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에너지

기후 활동가들이 명화에 음식물을 투척하고 손을 그림 프레임에 붙이는 이유: 그들의 활동은 기후 대의에 도움이 될까?

Zigzag 2022. 11. 14.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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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기후 활동가들은 최근 기후 위기에 직면해 세계적 명화에 음식물을 투척하는 새로운 전술을 선보였다. 10월 14일 기후 활동 단체인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 활동가 2명은 영국 국립 미술관의 빈센트 반 고흐의 상징적인 그림인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던진 후 접착제로 자신의 손을 벽에 붙였다. 이어 10월 23일 독일 포츠담 바르베리니 미술관에서 독일 단체 레츠테 게네라치온(Letzte Generation) 소속 시위대가 클로드 모네의 그림에 으깬 감자를 던지고 벽에 손을 접착했다. 뭉크의 '절규',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등도 이러한 수난의 예외가 되지 못했다. 새로운 전술은 분명히 세인의 관심을 끌겠다는 목표를 달성했지만, 기후 운동가들이 거리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것을 보는 데 익숙한 일부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창의적인 스턴트가 다소 당혹스러웠다. 이들이 기후 위기라는 이름으로 예술작품에 음식을 던지는 이유는 그들의 주장만큼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고흐의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던진 저스트 스톱 오일 시위자들은 "예술과 삶 중 무엇이 더 가치가 있는가?" "예술이 음식보다 가치 있는가?", "그림 보호와 지구 보호 중 어느 쪽이 더 우려되는가?"라고 물음을 던지며 자신들의 상징적 행위의 의미를 설파했다. 하지만 기후를 위한 그들 시위의 대상이 왜 굳이 명화이며, 왜 음식물을 던지고, 왜 신체를 벽이나 그림 프레임에 붙이는가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물론 이들의 전술, 예컨대 명화를 훼손하는 것은 이미 20세기 초 여성 참정권자들이 여성의 아름다움은 육체에서만 비롯되지 않으며 그들의 정의와 권리를 위하 투쟁에서 비롯될 수 있다며 여성을 대상화하는 명화를 파괴하는 행동에서 비롯되었다. 음식물 투척은 돌이나 다른 공격용 무기로 상대에게 치명상을 주는 대신, 상처 없이 대상에게 모욕을 주는 수천 년이 넘는 아주 고전적인 전술이다. 신체를 벽이나 프레임에 붙이는 것 또한 1960년대 민권 활동가들이 경찰의 탄압 속에서도 메시지를 오래 전달하기 위한 전술에서 따온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과거 투쟁의 모방과 형편없는 의미 전달 전술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세인의 주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물론 그 성공이 기후 위기의 긴급성에 대한 대중 인식 제고라는 목표를 이루었는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후 단체들이 석유 상속녀인 아일린 게티(Aileen Getty)가 환경 대의를 왜곡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거리를 두게 하기 위한 지원금을 받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게티는 자신은 이 그룹들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지 않으며 기후 운동가들이 어떤 특정 행동을 선택하는지 직접 통제할 수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그녀의 발언 중 "직접 자금 지원 없음"은 간접 지원 혹은 다른 재단을 통한 우회 지원을 배제하지 않는다.) 관심과 주목을 끄는 것 이외의 이들 활동의 성공 여부를 측정할 수 있는 잣대는 없으며, 이들의 활동은 확실히 논쟁적이다. 이 글은 가디언 과학섹션 기자 Donna Lu의 가디언 11월 12일 자 기사 Throwing soup at the problem: are radical climate protests helping or hurting the cause?의 번역으로 이들 기후 단체들의 최근 명화에 대한 음식물 투척과 신체 접착의 배경, 그 활동의 의미와 영향, 성과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문제에 수프를 던지기: 급진적인 기후 시위가 그 대의에 도움이 되는가 아니면 해치는가?

유명 예술 작품을 표적으로 삼는 활동가들의 부상으로 전문가들은 그러한 전술이 사회 운동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기후 시위자들이 사용하는 급진적인 전술이 사회적 원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그러한 운동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감소시킬 수도 있다고 말한다. 사진: Stop Fossil Fuel Subsidies

Donna Lu

호주 국립미술관에서 시위대가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I(Campbell’s Soup I)의 액자 프린트 위에 파란색 마커 펜으로 휘갈겨 쓴 시위를 벌였다. '화석연료 보조금 지급 중단'(Stop Fossil Fuel Subsidies) 단체에 속한 시위대 중 한 명이 프린트에 몸을 붙이려 했다.

5일 전, 울티마 제너라치오네(Ultima Generazione, 마지막 세대)의 이탈리아 활동가들은 로마에 있는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위에 완두콩 수프를 던졌다. 반 고흐 작품은 워홀 판화와 마찬가지로 유리로 보호되었다.

영국에서는 유명 예술작품을 겨냥한 시위가 맨체스터, 글래스고, 여러 런던 갤러리에서 활동을 벌여온 그룹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에 의해 선동되어 올해 중반부터 시작되었다. 이 스턴트는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다. 활동가들은 밀라노(울티마 제너라치오네, 8월), 멜버른(멸종 반란[Extinction Rebellion], 10월), 헤이그(저스트 스톱 오일, 10월), 포츠담(레츠테 게네라치온[Letzte Generation, 마지막 세대], 10월), 마드리드(11월)의 예술작품과 갤러리 벽에 자신들을 접착했다. 프라도(Prado) 미술관과 같은 미술관은 "시위의 수단으로 문화유산을 위태롭게 하는 것을 거부"했다.

가장 많은 관심과 비판을 받은 이 행동은 지난달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에서 열린 반 고흐의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던진 저스트 스톱 오일 활동가에 의해 수행되었다.

그 반발은 석유 상속녀인 아일린 게티(Aileen Getty)가 실제 기후 활동가들의 신용을 떨어뜨리기 위해 이 스턴트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자체 음모론을 낳았다.(“저는 이 그룹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지 않으며 기후 운동가들이 어떤 특정 행동을 선택하는지 직접 통제할 수 없습니다.”라고 게티는 밝혔다.)

미술관 시위와 같은 급진적인 행동은 기후 노력을 진전시키는 효과적인 수단인가, 아니면 비평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그것이 진전시키려는 대의에 해를 끼치는가?

활동가의 딜레마

퀸즐랜드 대학의 사회 심리학자 위니프레드 루이스(Winnifred Louis) 교수는 사회 변화 연구는 급진적인 행동이 역사적으로 두 가지 목적을 위해 효과적이었다고 말한다.

첫 번째는 특히 운동의 초기 단계에서 유용한 것으로 인식을 높이는 것이다. 왜냐하면 미디어는 활동이 선정적이거나 사회 규범을 위반할 때 이를 다룰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급진적인 행동이 성공한 두 번째 영역은 "지역사회의 희망에 반하여 특정 건물을 파괴하거나 나무를 불도저로 미는 것"과 같이 사회적 허가(social licence)가 없는 특정 사건들을 예방하거나 지연시키는 것이라고 루이스는 말한다. 1998년, 노던 준주(Northern Territory, 호주 북부의 연방 직할지 - 역자 주)의 자빌루카(Jabiluka)에서 우라늄 채굴을 막는 9개월간의 봉쇄를 포함한 직접적인 행동이 도움이 되었다.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 활동가들이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반 고흐의 해바라기에 수프를 뿌렸다. 사진: Antonio Olmos/The Guardian

시드니 대학교의 조직학 교수인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Wright)는 화석 연료 채굴에 반대하는 시위를 "채굴이 그들의 삶의 질 혹은 환경을 어떻게 위태롭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지역 사회의 특정한 우려”로 지역화하는 또 다른 성공적인 사례로 록 더 게이트 동맹(Lock the Gate alliance)*을 인용한다.

* 역자 주: 록 더 게이트 동맹은 농경지, 농촌 지역 사회 및 환경적으로 민감한 지역을 잠식하고 있는 탄광 및 한층 가스 산업의 확장에 대응하여 2010년에 결성된 통합 호주 지역 사회 행동 그룹이다. 이 조직은 처음에 평화로운 시위와 비협조를 통해 퀸즐랜드와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개발에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록 더 게이트 동맹의 사명은 "부적절한 광업으로부터 호주의 자연, 환경, 문화 및 농업 자원을 보호하고 모든 호주인이 식품 및 에너지 생산에 대한 지속 가능한 솔루션을 요구하도록 교육하고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 동맹은 40,000명 이상의 회원과 250개의 지역 그룹이 농부, 전통 관리인, 자연 보호론자 및 도시 거주자를 포함하고 있다.

더 파괴적인 행동은 또한 연구자들이 말하는 "급진적 측면 효과"를 발휘하는데, 사회 운동의 급진 분파는 같은 운동에서 더 온건한 집단에 대한 지지와 동일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그 효과는 미국의 시민권, 동물권, 기후 운동과 관련하여 입증되었다.

메릴랜드 대학의 사회학자 다나 피셔(Dana Fisher) 교수는 이 측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급진적인 전술을 정상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제도 정치만 한다'라고 말하던 주류 대형 녹색 단체들은 이제 평화로운 시민 불복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라고 그녀는 말한다.

그러나, 연구는 또한 급진적인 전술이 사회 운동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플린더스 대학의 연구원인 모르가나 리치오-윌슨(Morgana Lizzio-Wilson) 박사는 "이것이 사회 심리학에서 활동가의 딜레마"라고 말한다. "한편, 급진적인 행동은 대의에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동시에 그 대의에 대한 지지를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2022년 11월 1일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저스트 스톱 오일 시위대. 사진: Amer Ghazzal/REX/Shutterstock

동물 복지, 낙태 권리, 미국 대통령 선거와 같은 문제에 대해 급진적인 행동이 덜 설득력 있고 더 양극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리치오 윌슨은 말한다. 동물 보호 단체들에 대한 반응을 분석한 그녀의 연구는 급진적인 행동(예를 들어 공장식 농장에서의 비밀 조사)이 전통적인 전술(입법 개혁을 옹호하거나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 같은) 보다 덜 효과적이고 덜 합법적으로 인식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리치오 윌슨은 "사람들이 급진적인 전술이 덜 효과적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이것은 다시 그들이 동물 권리 지지자로 정체화하려는 의지가 적고 그 대의명분 자체를 위해 행동하는 경향이 적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분야의 연구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런던의 사회 변화 연구소의 샘 글로버(Sam Glover)와 제임스 오즈든(James Ozden)이 수행한 리뷰는 "비폭력적인 급진적인 측면이 정책 승리를 달성할 수 있는 전반적인 운동의 가능성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것을 발견했고, 다른 사람들은 급진적인 기후 행동이 이미 그 원인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소외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올해 초, 사회 변화 연구소(Social Change Lab)는 런던에서 일어난 파괴적인 저스트 스톱 오일과 멸종 반란(Extinction Rebellion) 시위 전, 도중, 그리고 후에 실시된 세 번의 조사에서 각각 2,000명을 대상으로 유고브(YouGov) 여론 조사를 의뢰했다. 대다수 응답자가 시위에 반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의 목표를 지지한다는 응답자 수에는 큰 부정적인 변화가 없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글로버와 오즈덴은 "영국의 높은 수준의 기후 우려 때문에,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를 증가시키려는 광범위한 시도가 현재 예년에 비해 덜 효과적일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나뉘어진 비평가들

특히 미술관 시위의 효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분분하다. 어떤 이들은 외부인이 즉시 이해할 수 있는 행동 논리, 예를 들어, 나무가 벌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나무에 자신을 묶는 것과 같은 논리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스탠퍼드 대학의 양극화 및 사회 변화 연구소(Polarization and Social Change Lab)의 책임자인 롭 윌러(Robb Willer) 교수는 파괴적인 시위가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수프 투척에 대해 "충격의 명확한 경로를 보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부유하고 좌파적인 미술 애호가들은 이러한 행동에 대응하여 기후에 대해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할까요? 어떤 형태로요? 로비? 기후 조직들에 대한 기부? 나는 아직 설득력 있는 근거를 보지 못했습니다"라고 트위터에 썼다.

라스트 제너레이션(Last Generation)의 기후 운동가들이 2022년 11월 4일 로마의 보나파르트 궁전(Palazzo Bonaparte)에 있는 반 고흐의 '씨 뿌리는 사람들'(The Sower)에 완두콩 수프를 던졌다. 사진: ANSA/AFP/Getty Images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면서 그들을 소외시키는 것의 이점은 정말 논쟁의 여지가 있습니다."라고 루이스는 말한다. 그녀는 사람들이 이미 어떤 명분을 지지하지만 행동하지 않는 세 가지 이유를 든다. 그들은 그 행동이 관련이 있다고 보지 않으며, 그것이 사회적 규범에 의해 지지된다고 느끼지 않으며, 또는 그것이 효과적이라고 믿지 않는다. 루이스는 수프 시위가 이러한 인식을 증가시키고 "실제로 변화의 속도를 늦추고 있다"라고 말한다. "전술적인 측면에서 증거에 기반한 것을 보지 않으면서 '과학을 신뢰하라'라고 말하는 운동은 아이러니할 것입니다."

그러나 IPCC의 여섯 번째 평가 보고서에 기고한 작가였던 피셔는 미술관 시위의 영향이 아직 연구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그들이 이것을 선택한 이유는 그것이 정말로 관심을 끌기 때문이고, 예술 작품이 파괴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 그것을 보는 것은 충격적입니다."라고 그녀는 덧붙인다. 기후 운동가들은 보호 덮개가 있는 예술품을 목표로 삼았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그 작품들 자체에는 어떠한 손상도 가해지지 않았다.

피셔는 "더 많은 사람들이 평화롭지만 대립적 행동주의에 동참함에 따라 법 집행 기관은 소위 '반란자 억압'(insurgent repression)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이, 많은 곳의 기후 활동가들은 점점 더 가혹한 시위 반대 법에 직면하고 있다.

파괴적인 기후 시위의 증가는 사회 변화 연구에서 잘 확립된 패턴인 참정권 박탈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사람들이 어떤 문제를 옹호하기 위한 그들의 행동주의가 실패한다고 느낄 때, 그들은 훨씬 더 급진적인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라고 리치오-윌슨은 말한다.

"많은 기후 활동가들이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이러한 보다 급진적인 전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 매우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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