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화폐에 새겨지는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 애나 메이 웡
미국 조폐국에 따르면 아시아계 미국인이 등장하는 최초의 미국 화폐를 10월 24일(월요일)부터 배송될 예정이다. 이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은 여배우 애나 메이 웡(Anna May Wong)이다. 미국 조폐국의 미국 여성 25전 프로그램(American Women Quarters Program)은 2022년에서 2025년 사이에 매년 5개의 새로운 동전을 제작하며 미국 역사상 다섯 명의 여성 선구자들을 기념한다. 기존에 출시된 동전에는 흑인 여성 작가 마야 앤젤루(Maya Angelou)와 여성 우주 비행사 샐리 라이드(Sally Ride), 여성 참정권주의자이자 정치인 니나 오테로 워렌(Nina Otero-Warren), 그리고 체로키 족의 첫 여성 족장인 윌마 맨킬러(Wilma Mankiller)가 새겨졌다. 웡은 올해 출시된 다섯 번째 코인에 등장한다. 미국 조폐국은 필라델피아와 덴버에 있는 시설에서 3억 원 이상의 웡 쿼터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폐국 감독 벤트리스 깁슨(Ventris Gibson)은 웡을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들을 위한 더 많은 대표성과 더 다차원적인 역할을 옹호했던 용기 있는 옹호자"라고 불렀다. 동전 주조를 촉진하는 법안을 후원한 캘리포니아 민주당 대표 바바라 리(Barbara Lee)는 성명에서 미국 역사에서 종종 간과되는 "경이적인" 여성들을 기리는 노력을 이끈 것에 대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새로 생산하는 동전의 뒷 면에는 우아하고 매니큐어 한 손 위에 놓여 있는 웡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이미지가 새겨져 있으며, 앞면에는 1921년 미국 동전을 디자인한 최초의 여성이 된 20세기 조각가 로라 가딘 프레이저(Laura Gardin Fraser)가 그린 조지 워싱턴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웡의 할리우드 진출 그리고 차별
웡은 중국계 3세로 웡리요총(Wong Liu Tsong, 한자명은 黃柳霜)이란 본명으로 1905년 로스앤젤레스 차이나 타운에서 태어났다. 당시 그녀의 부모는 세탁소를 운영했었다. 웡은 14세 소녀로 영화에서 첫 배역을 맡았다. 그 후 수십 년간의 활동 기간 동안, 그녀는 할리우드에서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 영화 스타가 되었다.
웡은 1919년 14세 때 '홍등'(The Red Lantern)에서 엑스트라로 영화에 첫 출연했으며, 그로부터 2년간 학업과 병행하면서 엑스트라로 몇몇 영화에 출연했다. 1921년에 그녀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여배우로 하기로 결심한다. 1921년 출연한 '빗츠 오브 라이프'(Bits of Life)에서 처음으로 여배우로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렸다. 1922년 세계 최초의 컬러 영화 중 하나인 '톨 오브 더 씨'(The Toll of the Sea)로 16세에 첫 주연을 맡았다. 1924년 바그다드의 도둑(The Thief of Bagdad)에서 더글러스 페어뱅크스(Douglas Fairbanks) 그리고 '7인의 사무라이'에 등장했던 일본 배우 소진(Sojin, 上山草人)과 함께 출연해 이국적인 악녀로 일약 유명해졌다.
웡은 이후 악녀, 요부, 하녀, 매춘부, 여성 노예 등 요염하고 미스터리한 동양여성을 연기하며 조연이지만 연이어 영화에 출연했다. 그러나 전형적인 틀에 박힌 비슷한 역할밖에 주어지지 않는 것에 점점 불만을 품게 되었다.
이는 당시 동양인에 대한 이미지나 편견과 함께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법에 의해 더욱 공고화되었다. 웡의 가족은 1855년부터 캘리포니아에 거주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법상으로는 외국인이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1948년까지 다른 인종 사이의 결혼이나 관계를 금지하는 법률이 있었다. 때문에 웡이 연기할 수 있는 역할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 웡은 "중국인과 영국인이 연기로 키스를 하면 안 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웡이 할리우드에서 역할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20세기 초의 할리우드는 소위 '황인 화장'(yellowface)의 시대로 백인들이 아시아 역할을 맡기 위해 화장을 하고 아시아 옷을 입었던 시대였며, 인종 간 관계를 범죄로 규정하며 인종간 결혼 금지법이 횡행하던 시대의 영향을 받았다. 웡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들 중 한 명으로 널리 여겨졌지만, 영화에서 서로 다른 인종의 배우들이 서로 키스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 때문에 종종 로맨틱한 주인공을 연기할 수 없었다.
그녀는 1933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할리우드에서 연기해야 하는 역할에 싫증이 났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 신문에 "왜 스크린의 중국인들은 거의 항상 이 작품의 악당이고, 살인적이고, 배신적이며, 풀밭에 있는 뱀 같은 잔인한 악당일까요"라고 물었으며 "우리는 그렇지 않아요."라고 답했다.
한편 당시 중국계 미국인 사회는 웡의 여배우라는 직업과 연기 역할에 비난을 돌렸다. 중국의 관객들은 그녀의 역할이 중국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했다고 주장하며 그녀를 거부했다. 타임(Time)은 당시 중국 신문들이 그녀를 "중국의 여성 반역자"라고 불렀다고 보도하면서 그녀가 그들을 당황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제가 너무 미국인이기 때문에 중국인들에게 거절당하는 것은 꽤 슬픈 상황입니다, "라고 웡은 말했다. 물론 중국인 모두가 그녀에게 적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영화에서 그녀의 중국인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 조장과 성적인 역할에 대해 중국 언론들은 그녀가 "중국 민족을 망신시킬 만큼 충분히 많은 일을 했다."라고 비아냥 거렸고, 당시 중국의 국민당 정부 역시 그녀에게 비판적이었다. 하지만 1932년 베이징대학이 이 여배우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을 때 보이듯이 중국의 지식인들과 진보주의자들이 항상 웡에게 그렇게 반대하지는 않았다. 동시대의 소식통들은 배우가 이렇게 영예를 안은 것은 아마도 이때가 유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럽 진출과 할리우드로의 복귀 그리고 조기 은퇴
할리우드에선 외국인 대접을 받고 동포들로부터는 이질 분자로 여겨져 웡의 고뇌는 갈수록 깊어졌다. 1928년 23세의 웡은 유럽으로 건너갔다. 노력 끝에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마스터해 영화와 무대에서 화려하게 활약할 수 있었다. 1929년, 영국 영화 '피카딜리'(Piccadilly)에서 관능적인 댄서를 연기했던 웡은 대성공을 거뒀다. 연극에서는 심지어 로렌스 올리비에의 상대편 연극에도 출연했다.
1930년 금의환향한 웡은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서 갈채를 받았고 이어 의기양양하게 할리우드로 돌아왔다. 그런데 할리우드에서 그녀를 기다린 것은 예전과 다름없는 차별적 대우였다. 실망한 웡은 유럽으로 돌아갔다. 이후 할리우드에서 마를레네 디트리히(Marlene Dietrich)와 함께 출연한 '상하이 특급'(Shanghai Express) 외에 몇몇 영화를 제외하고는 브로드웨이와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웡에게는 인종적 고정관념으로 가득 차 있는 배역이 주어졌을 뿐만 아니라, 다른 백인들에 비해 훨씬 적은 보수가 주어졌다. 웡은 주연으로 출연한 '용의 딸'(Daughter of the Dragon, 1931년)에서 6,000달러를 벌었지만 영화 초기 23분에만 출연한 워너 올랜드(Warner Oland)는 12,000달러를 벌었다. 상하이 익스프레스의 경우 웡은 6,000달러를 벌었고 마를레네 디트리히는 78,166달러를 벌었다.
1930년대 중반 유럽에서는 날이 갈수록 전쟁이 짙게 드리워지기 시작했고, 이 시기 미국 스튜디오들은 새로운 유럽 인재를 찾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웡은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1930년에 파라마운트 스튜디오와 계약을 제의받았다. 주연과 최고 출연료에 대한 약속에 이끌려 그녀는 미국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유럽에서 몇 년 동안 얻은 명성과 훈련과 함께 브로드웨이의 '온 더 스폿'(On the Spot)에서 주연을 맡았으며, 이 쇼는 167회에 걸쳐 무대에 올려졌다. 당시 이 쇼의 감독은 웡이 '나비 부인'에서 파생된 전형적인 일본식 스테레오 타입을 사용하기를 원했지만 그녀는 거절했다. 대신 그녀는 중국 스타일과 제스처에 대한 지식을 사용하여 캐릭터에 더 높은 수준의 진정성을 불어넣었다.
웡은 사교계에서도 명성이 높았다. 미국과 유럽 모두에서, 웡은 10년 이상 패션 아이콘으로 여겨져 왔다. 1934년 뉴욕 메이페어 마네킹 협회(Mayfair Mannequin Society)는 그녀를 "세계에서 가장 옷을 잘 입는 여성"으로 선정했고, 1938년 룩(Look) 잡지는 그녀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중국 여성"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할리우드에 웡의 활약의 장은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그녀는 할리우드의 불공평한 규제에 계속 부딪쳤다. 1930년대에 메트로 골드윈 메이어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 펄 벅(Pearl S. Buck)의 소설 '대지'(The Good Earth)를 기반으로 영화를 제작했다. 중국 농촌과 농부들에 대한 이 소설의 영화화에서 웡은 이 영화의 주연 여배우 역할로 잘 어울리는 인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웡의 남편 역을 할 배우로 백인이 캐스팅되면서 그녀는 캐스팅 후보에서 제외되었다.(결국 그 역할을 맡은 여배우, 루이스 레이너[Luise Rainer]는 그녀의 연기로 오스카 상을 받았다.)
1930년대 후반, 웡은 영화계에서의 한계를 느끼고 중국계 혈통이나 외모가 관계없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다. 1942년, 웡은 '버마 상공의 폭탄'(Bombs over Burma, 1942년)과 '중경에서 온 여인'(Lady from Chungking, 1942년)에 출연했다. 둘 다 재정적으로 취약한 스튜디오에서 제작된 반일 선전물이었다. 그녀는 두 영화의 출연료를 유나이티드 차이나 릴리프(nited China Relief)에 기부했다. 사실상 이 영화들은 웡의 영화계 은퇴작이 되었고 이때 웡의 나이는 37세에 불과했다.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의 TV 시리즈 주연
1951년 8월 27일부터 11월 21일까지, 웡은 그녀를 위해 특별히 쓰인 탐정 시리즈인 듀몽 텔레비전 네트워크 시리즈 '마담 리요총의 갤러리'(The Gallery of Madame Liu-Tsong)에서 그녀의 출생 이름 리요총을 사용한 타이틀 역할을 연기했다. 웡은 중국 미술의 딜러로, 탐정과 국제 음모에 관여했으며 이 드라마는 황금시간대 9시부터 9시 30분까지 방송되었다. 이 드라마는 아시아계 미국인이 주연을 맡은 최초의 TV시리즈였다.
1960년, 웡은 라나 터너(Lana Turner)와 앤써니 퀸(Anthony Quinn) 주연의 영화 '포트레이트 인 블랙'(Portrait in Black)에 참여했다. 그녀는 자신의 부고에 삽입될 인용문인 "너무 많이 사진 찍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영혼을 잃을 것입니다."라는 속담과 함께 오랫동안 영화에 불참한 것을 설명하는 한 보도 자료와 함께 영화계에 돌아왔지만 여전히 고정관념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녀는 스테레오 타입을 넘어서는 역할을 원했으며 마침내 원하던 배역을 만났다. 중국계 미국인 가정을 무대로 한 뮤지컬 영화 '플라워 드럼 송'(Flower Drum Song)(1961년)의 어머니 역이었다. 웡은 흥분해 출연을 향해 각오를 다졌지만 간경화를 앓던 그녀는 산타모니카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급사했다. 이때 그녀의 나이는 56세, 평생 독신이었다.
할리우드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 영화배우로 불리는 웡은 영화에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위한 더 많은 대표성과 스테레오 타입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2019년 명예의 거리에서 스타를 받은 두 번째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이 된 여배우 루시 류(Lucy Liu)는 웡이 그녀와 다른 배우들의 길을 개척해 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할리우드 가의 루시 류의 스타는 웡의 스타 바로 옆에 자리 잡았는데 류는 자신의 이웃 스타를 가리키며 "여기서 우리만의 작은 차이나타운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라고 재치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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