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에너지

무료 철도와 월 9유로 교통권: 탄소배출과 물가고 완화를 위한 유럽국가들의 담대한 대중교통 실험

Zigzag 2022. 8. 17.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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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시기다. 코로나 19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이후 가속화되는 인플레, 에너지 비상사태는 많은 유럽 정부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지만, 이 위기 속에서 유럽 정부들은 평상시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아니 시도할 수 없었던 담대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기후 위기와 생활비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유럽 정부들의 정책은 위기 국면이 지난 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큼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탄소 배출 감소라는 장기 목표와 치솟는 연료 비용의 영향을 완화해야 하는 단기적 필요성에 의해 대담한 실험이 유럽 국가들에서 진행되고 있다. 스페인, 오스트리아, 독일 등 주요 국가들은 사람들을 자동차에서 하차시키고, 그들의 도로 이용 습관을 바꾸고, 이동 방법과 활동 방식을 변화하여 탄소배출을 줄이고 생활비 상승 압력에 대응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정책은 장기와 단기 정책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특히 단기적인 대중교통 무료화 혹은 대폭 할인은 많은 예산 투입을 필요로 하며 그 효과가 아직 불분명하지만 이 단기적 실험에 뒤따를 다양한 창의적 정책의 도입을 촉진하고 있다.

스페인, 대중교통 할인과 9-12월 단거리 및 중거리 열차 무료

스페인에서는 사회노동당(PSOE)이 주도하는 연립 정부가 9월부터 연말까지 통근자를 위한 무료 철도 여행을 도입하고 다른 많은 요금을 대폭 할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스페인 정부는 9월 1일부터 연말까지 국영 철도망인 렌페(Renfe)의 특정 지역을 가로지르는 여행을 무료로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새로운 정책은 지난 6월 중앙 정부가 지하철, 버스 및 트램을 포함한 모든 대중교통에 대해 30% 할인한다는 정책의 추가책으로 발표되었다. 100% 철도 할인은 스페인의 주요 대도시 지역을 달리는 통근 철도 네트워크인 세르카니아스(Cercanías)와 중거리 경로(300km 미만)의 다중 여행 티켓 여행에 적용된다. 이 조치는 주로 스페인 시즌 티켓 소지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관광객도 다중 여행 티켓을 구입하면 이를 활용할 수 있다. 스페인 교통부는 성명에서 "이 법안은 에너지와 연료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에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편안하고 경제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중교통 수단을 보장하기 위해 대중교통을 사용하도록 권장한다"라고 밝혔다.

스페인의 북쪽 해안을 따라 달리는 렌페 기차에서 바라본 풍경, 빌바오(Bilbao) 서쪽의 란네스(Llanes) 인근. 사진: Steve Taylor ARPS/Alamy

렌페에 따르면 4개월 동안 무료가 될 노선의 반복 이용자는 거의 7,500만 번 승차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은 이 이니셔티브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초기 2억 2,100만 유로를 제공할 계획이다.  

오스트리아 기후 티켓: 모든 대중교통 수단에 1일 3유로

2021년 오스트리아는 기후 티켓(Klimaticket)을 출시했다. 모든 대중교통 수단을 통해 원활한 여행을 제공하는 이 기후 티켓은 하루 3유로, 1주에 21유로로 기후 변화에 맞서는 오스트리아 정부의 대담한 정책이다. 오스트리아의 기후 티켓은 주변 국가들의 요금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다. 스위스 거주자들의 트래블 패스인 GA(General Abonnement) 여행 카드는 연맹의 전체 대중교통 네트워크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비용은 기후 티켓의 세 배이다. 네덜란드의 버스, 기차 및 지하철에 대한 유사한 연간 티켓은 기후 티켓켓의 연간 가격인 약 1,095 유로의 세 배인 3,066 유로이다. 

오스트리아 기차 포면에 기후 티켓(Klimaticket) 광고가 보인다. 사진: CNN

대중교통은 이미 오스트리아에서 인기가 있다. 신뢰할 수 있는 고품질 통합 서비스, 간단한 발권 및 매력적인 가격의 조합은 오랫동안 통근자 및 레저 여행자를 위해 매력 있는 옵션이 되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인들은 스위스를 제외한 유럽의 모든 사람들보다 매년 기차로 더 많은 거리를 여행하지만, 공식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여행의 16%만이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기후 티켓 이니셔티브를 지원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정부는 최소 2억 4,000만 유로(2억 7,800만 달러)의 연방 정부 자금을 투입한다. 지속적인 비용은 연간 약 1억 5,000만 유로(1억 7,500만 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티켓은 2040년까지 기후 중립국이 되려는 오스트리아의 야심 찬 계획의 핵심이다. 오스트리아 정부의 2030 모빌리티 마스터플랜은 2040년까지 연간 총 이동 킬로미터에서 개인 자동차 사용을 70%에서 54%로  줄이는 동시에 대중교통의 점유율을 27%에서 40%로 늘리고 걷기와 자전거 타기 등 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활성 여행(active travel)을 전체 3%에서 6%로 두 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전기 열차 승객은 동일한 여행을 위해 배터리 전기 자동차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55%만 필요하다. 이는 더 지속 가능한 여행 모드로 비교적 적은 비율로 전환하여 큰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독일, 월 '9유로 티켓' 운영

독일 정부는 지난 5월 독일에 거주하거나 독일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에게 한 달에 9유로(7.60파운드)의 비용으로 지역 교통수단으로 전국을 무제한으로 여행할 수 있는 "9유로 티켓" 프로젝트를 6월부터 8월까지 운영하기로 발표했다. 이 티켓은 독일의 모든 대중교통 서비스에서 유효하며 모든 지역 또는 지역 노선에서 사용할 수 있다. 독일 정부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25억 유로를 투입한다. 이 정책은 사람들을 차에서 하차시키고 생활비 위기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독일의 지역 열차를 타기 위해 승객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 Micha Korb/picture alliance

6월에만 약 3,100만 명이 지역 기차, 버스, 트램 및 지하철 네트워크에서 사용할 수 있는 패스를 구입했다. 철도 로비스트와 환경 운동가들은 이 프로젝트가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환영했으며 대중교통에 대한 환영의 목소리를 불러일으켰다는 데 널리 동의하고 있다.

첫 주에만 100km(62마일)에서 300km 사이의 기차 여행은 팬데믹 이전 수준에서 거의 절반으로 증가했으며 30km에서 100km 사이의 여행은 거의 60% 증가했다. 독일 연방 통계국 데스타티스(Destatis)는 한 달에 9유로(9.28달러)만 내면 독일 기차와 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티켓으로 인해 특히 시골과 관광 지역에서 기차 여행이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데스타티스는 2019년 6월에 비해 철도 네트워크의 전체 사용이 약 42% 증가했다고 밝혔다. 주말에는 철도 사용이 83%나 증가했다.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농촌지역은 6월과 7월 모두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여행 횟수가 평균 80% 증가했다. 특히 이런 지역에서 30~100km에 이르는 중거리 여행의 경우 상승폭이 더 컸다. 그러한 여행의 수는 104% 증가하여 2019년의 두 배 이상이었다.  한편, 위성 내비게이터 제공업체인 톰톰(TomTom)의 분석에 따르면 연구 대상인 독일 도시 26개 중 23개에서 자동차 정체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국 평균으로 보면 지역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데스타티스는 6월과 7월 도로교통량에는 2019년과 비교해 변화가 없었다고 밝혔다. 평균 30~100km 구간 도로 주행 횟수는 2019년을 약간 웃돌았다고 밝혔다. 이 제도의 도입으로 독일인들의 도로 이용 습관에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권 연정의 자유당 재무장관인 크리스티안 린트너(Christian Lindner)는 계획이 종료될 예정인 8월 말 이후에도 9유로 티켓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동차 여행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한 독일인들에게 9유로 티켓은 철도 여행의 가능성을 열어주었고 순 제로 목표와 조화를 이루는 문화적 변화의 길을 제시했다. 연립 정부 녹색당 각료들은 법인 차량에 대한 세금 감면을 중단함으로써 부분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오스트리아의 기후 티켓과 유사한 대중교통 할인 프로젝트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탈리아, 저소득층에 대한 대중교통 보너스 도입

이탈리아 정부는 학생과 35,000유로 미만 수입의 근로자를 위한 1회성 60유로의 대중교통 보너스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보너스는 대중교통 이용 확대를 장려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버스, 기차, 지하철 정기권을 구입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전자바우처 형태를 취할 것이다. 바우처는 시행령 발효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시즌권 구매에 사용할 수 있다. 이 바우처는 2021년에 35,000유로를 초과하지 않는 개인 소득을 신고한 자연인이 사용할 수 있다.

이탈리아 북서부 라스페치아(La Spezia) 인근 신케테레 국립공원(Cinque Terre National Park)의 마나롤라(Manarola) 기차역에서 한 여성이 승강장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MARCO BERTORELLO/AFP

이 조치는 "비싼 에너지의 영향을 완화"하고 "더 높은 생활비와 싸우기" 위해 그리고 대중교통의 더 많은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도입한 140억 유로의 지원 패키지의 일부이며,  1억 유로 기금의 지원을 받게 된다.

에스토니아, 대중교통 무료

이들 국가들보다 훨씬 먼저 과감하게 대중교통을 개혁한 국가도 있다.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의 주민들은 2013년부터 대중교통을 무료로 누리고 있다. 그들은 버스, 트램, 기차 또는 이 세 가지 모두에 탑승하면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아이디어는 자동차 사용을 줄이고 배기가스를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저소득 시민의 이동성을 높이고 훨씬 더 넓은 지역에서 지출을 장려한다.

탈린의 무료 대중교통 계획은 소득세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므로 2012년 주민 투표를 통해 75%의 지지로 결정되었고 2013년에 시행되었다. 탈린의 공식 거주자에게만 무료이며 관광객과 방문객은 표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에스토니아의 수도가 2013년 대중교통을 무료로 만들었을 때, 에스토니아는 대중교통을 무료로 제공한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최초의 수도였다. 탈린에서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많은 저소득 주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게 된 후 현재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이 정책 도입 시 환경은 주요 초점이 아니었지만 현재는 정책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탈린 시내의 버스. 사진: Wikipedia Creative Commons by jkb

그러나 2014년 연구에 따르면 탈린 주민들의 대중교통 이용은 14% 증가했고, 자동차 이동은 5% 감소했다. 배출량에 대한 영향은 기대만큼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장기적으로 차량 이용이 감소하면서 배출량 역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이 시스템은 재정적으로도 잘 작동하여 대부분의 에스토니아 전역에 퍼져, 15개 주 중 11개 주에서 버스 이동이 무료가 되었고, 지방 당국은 대중교통에 광범위하게 재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무료 대중교통 계획과 특히 재정적 성공은 시가 다른 녹색 계획에 투자를 가능케 하였다. 탈린은 현재 트램 네트워크를 업그레이드하고 있으며 빠르면 2025년에 버스에서 디젤 차량을 제거하고 하이브리드 차량을 대체할 계획이다.

에스토니아의 무료 대중교통 정책은 교통체증과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프랑스와 독일 일부 도시들의 연구 대상이 되었으며, 영국 웨일스의 주말 무료 버스 여행을 실험의 모델이 되었다. 또한 에스토니아 사례에 따라 2020년에 룩셈부르크는 기차와 버스의 모든 여행을 무료로 만들었다.

위기의 시대는 상상의 시대이다. 이동 수단의 사유화는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다. 유럽연합의 경우 2019년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약 25%가 운송수단으로부터 발생했으며, 그중 약 72%는 도로 이동에 의해 발생했다. 그리고 이 도로 이동에서 발생하는 온실 가스의 약 61%가 개인 승용차에 의해 발생했다. 승용차에서 하차해 대중교통에 승차하는 것은 탄소배출을 극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첩경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도로 이용 습관, 이동 활동, 여행에 대한 상상력, 정책적 창의성, 대담한 실행력이 모두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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