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사

신페인(Sinn Féin), 테러 집단에서 아일랜드 집권 정당으로 변신 중

Zigzag 2021. 12. 30.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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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자 주: 한때는 아일랜드 공화국군(IRA)의 의회 파견대로 여겨지며 불법화되었던 신페인(Sinn Féin)은 1980년대 후반 이후 온건한 방향으로 노선을 수정하기 시작했으며, 1998년 북 아이랜드 자치정부 구성을 골자로 하는 벨파스트 협정 이후 본격적인 의회 정당으로 거듭났다. 2017년 북아일랜드 선거에서는 27.9%로 득표율 2위를 차지해 연정을 구성했으며, 2020년 아일랜드 총선에서 37석으로 제2 정당이 되었다. 신페인은 기존의 민족적, 좌파적 스펙트럼에서 법인세 유지와 같은 친 기업적 노선 및 브렉시트 반대, 그리고 대역병으로 인한 주택과 공공 보건 문제에서 대중적인 입장을 취함으로써 지지율이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테러집단으로 간주되던 신페인이 아일랜드에서 집권 정당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시대에 뒤떨어진 질문이 되었다. 이제 문제는 그들이 언제 집권 정당이 되느냐는 것이다. 이 글은 Guardian의 Lisa O'Carroll의 12월 28일 자 기사 ‘Not if … but when’: Sinn Féin on path to power in Ireland의 번역으로 신페인의 부상 이유와 변신을 자세히 추적하고 있다.

'만약이.. 아니라 언제': 아일랜드에서 권력을 향한 길을 걷는 신페인

신페인은 여론조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으며 3년 안에 아일랜드 정치의 큰 변화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신페인의 리더인 메리 루 맥도날드(Mary Lou McDonald)는 당의 연례 회의에서 '나는 티셔크(taoiseach, 아일랜드의 총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Damien Storan/PA

불과 30년 전 아일랜드 공화국군(IRA)은 존 메이저가 각료회의를 주재하는 동안 10번지에 박격포 3발을 발사하면서 다우닝가를 폭격하고 있었다.

2021년, 트러블(the Troubles, 1960년대 후반 이후 약 30년에 걸친 북아일랜드 독립을 둘러싼 분쟁 - 역자 주)의 많은 측면에서 IRA와 관련된 정당인 신페인(Sinn Féin, 'We Ourselves' '우리 자신'이라는 의미 - 역자 주)은 100년 전 설립된 이후 국가 정치의 가장 큰 변화가 될 수 있는 아일랜드 정부를 이끌 핵심 위치로 이동했다.

아일랜드는 다음 총선까지 3년이 남았고 신페인이나 다른 정당의 승리는 장담할 수 없지만, 이미 생성 중인 역학관계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 정치의 느린 지각 변동은 국외에서 언급될 가치가 거의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저명한 사업가는 “이것은 만약의 문제가 아니며, 언제 신페인이 집권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라고 말했다.

국경 남쪽의 그들의 변형과 중산층의 지속적인 구애가 국경 북쪽의 정당 정체성에 대한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전에 가장 존경받는 TD(Teachta Dála의 약자로 아일랜드 의회 의원을 의미 - 역자 주) 중 하나인 주택 문제 대변인 이오인 오브로인(Eoin Ó Broin)은 게리 애덤스(Gerry Adams, 신페인의 오랜 지도자 - 역자 주)에게 IRA와 관련된 슬로건으로 농담을 던진 크리스마스 스케치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청했다.* 과거 시대에 이 종속은 규율의 문제였을 것이다.

*역자 주: 크리스마스 자선 기금 모금을 위한 짧은 동영상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집집마다 방문하며 캐럴을 부르는 캐럴 싱어로 등장하는데 여기서 그는 한 가정의 문 앞에서 캐럴을 부르며 "우리의 날이 올 것이다"라는 IRA의 구호를 대사로 말했고, 그 가정 사람들은 "그들은 사라진 게 아니야, 알아?"라는 애덤스의 잘 알려진 과거 연설 구호를 스치듯 언급했다. 이 비디오는 IRA 테러의 희생자들의 분노를 샀으며, 곧 삭제되었다.

평론가들은 국경 이남의 당의 놀라운 성장은 트러블 시대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과거와의 급진적인 단절이라고 여겨지는 메리 루 맥도날드(Mary Lou McDonald) 대표의 변혁적인 힘에 부분적으로 기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이전에 당의 아성이었던 노동계급 층을 넘어서 호소력을 확장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전술의 변화(주택, 경제 및 건강과 같은 문제를 통합된 아일랜드보다 앞자리에 두는 것) 때문이기도 하다.

1983년, 더블린 센트럴의 후보인 크리스티 버크(Christy Burke)와 함께 한 신페인 하원의원 오언 카론(Owen Carron)과 게리 애덤스(Gerry Adams). 사진: Independent News and Media/Getty Images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페인은 지난 1세기 동안 아일랜드 정계를 지배해온 양당을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12월 중순 Irish Times/Ipsos MRBI 여론조사에 따르면 신페인에 대한 지지도는 35%로, 각각 20%인 연립정부의 두 주요 정당인 피어나 팔(Fianna Fáil, 아일랜드 공화당 - 역자 주)과 피너 게일(Fine Gael, 통일 아일랜드당 - 역자 주)에게 이 차이는 메울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전 여론조사에서 신페인은 32%, 33%였다.

노동당 동료인 앤드루 아도니스(Andrew Adonis)는 10월에 더블린으로 가서 당 대회를 참관했고, '프로스펙트(Prospect)' 2월호에 신페인의 상승세에 관해 3천 자 분량의 글을 썼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정치 혁명을 볼 수 있다."

“정말 놀라운 말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권력에 대한 갈증과 권력을 잡으려는 지도자의 규율은 1990년대의 뉴 레이버(New Labour, 노조 중심의 전통적 노동당에서 벗어나 제3의 길을 외치며 당의 중도 및 우경화를 이끈 토니 블레어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흐름 - 역자 주) 떠올리게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 사업가는 이 당이 날마다 당선 가능성(electability)에 윤을 내고 있는지 말했다. 신 페인은 과거의 어둠과 관련된 흔적을 제거하겠다고 선언하고 중산층을 위해 신페인의 "독성 제거"(detoxifying)를 의도적으로 목표로 하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특히 낮은 법인세 문제로 정부와 싸우지 않고 "상위 3%"에 대한 세금만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맥도날드는 아르드 에쉬(Ard Fheis, 아일랜드 민족주의적 성향의 정당들이 연례 정당대회를 일컫는 말 - 역자 주)를 위해 모인 열성 당원들에게 대역병으로 인해 무너진 주택 시스템, 임대 숙박 시설 부족, 부적절한 의료 서비스, 치솟는 생활비 등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그녀는 미국으로 날아가 워싱턴 DC의 내셔널 프레스 클럽과 뉴욕 변호사 협회에서 브렉시트가 북아일랜드에 미치는 영향과 아일랜드 섬의 통일 가능성에 대해 연설했다.

당은 또한 기업계에서 자신의 평판에서 독성을 제거하기 위해 비즈니스 그룹에 손을 내밀고 있다. 아일랜드의 Sunday Business Post의 한 보도에 따르면, 맥도날드는 "정부가 벌처 펀드(vulture fund)와 기관 투자자들을 위해 레드 카펫을 깔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로비 등록부를 분석한 결과 이전에 당과의 접촉을 피했던 영리 단체들이 이 당과 소통의 창구를 열려고 하고 있다.

신페인은 비밀스럽고 고도로 훈련된 정당으로, 구성원들은 지도부가 명령하는 것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이 보도는 또한 맥도날드가 회원들에게 정부를 위한 준비의 일환으로 기업, 노동조합, 부문별 단체에 손을 뻗을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더블린 정부에 대한 신페인의 기회는 1905년에 설립된 이 공화주의 정당이 국경의 북쪽과 남쪽 모두에서 집권할 가능성을 높였으며, 이는 영국과의 관계를 극적으로 변화시키고 현재 진행 중인 아일랜드 통일 전망에 대한 토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토론은 아일랜드 통일의 국경의 남쪽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스토몬트(Stormont, 북아일랜드 국회 소재지 - 역자 주) 의회의 2022년 5월 선거에서 가장 큰 정당이 될 가능성이 있다.

더블린 리버티 홀에서 열린 2020년 대중 모임 전에 판매 중인 신페인 기념품. 사진: Lorraine O’Sullivan/Reuters

공화국에서의 상승세는 2020년 지지율이 급증한 후 2월 총선에서 가장 많은 우선 선호표(first preference vote)를 얻었을 때 처음 드러났다. 더블린 시립대(Dublin City University)의 정치 강사이자 신페인에 대한 새로운 팩인 '정부의 반란자들'(Rebels in Government)의 저자인 아그네스 마요(Agnès Maillot)는 이 정당이 159명을 위한 선거에서 42명의 후보를 내세웠기 때문에 결과가 집권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정치 지형 내에서 중대한 변화를 일으켰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2020년까지 이 당의 진전은 항의 투표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역사가 디아마이드 페리터(Diarmaid Ferriter)는 2020년은 중산층과 부유한 유권자들에게 더 큰 성공으로 기록되었으며 이 당은 "타협과 적응"을 통해 진화했다고 말했다. “이것이 게리 애덤스(Gerry Adams) 유산의 정당입니다. 여러 면에서 그는 헌법적 목적들에 맞게 신페인을 적응시켰다는 점에서 이 계획의 설계자입니다... 그는 1980년대부터 다양한 시점에서 이 목적들의 청교도적 입장을 인정했습니다.”

페리터는 신페인의 편의주의가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 당은 웨스트민스터와 더블린의 정치로부터 거리들 두곤 했었는데, 후자에 대한 입장을 1980년대 후반에 폐기했다. 또 다른 중요한 시점은 1998년 아일랜드 헌법에서 성금요일 협정(Good Friday agreement, 벨파스트 협정으로 불리며 30년에 걸친 북아일랜드 분쟁을 실질적으로 종식시킨 가장 핵심적인 협정 - 역자 주)을 위한 길을 닦기 위해 32개 카운티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는 조항을 삭제한 국민투표였다.

“북아일랜드의 존재를 수용한 것은 동의의 원칙을 수용하는 또 다른 분기점이었습니다. 이러한 모든 타협이 그들을 더 구미에 맞게 만들었습니다.”라고 페리터가 말했다.

신페인의 미래 성공은 주택 및 건강에 대한 대중적인 정책이 더욱 엄밀하게 검토되고 과거에 대한 질문이 전면에 부각됨에 따라 앞으로 3년 동안 반대파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페리터는 1921년 내전과 독립 이후의 피어나 팔과 유사성을 비교했다. 그것은 "총잡이들의 그림자 아래 있는" 정당으로 표시되었지만 "그들은 이를 흠잡을 데 없는 보수적 증명서를 가지고 있고 공산주의자도 아니며 신앙심이 없는 사람도 아니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꽤 빠르게 극복했다"라고 말했다.

"신페인은 분명히 불쑥 등장하는 트러블(the Troubles) 유산을 대면할 것이지만 그것이 이 당의 추진력을 약화시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는 이러한 변화는 세대적임을 시사합니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영국 노동당의 전 표적화 및 분석 관리자(targeting and analysis manager)이자 현재 더블린 공과 대학의 정치 강사인 케빈 커닝햄(Kevin Cunningham)은 신페인의 부상을 국가가 자신감을 키우고 이 섬의 두 주요 정당을 만들어냈던 내전의 정치에서 멀어지는 기능으로 보고 있다.

그는 “1980년경 아일랜드의 종교성이 쇠퇴한 이후 스스로를 좌파로 정체화하는 정당에 투표하거나 지지하는 사람들의 수가 상당히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피어나 팔과 피너 게일 투표는 1980년까지 약 80%에 머물렀다가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면서 꾸준히 하락했습니다."

“그동안 좌파에는 다른 정당들이 존재했습니다. 특히 [사회] 민주당과 노동당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약했지만 동시에 좌파라고 자칭하는 인구의 하위 집합이 있었고, 신 페인이 이를 포착하고 있으며, 이것은 어느 정도 아일랜드 정치의 정상화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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