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영화 40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어떻게 할리우드를 집어 삼켰는가?: 마블과 MCU의 역사, 지적소유권 그리고 MCU의 위기

마치 천상의 세계에 사는듯한 DC의 신적 히어로들과 달리 마블의 히어로들은 우리 주변과 일상에 발견되는 문제투성이의 결함을 가진 인간적 히어로들이다. 특히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유대인과 이주자들에 의해 나치를 물리치고 약자들의 염원을 실현하는 영웅이라는 마블 히어로들의 기원은 몇 번의 위기 속에서도 불사조처럼 살아났다. 이러한 영웅들을 만화의 지면이나 TV의 화면을 넘어 대형 스크린으로 옮기기 위한 마블의 노력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아이언 맨을 필두로 시작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혹은 M.C.U.는 기존의 스타파워와 작가주의 스타 감독이 아닌 지적 소유권을 지렛대로 프랜차이즈를 끊임없이 확장하면서 할리우드를 집어삼켰다. 이 글은 New Yo..

문화/영화 2023.07.17

오스카 시상식 최대 스캔들: 원주민 위장자(pretendian), 서신 리틀페더의 말론 브란도 대리 수상 거부 파문

윌 스미스의 따귀는 단연 지난 오스카 시상식의 백미였다. 전 세계로 송출되는 공적 프로그램에서 공공연한 폭력이 정의의 이름으로 행사되고, 더구나 그러한 폭력의 행사자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장면은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아직도 분명하게 남아 있다. 그러나 오스카 최대 스캔들의 하나는 사실 윌 스미스의 따귀도, '문라이트'에게 돌아가야 할 작품상이 실수로 '라라랜드'에게 주어진 것도 아니다. 그것은 1973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기로 한 말론 브론드가 미국 원주민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탄압에 항의하며 수상을 거부하며 자신 대신 원주민 복장을 한 서신 리틀페더(Sacheen Littlefeather)로 하여금 거부 이유를 밝히도록 한 것이다. 시상식에서 그녀는 야유를 받았고 수십 년이 지난 후인 ..

문화/영화 2023.03.13

레마르크의 원작을 왜곡한 2022년 영화 '서부전선 이상없다': 마케팅을 위한 원작 제목만 차용한 전쟁 통속물 블록버스터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없다'(Im Westen nichts Neues, 영어 제목 '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는 작가 자신의 1차 대전 참전에 기초한 소설이다. 이 소설은 1차 대전에 참전한 독일군 지원병 파울 보이머가 전장에서의 죽음과 아픔, 불안, 공포, 불합리, 분노, 그리고 허무함을 맛보고 결국 전사할 때까지를 그린 이야기이다. 1차 대전 당시 독일은 전쟁이 몇 개월이면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독일의 예상을 비웃듯이 독일의 서부전선의 정세는 장기적인 참호전으로 접어들면서 연합군과 독일군 사이에서는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파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대한 고뇌와 외부에서 일어나는 전쟁의 참상이 잘 대비되었기에 전재의 고통을 경험한 병사들은..

문화/영화 2023.02.28

이정재, 가디언 인터뷰 전문 번역: "오징어 게임은 내가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비영어권 배우로는 최초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정재는 이제 세계적 스타 반열에 들어서고 있다. 스타워즈 시리즈 '더 애콜라이트'(The Acolyte)의 캐스팅은 그의 세계적 유명세를 뒷받침한다. 물론 그가 이런 세계적 유명세는 오징어게임에서 비롯됐다. 오징어게임은 그의 유명세만 바꾼 것이 아니라 그의 세상을 보는 시각을 바꾸었다. 오징어게임의 잔혹하고 끔찍한 세계가 단지 드라마만의 세계가 아니라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세계라는 사실에 그로 하여금 세상에 대한 시각을 바꾸게 한 것이다. 그는 이제 '헌트'로 감독으로 데뷔했으며 계속 연기와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이 글은 이정재의 Guardian과의 11월 4일 자 인터뷰 Lee Jung-jae: ‘Squid Game made me rethin..

문화/영화 2022.11.05

누벨 바그의 화신 장뤽 고다르 별세: 모순에 찬 영화 혁명가 고다르의 생애와 작품

고다르의 '선택'한 죽음: "유일한 생존 가능성으로 죽음을 무릅쓰려 한" 예술가 전후 유럽 영화에 혁명을 일으킨 프랑스계 스위스인 감독 장뤽 고다르(Jean-Luc Godard)가 조력사(assisted dying)로 사망했다고 9월 13일 그의 변호사가 확인했다.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Libération)은 익명의 가족 소식통을 인용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그는 아팠던 것이 아니라, 단순히 지쳤을 뿐이다. 그래서 그는 그것을 끝내기로 결정했다. 그것은 그의 결정이었고 그것이 알려진 것은 그에게 중요했다." 그의 죽음에 대한 '선택'은 "나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유일한 생존 가능성으로 죽음을 무릅쓰려고 했습니다."는 그 자신과 그의 영화의 평소 지론에 걸맞는 것이었다. 1930년 12월 ..

문화/영화 2022.09.15

아마존의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 중간계에 대한 안내서

■ 역자 주: 아마존의 자체 플랫폼으로 제작한 새로운 시리즈 '반지의 제왕: 힘의 반지'(Lord of the Rings: Rings of Power)이 스트리밍 되기 시작했다. 톨킨의 방대한 우주관에 기대어 중간계를 중심적으로 다룰 이번 시리즈는 호빗과 반지의 제왕 이전인 제2 시대를 다루고 있다. 기존의 호빗들은 등장하지 않지만 갈라드리엘과 엘론드와 같은 요정과 악의 화신으로서 사우론처럼 익숙한 캐릭터들을 볼 수 있다. 이 새로운 시리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간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글은 본머스 대학교 영화학과 프로그램 리더 및 수석 강사 Laura Crossley의 The Conversation 9월 1일 자 기고 Lord of the Rings: Rings of Power – a cheat’s..

문화/영화 2022.09.03

미국 TV '최초'의 흑백인종 간 키스의 주인공 니셸 니컬스: 우후라(Uhura)를 넘어선 우주와 포용의 전도사

■ 역자 주: TV 역사상 최초의 흑백 인종 간 키스는 보통 1968년 11월 22일에 방영된 '스타 트렉' 에피소드 플라톤의 사생아들(Plato's Stepchildren)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 이전에도 TV에는 인종간 애정표현의 스킨십이 있었지만, 단순한 키스 흉내나 뽀뽀가 아닌 본격적인 키스는 백인 커크 대위와 흑인 우후라 중위 간의 키스가 최초로 여겨진다. 그 장면이 실질적으로 TV 역사상 최초의 흑백 인종 간 키스였는지와 별개로 이 키스는 연방 대법원이 러빙 대 버지니아(Loving v. Virginia) 판결로 인종 간 결혼을 금지하는 주법을 무효화한 지 1년 그리고 미국 전역이 흑인들의 민권투쟁과 학생들의 시위로 들끓는 와중에서 탄생했기에 더 강력하게 사람들의 뇌리에 남게 됐다. 우후라 역..

문화/영화 2022.08.04

브루스 윌리스의 은퇴: 액션 영웅과 동정심을 불러일으키 약자의 야누스적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할 수 있는 유일한 배우의 은퇴

* 역자 주: 브루스 윌리스가 실어증으로 연기 은퇴를 공식화했다. 그는 주로 액션 배우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액션은 그의 연기의 일부에 불과했다. 더구나 그를 액션 영웅으로 만든 '다이 하드'에서 조차 그는 기존의 근육질 투성이의 완벽한 인격의 액션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보통 사람이자 굴곡 있는 가정사를 안고 있는 전혀 다른 유형의 캐릭터를 연기했다. 따라서 그는 영웅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약하고 다치기 쉬우며 동정심을 유발하는 묘한 결의 연기를 펼쳤다. '식스 센스' '문라이즈 킹덤' '펄프 픽션' 등에서 그가 보여 준 연기는 액션스타와는 완전히 거리가 멀면서도 섬세한 연기였다. 이 글은 Guardian의 3월 30일 자 기사 Soft, gentle and always battle-ready: ..

문화/영화 2022.03.31

윌 스미스의 오스카 따귀: 가정 폭력 트라우마를 가졌던 스미스의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한 대응

* 역자 주: '코다'(Coda)가 수많은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2022년 94회 오스카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는 이변보다 더 극적인 이변이 시상식에서 벌어졌다. 다큐멘터리 부문 시상자로 나온 크리스 록이 탈모증을 앓고 있는 배우이자 윌 스미스의 아내 제이다 핑킷-스미스에게 데미 무어가 머리를 빡빡으로 밀고 나온 영화 'G.I. Jane' 2편에 출연하면 어떻겠냐며 대본에 없는 농을 던지면서 시상식 장에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화가 난 윌 스미스는 갑자기 무대로 걸어 나가 록의 뺨을 향해 힘차게 따귀를 날렸다. 자기 자리로 돌아간 스미스는 계속 말을 하려는 록을 향해 "니 빌어먹을 주둥이에 내 아내 이름을 담지 마!"라고 소리쳤다. 오스카 시상식에서 처음으로 벌어진 이 공개적인 폭력 사태를 놓고..

문화/영화 2022.03.28

2020 오스카는 역사를 만들 것인가?: 최초로 두 명의 LGBTQ+ ,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아리아나 드보스 오스카 후보로 지명

* 역자 주: LGBTQ+에 대한 편견과 혐오, 차별이 표면적으로는 점점 약화에도 불구하고 그 구조는 여전하다. 특히 보수적인 오스카의 LGBTQ+에 대한 암묵적 배제는 악명 높다. '문라이트' 그리고 '파워 오브 도그' 등 메인스트림 작품에서 LGBTQ+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주요 배역과 수상의 영광은 LGBTQ+ 배우 대신 이성애자 배우에게 주어진다. '반지의 제왕' 간달프 역의 이안 맥켈런은 뛰어난 연기에도 불구하고 오스카 수상과 인연이 없었는데, 그는 이를 오스카의 LGBTQ+에 대한 편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양들의 침묵'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은 조디 포스터는 수상 한참 이후에야 레즈비언임을 밝혔다. 최근 오스카는 투표인단을 구성하는 오스카 회원들의 구성원을 성적, 인종적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

문화/영화 2022.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