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24

러시아의 헤르손 철수의 의미: 우크라이나의 전진, 대러 협상, 혹은 핵전쟁 위협의 사이에서

러시아군은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며칠 만에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을 점령했다. 3월 2일, 헤르손은 러시아의 지배하에 들어갔다. 이 지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정복하면서 점령한 최초의 인구 중심지였다. 11월 9일, 우크라이나 주둔 러시아군의 사령관인 세르게이 수로비킨은 러시아 국영 TV에 출연해 헤르손 철수를 밝혔다. 헤르손은 남쪽으로 진군하는 러시아군의 진격이 드네프르 강 좌안을 따라 거의 정체되어 있었기 때문에 항상 방어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명되었다. 우안에 위치한 도시의 위치는 강이 자연 방벽으로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서쪽에서 진격하는 군대를 방어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푸틴은 헤르손에서의 전투를 패배보다는 관리된 철수로 만드는 중인 것이다. 이 철수는 양측..

[위르겐 하버마스] 전쟁과 분노: 서구의 딜레마와 전향한 평화주의자들 그리고 딜레마의 출구

* 역자 주: 지난 5월 11일,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Slavoj Žižek)은 Project Syndicate 기고를 통해 공격적인 군사적 확전보다 신중한 외교적 접근을 주문한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를 비판하며 영웅적인 행동을 강조했다. 그가 공격한 하버마스의 글은 4월 28일 자 Süddeutsche Zeitung (SZ) 기고였다. 이 기고에서 하버마스는 핵을 가진 상대와의 전쟁에서 "승리"는 있을 수 없으며, 우크라이나의 패배와 제3차 대전 사이의 딜레마 속에서 서구는 중무장 화기와 무한 군사 원조라는 감정적 격앙으로 긴장을 고조시키기보다는 외교와 대화라는 신중한 접근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2차 대전 전범국이자 패전국, 동서 냉전의 중간에 위치했던..

마크롱과 푸틴이 멀리 떨어져 회담한 이유: 유전자 파파라치와 유전자 절도 앞에 속수무책인 법

* 역자 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앞두고 진행되었던 러시아-프랑스 정상회담에서는 기이한 장면이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마크롱과 푸틴이 육성이 잘 들리지도 않을 긴 테이블 사이에 놓고 회담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 기이한 장면은 유전자 절도를 우려한 마크롱이 러시아의 코로나19 PCR 검사를 거부했기 때문에 연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자 검사와 복제 기술이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발달하고 있는 오늘날 유전자 정보는 카메라 파파라치처럼 쉽게 훔치고 악용할 수 있는 정보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유전자 기술의 빠른 발달과 달리 유전자 절도에 대한 법적 규제는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기존의 법적 프레임워크는 유전자를 개인정보 보호와 그보다 더 좁은 재산권의 범주, 즉 유전자를 개인의 소유물로 한정..

해외 시사 2022.06.08

슬라보예 지젝: 러시아 전쟁엔진을 돌리는 서구의 자본과 시장 그리고 러시아의 룸펜-부르주아

* 역자 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푸틴에 의해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를 위한 특별한 작전으로 명명되었다. 푸틴은 오늘날의 우크라이나가 레닌에 의해 발명되었고, 그 발명을 히틀러가 실천에 옮겼다고 믿고 있다. 이 글은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Slavoj Žižek)의 Project Syndicate 4월 18일 자 기고 War in a World that Stands for Nothing의 번역이다. 지젝은 러시아의 대 우크라이나 전쟁을 움직이는 엔진이 한편으로는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석유와 가스의존의 시장원리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물질적 부에만 관심이 있는 러시아의 과두적 룸펜-부르주아 혹은 올리가르히라고 주장한다. 전쟁발발 이후 서구는 석유와 가스를 위해 400억 달러를 러시아에 지불함으로써 러시..

푸틴의 전쟁을 지지하는 정교회와 국가의 관계: 러시아 정체성과 반서방캠페인의 첨병이 된 러시아 정교회

* 역자 주: 러시아 정교회의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지지는 우르라이나 정교회의 이탈을 초래했다. 러시아 정교회의 국가와의 관계는 러시아 제국 시대부터 러시아 혁명기, 소련 체제 그리고 포스트 소련과 푸틴 체제 아래서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 1700년대 초 표트르 대제(Czar Peter the Great)의 정교회 개혁은 국가의 정교회에 대한 개입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혁명과 더불어 정교회는 탄압을 받았지만 나치 침공으로 전 국민적 단결을 위한 정체성이 필요해지면서 스탈린 시대에 잠깐 부활했다. 그러나 이후 지속적인 국가의 억압에 의해 발전을 저해당했던 정교회는 소련 붕괴 이후 특히 푸틴의 집권과 함께 푸틴식의 중앙집권화를 모방하였고 사회주의 이념의 붕괴로 새로운 정체성과 구심점을 필요로 했던 푸틴과 ..

비행금지구역?: 나토가 우크라이나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선포하지 않는 이유

* 역자 주: 비행금지구역은 1991~2003년 이라크, 1993~1995년 보스니아,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2011년 리비아에서 일부 서방세력과 유엔에 의해 선포되어 민간인과 소수민족을 보호하고 분쟁을 제한하는 역할을 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선포해 줄 것을 나토에 요청했지만 나토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상공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선포는 민간인의 피해를 줄이고 분쟁의 규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우크라이나 측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단호하게 거부되고 있다. 그 이유는 비행금지구역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그 금지구역을 침범하는 일체의 항공행위에 대한 제재를 가할 주체가 있어야 하며, 이는 자칫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하 나토의 직접 참전과 전쟁을 ..

중국, 우크라이나 전쟁의 유일한 승자?: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안정자 역할과 패권을 꿈꾸는 중국

* 역자 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의 세계 정치에서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쇠퇴하는 제국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제재와 고립에 맞서 중국과의 협력과 의존을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은 동시에 러시아에 대한 공적 지원을 자제하면서 서방과 균형을 맞추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의 유럽에 대한 자원과 관심 집중은 동시에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계속 확대하고 있는 중국의 기회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주권 주장은 중국의 대만에 대한 주권 주장과 일맥상통하기에 중국은 자신을 패권국으로 키워 나가는 데 있어서 러시아에 대한 지원이 미국의 유럽 지원에 대한 균형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무질서한 철수로 퇴조를 보인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은 미국..

우크라이나 전쟁과 맥도날드의 러시아 철수: 서구화에서 고립으로 되돌아 가는 푸틴의 러시아

역자 주: '세계는 평평하다'의 저자이자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은 맥도날드가 있는 두 나라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이론을 내놓았다. 즉, 경제적으로 서로 얽혀이고 중산층이 있는 나라들은 전쟁으로 잃을 것이 많기 때문에 전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론이다. 그러나 이 가설은 850개의 맥도날드 체인을 가진 러시아와 약 100개 맥도날드 체인점을 가진 우크라이나 사이에 전쟁이 벌어짐으로써 산산조각이 났다. 지금 러시아는 맥도날드, 이케아, 나이키, 애플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문을 닫고 있고, 러시아는 서구와 경제적으로 거의 분리되었던 베를린 장벽 붕괴 이전의 냉전시대처럼 고립되어 있다. 이 글은 Guardian의 세계 섹션 편집자인 Julian Borger..

푸틴의 오랜 측근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주도하는 최측근들은 누구인가?

* 역자 주: 러시아 국영 TV가 최근 내보낸 크렘린 사진에 푸틴은 긴 책상의 끝에 앉은 각료들과 회의를 하고 마치 왕과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푸틴은 이 연출된 이미지에서 강력한 권력자인 동시에 측근들과도 거리를 두는 고독한 존재로 비치기도 했다. 푸틴의 최측근들은 국방장관 세르게이 쇼이구(Sergei Shoigu), 연방군 총참모장 겸 러시아 연방 국방부 제1차관 발레리 게라시모프(Valery Gerasimov), 니콜라이 파트루셰프(Nikolai Patrushev) 러시아 연방 안전보장회의 의장, 알렉산더 보트니코프(Alexander Bortnikov) 연방보안국(FSB) 국장, 세르게이 나리슈킨(Sergei Naryshkin), 연방보안국(FSB) 국장 등이 있다. 이들은 직간접적으로 푸틴의 이전..

실망과 희망사항으로 끝나게 될 우크라이나 유럽연합 가입 제안

* 역자 주: 볼로드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화상 연결을 통해 유럽의회 연설을 하며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 가입을 신속하게 승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회의 참석자들의 기립박수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유럽연합 가입은 희망사항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터키와 같이 오래전부터 유럽연합 가입을 신청한 나라들이 오랫동안 대기상태인 데다가, 우크라이나는 민주주의, 자유, 부패와 관련된 각종 국제 지수에서 매우 낮은 점수를 받아 왔다. 그리고 폴란드의 낙태금지 조치와 반대파 탄압처럼 유럽연합의 민주적 가치와 배치되는 회원국에 대한 제재 절차를 둘러싼 논란으로 당분간 유럽연합의 확대는 어려울 전망이다. 유럽연합은 나토와 같은 군사동맹에 우크라이나가 가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러시아의 푸틴에 일종의 해결책으로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