청했지만 나토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상공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선포는 민간인의 피해를 줄이고 분쟁의 규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우크라이나 측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단호하게 거부되고 있다. 그 이유는 비행금지구역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그 금지구역을 침범하는 일체의 항공행위에 대한 제재를 가할 주체가 있어야 하며, 이는 자칫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하 나토의 직접 참전과 전쟁을 ..

중국, 우크라이나 전쟁의 유일한 승자?: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안정자 역할과 패권을 꿈꾸는 중국

* 역자 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의 세계 정치에서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쇠퇴하는 제국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제재와 고립에 맞서 중국과의 협력과 의존을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은 동시에 러시아에 대한 공적 지원을 자제하면서 서방과 균형을 맞추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의 유럽에 대한 자원과 관심 집중은 동시에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계속 확대하고 있는 중국의 기회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주권 주장은 중국의 대만에 대한 주권 주장과 일맥상통하기에 중국은 자신을 패권국으로 키워 나가는 데 있어서 러시아에 대한 지원이 미국의 유럽 지원에 대한 균형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무질서한 철수로 퇴조를 보인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은 미국..

우크라이나 전쟁과 맥도날드의 러시아 철수: 서구화에서 고립으로 되돌아 가는 푸틴의 러시아

역자 주: '세계는 평평하다'의 저자이자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은 맥도날드가 있는 두 나라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이론을 내놓았다. 즉, 경제적으로 서로 얽혀이고 중산층이 있는 나라들은 전쟁으로 잃을 것이 많기 때문에 전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론이다. 그러나 이 가설은 850개의 맥도날드 체인을 가진 러시아와 약 100개 맥도날드 체인점을 가진 우크라이나 사이에 전쟁이 벌어짐으로써 산산조각이 났다. 지금 러시아는 맥도날드, 이케아, 나이키, 애플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문을 닫고 있고, 러시아는 서구와 경제적으로 거의 분리되었던 베를린 장벽 붕괴 이전의 냉전시대처럼 고립되어 있다. 이 글은 Guardian의 세계 섹션 편집자인 Julian Bor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